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간화선 수행의 전성기를 연 『무문관』
정통 선학자 혜원 스님의 역해로 만나다
선문禪門의 3대 공안집 중 하나이며, ‘선서禪書의 백미白眉’로 꼽히는 『무문관』은 중국 남송南宋대의 선승 무문 혜개가 편찬한 공안집이다. 『무문관』은, 조주의 ‘무無’ 자 화두를 첫 번째 관문으로 하여, ‘무’ 한 자가 48칙의 공안을 모두 관통하며 ‘절대 무’를 탐구한다. 48개의 본칙에 무문의 간결하고 명료한 평과 송만 더하여, 공안의 기능에 가장 충실한 진솔한 공안집이자 간화선 수행의 지침서로 평가 받고 있다. 또한, 대혜 종고에 의해 체계화된 간화선이 『무문관』이 출간된 뒤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한다. 반세기 넘도록 일념으로 선학 연구에 매진해온 정통 선학자 혜원 스님은 『한 권으로 읽는 종용록』과 『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에 이어 『한 권으로 읽는 무문관』을 펴내며, 선종 3대 공안집의 역해를 완성하였다. 깊고 오랜 연찬 속에서 완성된 『한 권으로 읽는 무문관』은 화두 참구의 길잡이가 되어 간화선 수행의 길을 친절히 안내한다.
목차
습암習庵의 머리말
표문表文
선종무문관禪宗無門關
제1칙 조주의 개 趙州狗子
제2칙 백장의 여우 百丈野狐
제3칙 구지의 손가락 俱?竪指
제4칙 혹암의 석가 胡子無鬚
제5칙 향엄, 나무에 오르다 香嚴上樹
제6칙 세존의 염화 世尊拈花
제7칙 조주, 발우를 씻다 趙州洗鉢
제8칙 월암의 수레 만들기 奚仲造車
제9칙 흥양의 대통지승불 大通智勝
제10칙 청세는 외롭고 가난하다 淸稅孤貧
제11칙 조주와 암주 州勘庵主
제12칙 서암의 주인공 巖喚主人
제13칙 덕산의 탁발 德山托鉢
제14칙 남전, 고양이를 베다 南泉斬猫
제15칙 동산, 삼 돈의 몽둥이 洞山三頓
제16칙 운문의 종소리 鐘聲七條
제17칙 충 국사와 시자 國師三喚
제18칙 동산의 세 근 洞山三斤
제19칙 남전의 평상심 平常是道
제20칙 송원의 대역량인 大力量人
제21칙 운문의 똥 막대기 雲門屎?
제22칙 가섭의 찰간 迦葉刹竿
제23칙 육조의 선악 不思善惡
제24칙 풍혈의 말 離却語言
제25칙 앙산과 미륵 三座說法
제26칙 법안의 발 二僧卷簾
제27칙 남전의 ‘불시심불’ 不是心佛
제28칙 덕산과 용담 久響龍潭
제29칙 육조의 바람과 깃발 非風非幡
제30칙 마조의 ‘즉심즉불’ 卽心卽佛
제31칙 조주의 감파 趙州勘婆
제32칙 세존과 외도 外道問佛
제33칙 마조의 ‘비심비불’ 非心非佛
제34칙 남전의 ‘지불시도’ 智不是道
제35칙 오조의 ‘청녀이혼’ ?女離魂
제36칙 오조의 달도인 路逢達道
제37칙 조주의 잣나무 庭前柏樹
제38칙 오조와 소 牛過窓?
제39칙 운문의 ‘잘못 말했네’ 雲門話墮
제40칙 위산의 정병 ?倒淨甁
제41칙 달마의 안심 達磨安心
제42칙 여자의 출정 女子出定
제43칙 수산의 죽비 首山竹?
제44칙 파초의 주장자 芭蕉?杖
제45칙 오조의 석가·미륵 他是阿誰
제46칙 석상의 백척간두 竿頭進步
제47칙 도솔의 삼관 兜率三關
제48칙 건봉의 한 길 乾峯一路
후서後序
선잠禪箴
황룡삼관黃龍三關
맹공 발孟珙跋
안만 발安晩跋
제49칙어第四十九則語
《무문관》 해제
역자 후기
부록1 불조법계도
부록2 《무문관》 등장 선사 행장
저자
무문 혜개 (지은이), 혜원 (옮긴이)
출판사리뷰
문 없는 관문無門關을 돌파하여
진리의 세계로 단도직입하는 큰길大道
“이것을 정병淨甁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라 하겠는가?”
