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경제학은 왜 그렇게 무기력한가?
경제학이 리콜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리카도의 차액 지대설, 카를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 케인스의 화폐이론까지다루며 300년 경제학사를 관통하는 통찰력으로, 현대 경제학자들이 외면했던 대가들의 경제학 정론을 재정립 해준다.
경제학자가 알려주지 않는 경제학의 숨겨진 진실을 속시원히 파헤친 책 『경제학을 리콜하라』는 자동차와 아파트까지 리콜하는 시대에 세계 경제 위기를 예측·분석조차 못하는 경제학은 왜 리콜하지 않는가?라고 질문하며 현대 주류 경제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경제학의 오류를 대가들의 정통 경제학 이론을 논거로 명쾌하게 바로잡아준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진짜 이유, 리카도가 지가 상승을 국가 몰락의 징후로 본 이유, 화폐 애착으로 인한 삶의 파괴를 막기 위해 케인스는 무엇을 주장했는가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경제학의 치명적 약점과 한계를 상세히 설명해주며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실질적인 경제학, 현실적인 경제학을 제시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Ⅰ 경제학 교과서를 리콜해야 하는 이유
제1장 경제학 교과서의 논리
1. 범죄 문제
범죄 행위는 합리적이다 Ⅰ 성매매의 경제학
2. 담뱃값 인상 논쟁
담뱃값의 경제학 Ⅰ 흡연자는 애국자? Ⅰ 정치가는 정말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가
3. 가정 문제, 환경 문제, 실업 문제
높은 이혼율 Ⅰ 이타심의 경제학 Ⅰ 잘못된 손익 계산과 환경 오염 Ⅰ 당신의 생명 가치는? Ⅰ 놀기를 선택한 사람들
효율 임금
4. 사채업을 보는 눈
사채와 연예인의 자살 Ⅰ 바가지요금과 절망적 교환 Ⅰ 사채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 Ⅰ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
제2장 신중상주의
1. 애덤 스미스의 경고
극좌파, 애덤 스미스 Ⅰ 기업은 경쟁을 싫어한다 Ⅰ 보이지 않는 손의 느림, 보이지 않는 발의 부지런함
2. 시장의 원리
독불장군은 없다 Ⅰ 애덤 스미스가 시장에서 본 것 Ⅰ 시장 원리의 허점
3. 경제 성장 이론
국부의 비결, 분업 Ⅰ 인생은 길고 직장생활은 짧다 Ⅰ 경제 성장의 원동력
4. 가격 이론
자연 가격, 가격 변동의 중심선 Ⅰ 승자 독식의 세상
제3장 애덤 스미스의 두 얼굴
1. 경제학자이자 심리학자
구약 성서와 신약 성서 Ⅰ 원시 시대의 두뇌와 몸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 Ⅰ머리를 안 쓰려고 하는 인간의 속성
2. 행태 경제학 선구자로서의 애덤 스미스
기회비용 경시 행태 Ⅰ 사람들의 도덕심은 의외로 강하다 Ⅰ 절차적 합리성 Ⅰ 바보 같은 행동의 위대함
3. 경제학으로 설명하기 곤란한 이상한 행동들
합리적이라는 말의 뜻 Ⅰ 애인을 만날 때는… Ⅰ 공짜라면 양잿물도… Ⅰ ‘아’ 다르고 ‘어’ 다르다 Ⅰ 주먹구구 Ⅰ 돈에도 딱지가 붙어 있다? Ⅰ 애덤 스미스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자
제4장 지가 상승을 몰락의 징조로 본 학자들
1. 역사상 최고로 멋있는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
나무만 보지 말고 숲도 보라 Ⅰ 맬서스와 리카도의 대논쟁 Ⅰ 땅값 상승으로 인한 자본 이득은 잉여이며 불로 소득 Ⅰ 땅값 상승은 경제 성장의 결과에 불과하다 Ⅰ 관포지교 Ⅰ 경제학은 ‘음울한 과학’ Ⅰ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 경제성장이 필요한 나라는 후진국
2. 위대한 사상가, 헨리 조지
역사상 최고의 경제학 베스트셀러 작가 Ⅰ 진보를 위한 두 가지 전제 조건 Ⅰ 불평등은 퇴보와 몰락의 씨앗 Ⅰ 토지 투기와 지가 앙등 Ⅰ 해결책의 모색
제5장 마르크스에 대한 진실과 오해
1. 주류경제학과 마르크스 경제학
가장 잘못 알려진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 Ⅰ 주류 경제학은 사회주의에 대한 경제학이다?
