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변할 것인가, 지킬 것인가”
일본 근대화의 상징, 메이지 천황과 일본 궁정의 지극히 사소한 하루
미시사의 관점에서 들여다본 일본 메이지 황궁의 총천연색 하루. 메이지유신을 통해 일본의 근대화를 성공시킨 메이지 천황의 기상부터 취침까지 하루 일상을 세세하고 유머러스하게 소개한 책. 하루 종일 인사를 하는 시종들을 피해 다녔던 천황, 전통 화장법을 버리고 서양식 화장법을 도입한 황후, 병약하고 마음도 여렸던 황태자, 나이 어린 시종들을 무시한 천황의 애완견 등 베일에 가려졌던 일본 황궁 사람들의 사생활을 속속들이 읽다 보면 어느 새 메이지 황궁 사람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희로애락을 엿볼 수 있다.
막부의 시대가 끝나고 천황의 절대적 권력이 공고해지며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일본의 천황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 황궁의 시스템은 어떻게 되어 있고, 그 시스템 속에서 황궁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였고, 서양 문물의 유입으로 혼란스러운 일본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었을까.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가장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메이지 황궁을 바라보며 황궁의 작은 일상 속에서 답을 얻는다.
국내에 소개된 천황 관련 책들은 역사 인식의 바탕 위에서 냉철한 시각으로 천황과 근대를 분석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천황의 하루》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전횡을 일삼던 왕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천황을 중심으로 황후, 황태자, 여관, 시종직 출사, 대신, 장군, 천황의 애완견 등을 모두 주인공으로 하여, 오전 8시부터 시작한 천황의 아침 기상부터 새벽 1시 황궁 여관들의 불침번까지 황궁의 하루 일상을 위트 있게 그리고 있다. 엄격한 신분질서와 틀에 짜인 전통 시스템 속에서 숨죽이며 살았던 황궁 사람들의 고달픈 삶 이면에 있는 그들만의 특별한 세계를 친근하게 소개한다.
목차
1. 나이기의 긴 아침
황실의 하루는 ‘오히루’부터|업무여관과 후궁여관|나이기 안의 소년들|복장도 이름도 신분대로|모든 것은 출신계급에 따라|일찍 일어나도 늦잠을 자도 안 돼|황후의 아침은 화장부터|조식은 혼자서|5분도 가만히 있지 않는 천황|황후는 대단한 애연가|출어는 오전 10시 30분
2. 학문소의 우아한 오전
학문소는 나라의 중추|까다로운 알현 규칙|천황을 무서워한 황태자|시종의 우아한 일상|한가할 땐 승마 연습|측근의 조건|전통을 이어야 하는 천황의 고뇌
3. 나이기의 기나긴 점심 시간
두 사람이 있어도 테이블은 제각각|‘청정’을 추구하다|눈동냥으로 배운 서양 식사법|예정에 없던 피크닉|정규 업무는 목요일에만|전통에 얽매인 통과 규칙|체력 다지기에 힘쓴 여관들|수예로 시간 보내기|너무도 당당한 천황의 애완견
4. 학문소의 나른한 오후
나른한 오후에는 와카 삼매경|물건 귀한 줄 모르는 사람들|이런저런 시간 보내기|잠과 싸우는 소년들|청소도 전례에 따라서|계승되는 궁중 문화|졸음 퇴치를 위한 조사 활동|게임을 즐기는 시종들|입어는 오후 5시 30분
5. 나이기의 떠들썩한 저녁 시간
느긋하게 즐기는 목욕은 꿈 중의 꿈|천황의 몸을 닦는 세 명의 여관|화장실 안에서도 사생활 보호는 없어|스무 가지 음식이 차려지는 식탁|여관들의 식사 사정|벌로 내리는 게임도 전통 행사|식후에도 놀이는 이어져
6. 취침에 드는 궁전
천황은 하룻밤에도 두 번 잔다|생각날 때마다 하는 질문들|나이기에 공사 구별은 없다|안마사와 침술사의 잦은 등장|숙면을 방해하는 긴급한 진언|취침 중에도 따라야 하는 규칙들|천황의 밤|귀신이 지배하는 시간
7. 변모하는 황실
다이쇼 시대에 시작된 일부일처제|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은 다이쇼 천황 부처|쇼와 시대의 개혁|천황 부처의 가정집이 된 나이기|사라져가는 궁중 전통
저자
요네쿠보 아케미
출판사리뷰
여관들이 낭랑한 목소리로 ‘천황의 기상’을 전하는 궁정의 아침에서
귀신에 대한 소문과 괴담이 끊임없이 떠돌던 황거의 깊은 밤까지.
