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냉장고, 세탁기, 인터넷, 화학 제품과 새 옷 없이 사는 삶
최정화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
에코 페미니스트 소설가 최정화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 자신의 도시 생활을 돌아보며 버리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실천기를 담았다. 다양한 독서에서 갈무리한 문장들을 아포리즘 삼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일상적 눈높이의 실천 방식을 제시한다. 시도하고 실패하며 생생하게 체득한 재활용보다는 재사용, 비건이 어렵다면 채식주의 리얼리티, 제로에 앞서 영쩜일 웨이스트라는 지속 가능한 원칙을 통해 환경을 위한 실천을 우리 삶에 밀착시킨다.
목차
Prologue 브레이크를 거는 이야기
Part 1 거절하는 연습이 필요해
사물의 소재를 묻는다는 것은
겸손하고 미안하게
내가 처음 만든 고기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
채식주의 리얼리티
우리가 어제 놓쳐 버린 5천2백만 봉지의 거절
Part 2 내 것이 아니야
영쩜일 웨이스트
이렇게 디자인이 훌륭한 물건이라면
보낸다는 마음으로 버린다
내가 음식을 구하러 갈게
오므라이스 달걀부침 두께에 관한 그들 각자의 입장
지구를 살리는 만트라
Part 3 내 인생의 초록색 코트
도로에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7퍼센트 소셜 스낵, 취향 맞춤 버블 필터
지구의 근황, 이건 집에 불이 났다는 뜻입니다
쓰레기, 지구의 위성이 되다
쓰레기는 누군가에게로 간다
네 벌의 초록색 코트
영쩜일 웨이스트 십계명
인용 및 참고 자료
저자
최정화 (지은이)
출판사리뷰
에코 페미니스트 소설가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
생태 소설을 쓰고 있고, 쓰고 싶다고 말하는 소설가가 있다. 그가 쓴 소설에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처지가 되어 태평양 한가운데 섬으로 떠다니는 사람들, 북극의 개발을 막기 위해서 시간을 멈추어 버리는 소수 민족 소녀가 등장한다. 로봇 쓰레기를 방출하며 집에서 가상 현실의 안락함을 누리는 미래 인류, 엉망이 된 기후 현상이 통제되지 않아 사표를 쓰는 날씨 통제사도 등장한다.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환경 잡지사 〈작은것이 아름답다〉에서 근무했고, 〈녹색연합〉 영상 캠페인에 참여하고 〈국립 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소식지에 환경 만화를 그렸으며, 〈냉장고, 세탁기, 인터넷, 화학 제품과 새 옷 없이 사는 삶〉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최정화다. 그가 지난 십여 년간 일상에서 시도하고 실패하며 쌓아 나간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 『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에코 페미니스트 소설가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기다. 자신의 도시 생활을 돌아보며 〈버리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실천기를 담았다. 다양한 독서에서 갈무리한 문장들을 아포리즘 삼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일상적 눈높이의 실천 방식을 제시한다.
저자는 무수한 강박과 실패, 도전을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사이클을 만들어 나간다. 쓰레기를 자연으로 되돌리려다가 무단 투기꾼이 되기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의 퇴비화를 시도하다가 들끓는 구더기와 마주하기도 한다. 고기는 절대 안 먹는다고 선언했다가 심각한 금단 증상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재활용보다는 재사용〉, 〈비건이 어렵다면 채식주의 리얼리티〉, 〈제로에 앞서 영쩜일 웨이스트〉라는 지속 가능한 원칙을 세워 나간다.
재사용과 채식주의 리얼리티, 영쩜일 웨이스트
〈지속 가능성〉은 현재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도모한다.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부터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해 오는 〈용기 내 챌린지〉까지 일상으로 스며든 실천은 계속해서 진화 중이다. 책을 비롯한 지류 곳곳에서 FSC 인증(산림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여 생산된 제품이라는 인증) 마크를 발견할 수 있고, 기업은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기업 지배 구조 개선) 경영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쓰레기와 더불어 살아간다. 팬데믹이 지나간 자리에는 썩는 데 450년이 걸린다는 일회용 마스크 산이 남았고, 신속한 배달 뒤에 벌겋게 물든 플라스틱 용기가 겹겹이 포개어진 풍경이 낯설지 않다. 일각에서는 기후 위기가 이미 개인의 실천 영역을 넘어섰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면 이대로 손을 놓아야 할까? 아니, 그 전에 이 모든 현실을 인간의 생존 측면에서만 보아야 할까? 그러한 태도는 자본의 척도로 가치와 쓰임을 판단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보다 근본적인 시야와 개개인에게 맞는 지속 가능한 실천 방식이 필요하다.