2. 두 경제학의 문제의식과 주된 관심 사항
주류 경제학의 문제의식 Ⅰ 마르크스 경제학의 문제의식 Ⅰ 자본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세력들 Ⅰ 마르크스가 말하는 계급 Ⅰ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목적
3. 경제학은 사회 과학인가?
주류 경제학은 무늬만 사회 과학 Ⅰ 진정한 사회 과학으로서의 마르크스 경제학 Ⅰ 보이지 않는 손의 논리 vs. 죄수의 딜레마 논리
제6장 가격과 소득 분배에 대한 마르크스와 주류 경제학의 입장
1. 가격에 대한 이론
가격을 결정하는 궁극적이고 주도적인 요인 Ⅰ 살기 좋은 사회 만들기에 기여하는 가격 Ⅰ 인간의 탐욕이 잔뜩 묻어 있는 가격 Ⅰ 왜 노동 가치설을 주장했나?
2. 분배의 문제
주류 경제학의 입장 Ⅰ 마르크스가 말하는 착취 Ⅰ 내포 계급(자본 분파) Ⅰ 분배의 정의
제7장 경기 변동 이론과 경제 성장에 대한 마르크스와 주류 경제학의 시각
1. 경기 변동과 경제 위기
수요-공급 논리에 갇혀 있는 주류 경제학의 시각 Ⅰ 마르크스의 시각: 성공의 요인이 곧 실패의 요인
2. 경기 변동 및 경제 위기에 대한 마르크스의 이론
기계화와 대량생산 그리고 자본가 몸집 불리기 Ⅰ 생산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시장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 Ⅰ 이윤 압착 이론
3. 경제 성장에 대한 두 경제학의 시각
경제 성장에 관하여 자주 제기되는 질문들 Ⅰ 발전을 옥죄는 제도
제8장 케인스의 재림
1. 케인스 혁명
시시한 경제학과 절실한 경제학 Ⅰ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당대 최고의 논객 Ⅰ 공부가 능사는 아니다
2. 경제학의 4가지 잘못된 고정 관념
경제학의 목적에 관한 고정 관념 Ⅰ 화폐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경제학자 Ⅰ 태풍이 지나가면 다시 잠잠해질 터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 Ⅰ 비현실적 가정에 대한 경제학자의 고집
3. 불확실성
위험과 불확실성 Ⅰ 경제학 교과서와 반대로 행동해야 돈을 벌 수 있다
제9장 케인스의 교훈
1. 현실과 이론의 차이
야성적 충동 Ⅰ 야성적 충동의 요술 Ⅰ 야성적 충동과 경기 변동
2.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와 야성적 충동
저차원의 투기 열풍 Ⅰ 고차원의 투기 열풍 Ⅰ 거품의 붕괴
3. 케인스의 경제 철학
불확실성과 임금 Ⅰ 불확실성과 화폐 애착 Ⅰ 화폐 애착과 금리 Ⅰ 현대판 고리대금 Ⅰ 케인스가 말하는 ‘행복의 역설’Ⅰ 경제학 교과서가 리콜되지 않으려면
저자후기 Ⅰ 추천의 말 Ⅰ 참고문헌
저자
이정전
출판사리뷰
300년 경제학사를 관통하는 통찰력과 폭넓은 혜안으로 분석해낸
현대 경제학의 치명적 약점과 한계! 경제학에 돌파구는 있는가!