가장 우호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본 황궁 사람들의 만화경 속 세상!
일본 천황은 어떤 인물들인가?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인간선언’을 통해 스스로 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국정에 대한 대부분의 권한을 잃기 전까지, 천황은 일본의 최고 권력자 겸 신적인 존재로 받들어졌고, 이들의 삶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이러한 천황이지만, 한반도 침략 및 강제 합병 등 부정적인 근현대 역사와 얽혀 우리는 제대로 알고자 하지도 않았고, 알 수도 없었다. 전후 70년이 다 되도록 진심으로 사죄하지 않는 천황을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배경이기에 더더욱 우리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메이지 천황의 하루 일상은 의미를 갖는다.
막부의 시대가 끝나고 천황의 절대적 권력이 공고해지며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 일본의 천황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 황궁의 시스템은 어떻게 되어 있고, 그 시스템 속에서 황궁 사람들은 어떻게 움직였고, 서양 문물의 유입으로 혼란스러운 일본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었을까.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가장 따뜻하고 인간적인 시선으로 메이지 황궁을 바라보며 황궁의 아주 소소한 일상 속에서 답을 얻는다.
국내에 소개된 천황 관련 책들은 역사 인식의 바탕 위에서 냉철한 시각으로 천황과 근대를 분석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천황의 하루》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전횡을 일삼던 왕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천황을 중심으로 황후, 황태자, 여관, 시종직 출사, 대신, 장군, 천황의 애완견 등을 모두 주인공으로 하여, 오전 8시부터 시작한 천황의 아침 기상부터 새벽 1시 황궁 여관들의 불침번까지 황궁의 하루 일상을 위트 있게 그리고 있다. 엄격한 신분질서와 틀에 짜인 전통 시스템 속에서 숨죽이며 살았던 황궁 사람들의 고달픈 삶 이면에 있는 그들만의 재미있고 특별한 세계를 친근하게 소개한다.
5분도 가만히 있지 않고 시종들에게 일을 시키고, 깊은 밤에도 즉흥적인 명령과 질문을 하여 신하들을 초긴장 시키던 메이지 천황. 하지만 그는 신하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기 위해 몸을 숨기고 피해 다니기도 하고, 신하들에게 승마를 시킬 때는 말의 특성과 신하들의 운동능력까지 파악하고 친절하게 코치하는 등 따뜻하고 세심한 모습도 보인다.
메이지 천황이 단 5분도 가만히 있지 않았던 것은 비단 성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거기에는 나이기만의 ‘통과 규칙’이라는 것도 관련이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통과 규칙이라는 것은 신하가 천황 앞을 지나갈 때 지켜야 하는 안에서의 특별한 약속이다. 나이기에서는 신하가 천황 앞을 지나갈 때 반드시 한 번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서 가야 한다. (…) 천황은 여관들이 자기 앞을 통과할 때마다 무거운 물건을 놓았다가 다시 들어야 하니, 바쁜 시간에 본인이 그들을 방해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옛날부터 해온 전통을 바꿀 수는 없었다. (…) 그래서 천황은 상대방이 앉지 않아도 되게끔 스스로 자리를 비켜주었던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나이기에서 천황이 방을 왔다갔다하면서 ‘단 5분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119~122쪽
방도 따로 쓰고, 식사도 다른 상에서 따로 하였지만 천황과 황후는 마치 오누이처럼 다정하게 지냈다. 우리와 달리 일본 황가에서는 황궁의 일을 맡아보던 여관들도 귀족 가문의 딸들 가운데 뽑았기에 궁녀들과 황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래서 황후를 특별히 두지 않는 천황도 있었다. 여관들에게 둘러싸인 천황과 달리 황후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황후는 황궁 안 무료한 시간들을 어떻게 보냈을까. 메이지 천황의 황후 하루코는 담배를 피우거나 화장을 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랬다.
