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0년 만에 산문을 열고 돌아온 덕조 스님과
나날의 여행을 다시 떠난다
법정 스님의 맏상좌 덕조 스님의 두 번째 포토에세이다. 2014년 5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아침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한 편의 짧은 잠언을 전하며 사람들의 아침을 열어왔다. 그 글귀 가운데 가려 뽑은 330여 편의 마음 맑히는 아포리즘과 눈 밝히는 40여 장의 컬러 사진을 함께 묶었다.
덕조 스님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큰 뜰로 우리를 초대한다. 그 뜰에서 행복과 시간 관리, 나를 다스림과 소통, 수행과 기도, 쉼과 침묵이라는 8가지 작은 일상의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어느 때 책의 어느 페이지를 열어도, 내일을 위한 희망과 다독임, 여백과 휴식을 느끼게 한다.
목차
추천의 글 - 004
책 머리에 - 008
● 강둑 따라 매화향 가득하고
1. 당신, 그대로가 꽃입니다
행복의 샘 | 행복은 지금 여기에 | 내 인생에 초대하고 싶은 것들 | 기적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 고난과 근심 | 가불하지 말아요 | 세상을 가슴으로 안으면 | 나로 살아가는 용기 | 마음먹기에 따라 | 지금 행복하여라 | 행복의 분량 | 다 쓰고 죽어라 | 헐렁한 행복 | 이 또한 지나가리라
2. 시간의 산책자
멈추면 세상이 보인다 | 인생 여행법 | 재방송이 없는 인생 | 여행의 때 |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으로 | 시간의 걸음걸이 | 깨어 있는 마음으로 나를 만들라 | 지금 이 순간 | 습관이 나를 만든다 | 하루를 선물처럼 | 삶의 향기 | 시간 사용법 | 언제나 진행형 | 걸림돌 디딤돌 | 옷걸이 인생 | ‘지금까지’가 아니라 ‘지금부터’이다 | 빈손 연습 | 내일에 속지 말라
●● 푸르른 차밭 사잇길 걸으며
3. 오롯이 나로 산다는 것
마음의 자[尺]를 버리면 | 비워야 새것이 들어가고 메아리가 울린다 | 화합의 길 | 나를 내려놓는 일 | 두 손에 물건을 쥐고도 | 거리두기 | 단순하게 살기 | 완벽주의로부터의 자유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 휘어질수록 멀리 날아가는 화살처럼 | 문단속 | 스스로 새장을 찾는 사람들 | 버려야 할 것들 | 틀린 것과 다른 것 | 얻으려 하지 않으면 | 크게 버리면 크게 얻는다 | 무소유
4. 통하는 기쁨
인연법 | 용서는 과거에 묶여 있는 것 | 몇 번이나 용서해야 하는가 | 열어야 통한다 | 풀어주어야 자유로워진다 | 사람을 만난다는 것 | 영원한 관계는 없다 | 공존의 의미 | 베풂 | 홀로 또 더불어 | 아름다운 인연 | 사랑의 길
●●● 하늘 높은 바람, 구름을 따르고
5. 주인공, 다만 깨어 있어라
마음 밖에서 나를 바라보라 | 마음 챙기기 | 풍경 소리 | 깨어 있는 삶 | 누가 주인공인가 | 시간을 버리면 | 숲속 명상 | 열린 눈, 깨어 있는 마음으로 | 가장 소중한 만남 | 큰 틀에서 바라보기
6. 충만한 비움
날마다 죽고 날마다 태어나는 사람 |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 비우는 기도, 고요로 충만해지는 기도 | 간절히 기도하라 | 해바라기 기도 | 아침 기도문 | 마음이 가난한 자의 기도
●●●● 후박나무 가지에 그리움 쌓이네
7. 사랑은 쉼표에서
청산은 흰 구름을 보고 | 사랑의 크기만큼 | 마음의 장난으로부터의 자유 |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당신 | 묻고 또 물으면 | 가슴으로 사는 사람 | 생각의 요리사가 되라 | 나만의 길을 가라 | 차별하지 않는 거울처럼 | 생각 줄이기 | 운명을 여는 열쇠
8. 말과 침묵
살리는 말, 죽이는 말 | 말과 침묵 | 침묵의 소통 | 경청의 지혜 | 궁극의 기도 | 침묵의 설법
저자
덕조
출판사리뷰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하며 전해온
위안과 희망의 아포리즘 330여 편과 40여 개의 사진
법정 스님의 맏상좌(첫 번째 제자)인 덕조 스님이 10년 만에 다시 산문 밖으로 나왔다. 불안과 두려움, 번민과 좌절을 되풀이하는 이들을 위해 따뜻한 위로와 휴식, 삶의 통찰이 담긴 메시지를 건넨다. 한 장 넘길 때마다 도닥도닥 어깨를 두드리며 움츠러든 가슴을 펴게 해주는 글과 사진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2014년 5월부터 지금까지 〈BBS 불교방송 문자서비스 ‘아침을 여는 덕조 스님의 향기 소리’〉에 8년 이상 하루도 빠짐없이 써온 글 가운데 330여 편을 가려 뽑았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크게 4개 부로 나누어 자연의 변화와 마음의 성찰을 전한다. 계절마다 둘씩 모두 8개의 주제로 나누어 글을 묶었다.