“내가 경제학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전율을 느껴본 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경제학 책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는가! 이런 재미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다.”
_우석훈, 경제학자,《88만원 세대》저자
경제학은 왜 그렇게 무기력한가?
2008년 발생했던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로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흔들거릴 무렵, 모 일간 신문의 시사 논평은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다.
“미국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이번 금융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 진단도 처방도 시원스럽지 못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묻는다. 왜 경제학은 그렇게 무기력하냐고.”
2010년 초에는 도요타자동차도 리콜하는 판에 한물간 경제학 교과서는 왜 가만 놔두느냐며 “시대에 뒤처진 경제학 교과서를 리콜하라.”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사회 과학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경제학이 여왕의 자리는 고사하고 이렇듯 오늘날에는 불만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경제학자들의 예측이나 설명이 형편없다는 비판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이 터지기 10년 전, 하버드 대학 경제학자들은 주요 경제 동향을 예측할 목적으로 하버드경제연구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공황이 터졌을 때, 이들은 경기 침체가 완만하게 진행될 거라고 예측했지만 현실에선 극심한 불황이 계속되었다. 경기가 곤두박질할 때마다 연구회는 이제 바닥을 쳤으니 곧 빠른 회복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측했고,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번드럽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 예측 또한 번번이 빗나갔다. 결국 연구회는 자진해서 문을 닫고 말았다. 경제학자 그 어느 누구도 대공황이 10년씩이나 계속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경제학이 처한 더 큰 문제는, 1930년 세계 대공황이든,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든, 예측은 둘째 치더라도 사후적으로나마 그런 경제적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도 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아니, 설명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에 대해 이른바 주류 경제학자들은 “금융 위기는 시장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잘못 운영해서 발생한 문제”이며, 시장은 멀쩡한데 정부가 쓸데없이 끼어들어서 경제를 망쳤다는 식의 대답을 내놓기는 했다.
그런가 하면 오늘날의 경제학자들은 일반 대중의 정서나 생각과는 아주 동떨어진 생뚱한 주장을 태연하게 늘어놓아 빈축을 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불황으로 실업률이 25%로 치솟았다고 하자. 그러면 사회 불안이 극도에 달하게 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정권도 붕괴된다. 실제로 이런 살인적인 실업률이 1930년대에 미국에서 기록되었는데, 이때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을 비롯한 각종 특단의 조치를 취했으며, 온 국민의 걱정과 정치권의 몸부림이 25%에 이르는 높은 실업률에 쏠려 있었다. 그런데 이때도 유독 경제학자들은 “나머지 75%는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웬 호들갑인가?”라며 무덤덤한 태도를 취했다. 심지어 경제학자들은 미국 정부의 뉴딜 정책이 자본주의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현실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무심한 태도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우리나라가 부동산 투기 문제로 전국이 아우성쳐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투기가 좋은 것이라고 찬양까지 한다. 이들은 누군가 부동산 거품 이야기를 거론하기라도 하면 그런 것은 이 세상에 없다며 즉각 면박을 주곤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경제학자들의 자질 문제인가, 아니면 더욱더 근본적인 문제일까?
매우 비현실적인 인간에 대한 시각, 무엇이 문제인가!
