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독일의 베를린이 아닌, 우리들이 경험했던 베를린
아시아 냉전의 전선인 한반도와 지정학적으로 유사한 독일에서 재독 동포들의 경험은 늘 독특하게 여겨진다. 1960년대 전후 국가 재건 시기에 고국의 경제 부흥을 위해 기꺼이 파독 광부, 간호사가 되어 이역만리 떠나왔다는 사연만으로도 그들의 삶은 주목을 받는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독일에 거주했거나 현재 거주하고 있는 한인계 교포들과 탈북 독일 유학생, 독일인 한국 유학생이다. 베를린을 배경으로 초국가적 삶을 경험했던 인물들이다. 저자는 [독일의 베를린이 아니라 한인들이 경험한 베를린을 통해 그동안 우리 안에 내재했던 역사적·정서적 경계를 해체하는 성찰이 필요하다]며, 그러한 인식론적 변화를 [탈경계 감수성]이라 부를 것을 주문한다. 한편 저자는 (탈)분단 도시 베를린이 전시하는 다양한 공간들을 하나하나 짚어 가며, 독일의 분단과 통일 과정이 비단 그들만의 역사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인 이주민들의 삶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음을 이야기한다.
목차
〈손안의 통일〉 시리즈를 발간하며
서문
1장. 분단과 통일의 연대기
1. 이주와 정체성, 그리고 열망
2. 미래에 놓여진 〈고향〉 그리고 사회적 송금
2장. 마지막 파독 간호사와의 대화
1. 양호교사에서 파독 간호사로
2. 동베를린 방문
3. 베를린 시댁 생활
4. 광주항쟁 소식
5. 마지막 소망
3장. 독일 청년이 바라본 한국의 분단과 통일
1. 독일 통일 베이비
2. 통일 독일과 비교해서 분단국 한국을 본다면?
3. 수도들이지만 다른 의미: 베를린과 서울, 평양
4. 독일과 한국의 MZ 세대
5. 휴전국 한국의 신기한 부동산
6. 패러다임의 전환을 바라며
4장 북한 청년의 베를린과 서울살이
1. 북에서 남으로 오기까지
2. 한국에서의 10년
3. 베를린에서 독일 통일을 배우다
4. MZ 세대로서의 미래지향적 열망
5장. 베를린에서 만난 서울과 평양
1. 디아스포라의 미래지향적 열망
2. 베를린, 재독 한인 디아스포라의 경계 감수성
3. 엘리트 여성에서 노동자로의 자기 인식
4. 베를린-한국의 시공간적 이동
5. 결론을 대신하며: 베를린 거리의 서울, 그리고 평양
보론: 기억의 도시, 베를린
1. 손기정 선수가 태극기를 처음 본 베를린
2. 〈상처받은 용〉의 집-윤이상하우스
3. 베를린 장벽에 새겨진 〈조국은 하나다〉
4. 베를린의 기억 문화 1: 전쟁과 학살의 참회록
5. 베를린의 기억 문화 2: 동서분단과 통일
6. 인간과 자연의 다양성 공동체: 베를린이 전하는 또 하나의 열망
참고문헌
저자
정진헌 (지은이)
출판사리뷰
〈통일 교육=고리타분하다〉는 편견 이제 그만!
환경을 생각하는 평화, 2021 〈손안의 통일〉
〈평화의 시대〉를 준비하는 맞춤형 통일 교육서 〈손안의 통일〉 시리즈가 시즌 3로 돌아왔다. 통일부 국립통일교육원과 열린책들 출판사가 공동 기획·제작한 〈손안의 통일〉은 기존의 주입식 통일 교육을 탈피하고, 통일과 평화 문제를 독자 스스로 숙고하도록 이끄는 데 초점을 두고 기획된 문고 시리즈이다.
〈평화의 감수성을 기르는 교육〉을 목표로 삼고, 평화가 왜 중요한지, 평화와 통일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독자 스스로 고민하는 힘을 길러 준다. 첫 권 『더 나은 통일을 위한 대화』(2019)를 시작으로 『분단을 건너는 아이들』(2019), 『그림으로 떠나는 금강산 여행』(2020) 등 매해 업그레이드된 소재와 참신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며 〈통일 교육=고루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왔다.
이번 2021 〈손안의 통일〉(11~15권)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생태와 환경 문제를 어떻게 평화와 연결시킬지 고민한 기획들이 눈길을 끈다. 〈환경을 생각하는 평화〉라는 관점에서 종이와 인쇄 모두 친환경 제작으로 제작했고, 생태 관련 주제를 2종이나 포함시켰다. 먼저 최재천 교수의 『생태의 시대와 DMZ』는 생태학자의 관점에서, DMZ를 어떻게 보존?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과 아이디어가 담겨 있고, 지역 생태 활동가들이 필진으로 참여한 『DMZ를 보고합니다』는 DMZ 일원의 경이로운 자연 환경을 꼼꼼히 조사하며, 인류의 자연유산 DMZ를 어떻게 지켜 나갈 수 있을지 성찰한다.
주제와 분야 면에서도 참신함이 빛난다. 전 신문기자 겸 여행감독 고재열은 『미리 써본 북한 여행 기획서』에서 북한을 뜻밖의 매력을 지닌 미지의 여행지로 소개하며, MZ 세대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평화라는 주제로 끌어들인다. 영화비평가 강성률은 『스크린으로 만나는 한반도』에서 2000년대 이후 〈분단 영화〉를 분석하면서, 북한을 바라보는 대중 관객들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흥미롭게 분석한다. 또한 이주-난민를 주제로 연구해 온 정진헌 교수는 『베를린에서 만나는 서울과 평양』에서 파독 간호사와 탈북 독일 유학생 등을 인터뷰하며 우리 안에 내재했던 〈역사적·정서적 경계〉를 해체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2021 〈손안의 통일〉은 디자인 면에서도 변화를 시도했다. 표지의 경우 각 권마다 본문에 사용된 도판을 활용했고, 색과 레이아웃을 달리하면서도 통일감을 전달하려고 했다. 퍼즐을 맞추듯 다양한 사각형을 겹치면서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본문 편집 역시 각 도서의 주제에 따라 삽화의 느낌을 달리했고,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수록해 현장감을 더했다( 『DMZ를 보고합니다』, 『베를린에서 만나는 서울과 평양』). 새로 바뀐 디자인 역시, 기존 통일 교재들의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벗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평화·통일 교육〉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 온 〈손안의 통일〉 시리즈가 벌써 세 돌을 맞았다.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3년 동안 총 출간 종수는 15종에 이른다.
백준기 통일교육원장은 2021년 간행사를 통해, 보다 〈완전한 평화〉가 있어야 오늘날 우리가 이룩한 대한민국의 경제적·제도적 발전 미래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이 작은 책이 끊임없이 통일에 대해 일깨우고, 평화를 염원하며 창조적 미래를 꿈꾸게 하는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밝힌다. 이 시리즈가 시민들에게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데 보탬이 되고, 일상 가까운 곳에서부터 평화의 감수성을 기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평화의 감수성이 널리 퍼지고 평화가 일상이 된 다음에는, 통일로 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