최정화는 이러한 현실을 〈내가 좀 더 편안하고자 너를 죽이는 일〉로 바라본다. 그리하여 제로 웨이스트는 환경을 살리고 세상을 바꾸는 일인 동시에 〈가격이 아닌 존재의 가치를 깨달으며〉 사는 일이라고 제언한다.
제로 웨이스트는 단지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삶을 통째로 되돌아보는 일이었다. 내가 보지 못하는 과정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내가 어떤 일들을 저지르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더불어 삶의 변화를 불러오고 사이클을 다시 만드는 과정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만난 것은 〈삶의 전환〉이다._「겸손하고 미안하게」, 25~26면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인 문학을 끌어와 환경 문제와 실천 방식을 풀어낸다. 단순히 설명과 구호를 나열하기보다 문학 작품들을 읽어 나가며, 다양한 각도에서 내 삶에 적용하는 방식을 도모하게 한다. 소설가의 관점으로 환경에 관한 인식과 전망을 우리 삶에 밀착시키는 것이다.
천선란의 『나인』을 읽으면서, 콩고기를 만든 경험담에서부터 생명의 씨앗인 종자와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한다.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 실천을 계속해 나가기 위한 정도와 태도를 되짚어 본다. 정영수의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에서는 제로 웨이스트의 첫 단계인 〈거절하기〉를 배운다. 이외에도 인문서와 그래픽 노블 등으로 시작하는 18편의 글에서 〈영쩜일 웨이스트〉, 〈채식주의 리얼리티〉, 〈재사용 생활자〉 등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실천 방식이 풍성하게 제시된다. 하루에 종이 한 장을 꼭 쓰는 소설가의 프린트 용지에 대한 고찰, 책의 무게 때문에 무너진 책장 대신 침대를 재사용하게 된 사연, 젊은작가상 트로피 케이스를 스피커로 활용하는 방법까지 소설가만의 팁이 가득하다. 독자들은 그 과정을 따라가며 자신만의 팁을 찾아 나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영쩜일 웨이스트 십계명
환경을 위한 실천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과 닮았다. 오늘의 풍경을 새로이 되짚어 보게 하고, 내일을 바꾸어 나갈 힘과 상상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는 지금 여기에서 내일을 함께 살아 나가자는 제안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영쩜일 웨이스트 십계명〉을 통해 저마다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1. 마트 대신 시장 이용하기
2. 일회용품을 대체할 다회용품 가지고 다니기
3. 안 먹는 음식을 정하고 적당량만 먹기
4. 조금 멀어도 포장재를 덜 쓰는 가게 이용하기
5. 쓰레기로 버리기 전에 재사용할 아이디어 떠올리기
6. 쇼핑할 때 이미 갖고 있는 품목이라면 사지 않기
7. 살 때는 버리고 재활용되는 과정까지 고려하기
8.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상점의 품목들을 기록해 나만의 제로 웨이스트 지도 만들기
9. 가까운 곳은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 타기
10.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기
저자의 말
나는 물질적으로 풍족했던 시기보다 부족하고 불편한 지금, 오히려 더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낀다. 정작 물질적으로 풍족했을 때는 만족이 뭔지, 행복이 뭔지 알지 못했다. 풍요와 행복은 영영 함께할 수 없는 단어다. 풍족한 삶에는 행복을 느낄 틈이 없다. 물질적으로 불편함을 감수했을 때 비로소 정신적인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제로 웨이스트는 내게 욕심을 버리고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을 얻게 해주었고, 만족과 행복이 뭔지 알려 주었다. 그 행복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