경제학이 이렇게도 현실과 동떨어지게 된 건, 근원적으로 볼 때, 인간에 대한 시각이 매우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핵심이 되는 단어를 하나만 콕 집어내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손익 계산’이나 ‘수지 타산’일 것이다. 경제학이 전제하는 인간은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꼼꼼히 비교한 다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을 찾아 선택하는 존재다. 이런 인간관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처음과 끝을 관통한다. 손익 계산을 잘 해야만 어떤 것이 최선인지를 알 수 있고, 따라서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인간관과 가정을 바탕으로 경제학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현상뿐만 아니라, 시장 밖에서 일어나는 온갖 것들까지 설명하려고 든다. 언뜻 보아 경제학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여러 사회적 현상들, 이를테면 범죄, 흡연, 이혼, 성매매 등에 관해서 경제학자들은 개인들의 손익 계산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 행동의 결과로 설명한다. 예를 들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한편으로는 범행에서 얻을 이익을 생각해 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용을 따져 본 후, 그 득과 실을 비교해 본 다음 충분히 수지가 맞는다는 결론에 이르면 범죄자는 드디어 자신의 계획을 행동에 옮기게 된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주장이다.
그런가 하면 빈곤이나 실업, 사채업, 인간의 장기 판매 등 경제적인 현상에 대해서는 일반인의 정서와 상당히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은 천성적으로 게으르거나 혹은 소득보다는 여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까닭에 노동을 적게 하기로 작정했다는 것이다. 일을 조금하면 소득도 낮을 수밖에 없지만, 자기가 좋아서 가난해지기로 작정한 사람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따라서 실업과 마찬가지로 가난에 대해서도 경제학자가 특별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또한 궁지에 몰린 사람들이 종종 마지막으로 선택하게 되는 몸, 혈액, 장기, 유아 등에 대한 판매(이른바 ‘절망적 교환’)에 대해서도 경제학자들이나 이른바 신자유주의자들은 이를 금지하지 말고, 오히려 공식적으로 허용해 그 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이 이를 팔아 돈을 쥘 기회를 넓혀 주는 것이 이들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이렇듯 일반인들의 정서에서 한참 벗어난 오늘날의 경제학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행태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려고 든다. 실제로 100여 년 전부터 경제학은 고도로 수학화되어 왔으며, 그 결과 오늘날의 경제학 교과서는 온통 그래프와 수학 방정식, 그리고 통계 숫자들로 도배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요즈음 경제학계에는 수학을 이용하지 않은 논문은 아예 논문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다. 몇 년 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경제학회지에 연구 결과 논문을 수차례 보냈지만, 번번이 퇴짜만 당했다. 그후 그는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해설을 줄이는 대신 수학 방정식을 잔뜩 채워 넣어서 보냈더니 무난히 심사를 통과해서 발표되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이다.
경제학의 실패를 예고했던 대가들 vs. 경고를 무시하며 자본에 영합했던 현대 경제학!
오늘날 주류 경제학의 인간관과 가정이 틀렸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매우 많다. 특히 최근의 신경 심리학자들이나 두뇌 과학자 등 첨단 분야 과학자들은 인간이란 손익 계산과 수지 타산을 통해 행동하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실험 결과들을 무수히 많이 제시하고 있다. 또한 70여 년 전 케인스도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일일이 손익 계산을 해가며 합리적으로 행동할 여지는 별로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어떻든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를 예측도 못하고 제대로 설명도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경제학이 이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새로 태어날 것인가? 놀라운 것은 오늘날 경제학자들로 하여금 경제학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게 해 준 과거 경제학 대가들이 이미 경제학의 실패를 꾸준히 경고해 왔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그 경고를 외면한 채 자본주의 시장의 유지에 유리한 것들이나 자신의 밥벌이에 도움이 되는 것들만 귀담아 들었을 뿐이다. 1930년대 대공황 때만 하더라도 케인스는 경제학자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질책하지 않았던가. 한동안 경제학자들이 이 질책을 받아들이는 듯한 시늉을 하더니 어느 때부터인가 외면해 버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제학자들은 경제학 대가들의 질책만 외면해 버린 건 아니었다. 경제학 대가들이 진정으로 주장했던 핵심은 외면한 채, 형식만을 부분 취합해 왔던 것이다.
