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고전학자 정민 교수의 세설신어 400선.
마음 간수법부터 통치술까지, 전방위적 교양을 담은 네 글자 사유.
“옛글을 뒤져 답을 찾는 것이 내게는 이제 습관이 되었다. 현실이 답답하고 길이 궁금할 때마다 옛글에 비춰 오늘을 물었다. 답은 늘 그 속에 있었다.” _정민
고전 속 네 글자로 지혜와 통찰을 전해온 인문학자 정민 교수. 그가 12년간 쌓아온 사자성어 해설 ‘세설신어’ 400개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하여 찾아 읽기 쉽게 했다. 제목 ‘점검(點檢)’은 하나하나 따져서 살핀다는 뜻이다. 마음자리를 살피고, 몸가짐을 돌아보고, 세상 이치를 짚는 일이 다 ‘점검’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흐름에 휩쓸려 무엇이 중요한지 잊은 채 엄벙덤벙 살아오지 않았나 돌아볼 때이다. 차분히 내려놓고 안으로 살피는 내성(內省)의 시간이 필요하다.
목차
서언
1부 - ㄱㄴㄷㅁ
2부 - ㅂㅅ
3부 - ㅇㅈ
4부 - ㅊㅌㅍㅎ
저자
정민
출판사리뷰
소란한 세상을 깨우는 정민 교수의 네 글자 사유
“얼굴에 묻은 때는 거울에 비추어 닦고
마음에 앉은 허물은 옛글에 비추어 살펴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변화의 흐름에는 가속이 붙었다. 흐름에 휩쓸려, 무엇이 중요한지 잊은 채 엄벙덤벙 살아오진 않았나 돌아볼 때이다. 마음자리를 살피고, 몸가짐을 돌아보고, 세상 이치를 짚는 일이 다 ‘점검’이다. 시설을 점검하고 실태를 점검하듯, 하나하나 따져 살피는 점검의 시간이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세상은 정말이지 눈부시게 변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인간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무도 마음을 돌보지 않고 헛꿈만 꾼다. 그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은 지구마저 삼킬 기세다. 사람들의 관계는 일그러지고, 의문이 생겨도 답을 물을 데가 없다. 현실이 답답하고 길이 궁금할 때마다 옛글에 비춰 오늘을 물었다. 답은 늘 그 속에 있었다. _‘서언’에서
저자는 삶과 세상을 점검하고 오늘의 좌표를 확인하기 위해, 옛글을 살핀다고 말한다. 그는 왜 ‘오늘’을 알기 위해 ‘옛글’을 읽을까? 옛글이 지적해온 우리 인간의 문제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고 기름진 맛에 길들여진 입, 주인을 잃은 마음, 헛꿈만 꾸는 생각. 인간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저자는 수백 년간 전해 내려온 고전 속 네 글자를 풀이하며 인간의 뿌리 깊은 속성을, 인간사의 성쇠를 드러낸다.
마음 간수법부터 통치술에 이르는 전방위적 교양
“참마음 드러내고 뜬마음 걷어내는 성찰의 시간”
이 책에서 저자는 몇 가지 주제를 되풀이해 강조한다. 먼저, ‘안목’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참맛·좋은 문장을 알아채는 심미안뿐 아니라 훌륭한 인물을 알아보는 감식안까지 포함된다. 공약이 난무하고 청사진이 황홀한 시절이다. 화려한 말의 잔치 속에서 본질을 꿰뚫어 핵심을 잡기가 쉽지 않으나, 사람을 잘 가려야 욕을 당하지 않는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 현상 너머 먼 곳까지 내다보는 안목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당장 보이는 것, 주어진 것이 전부가 아니다. 차고 기우는 변화의 속성을 염두에 둘 때, 말과 행동을 절로 삼가게 된다.
성대함은 쇠퇴의 조짐이다. 복은 재앙의 바탕이다. 쇠함이 없으려거든 큰 성대함에 처하지 말라. 재앙이 없으려거든 큰 복을 구하지 말라.
盛者衰之候, 福者禍之本. 欲無衰, 無處極盛. 欲無禍, 無求大福.
_성대중(成大中), 『청성잡기(靑城雜記)』중에서
의심스러운 것을 솎아내고, 실(實)답게 살기 위해 저자는 부지런히 ‘공부’할 것을 권유한다. 지금 부지런히 공부하지 않으면 세월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한번 놓친 세월은 뒤쫓기 어렵다. 슬기구멍이 활짝 열려 있을 때, 책에 뛰어들어야 한다. 성현의 말씀을 따지고 가려 깊이 새기는 것이 좋다. 일생에 책 읽을 날은 너무도 짧다. 늦었다 한탄 말고 당장 한적한 곳에 자리 잡아 독서해야 한다. 이 핑계 저 핑계 대지 않고 몰두할 때에야, 얕은 데에서 말미암아 깊은 데 이르고, 거친 데에서 나아가 정밀함에 다다른다. 닫힌 슬기구멍이 열리고 큰 안목이 터진다.
파초의 심이 다해 새 가지를 펼치니
새로 말린 새 심이 어느새 뒤따른다.
새 심으로 새 덕 기름 배우길 원하노니
문득 새잎 따라서 새 지식이 생겨나리.
芭蕉心盡展新枝 新卷新心暗已隨
願學新心養新德 旋隨新葉起新知
_장재(張載), 〈파초(芭草)〉 중에서
배움의 길을 따라 먼 데 이르고 뜻을 밝히기 위해, ‘고요’의 시간이 필요하다. 차분히 내려놓고 안으로 살펴, 앎을 깃들이고 배움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성찰 없는 독서는 교만과 독선을 낳는다. 몸가짐과 마음자리를 고요함으로 돌볼 때 독서의 진정한 보람이 생긴다.
심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고요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할 만큼 공부하고 나름대로 안목을 갖췄다 해도, 살다 보면 쉽게 풀리지 않는 일을 맞닥뜨리게 된다. 유만주(兪晩柱)는 『흠영(欽英)』에서 한세상 참고 견딜 일이 열에 아홉이라 말했다. 세상일은 공식에 따라 전개되지 않는다. 때에 따라 정반대의 해법이 통하기도 한다.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찾기 위해서는 고요한 시간을 지내야 한다. 적막 속에 자신과 맞대면하는 동안 마음의 밑자락을 가늠할 수 있다.
사람에게는 간위(艱危)의 시련만이 아니라 적막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역경이 없이 순탄하기만 한 삶은 단조하고 무료하다. 고요 속에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마음의 길이 비로소 선명해진다. 이 둘을 잘 아울러야 삶이 튼실하다. 시련의 때에 주저앉지 말고, 적막의 날들 앞에 허물어지지 말라. 이지러진 달이 보름달로 바뀌고, 눈 쌓인 가지에 새 꽃이 핀다.
_‘간위적막’에서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허깨비 좇지 않고 마음 주인 되찾기를, 작위하지 않고 순리에 따라 살기를 다짐하게 한다. 분주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400편의 글을 음미해보길 권유한다. 길게 끌리는 여운이 필요한 때,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어지러운 세상, 돌아보아 나를 찾자’는 저자의 말이 쟁그렁 귓가에 울릴 것이다.
* 이 책은 『일침』 『조심』 『석복』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습정』에 수록된 글을 가려 엮은 통합편집본이다. 400개 성어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하여 찾아 읽기 쉽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