책소개
“변화의 핵심을 꿰뚫고 싶다면 전환기 고전을 읽어라!”
고전 읽기와 역사 평설의 통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고전 평설서,
18세기에서 20세기까지 전환기 지성의 계보를 추적한 지식 로드맵!
역사 격변기 조선의 지성들은 무엇을 고뇌하고 어떤 변화를 꿈꾸었을까? 기묘사화를 왕도정치의 시대로 기억을 역전시킨 오광운, 대체역사를 통해 공자를 인간의 모습으로 끌어내린 홍대용, 시대 전환기에 현대 논술 강의를 방불케 하는 지식 창출 전략을 추구한 이상수, 20세기 유학으로 과거를 읊조리는 고담준론이 아닌 당대와 씨름하는 사회과학을 시도한 이관구. 전통과 근대의 분단 체제를 극복하는 것을 필생의 화두로 삼은 젊은 역사학자가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과거를 지금 여기와 연결하며 우리 고전을 21세기 판본으로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고전 평설서! 온몸으로 시대를 밀고나갔던 지식인들에게서 용광로처럼 뜨거운 현실 인식과 지금 세상을 관통하는 변화의 핵심 원리를 구한다!
목차
서문
제1부 18세기 지성사
역사는 늙고 병들었다
왕가의 전통
탕평정치의 어두운 그림자
기억의 역전
이 땅은 아름답다
거꾸로 읽는 문명사
바깥이 없는 사회의 슬픔
미안하오, 유구!
정조에게 헌정한 조선 건국사
만년 성균관 유생의 삐딱한 역사의식
경포대의 관물법
아름다운 활래정
가깝고도 먼 일본의 고학
제2부 19세기 지성사
바둑 잘 두는 법
미래를 향한 진정한 미덕
서울에 퍼진 가짜 도학의 소문
서울의 새로운 인간 군상
만학에서 초학으로
시대 전환기 새로운 독서 전략
함경도 유학자가 남긴 화려한 문집
서북 사람들도 기호 사람들이다
식견을 기르는 글쓰기
고전 대중화의 새로운 전략
나는 새로운 인문학을 꿈꾼다
고려는 조선의 타자인가?
제3부 전환기 지성사
임오군란, 그리고 한중 교류
조선은 부국강병을 해도 좋은가?
단발령 전야
외국 유학은 불가하다
대한제국의 석고
우산국과 폴란드와 청나라의 공통점
자주의 마음, 자강의 기운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지나간 미래
꿈의 시대
구학이 신학에게 묻는다
자유란 무엇인가?
제4부 20세기 지성사
공화국의 미래
양명학의 전설
허생 이야기, 박씨 이야기
우리나라 최초의 중화민국 여행기
성리학을 향한 회한의 시선
영남 유학자의 만동묘 제향 투쟁
해외 한국학의 열기
개성상인의 대만 여행
제왕의 유교에서 인민의 유교로
신사학을 읽고 구사학을 논하다
8.15 해방, 그리고 새로운 ?대학?
한글을 다시 생각한다
제주에서 보는 한국사
찾아보기
저자
노관범
출판사리뷰
“변화의 핵심을 꿰뚫고 싶다면 전환기 고전을 읽어라!”
고전 읽기와 역사 평설의 통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조선 고전 평설서,
18세기에서 20세기까지 전환기 지성의 계보를 추적한 지식 로드맵!
21세기 판본으로 업그레이드된 우리 고전을 만나다!
우리의 근대는 언제 시작됐는가? 근대 이후 한국인의 삶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우리는 1897년 대한제국이 탄생하고 일제와의 강제병합 후 강제로 근대화가 진행된 역사를 배워왔다. 그리고 근대화 이후 한국인의 삶은 동양 문명에서 서양 문명 쪽으로 급속도로 변화해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20세기 중반인 1945년에 유학을 통해 당대와 씨름하는 사회과학을 시도했던 지식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또한 제왕의 유교에서 인민의 유교로의 전환을 부르짖으며 유교를 대중화하려 했던 움직임들은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이 책 《고전통변》의 저자 노관범은 전통과 근대의 분단 체제를 극복하고 우리나라 지성사를 창조적으로 다시 사유하는 것을 필생의 화두로 삼은 패기 넘치는 역사학자다. 1714년에서 1954년까지 전환기 우리 고전에서 발굴한 뜨겁고 매혹적인 역사적 현장들을 담은 이 책에서는 18세기를 대표하는 지식인 홍대용과 박제가 외에도 오광운, 김려, 이상수, 김창희, 황병중, 권도용, 이관구 등 새로운 지식인들의 이름이 수없이 등장한다.
이 책은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과거를 끊임없이 지금 여기와 연결하며 우리 고전을 21세기 판본으로 업그레이드한 우리 고전 해설서다. 또한 고전 읽기와 역사 평설의 통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조선 고전 평설서이며 전환기 지성의 계보를 추적한 지식 로드맵이기도 하다. 미얀마에 대한 한시가 담긴 조수삼의 《추재집》에서 제주학의 거장 김석익의 《탐라기년》까지 희소가치가 높은 50점의 도판은 읽는 재미와 이해도를 더한다. 고전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불변의 진리가 담겨 있다고 한다. 숨 가쁜 변화의 현장, 그리고 한국인의 감성이 담긴 전환기 우리 고전을 통해 변화의 핵심을 꿰뚫는 지혜를 얻기를 바란다.