위산은 바로 정병을 걷어차버리고 나갔다.
인간을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참된 자유인으로 돌아가도록 가르치신 부처님의 8만 4천 교설이 오히려 천근만근의 사변적 족쇄가 되어 수행의 진일보를 가로막을 때, 눈 밝은 선사들은 우렁찬 사자후로 온갖 아상과 법상의 사슬을 물어뜯으며 참된 자유의 길을 제시하였다. 논리적이고 사상적인 교설을 벗어 던지고, 생생한 깨달음의 현장을 담아놓은 선어록은 오랜 세월 동안 도를 구하는 참학도들에게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나침반이 되어 왔고, 그 중 무문 혜개 선사의 『무문관』은 『벽암록』 『종용록』과 더불어 선문禪門의 3대 공안집으로 사랑받아온 불후의 명저이다. 그러나 진리의 세계로 단도직입하는 큰길, 문 없는 관문을 돌파하는 무문 혜계 선사의 용맹스러운 행보는 좇아가기 그리 녹록하지 않아, 우리를 험준한 은산철벽 앞에서 두리번거리도록 만들곤 한다. 이에 『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과 『한 권으로 읽는 종용록』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혜원 스님이 다시 『한 권으로 읽는 무문관』을 통해 그 험난하고 미끄러운 고봉에 올라가는 길을 친절히 안내한다.
『무문관』, 어떤 책인가?
선문의 3대 공안집
『무문관』은 임제종 선사인 원오 극근의 『벽암록』, 조동종 선사인 만송 행수의 『종용록』과 함께 선문의 납자들에게 가장 사랑받아온 3대 공안집이다. 무문이 1228년 하안거 동안 동가東嘉 용상사에서 고금의 고승전이나 어록에 있는 고칙 공안을 강설한 내용을 48칙으로 묶어 『무문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무문은 『무문관』을 처음 간행한 이듬해 황제 이종理宗의 탄생일을 맞아 헌상하며, 이때 책 후미에 ‘선잠禪箴(참선자를 위한 경구)’을 붙였다. 1230년 3월, 명주(절강성) 서암사에 머물고 있었던 무량 종수無量宗壽가 무문을 서암사에 수좌로 초청하여 『무문관』을 강석하게 했는데, 이때 무량 종수는 감사의 뜻으로 ‘황룡삼관黃龍三關’이라는 문장을 지어 『무문관』 말미에 헌사하였다. 그 후 맹공孟珙 무암無庵 거사가 발문跋文을 써서 첨부하여 재간행했다(1245). 오늘날 유포되고 있는 『무문관』은 그 후에 3판으로 중찬된 것으로, 여기에는 안만安晩 거사가 항주의 별장에서 쓴 발문과 제49칙이 책 후미에 추가되어 있다. 『무문관』은 본격적인 간화선 수행 지침서이다. 간화선은 처음 당말·오대에 시작되어 남송 중기에 오조 법연의 문하에서 크게 번성하였다. 초기의 간화선은 깨달음에 이른 고인古人의 행위나 언구를 학인에게 보이고, 그 기연機緣의 내용을 깨우쳐 불조佛祖와 같은 심경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오조 법연 이후의 간화선은 고인의 화두의 힘을 빌어 일상의 모든 심의식정心意識情을 멸진시키는 것에 공안 참구의 목적을 두었다.
조주의 ‘무無’ 자 화두,
간화선의 핵심 공안이 되다
오조 법연의 제자인 대혜 종고는 조주의 ‘무無 자 공안’을 제시하며, “이 ‘무’ 한 자야말로 수많은 악지악각惡知惡覺을 부술 수 있는 무기이다”(『대혜서』)라고 하였다. 무문은 대혜의 간화선을 수용하여, 『무문관』 제1칙의 평에서, “참선은 모름지기 조사가 설치해 놓은 관문을 뚫어야 하고, 묘오妙悟는 마음의 길을 궁구하여 끊는 것에 있다. … 조주의 ‘무’ 한 자, 이것이 선종의 제일의 관문이다. … 이 ‘무’에 집중하여 전신전령으로 수행하면 종전의 악지악각惡知惡覺을 탕진하고, 오랫동안 순숙純熟하면 자연히 의식과 대상이 한 덩어리가 된다”라고 하며, 대혜 전통의 간화선 수행법을 피력하고 있다. 조주의 선은 관념적인 이해[知見]를 철저히 부수며 특유의 활수단活手段으로 납자들의 ‘깨침’으로 이끌어, 당시(송대)의 참학자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조주에 관련된 공안은 『무문관』 제1칙을 비롯하여 총 일곱 칙에나 등장하며 『무문관』 전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제1칙의 ‘무 자 공안’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무문 혜개의 간화선 수행법의 요체라 보아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북송 말, 남송 시대에 걸쳐 간화선이 정통 선으로 천하를 덮은 것은 임제종 양기파 선사들의 활약도 있었지만, 그 결실은 『무문관』이라는 공안집이 세상에 출간되면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공안집은 인간의 절대적 해탈을 목적으로 삼고, 이를 위해 ‘무’ 자 공안의 절대성과 유효성을 48칙의 공안을 들어 예시하고 있다. ‘절대 선’에 전 생애를 건 납자들에게는 『무문관』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교재가 되었다. 무문이 떠난 후 8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선을 닦는 납자들이 ‘무’ 자 화두로 ‘향상일로向上一路’하는 것을 보면, 무문의 ‘무’ 자 공안의 영향이 얼마나 지대하였는지 가히 살필 수 있다.
