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명품 한시 쉽게 읽기, 옛 시인의 마음 읽기
날카로운 감식안의 고전학자 김종서가 시와 노래, 문학과 미술, 과거와 미래를 가로지르며 사문화된 우리 한시에 더운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은 역작. 이백과 두보 등 중국 시, 우리 가곡, 가요, 동요, 옛 그림들까지 우리 한시의 감성과 정서를 보여주는 다양한 오브제들이 펼쳐지는 박물관 같은 이 책은, 고전과 현대를 종횡으로 넘나든 예술적 탐사 작업의 결과물이며 우리 정서의 원형과 한문학적 유산을 젊은이들에게 전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이다.
대중 독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변화에 따른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계절의 서정을 노래한 시만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한시 대가들의 시만을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백광훈이나 이덕무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의 주옥같은 시들을 지금의 정서와 연결시키며 감성을 자극한다. 많은 우리 한시들 중에서도 이른바 ‘명품’만을 골라 빛을 내어 보여주는 것이다.
책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한시와 다른 작품들간의 형식적인 결합이 아니다. 저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옛 시인의 마음을 지금 여기의 언어로 옮겨놓는 것이다. 우리 한시에서는 그냥 작은 대상을 등장시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형상화했을 뿐인데 시어들은 오히려 신기해져 진실한 경지를 이르게 된다. 저자는 직접 작자가 되어 시를 짓을 당시의 감정을 보여주는 화법을 취하며, 독자는 그 시인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목차
서문_ 다시 부르는 노래
제1부 봄
눈길마다 붉은 꽃들 발걸음을 붙드는데
이 비 그치면
꽃, 술, 벗
왜 사냐건 웃지요
향기로 꽃을 보네
꽃 진다고 바람을 탓하랴
봄날은 간다
송화 가루는 날리고
제2부 여름
님이 오시나보다 밤비 내리는 소리
여름밤에는
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
연잎에 듯는 빗소리
유월의 꿈이 빛나는
먼 산에 소낙비 간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여름 꼬리 가을 머리
제3부 가을
맑은 햇살 청자빛 하늘 아래서
오동잎 위로 먼저 온 가을
목숨 다해 노래 부르리
말과 소의 눈엔 붉은 빛이
내 몸이 그림 속에
집게발 들고 술잔 들며
술잔에 국화잎을 띄우고
잎 진 뒤에 피어난 맑은 향내
제4부 겨울
어린 시절의 그 눈 밟으며 간다
새벽길 홀로 걸어가며
빈산에 저녁 해는 지고
연기 이는 마을을 찾아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먼 데 여인이 옷 벗는 소리
더 높고, 더 검고, 더 파란 날에
세밑에는 누군가 그리워
부록_ 인명해설
찾아보기_ 작품 및 책
찾아보기_ 인물 및 용어
저자
김종서
출판사리뷰
날카로운 감식안의 고전학자 김종서가 시와 노래, 문학과 미술, 과거와 미래를 가로지르며 사문화된 우리 한시에 더운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은 역작. 이백과 두보 등 중국 시, 우리 가곡, 가요, 동요, 옛 그림들까지 우리 한시의 감성과 정서를 보여주는 다양한 오브제들이 펼쳐지는 박물관 같은 이 책은, 고전과 현대를 종횡으로 넘나든 예술적 탐사 작업의 결과물이며 우리 정서의 원형과 한문학적 유산을 젊은이들에게 전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이다. 옛 시인들이 지금 나의 슬픔과 아픔을 보듬어주는 따스한 위로와 공감, 지금 것보다 옛것이 더 새로울 수 있다는 도저한 각성과 함께, 녹슬어 있던 금속성의 활자들이 세월의 강을 도도히 건너와 예리한 비수로 심장을 찌른다.