1714년에서 1954년까지 전환기 240년의 지성사
책의 첫머리는 변화의 파고가 가장 높았던 18세기 지성사로 포문을 연다. 18세기에 먼저 주목해야 할 고전은 오광운의 기묘록후서이다. 오광운은 ‘과거를 상상하고 미래를 기억하라’는 E. H. 카의 말처럼 기억의 역전을 시도하면서, 중종 시대를 조광조가 비참한 죽음을 당한 기묘사화의 시대가 아니라 군신이 함께 왕도정치를 도모한 시대로 기록했다. 오광운의 꿈은 훗날 조정의 정교政敎와 기묘사림의 협찬을 중심 내용으로 《중흥가모》를 편찬한 홍양호에 의해 달성됐다. 홍대용의 《의산문답》은 18세기 사상사에서 꼭 짚어봐야 할 고전이다. “탕 임금과 무 임금은 윗사람에게 대항하여 역성혁명을 성취한 부도덕한 임금이었고, 진시황제의 가공할 만한 분서갱유가 도리어 한나라의 행복을 열어주었다”는 파격적인 언설을 담은 이 책은, 공자를 주나라 시대 사람 중 한 명으로 역사화하고 “만약 공자가 조선에 와서 중화 문명을 전파했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대체역사화함으로써 신성한 공자를 평범한 인간의 자리로 끌어내린다. 제주목사에게 희생된 유구 왕세자 사건을 통해 ‘미안함’의 역사학을 추구한 김려의 《담정유고》도 눈길을 끈다. 지금 동아시아에 필요한 것은 ‘미안함’의 지성사적 전통들을 공유하고 그 위에서 선린의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홍한주의 《지수염필》은 독특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19세기 고전이다. 조선 후기 유교 교양이 확산되면서 비양반 계층도 유교를 사용해 자신의 문화적 가치를 상승시키고자 하는 열망에 불타고 있었다. 사대부들은 새로운 계층의 어설픈 유교 문화를 ‘가짜 도학’으로 우려했겠지만, 부부싸움도 근사하게 호락논쟁으로 하고자 하는 신흥 계층의 문화 욕망을 ‘가짜’라고만 몰아 부칠 수는 없다. 이상수의 《어당집》에서는 시대 전환기의 독서 전략을 간파할 수 있다. 독서의 역사는 집중적인 읽기에서 포괄적인 읽기로 변화했다. 이상수는 포괄적인 읽기의 시대에 독서 전략을 새롭게 마련하였다. ‘먼저 글의 주제를 파악하라, 그리고 글의 구성을 분석하라, 그래야만 고전이 왜 훌륭한 글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마치 현대 논술 강의를 방불케 한다. 뿌리 깊은 서북 차별에 반대하여 기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창희의 《석릉집》에서는 지역 차별에 대한 반성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고, 중국 교육사의 고전이라 할 어려운 《소학》을 주해하는 대신 김유신 장군의 일화나 조선 선비들의 독서 담론으로 자기 시대의 《소학》을 창조한) 박재형의 《해동속소학》도 주목할 만하다.
김윤식의 《운양집》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의 전환기에 발생한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19세기 말 모든 나라와 정치가들이 부국강병을 주장할 때 김윤식은 “조선의 시무時務는 청렴한 관리를 높이고 탐학한 관리를 내치는 것, 백성의 구휼에 노력하는 것, 조약을 신중히 지켜 우방에게 틈을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민유방본民惟邦本의 뿌리에 주목했다. 2년 후 동학농민운동이 왜 일어났는지 생각한다면 섬뜩한 느낌과 더불어 그것이 글자 그대로 ‘시무時務’였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유인석의 《의암집》에서는 흥미로운 ‘지나간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유인석은 1905년 원세개의 중국군과 한국군이 연합하여 일본을 몰아낼 것을 희망했다. 이는 결국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훗날 안중근과 윤봉길의 의거가 일어나면서 한중 연대 의식이 싹텄고 공동 투쟁이 일어났다. 20세기 벽두 한국 근대사의 키워드는 꿈이었다. 많은 몽유록과 몽견록이 나왔으며 이것은 신학뿐만 아니라 유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암울한 시대라고만 보았던 이 시대에 꿈이 키워드였다는 것은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 김광수의 《만하몽유록晩》을 통해 새롭게 고민해볼 수 있다.
20세기의 고전 황병중의 《양명집초》는 그동안 존재해왔던 양명학에 대한 환상을 부순다. 조선시대에 책상 위에 양명학 책만 있어도 잡혀가서 처벌됐고 양명학자는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겉으로 주자학자 행세를 했다는 전설이 있다. 한편으로는 조선시대에 주자학을 하지 말고 양명학을 했더라면 일본처럼 일찌감치 근대화에 성공했을 것이라는 복음의 전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은 수입된 문제의식에서 나온 전설일 뿐이며 조선 후기에 이미 왕양명의 학술과 문장을 비평했던 오랜 전통이 있었다. 이관구의 《신대학》은 1945년 이후에도 시대와 씨름하는 유학이 가능했다는 것, 진정한 유학은 어쩌면 과거를 다루는 고전 인문학의 모습보다 현재를 다루는 사회과학의 모습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고전은 웅변하고 통곡하고 환호한다!
전통과 근대의 이분법적 대립을 강요하는 낡은 사유를 극복하고 창조적인 학문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던 저자였지만, 조선 말 한문 문집의 세계와 근대 초기 신문, 잡지의 세계는 너무나 달랐다. 그러나 전통과 근대의 끊어진 다리를 이으려는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속에서 웅변하고 통곡하고 환호하는 뜨거운 한문을 배울 수 있었다. 우리 옛글에는 인간과 역사의 아우성이 가득했고, 사서삼경이나 당송팔가의 한문으로 환원될 수는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온갖 희로애락이 담겨 있었다. 이 책에 수록된 50가지 글들이 그런 글로서, 여기에는 모두 시대의 기쁨과 시대의 슬픔이 담겨 있다. 옛사람의 글에서 펄럭이는 역사를 가뿐하게 읽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분명 이 책에서 새로운 고전 읽기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