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실패로 끝난 시대, 헤이세이를 말하다
일본은 천황의 대가 바뀔 때마다 역사를 한데 묶고 연호를 붙여 각 시대를 구분하고 있다. 『일본은 어디로 향하는가』는 헤이세이(平成) 시기인 1989년부터 2019년을 통째로 되돌아보는 책이다. 동시대를 대표하는 두 논객, 사토 마사루와 가타야마 모리히데는 이 책에서 헤이세이 시작부터 끝까지를 구석구석 파헤치며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를 살펴본다.
1989년 1월 8일에 시작된 헤이세이 초기는 바로 전 시대인 쇼와의 화려한 시절이 끝나고 〈버블〉이 붕괴되어 국가 전체에 비관적 분위기가 자리 잡은 시기다. 그렇기에 헤이세이사(平成史)의 큰 테마는 버블 경제가 정점에 달하고 거기서 전락하여 회복할 수 없는 일본의 상황을 어떻게 읽어 낼 것인지, 거기서 다시 일어설 처방전을 그리는 일이기도 하다.
목차
문고판 머리말
단행본판 머리말
제1장 버블 붕괴와 55년 체제의 종언
헤이세이 원년 → 6년(1989~1994)
천황이 중국과 오키나와를 방문한 의미 / 모스크바에서 본 광란의 일본 / 버블 붕괴로 패밀리 레스토랑 진화 / 세계사와 상대화하라 / 미야자키 쓰토무 사건과 가상 현실 / 우경화의 원점 / 마르크스를 모르는 정치가들
제2장 옴 진리교가 유혹하는 1천 년에 한 번인 대세기말
헤이세이 7년 → 11년(1995~1999)
아사하라 작곡의 대교향곡 / 러시아의 어둠과 동조화 / 인공 지진설을 주장하는 사람들 / 오키나와 독립도 있을 수 있다 / 은행이 무너지는 시대 / 양당제로 사회 민주주의 좌파가 사라졌다 / 외무성의 화장실용 수건에…… / 소년 A와 〈발달 장애 붐〉 / 일본의 제국주의 선언 / 중간 단체 상실과 공명당 부활 / 인류 멸망의 날 / 현대를 사는 니치렌종
제3장 고이즈미 극장, 열광의 말로
헤이세이 12년 → 17년(2000~2005)
모리 총리의 외교가 최고 / 신의 손과 STAP 세포 / 〈자민당을 때려 부수다〉 / 다나카 마키코 대 스즈키 무네오 / 고이즈미의 북한 방문은 실패였다 / 힐스족이라는 신흥 부자 / 한 소절의 정치와 동어 반복 / 천황제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았던 아미노 사학 / 호리에몬은 누구인가? / 휘몰아치는 자기 책임론 / 출판계에 대한 위화감 / 우정 선거는 반지성주의 / 고이즈미·다케나카 콤비의 내실
제4장 〈아름다운 나라〉에 사는 절망의 워킹 푸어들
헤이세이 18년 → 20년(2006~2008)
재특회 탄생은 필연이었다 / 연금 문제와 배심원 제도의 공통점 / 논픽션이 흔들린다 / 다모가미 논문의 문제점은 〈반미〉에 있다 / 리먼 쇼크를 예언한 남자 / 〈다들 한 번쯤 불행해지면 좋을 텐데〉
제5장 〈3.11〉은 일본인을 변화시켰는가
헤이세이 21년 → 24년(2009~2012)
하토야마의 의외의 능력 / 〈참의원 여소 야대 국회〉여서 다행이었다 / 구(舊) 제국 해군을 계승하는 해상 보안청 / 하야부사 귀환은 미담이 아니다 / 〈준(準)폭력단〉 탄생의 배경 / 〈3.11〉은 일본 현대사의 분기점 / 만약 자민당 정권이었다면 / 자원봉사 붐을 끊다 / 재해 문학의 발흥 / 탈원전은 왜 좌절했는가 / 최후에는 보수의 힘에 의존한 민주당 / 신뢰를 잃은 정권의 말로
제6장 돌아온 아베 신조 그리고 전후 70년
헤이세이 25년 → 27년(2013~2015)
아베 일강을 지탱하는 니힐리즘 / 정치가로서 변모를 이뤘는가 / 치안 유지법보다 국방 보안법에 가깝다 / 〈피의 올림픽〉이 시작되다 /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와 후유히코 씨 / 일본인은 〈오보카타〉에게서 무엇을 보았는가 / 클래식 역사에 남을 만한 대작 소동 / 정치의 V 시네마화 / 『아사히 신문』은 마치 일본 육군 / 올 오키나와는 어디로 가는가? / 헤이세이의 키워드는 〈호러〉 / 고토 겐지는 왜 시리아로 갔는가 / 아베 담화는 〈전후 체제〉의 추인이다 / SEALDs 등장과 야마구치파의 분열 / 반일 단체는 일본이 무서운가?