명품 한시 쉽게 읽기, 옛 시인의 마음 읽기
이 책은 대중 독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변화에 따른 구성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계절의 서정을 노래한 시만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한시 대가들의 시만을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백광훈이나 이덕무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의 주옥같은 시들을 지금의 정서와 연결시키며 감성을 자극한다. 많은 우리 한시들 중에서도 이른바 ‘명품’만을 골라 빛을 내어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는 시와 노래, 문학과 미술, 과거와 미래를 가로지르며 중국 시, 우리 가곡, 가요, 동요, 옛 그림들까지 우리 한시의 감성과 정서를 보여주는 다양한 오브제들을 펼쳐놓는다.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의 정서와 한문학적 유산을 쉽게 설명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이다. 정몽주의 [봄]으로 포문을 여는 서두에서는 황색 소울의 귀재 박인수의 [봄비]가 등장한다. 박지원의 [요동 벌판에서 새벽길을 가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가 마지막을 장식하며, 겨울날의 풍경을 묘사한 ‘더 높고, 더 검고, 더 파란 날에’ 편에서는 심사정의 [파교심매도?橋尋梅圖]가 겹쳐진다.
그러나 이 책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한시와 다른 작품들간의 형식적인 결합이 아니다. 저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옛 시인의 마음을 지금 여기의 언어로 옮겨놓는 것이다. 우리 한시에서는 그냥 작은 대상을 등장시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형상화했을 뿐인데 시어들은 오히려 신기해져 진실한 경지를 이르게 된다. 저자는 직접 작자가 되어 시를 짓을 당시의 감정을 보여주는 화법을 취하며, 독자는 그 시인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노래로, 그림으로 시인의 절절한 마음속으로 들어가다
이 책에서 “평생 몇 번이나 눈물짓게 할 건가요?”라고 울부짖는 이행의 [세밑에 중열이 그리워]에 대한 해설은 단연 독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백미이다.
이 시는 이행이 섣달 그믐날에 먼저 세상을 떠난 박은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 그저 허탈한 웃음으로밖에는 도저히 이 슬픔을 감당하기 어렵다. 봄바람 속 홀로 서서 아득한 곳 그대 영혼이 있는 하늘에게 그냥 물어보리라. “백년 인생 다시 몇 번이나 눈물로 수건을 적시게 할 것인가?”라고.
한밤중에 깨어나 본 매화에 대한 감회를 읊은 이광려의 [매화를 읊다]에 대한 해설 역시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한밤중 하얀 창호지를 화선지 삼아 매화 가지와 대나무 가지를 교차시킨 수묵화. 저걸 누가 그렸을까? 솜씨를 부린 화가는 하늘에 떠 있는 환한 달이다. 일어나 창을 열고 활짝 피어 있는 매화 가지에 코를 가까이 가져다 대고 맡아보지만 도무지 맡을 수가 없다. 아, 바로 내가 매화가 된 것이 아닌가? 시인의 고결한 정신과 맑은 인격이 여운으로 남는다.
원래 우리 옛 그림에는 시의 구절이 적혀 있어서 시와 노래가 본래 한 몸이었다. ‘집게발 들고 술잔 들며’ 편에 등장하는 단원의 [해탐노화蟹貪蘆花]에는 “바다 용왕 앞에서도 옆으로 걷네”라는 글귀가 적혀 있어서 기개 있는 선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더 높고, 더 검고, 더 파란 날에’ 편에 나오는 유득공의 [섣달 스무엿새 날 동교에 나가서]의 내용은 심사정의 명작 [파교심매도]와 그대로 들어맞는다. 이 그림은 당나라 시인 맹호연이 눈 내리는 날 매화를 찾아서 장안 동쪽에 있는 파교를 건너 산에 들어갔다는 고사를 소재로 하였는데, 시를 읊노라 어깨 구부정한 시인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청록파와 김광석이 다시 부르는 노래, 우리 한시
한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이었던 세종의 한글 창제 당시 최만리가 한글을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백성이 문맹文盲이 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여기서 ‘문맹’이란 한자를 읽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그의 우려대로 오늘날의 우리 세대는 거의 ‘문맹’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한자를 외계어 보듯 낯설어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어떻게 우리 한시를 알게 할 것인가? 이것이 유려한 미문과 모던한 감성의 한문학자 김종서가 청록파와 ?호승, 김광석과 신중현의 노래까지 동원하면서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저자가 이처럼 다채로운 장치들을 통해 말해고자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우리 한시는 사라진 노래가 아니며 잊힐 노래도 아니다. 옛 시인들은 울고 웃고 소리치고 어깨를 들썩이고 발을 구르며 신명과 한을 맺고 풀었던 무한한 서정의 보배를 한시라는 곡보 위에 남겨놓았다. 지금 우리는 그 정서의 광맥을 한글이라는 우리 언어로 캐내어 다시 노래 불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