『무문관』의 특징
본격적인 간화선 수행 지침서
1. 무문 혜개의 단독 저술
무문 혜개의 독자적인 공안집이라는 점이 『무문관』의 특색이다. 『벽암록』은 원오 극근의 저술이라고는 하지만 그 골자는 설두 중현의 『설두송고』를 인용했고, 『종용록』은 굉지 정각의 『굉지송고』를 인용한, 일종의 공저인 데 비해, 『무문관』은 무문이 자신의 견식에 따라 공안을 선택하고 각각 자신의 평과 송을 붙였다.
2. 최신 공안 강평
『무문관』의 48칙 공안 중, 송원 숭악松源崇嶽(1132-1202)의 ‘송원삼전어’(제20칙), 월암 선과月庵善果(1079-1152)의 ‘해중조거’(제8칙), 혹암 사체或庵師體(1108-1179)의 ‘호자무수’(제3칙) 등, 무문과 동시대 선사들의 최신 공안까지 다루어, 당시 다른 공안집과는 달리 진취적이고 참신한 면모를 보인다.
3. 간화선 수행을 위한 전문 공안집
『무문관』은 『벽암록』이나 『종용록』처럼 문학적 작의作意가 강한 문학 작품의 성격을 배제하고, 오직 공안 참구 기능에 충실한 전문 공안집이다. 내용이 단순하면서 명쾌한 이 공안집은 수행자가 가슴에 품고 좌선에 힘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이끌어, 남송대 간화선이 크게 유행하게 된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4. 단일 주제인 ‘무無’ 자에 의한 전체 공안 해석
『무문관』의 가장 큰 특징은, ‘무’ 한 자가 48칙 모두를 꿰뚫는 모티브로 작동하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무문이 제1칙 조주구자趙州狗子의 평評에서 “이 ‘무’ 자가 종문宗門 제일의 관문이 되므로 ‘선종무문관’이라고 한다”라고 제창한 것처럼, 오조 법연五祖法演으로부터 이어지는 간화선법의 전통을 더욱 명료하게 했으며, ‘수많은 악지악각을 부수고 꺾는 무기’로서 선 수행자들에게 ‘무’ 자 공안의 유용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혜원 스님이 쉽고 친절하게 해설한
『한 권으로 읽는 무문관』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과 선학을 수학하고 오랫동안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반세기 넘도록 일념으로 선학 연구에 헌신한 혜원 스님이 『한 권으로 읽는 종용록』(2018), 『한 권으로 읽는 벽암록』(2021)에 이어 이제 3대 공안집 강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한 권으로 읽는 무문관』을 내놓는다. 전문 선학자로서 깊이 연구한 학문적 지식을, 오랜 교육 현장에서 터득한 구수한 전달 방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며, 차근차근 맥을 짚어나가는 혜원 스님의 탁월한 해설. 그 안내에 따라 험준하고 거친 『무문관』의 문 없는 관문에 도전하는 재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멀리 산 정상만 바라보다 보면 발밑의 개울이나 눈앞의 갖가지 수목을 놓치기 쉽고, 눈 앞에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풀 나무에 정신 팔다 보면 길을 잃고 정상을 놓치기 쉽다. 공안의 숲을 헤치고 깨달음의 정상에 오르는 길은, 숲도 나무도 그 전모를 쉬이 드러내지 않는 고난한 노정이다. 혜원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때로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이름 모를 산새 지저귐을 감상하고, 그러면서도 정상으로 향하는 길 없는 길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끝내 완수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