제7장 천황은 무엇과 싸우고 있었는가
헤이세이 28년 → 30년(2016~2018)
메르켈은 이세시마 주요국 정상 회의가 싫었다 / 원호 재정의 시대에 가세하고 싶은 공산당 / 쇼와 천황의 「인간 선언」과의 비교 / 독재자, 또는 신을 찾기 시작한 세계 / 천황 신화를 공유하지 않는 영역 / 「신 고질라」, 『기사단장 죽이기』, 『편의점 인간』 / 로컬 룰 소멸이 부른 기업의 불상사 / 트럼프의 등장으로 세계의 〈속도〉가 올라갔다 / 『금환식』을 보라! / 쇼와를 질질 끌고 가는 고이케 도지사 / 모든 범죄는 혁명적이다 / 북한이 노리는 한국 유엔군 후방 사령부 / 핵무장은 비현실적 / 노나카 히로무와 니시베 스스무의 죽음 / 몽골은 〈귀엽지 않은 나라〉인가 / 헤이세이 시대의 책 한 권은? / 헤이세이 시대의 명작 영화는? / 차세대에 숙제가 남았다 / 일본형 사회주의에서 탈피할 수 있을까
제8장 헤이세이가 끝난 날
헤이세이 30년 → 31년(2018~2019)
성희롱 소동에서 통계 부정까지 / 쓰시마 해협에 군사 경계선이 그어지는 날 / 오키나와의 발트 3국화 / 노래나 문학으로는 국민 통합을 할 수 없다 / 자기 책임론, 고조되지 않나? / 후미히토 발언의 충격 / 아카시 시장의 마을 만들기
단행본판 후기
문고판 후기
〈헤이세이사〉 도서 목록 50
〈헤이세이사〉 영화와 드라마 목록 30
저자
사토 마사루
출판사리뷰
전 외무성 주임 분석관이었던 사토 마사루는 북방 영토 반환과 오키나와 문제에 적극 관여한 인물로 방대한 지식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무장했다. 그와 대담을 나눈 가타야마 모리히데는 게이오 대학 법학부 교수이자 정치사상사 연구자로 일본 내에서는 보수 우익에 속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누가 좌익인지 우익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일본의 모든 현 상황을 뿌리부터 거칠게 비판한다. 정치뿐 아니라 책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편의점 인간〉형으로 바뀐 헤이세이 사람들의 행태도 다루고 있어, 우리는 책 한 권을 읽으면서 굵직굵직한 30년사와 함께 그동안 잘 몰랐던 일본인의 속내를 알 수 있다. 또한 북한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내세운다. 위안부 문제와 더불어 악화되는 한일 외교, 그리고 미국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같은 입장인 북한과 일본의 상황 등 일본인의 시선에서 이 문제들을 어떻게 느끼는지 솔직하게 대담을 펼친다.
일본은 무엇과 싸우는가, 일본은 어디로 향하는가
두 논객은 헤이세이를 총 여덟 시기로 나누어 정치, 경제, 사건, 문화를 종횡무진하며 30년사를 거론한다. 우선 버블 붕괴와 55년 체제의 종언으로 문을 열고, 버블 붕괴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당시 일본 사회를 경악시킨 사건들과 우경화의 원점이 된 6년간을 이야기한다. 뒤이어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경악시킨 헤이세이의 문제적 사건, 옴 진리교 테러가 등장한다. 아사하라 교주의 사고에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 정치사상사 전문가인 가타야마의 냉철한 분석에서 우리는 옴 진리교가 1960년대부터 시작한 일본의 종말론적 배경과 궤를 같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현 정권의 정치 원형을 제공한 고이즈미의 극장형 정치를 비판하며 똑같은 말만 되풀이하던 고이즈미를 가차 없이 몰아세우며 비난한다. 이때 고이즈미의 여러 정책 중 돌이킬 수 없는 빈부 격차 사회를 만든 파견 사원 문제도 등장하는데, 〈아름다운 나라〉에 사는 절망의 워킹 푸어들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 겪고 있는 현실과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3.11〉. 헤이세이사에서 가장 큰 위기였던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를 겪으며 일본은 과연 변했는지, 일본인은 어떤 사고를 지니게 되었는지 샅샅이 분석한다. 또한 〈돌아온 아베 신조〉를 한 장에서 폭넓게 다루며 결국 아베 정권이 국민에게 심어 준 건 니힐리즘이라는 것, 아베는 반지성주의일 뿐이라며 격하게 그 근거를 다룬다. 마지막 장인 〈헤이세이가 끝난 날〉에서는 전후 일본이 모른 척한 문제가 헤이세이 마지막에 일제히 분출하였다고 판단하며 앞으로 고민해야 할 의견들을 내놓는다. 두 논객 모두 일본에서 수많은 책을 낸 저자이기도 하여, 맨 끝에는 두 사람이 정리한 〈헤이세이 대표 책과 영화들〉을 따로 묶었다. 무엇보다 헤이세이사를 읽어 내고 이 시대를 해석하는 이유는 위기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새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들의 대담 속에서 우리는 한국 역시 일본과 다르지 않음을,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혜안을 얻을 거라고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