항상 몸을 움직이는 천황과 대조적으로 황후 하루코는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 수라실 한쪽에 두 겹으로 친 병풍이 있었는데 그 앞의 방석 위가 황후의 정위치였다. 황후는 그곳에 앉아 온종일 꼼짝하지 않았다. 아침부터 각종 업무를 지시하는 천황과 달리 황후는 여관이 가져온 담배 상자에서 은으로 된 담뱃대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55쪽
천황의 잠자리부터 식사, 목욕, 업무 등 천황의 모든 일을 챙기며 실질적으로 황궁의 안살림을 도맡아했던 여관들은 엄격한 신분 체계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여관으로 선발된 이후에도 출신 가문에 따라서 하는 일이 구분되었고, 하인이나 식사, 옷 등에 들어가는 돈을 출신 가문에서 계속 지원을 받았다. 이런 가문에 따른 차별을 이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전혀 불만이 없었다.
여관이 식사 때의 규칙에 따라 천황 부처가 먹을 양을 덜어서 작은 접시에 담으면 천황은 곧바로 신하들에게 ‘하사할 음식’을 지정했다. 술이 들어가자 천황의 기분도 점점 좋아져서 저녁 식사 자리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 여관들에게 있어서 천황으로부터 하사받는 음식은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매우 절실한 것이었다. (…) 여관이란 직분은 돈이 많이 드는 자리였다. 예를 들어 양장을 하기 위한 드레스나 핸드백, 구두 등은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엄청나게 고가였는데 그 의상을 여관들은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또한 명절 때가 되면 나이기 사람들에게 선물도 돌려야 했고 교제비 또한 필요했다. 관리자로서 이 모든 경비를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았으므로 아무래도 식사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187~189쪽
갑갑한 전통과 아리송한 혁신이 뒤섞인 메이지 궁정 사람들의 길고 긴 하루
새로운 서양 문물이 밀려들던 19세기 중엽, 일본은 소란스런 혼란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신식 문물을 빠르게 도입한 일본은 대륙으로 진출을 모색하며 주변국들과 분쟁을 일으켰고, 혼돈의 와중에서 천황을 중심으로 결집한 일본 사회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전통을 고수하던 황궁이 어떻게 새로운 문물과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적절하게 조화를 시켰나이다.
그 어디보다 전통적인 시스템에 엄격했지만, 일본 황궁은 신식 문명의 이점은 빠르게 받아들이고자 노력했다. 일부일처제를 정립한 다이쇼 천황, 여관 제도를 개혁하고 황궁을 가정집으로 바꾼 쇼와 천황의 모습에서는 그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천황의 하루》는 역사의 격변기에 중심을 제대로 잡고자 했던 천황의 애처로운 초상을 통해 혼란스럽던 당시의 시대 정서를 관통하고 있다.
다이쇼 궁정에서는 항상 천황의 옆에서 보좌하던 시종직 출사가 사라졌다. 실질적인 일부일처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다이쇼 시대의 나이기는 천황 부처의 가정집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이기가 천황의 비가 사는 후궁이기 때문에 필요했던 연락책 업무는 시종이나 내사인으로 바뀌어 담당하게 되었다. 소년들을 제외하고 남성 금지로 일관하던 안에 시종이나 성인 남자가 출입하게 된 것은 크나큰 변화였다. 구식의 여관들이 어떻게 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시종은 남성이기는 했지만 대부분 시종직 출사였거나 소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었다.
-2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