덕조 스님은 30년 전 법정 스님께 카메라를 선물 받은 뒤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스님이 직접 찍은 자연과 사람, 세상의 변화를 사진과 함께 담았다. 법정 스님의 자취가 짙게 남아 있는 불일암 주변은 물론, 티베트 등 해외에서 마주친 다채로운 풍광이 40여 편의 컬러 사진과 함께 여운을 남긴다.
스님은 2005년 ‘템플스테이 사진전’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2007년 ‘티베트 사진전’을 열었으며, 2016년에는 인도의 수행 공동체 오로빌의 초청으로 ‘송광사의 사계’ 한국 사진전을 열기도 한 사진가이기도 하다.
● 봄 - 강둑 따라 매화향 가득하고
새싹이 움을 틔우고 맺힌 꽃망울들이 미소를 터트리는 봄. ‘행복’과 ‘시간’에 대한 성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존재 “그대로가 꽃”이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지금 있는 이 자리이 순간의 충실함에 있다. 더하여,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면 일상이 새로워지고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틀에서 벗어나는 것, 생각의 방향, 바라보는 시각의 방향을 바꾸는 것으로도 일상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시냇물에서 돌을 치워버리면 냇물은 노래를 잃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습니다.
조용하던 우리의 삶에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이 찾아올 때가 더러 있습니다.
음악에 박자와 멜로디가 있는 것처럼
우리의 생활에도 리듬이 있고 멜로디가 있게 마련입니다.
고독과 고통과 번민 중에도 희망은 있고
시냇물에는 돌이 있기에 노래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_64쪽, 〈이 또한 지나가리라〉 중에서
● 여름 - 푸르른 차밭 사잇길 걸으며
녹음이 피어나고 비와 바람으로 더 굳세어지는 여름.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으며, 칭찬에도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고요히 “나를 다스리는 즐거움”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 “관계 속에서 단련되고 위로받는 존재”임을, 더불어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또 하나의 미지의 세계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또 다른 세상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십시오.
내 세계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왜? 하고 생각하기보다
다른 세계가 있구나, 하고 느끼십시오.
…
사람을 안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니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_184쪽, ?사람을 만난다는 것? 중에서
● 가을 - 하늘 높은 바람, 구름을 따르고
뜨거운 태양과 천둥 번개 치는 폭풍도 견뎌내고 맞이한 “가을은 자신을 돌아보는 계절”이다. “한 그루 나무는 한 사람과 같아서” 그 크기에 따라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고, 단풍 든 잎새로 빛깔을 드러낸다. “나무는 서로 어울려 숲이 되고 자연이” 된다. 사람도 그렇게 저마다의 모양과 빛깔로 어울려 살아간다. 그 모양과 빛깔 그대로 오롯이 본래 자리를 찾기 위해, 다만 깨어 마음을 바라본다. 간절함과 정성이 깃든 “기도”가 삶에 향기를 더한다.
오롯이 간절함으로 기도를 해 보셨나요?
삶은 그냥 살아질 수도 있지만
간절함과 정성이 없으면 향기가 없습니다.
무슨 일을 하려면 절실함이 가득해야 이룰 수 있습니다.
간절함은 나에게 주어진 장벽을 극복하게 합니다.
그 벽을 넘어서지 않으면 한 걸음 더 나갈 수 없습니다.
그 벽은 자신이 만들었기 때문에 그 벽을 깨는 무기는 간절함입니다.
_255~256쪽, ?간절히 기도하라? 중에서
● 겨울 - 후박나무 가지에 그리움 쌓이네
“벌거벗은 자연처럼 우리도 청빈한 모습으로 돌아가는 계절” 겨울. 새로운 시작을 위한 쉼의 시간이며 침묵을 음미하기 좋은 때이다. “쉼이란 놓음”이다. 놓음은 “마음으로 짓고 마음으로 되받는 관념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쉼이란 충전”이기도 하다. 쳇바퀴 구르듯 구르는 삶 속에서 쉼을 통한 충전이 있어야 여유가 생긴다. 여유로워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 잘 산다는 것은 여유가 있는 삶이다. 뚝 떨어진 기온으로 몸은 추위에 떨더라도 마음이 따스하고 여유로우면 영하의 기온도 비껴간다.