오늘날 경제학자들과 신자유주의자들이 추앙해 마지않는 애덤 스미스 또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빼 버린 채, ‘보이지 않는 손’ 같은 외피만을 차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오늘날 경제학자들이 시장 경제를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쓰는 말은 아마도 ‘보이지 않는 손’일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돈을 좀 더 많이 벌어 보려는 욕심으로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다 보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결국은 국민들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가 오게 된다는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시장에서 경제 활동이 최대한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내버려 두라는 자유방임주의로 연결되며, 나아가서 되도록이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시장의 원리로 해결하자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로 이어진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이유는 당시의 중상주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유럽은 절대 군주 중심의 국민 국가로 재편되면서 상공업이 급속하게 성장하자, 국가의 부강이 최고라는 이데올로기 아래, 절대 군주와 상공인들이 야합해 국민에게는 저임금을 강요했으며, 무역 흑자를 극대화하기 위한 각종 보호 무역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었다. 당시 분위기는 마치 삼성과 현대가 망하면 우리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며 모든 유리한 정책과 특혜를 베푸는 현재의 분위기와 같았던 셈이다. 애덤 스미스는 당시의 이런 정부의 폭넓은 간섭과 야합을 당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질타하기 위해 《국부론》을 썼던 것이다. 또한 애덤 스미스가 스스로도 말했듯이 《국부론》은 심심풀이로 쓴 책이며, 글라스고 대학 도덕 철학과 교수였던 만큼 주저는 인간의 도덕과 심리를 다룬 《도덕 감정론》이었다. 사실 《국부론》은 《도덕 감정론》에서 다룬 인간의 여러 가지 심성 중에서 특히 이기심을 부각시킨 책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단지 이기심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경제학은 철저하게 실제 인간의 일상 행태에 바탕을 둔 학문이어야 한다고 애덤 스미스는 주장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의 이런 현실 인식은 배제한 채, 한 부분만을 취사선택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애덤 스미스의 맥을 이은 사람들은 앞서도 밝혔듯이 오늘날 경제학의 잘못된 인간관을 비판해 왔던 행태 경제학자(혹은 행동 경제학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만 잘못 해석되고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의 저자인 이정전 전 서울대 교수는 리카도, 마르크스, 케인스를 거론하면서 그들이 과연 어떻게 현실과 경제학을 접목시켰으며, 무엇을 비판하고, 어떤 대안을 내 놓았는지 자세하게 전해 주고 있다.
맬서스와의 논쟁을 통해 도출했던 리카도의 차액 지대설을 설명하면서 지가 상승이 어떻게 국가 경제를 망치는지, 왜 마르크스는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설비에 투자를 하면 할수록 이윤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는지, 화폐 애착이 가져올 삶의 파괴를 막기 위해선 과연 무엇이 필요하다고 케인스가 주장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이 리콜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사람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장단점을 고루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을 더 잘 도와줄 수 있고, 그 사람의 도움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며, 그 사람과 더 잘 어울릴 수 있다.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의 장점뿐만 아니라 그 약점과 한계를 명확하게 알아야 경제학을 진정 잘 이해할 수 있다.
경제학이 자본주의 시장을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치명적 약점 때문에 경제학자들이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고 그래서 제대로 설명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었다.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공허하게 느껴지고 일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것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그 치명적 약점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약점과 한계를 잘 알아야 경제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경제학자들은 우리에게 이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해주지 않는다. 경제학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경제학 교과서들을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각종 그래프와 수학방정식 그리고 통계숫자들만 줄줄이 나열되어 있을 뿐 경제학의 약점이나 한계에 대한 진솔한 설명은 별로 없다.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를 경제학자들이 예측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언론매체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왜 예측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경제학은 현실로 눈을 돌려야 한다. 각종 그래프와 수치, 통계 자료들은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 문제를 해결해 주는 데 쓰여야 하며, 이를 해석하는 경제학 교과서의 이론이 틀렸다면 과감하게 수정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실질적인 경제학, 현실적인 경제학, 행복 친화적인 경제학으로 거듭나야만 경제학 리콜이라는 한심스러운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