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태어난 지 85년째, 은퇴한 지 20년째, 그래도 참 좋은 노년의 삶!
한국 독문학의 대부 이창복 교수가 전하는 “오늘이 가장 젊은 할아버지 이야기”
TV에서 복부 지방을 없애는 운동법을 보고 따라 하려다 문득 스스로가 노인임을 알게 되어도, 자꾸만 무릎이 뒤틀려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져도, 거울에 비친 주름살을 보면서 청춘을 동경하다가도, 늙음이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노년의 삶의 모습들. 황혼은 여명보다 아름답기에, 꽃잎은 떨어지지만 꽃은 지지 않기에, 참 좋은 노년의 삶. 결국 우리는 늙어갈수록 더욱더 새로워진다.
목차
프롤로그: 조금 휘청거려도 참 좋은 노년
1장 은퇴하고 20년을 살아보니
삶에는 은퇴가 없기에 / 황혼은 여명보다 아름답다 / 시간의 무게에 적응하는 법 / 어제보다 늙은, 내일보다 젊은 / 노인은 어려지지 말고 어린아이처럼 되어야 한다 / 주름살을 보면서 청춘을 동경하다가 / 노년에게도 사랑은 있다 / 쿠오 바디스 Quo Vadis, 노인을 위한 안식처는 어디에? / 고독이 멋있는 순간 / 노년의 여행길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
2장 죽음을 생각하며 조금 더 살고 싶은 이유
죽음을 기억하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 할아버지도 엄마가 있단다 / 한밤중 산을 보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 “드디어 오늘 막걸리 한 잔 했습니다” / 삶이 가벼워야 죽음도 가벼워진다 / 코로나 트라우마에 시달린 48시간 / 죽음이 삶에 주는 최선의 지혜
3장 행복을 부르는 마음
서재에는 인생이 깃들어 있기에 / 갓난아기를 위한 할아버지의 기도 / 작은 친절이 행복을 선사한다 / 어린이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고향 생각 / 로또 당첨보다 더 소중한 것 / 내가 아는 행복의 묘약 / 사랑이 깃든 선물은 행복을 싣고 온다 / 행복을 찾아서
4장 모든 존재하는 것에는 고통이 있다
인생은 고통에서 양분을 얻는다 / “죽기도 하는데 이까짓 것이 뭐라고” /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기 / 시작의 고통이 있어 청춘은 아름답다 / 제2의 사춘기, 중년을 위한 조언
5장 의미 있는 인생이란 우리가 사랑하는 시간들이다
아버지의 턱수염과 어머니의 눈물 / 잊히지 않는 세 여인의 초상 / ‘여보’라 부르며 이렇게 우리는 오래오래 살고 싶다 / 은사의 사랑을 그리며 /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는다 / 사랑을 일깨우는 나눔의 힘 / 약속이라는 이름의 기적 / 살아 있음을 사랑하기 / 힘들어하는 제자에게 부치는 편지
에필로그: 인생의 마지막 버킷리스트
저자
이창복
출판사리뷰
젊음이 지나간 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인생의 아름다움과 진실이 담긴 노학자의 일상과 철학
노년의 삶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통찰을 전해주는 신간 《어제보다 늙은, 내일보다 젊은》이 출간되었다. 저자 이창복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1세대 독문학자로 문학과 철학, 종교, 음악 등 다방면의 문화예술 영역을 아우른 독문학계의 대부이다. 은퇴 후에도 연구에 매진해 죽음에 대한 문학연구를 새롭게 개척해온 이창복 교수의 첫 에세이 《어제보다 늙은, 내일보다 젊은》은 늙음을 받아들이면서 당당하게 오늘을 사는 노년의 삶을 보여준다.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는 늙음, 죽음, 행복, 고통, 사랑에 대한 통찰이 빛나는 40여 편의 글은 어느새 늙어버린 그러나 여전히 참 좋은 노년의 삶을 사는 법을 전해준다.
