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국내 처음 소개되는 미국 블랙 코미디의 대가
헬렌 디윗의 끝내주게 웃기는 풍자 소설
경쾌한 문체, 명료하고 밀도 있는 풍자로 현실 세계의 어두운 이면을 통렬하게 그려 내는 미국 작가 헬렌 디윗의 장편소설 『피뢰침』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앞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에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독자와 평단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작품이다.
데뷔작 『마지막 사무라이』(2000)는 출간 즉시 1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베스트셀러가 됐고 20여 개 국가에서 번역 및 출간된 바 있다. 『피뢰침』(2011)은 이보다 앞서 집필을 시작했으나 작가가 뉴욕의 여러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하는 등 난관을 겪으며 뒤늦게 발행한 두 번째 소설이다. 출간된 해,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과 패션 문화 웹사이트 에코살롱에서 선정한 [최고의 책 10권]으로 선정됐다. 또, 2013년 『플래버와이어』 선정』 [문학 부문 지난 5년을 대표하는 50권의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화이트 리뷰』 [편집자의 선택]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또 일본어, 히브리어, 아랍어, 스웨덴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고대 그리스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작가의 천재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단편집, 세라 워터스의 『게스트』, 『흉가』 등을 번역한 김지현 역자는 작가의 민활하고 재치 있는 문장을 한국어로 생생하게 옮겼다.
목차
1. 실패는 가장 훌륭한 배움길이다
2. 확률 게임
3. 시험 관찰
4. 최대한 최고급으로
5. 분쟁 조정
6. 멋진 로맨스
7. 더욱 강력한 존재
8. 미래는 우리 것
끝입니다 여러분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헬렌 디윗
출판사리뷰
유감스러운 현실을 타개할 혁명적인 프로젝트 「피뢰침」
“그러니까 그냥 최선을 다해 보자. 만약 모조리 처참하게 망해 버린다면
언제라도 자살할 수 있다는 것, 기억하고.”
사업가로서 새 출발 한 조는 기업체를 상대로 「도덕적 판단은 나의 몫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1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쓸 만한 직원이 고작 연봉 2만 5천 달러짜리 비서와 섹스 스캔들을 일으켜 위험에 빠지는 일을 방치하겠느냐고 묻는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피뢰침」 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된다는 조의 말은 설득력을 발휘하고 기업체와 계약을 맺는 데 성공한다.
조리스카를 위스망스의 『거꾸로』(1884), 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1962), 척 팔라닉의 『파이트 클럽』(1996) 등 컬트 소설은 주류 이데올로기에 반기를 들며 냉소적인 유머를 섞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가 미처 눈여겨보지 못한 사회 전반의 부조리를 건드리고 반성을 끌어낸다. 헬렌 디윗의 『피뢰침』 역시 컬트 소설로 분류될 만하다. 등장인물들의 거듭되는 자기기만, 욕망의 축적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운명을 바꿔 놓는다. 미국 전역을 휩쓴 성공한 사업가가 된 조를 비롯해 소송 전문 변호사, 대법원 판사로서 성공한 여성의 롤 모델이 되는 전직 피뢰침 루실과 르네 등은 자기 합리화의 귀재들이며 과정에서의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최악의 상황, 최악의 방법을 두고도 긍정적인 목적과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곧 세일즈라는 것을 그들은 여과 없이 보여 준다. 조는 인종 차별 및 고용 차별 논란을 막기 위해 유색 PVC 타이츠를 제작해 피뢰침들에게 착용하게 하며 야릇한 분위기를 해치는 장애인 전용 변기를 없애는 대신 높이 조절 변기로 대체하기에 이른다. 나아가 세면대, 핸드 드라이어, 수건걸이뿐 아니라 다양한 용품에 높이 조절 기능을 추가해 장애인의 편의를 확대한 화장실로 개조한다. 「피뢰침」의 존재를 불편해하는 기독교 공동체나 보수적 기업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또 다른 아이디어를 짜낸다. 마침내 「피뢰침 시스템」은 FBI와 협력하며 국가 안보를 지키는 사회 공헌 사업으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모두에게 균등하게 열린 기회, 그리고 혜택. 사회의 병폐를 수단으로 삼아 신사업을 개척하는 중에 더 높은 이윤을 취하려 완벽에 완벽을 기울인 조의 결과물은 패러독스 그 자체다.
허풍에 웃다가도 동시에 목덜미에 칼이 들어온 듯 섬뜩한 느낌이 드는 까닭은, 디윗이 거침없이 겨누는 풍자와 폭로의 대상이 궁극적으로는 바로 우리 자신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중에서
『피뢰침』은 출간 즉시 미국 문학의 고전이 되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종일관 스타카토로 이어지는 탄탄한 전개, 관점의 엄정함에서 느껴지는 고심의 흔적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작품이다. 법률 비서, 던킨 도너츠 직원, 세탁소 직원, 보고서 작성 용어 정리 요원 등 여러 직업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한 작가의 이력은 화물 열차 엔진 수리공으로 일한 소설가 척 팔라닉의 그것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으나 작품이 독특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일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헬렌 디윗은 변방으로 밀려난 소외된 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끝내주게 야하고 웃기지만 무게는 만만찮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주인공 조를 통해 디윗은 성차별, 인종 차별, 종교, 정치, 지배 권력, 자본주의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점들을 차근차근 끄집어 올린다. 그리하여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거침없이 종횡무진하는 유머를 뒤섞어 현대 소설의 한 장을 새로이 펼쳐 보인다. 폭소 끝의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쾌활하면서도 어쩐지 경직된 여자의 표정」은 곧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얼굴에 떠오를 것이다. 『피뢰침』은 자기 계발서 혹은 성공한 CEO의 자서전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매우 영리하게도 「끝입니다, 여러분」이라는 마지막 장을 통해 풍자 소설이 지닌 한계점을 스스로 짚으며 혹자가 시도할지 모를 지적조차 교묘하게 피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