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재 살아 있는 정치 평론가로 촘스키만큼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쟁점에 대해
많은 사람의 생각하는 방법을 철저하게 바꿔 놓은 사람은 없다.”
- 글렌 그린월드
세계적인 언어학자이자 철학자, 인지 과학자, 역사가, 정치 운동가, 그리고 사회 비평가인 놈 촘스키의 신간 『문명은 지금의 자본주의를 견뎌 낼 수 있을까』가 출간되었다. 1969년부터 2013년까지 학회 및 대학교 강연과, 잡지와 신문에 기고한 시론을 한데 묶은 이 책은 전쟁, 테러, 종교,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각각의 글은 짧게는 20쪽 미만에서 길게는 50여 쪽에 이를 정도로 간결하고 담백하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의 밀도와 무게는 여느 촘스키의 저서들만큼이나 단단하고 무겁다. 여기 엄선된 촌철살인 일곱 편의 글들은 촘스키 사상의 정수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오랫동안 거침없는 비판자로서의 역할을 해온 촘스키의 시각은 90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날카롭다.
목차
촘스키에 대한 찬사
서문
1 문명은 지금의 자본주의를 견뎌 낼 수 있을까
2 인간 지능과 환경
3 단순한 진리, 그러나 어려운 문제
4 <동의 없는="" 동의="">
5 신성한 살인 면허
6 나는 예외다
7 지식과 권력
옮긴이의 글동의>
저자
놈 촘스키
출판사리뷰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폭로하라
『문명은 지금의 자본주의를 견뎌 낼 수 있을까』의 원서 제목인 [Masters of Mankind](인류의 주인들)는 이 책에 수록된 일곱 편의 글들을 관통하는 촘스키의 주제 의식을 잘 보여 준다. 과연 인류의 주인은 누구인가? 인류의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에게 부여한 그들은 그 소임을 잘 이행해 왔는가? 인류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며, 당면한 문제들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시대정신의 이해와 그에 대한 합리적 비판에 천착해 온 촘스키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에게 책임과 용기를 가질 것을 강조한다. 인류의 구성원이자 시민으로서 지식인은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폭로하는 것]에 매진하고 비합리적 사회 구조에 맞서 법률 의식과 도덕률을 유지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것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인류의 주인을 자처하는 이들은 우월적 지위를 향유하는 지식인이나 오만함과 가식과 악의를 가면 뒤에 숨긴 지도자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 촘스키가 비판 대상으로 삼는 강대국과 권력자, 재계와 학계는 항상 [예외적인] 위치에서 스스로를 규정한다. 그들의 온갖 핑계와 자기 합리화는 결국 진짜 주인이어야 할 대부분의 국가와 시민들에게 유무형의 폭력으로 작용한다. 전쟁, 권력의 불평등, 거짓으로 점철되는 삶은 결국 인류 전체의 몫이다. 인류의 안녕과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 및 결과가 종국에는 자기 파괴적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인류의 주인들이 보여 주는 아이러니한 행태야말로 촘스키가 이 책을 통해 비판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촘스키는 근본적이고 지배적이며 논란의 여지가 없는 도덕률로서 [보편성 원칙]을 강조한다. 보편성 원칙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에게 적용하는 기준과 정확히 같은 것을 스스로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사회의 틀을 형성하는 도덕적 · 법률적 기준은 인류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시민들, 즉 계몽 국가들의 지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많은 경우 보편성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강대국은 폭력을 빌미로 다른 더 큰 폭력을 휘두르고, 권력자들은 대의를 핑계로 일반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기준을 넘어서는 특권을 누린다. 촘스키는 소위 교육받은 엘리트층이 보편성 원칙을 무시하는 한 인류의 미래 생존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촘스키는 인류의 역사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침략과 전쟁에서 이러한 예시들을 찾는다. 중동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태도에서, 초창기 미국에서 원주민들을 상대로 했던 영국의 방식에서, 우리는 권력이 고귀함과 너그러움과 메시아적 비전에 대한 찬사를 향유하며 규범을 마음대로 결정하고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것이 핑계와 정당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힘의 논리 앞에서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폭로해야 할 사명을 가진 사람들은 입을 닫아 버린다. 우리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저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때 자칭 계몽된 이들이 만들어 내는 [규범의 혁명]은 권력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설정될 것이고, 여기에 책임을 애써 외면하는 비굴한 지식인들의 찬사가 더해지면 [악의 세계를 제거하려는 역사적 책임]을 이유로 [정의로운 전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라크 침략, 세르비아 폭격,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인류의 주인들
이 책에서 우리는 환경 문제에 대해 촘스키가 가지고 있는 최근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의 이기주의와 편리함의 추구가 환경 문제의 일반론적 원인임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에서 촘스키가 특히 흥미롭게 여기는 것은 환경 문제에 대한 기업의 역할이다. 촘스키는 오늘날 기업이 국가와 정치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환경의 미래에 대해 과학계는 부정적 견해와 경고를 내놓고 있지만 기업은 자신들의 이윤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한다.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를 마주한 대기업 최고 경영자들의 일관되고 안일한 태도는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이런 행태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은밀한 동맹 또한 환경 파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인류의 주인이라는 자의식은 환경 파괴 앞에서도 자신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게 되리라 착각하게 만들지만, [환경은 권력의 유무를 가리지 않고 철퇴를 내린다는 점에서 국제 관계와 다르다]. 촘스키는 그들이 오히려 [우리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서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는 존재]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촘스키의 눈에 환경 문제를 마주한 인류의 미래는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 세계 전역에서 원주민 사회는 [자연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반면, 문명화되고 세련된 사회는 원주민 사회의 그런 노력을 어리석다고 조롱한다. 신생 공업국들은 선진 사회들이 지난 200년간 저지른 환경 파괴의 결과를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한다. 할아버지 세대가 손자 세대를 담보로 하는, 인류의 주인들이 가진 근시안적 태도를 맹렬히 비난하며, 촘스키는 현재의 사회, 문화, 경제 이데올로기적 구조를 완전히 해체하는 거대한 민중 운동을 환경의 위협을 차단하는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가능한 신속하게! 그렇지 않으면 너무 늦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 인류의 주인들에 대한 노학자의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