우리는 결국 늙어갈수록 더욱더 새로워진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다 문득 흰머리를 발견하게 되었을 때, TV에서 복부 지방을 없애는 운동법을 보고 따라 하려다 쉬운 동작도 해내지 못할 때, 어느덧 나에게도 늙음이 찾아왔음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다. 《어제보다 늙은, 내일보다 젊은》에서는 자잘한 접촉사고를 내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할지 말지, 아내와 함께 실버타운에 입주할지 말지 고민에 빠지는 노년의 현실적인 일상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저자는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에 당황하고 거울에 비친 주름살을 보면서 청춘을 동경하다가도, 내일보다 젊은 오늘의 일상에 충실할 것을 다짐한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늙었으나 내일의 나보다 젊기에, 현재의 나는 과거보다 새롭고 미래보다 낡았기에, 노년은 낡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라는 긍정적 태도를 잃지 않는다. 노쇠한 노인의 몸가짐은 둔하고 느린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엔 노인만의 느긋함, 넉넉함, 여유로움, 성숙함이 자리하고 있다. 노년은 마음을 비우고 축복과 너그러움으로 채울 가장 좋은 나이이기에 노년의 삶은 젊음과는 또다른 의미로 아름답고 새로운 삶인 것이다.
고통과 죽음: 인생은 고통에서 성숙해지고 삶이 가벼워야 죽음도 가벼워진다
삶은 즐거운 순간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성공이 있으면 좌절이 있고, 기쁨이 있으면 고통이 잇따른다. 불행과 죽음은 언제나 우리의 주변을 맴돌며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1937년에 태어난 저자는 6·25로 인해 하루아침에 가난의 수렁으로 떨어진다. 갑작스레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가사를 책임지면서 어머니의 옷고름으로 막냇동생의 나비넥타이를 만들고, 격변하는 시국 때문에 제대가 연장되면서 곤란을 겪기도 한다.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학을 떠나 동생들을 데리고 올 돈을 마련하기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고생을 한다.
노년이 된 저자는 이제 젊음의 고통에서는 잠시 벗어나 한숨을 돌리지만 죽음이라는 무엇보다 가장 현실적 공포가 눈앞에 닥쳤음을 깨닫는다. 12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지론을 펼치던 친구의 부고 앞에 상실감과 허무감에 사로잡혔다가, 유언장을 쓰고 짐을 정리하며 조금씩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산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무엇인가를 잃어간다는 것임을, 하루의 삶이 곧 하루의 죽음임을 깨달으며 비로소 죽음을 받아들이는 성숙의 시간에 이른다. 고통과 죽음 역시 우리 삶의 한 부분이자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자양분임을 격랑의 세월을 헤쳐오면서 몸으로 체득한 통찰과 철학이 담겨 있다.
행복과 사랑: 인생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시간들이다
어려웠던 어린 시절, 타국에서의 고학의 시간, 격변의 시국 속에서 홀로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던 저자는 은퇴한 후에 서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몸은 늙어가지만 정신은 계속해서 발전해갈 수 있기에, 녹슬지 않기 위해 배우며 살기 위해서다. 서재에서 저자는 수많은 시인과 음악가, 스승, 동료, 제자 교수의 책들과 교감하면서 때로는 감탄하고 배우고 존경하며 내일을 계획한다. 사람이 늙어가는 것은 필연적인 운명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나이 드는 것’이 쓸모없이 ‘낡아지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늙음과 낡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저자가 평생 연구했던 문학은 노년의 삶으로 체회된다. 휠덜린, 토마스 만, 괴테, 레싱, 니체가 남긴 불멸의 작품과 문장들과 어우러져 노년의 통찰은 더욱 빛난다. “노인이여, 춤추어라, 나이 먹었을지언정! 이 무슨 기쁨인가, 이리 말하면: 노인이여, 그대의 머리카락은 늙었지만, 그대 정신은 생기발랄하구나!”라고 노래했던 레싱의 시처럼 노년의 정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형형해지고 명료해진다.
청춘의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노년의 아름다움은 노력해야 비로소 이뤄지는 예술작품 같은 것이다. 꼭 그와 같이 저자가 보여주는 노년의 삶은 오랜 시간 갈고닦은 한 편의 소박한 예술작품이 되어 사금처럼 반짝이는 인생의 아름다움과 진실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느긋함과 넉넉함, 여유와 유머, 겸손과 품위를 보여주는, 늙음이 성숙된 모습으로 존경받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