누구나 마음속에 방이 있습니다.
찬 바람이 불 때면 따스하게 데워야 합니다.
욕심이 가득할 때면 살며시 비워 진심으로 채워야 합니다.
채우고 비우는 일은 내가 날마다 해야 할 일
비우면 충만한 마음이 되어 행복해집니다.
_268쪽에서
덕조 스님께 보내는 편지
불일암의 숲과 바람이 빚어낸 시와 같은 단상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이 작은 수녀의 건강을 기원하는 예쁜 연등을 달아주시는 스님, 그동안도 청안하시온지요? 스님의 은사이신 법정 스님께서 우리 수녀원 방명록에 44년 전에 쓰신 글귀를 최근에 발견해 스님께 알려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청정한 자매들과 낮기도를 갖게 된 시절 인연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수평선에 눈을 씻고 산으로 돌아갑니다” 1978. 10. 30 법정 합장’이라고 쓰셨네요. 스님의 친필들을 여기저기 다 나누어주고 ‘“날마다 새롭게” 수류산방에서 구름수녀님에게’라고 써주신 글귀 하나만 남아 있는데 이것도 원하시면 보내드릴게요. 수시로 제 글방을 방문하는 불자들에게 주기 위한 법구경 책갈피들도 있고, 월간 〈불교문화〉 〈맑고 향기롭게〉의 소식지도 제 글방 안에 두었습니다. 1980년대 제가 갑자기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면서 세간의 구설수에 오르고 힘든 일이 많아 친구 수녀 두 명과 불일암에 가서 법정 스님을 뵙고 하루 쉬고 온 일은 늘 고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거기서 듣던 새소리, 바람 소리, 꽃과 나무들의 향기를 정겹게 기억하곤 합니다. 밭에서 케일을 뜯어 즙도 만들어주셨는데 맛이 써서 얼굴을 찡그렸다가 스님께 혼나기도 했지요.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 큰스님은 가시고 그분의 제자이신 덕조 스님이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시니 참 좋습니다.
‘길 위에서 읽는 마음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다시 여행을 시작하는 그대에게〉는 스님이 사시는 산사의 사계절이 그대로 담겨 있군요. 언제 어디서나 우리는 모두 끊임없이 깨어 사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일상의 구도자이며 순례객임을 거듭 일러주시는 스님의 글에는 불일암의 오솔길을 닮은 소박한 따스함이 있습니다.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도 들리고 저녁에 가만히 문을 여는 달맞이꽃의 미소도 스며 있네요. 눈을 감고 귀를 열고 마음을 모으라는 스님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문단속만 잘 하지 말고 마음 단속도 잘 해야 한다고, 고칠 수 있는 마음은 고쳐 쓰면 된다고, 칭찬에도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는 초연함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시네요.
우리는 날마다 ‘삶과 죽음의 그네를 타고 살아간다’는 말씀, 우리가 불행한 것은 가진 것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랑과 용서를 잃어가기 때문이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좋다고 좋아하지 말고 싫다고 하여 증오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결국 참된 행복은 순간순간에 충실한 것,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 끊임없는 기도의 정진에 있음을 다시 알아듣게 됩니다. 고요한 마음에서 건져 올린 지혜가 충만하다면 우리의 삶은 언제나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고 넓은 바다처럼 내 마음의 폭도 세상을 향한 폭도 그만큼 넓어질 것이겠지요? 그래서 스님이 초대하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뜰에서는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서도 행복한 경험을 하는 일상의 여행자, 기도의 순례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필요 이상으로 바쁘게 살며 명상보다는 망상을 더 많이 하는 저 자신을 깊이 성찰하는 마음으로 찬찬히 읽어 본 스님의 새 책이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길 기원합니다.
저처럼 100명도 넘는 큰 공동체에서 빠듯한 날질서를 따라가다 보면 암자에 홀로 사는 스님이 문득 부러울 때도 있지만 끊임없이 인내하며 자기를 극복해야 할 과제는 어디에 있든 같은 것이겠지요? 노년의 나이 탓을 하고 환자라는 핑계로 자꾸만 게으름의 늪으로 빠져드는 저를 이 책을 통해 돌아보게 해주시어 감사합니다. 스님이 찍으신 불일암의 사계절을 사진으로나마 기쁘게 감상하며 언제 한번 실제로 향기로운 녹차 한잔 스님과 마주 앉아 마실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 오길 소망해봅니다. 그때는 제가 법정 스님과는 반대로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요? “산에서 눈과 마음을 씻고 바다로 돌아갑니다”라고요!
2022년 늦은 봄
부산 광안리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이해인 수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