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평범에서 비범으로, 인생을 도약시키는 [멈춤]의 힘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새로운 인생을 고민한다. 직장과 가정, 인간관계에서 지칠 때마다, 하고 있는 일에 흥미와 의미를 찾지 못할 때마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줄 계기가 찾아오길 소망한다. 하지만 그런 간절한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말한다. 먼저 [하던 것을 멈추라]고.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 말고 그저 비워 두라고.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시추(試錐)의 시간을 가지라고.
『위대한 멈춤』은 자신의 인생에 의문을 품고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보통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들은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연구원들로 오랫동안 [인생의 전환기]라는 주제에 천착해 왔다. 예술 · 학문 · 경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18명의 평범했던 인물들의 전환기를 탐구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저자 본인들의 전환기 체험을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녹여 냄으로써 한 권의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 책은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인생을 도약한 인물들의 전환기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박사학위를 포기하고 5년간 백수로 지낸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 수녀원의 삶을 견디지 못해 뛰쳐나온 종교 저술가 카렌 암스트롱, 미성숙했던 스무 살 청년 워런 버핏 등, 오늘날 뛰어난 성취로 각광받고 있는 인물들의 급격한 삶의 변화 시기를 추적하고, 그들의 성취 뒤에 숨겨진 비밀을 연구했다.
이 책에 따르면 전환기 이전의 인물들은 보통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들 역시 인생의 불운 앞에 흔들리며 괴로워하고 돈과 욕망 앞에서 절절 매던 범인(凡人)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위대한 멈춤]을 통해 완벽한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질주하던 인생의 시동을 끄고, 집중적으로 스스로를 성찰하고 삶을 실험하는 시기를 이 책에서는 [전환기turning period]라고 부른다.
이 책은 전환자들이 인생을 변화시킨 방법으로 9가지 도구(독서, 글쓰기, 여행, 취미, 공간, 상징, 종교, 스승, 공동체)를 제시한다.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들의 전환기에 이 도구 가운데 한두 개를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영역에서 비약적 성취를 이끌어 낼 수 있었으며, 끌려가던 인생에서 삶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이 책은 삶의 위기에 직면한 독자, 본질적 변화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독자들에게 용기와 통찰을 줄 것이다.
목차
여는 글 _ 전환기, 멈추어 귀 기울이는 시기
서문 _ 삶에는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지는 순간이 있다
1부 부름,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전환에의 초대
부름에 임하는 마음가짐
삶의 목소리를 듣는 전환 도구와 전환자들
2부 탐험, 삶을 바꾸는 아홉 갈래의 길
전환 도구 1 독서 _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조지프 캠벨, 전작 독서로 현실에서 신화로 진입하다
카렌 암스트롱, 책을 읽으며 공감과 영성을 회복하다
삶을 바꾸는 책과의 만남
마음의 불꽃을 점화시키는 독서법
전환 도구 2 글쓰기 _ 인생이라는 한 권 책의 저자는 오직 자신
구본형, 새벽 글쓰기로 삶을 혁명하다
빅터 프랭클, 온몸으로 글을 쓰며 죽음을 극복하다
나를 발견하고 미래를 창조하는 글쓰기
성장과 변화를 위한 글쓰기
전환 도구 3 여행 _ 여행 전과 후의 나는 같지 않다
조지프 자보르스키, 여행을 하며 삶의 신비에 눈뜨다
이윤기, 신화의 본고장에서 신화 전문가로 거듭나다
호모 비아토르, 인간은 여행하며 깨닫는다
길 위에서 깨달음을 얻는 방법
전환 도구 4 취미 _ 몰입과 희열로 인생을 재창조하다
폴 고갱, 취미를 통해 삶의 방향을 돌리다
헤르만 헤세, 회화로 삶의 위기에 맞서다
삶을 재편하고 정신을 고양하는 취미
하비스트가 아닌 마니아가 되는 법
전환 도구 5 공간 _ 성소(聖所)에서 새 삶을 시작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에서 이상적인 삶을 실험하다
스콧&헬렌 니어링, 도시를 떠나 자급농으로 삶의 대안을 찾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길들인다
진정한 나로 거듭나는 공간 만들기
전환 도구 6 상징 _ 인간은 상징을 닮아 간다
카를 융, 상처 입은 자에서 영혼의 치유자로 거듭나다
템플 그랜딘, 상징을 발판 삼아 자폐를 뛰어넘다
상징에는 존재의 본질과 삶의 방향성이 응축되어 있다
상징과 함께 진화하는 방법
전환 도구 7 종교 _ 작은 나를 넘어서는 깨달음의 길
모한다스 간디, 여러 종교를 탐구하며 정치적 신념을 세우다
무하마드 알리, 믿음을 통해 불굴의 정신을 단련하다
종교, 열어 놓음의 길
[참 나]를 발견하고 확장하는 법
전환 도구 8 스승 _ 사람은 사람으로 바뀐다
워런 버핏, 자신의 영웅을 찾아 그 어깨 위에 올라서다
황상, 평생의 스승과 함께 삶의 새 지평을 열다
무엇을 배우는가보다 누구에게 배우느냐가 더 중요하다
스승에게 배우는 태도와 방법의 정석
전환 도구 9 공동체 _ 사람을 키우는 살아 있는 유기체
벤저민 프랭클린, 작은 공동체가 위대한 미국인을 키우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죽음 세미나에서 삶의 비밀을 깨닫다
[우리]보다 현명한 [나]는 없다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만들기
2부를 마치며 _ 삶을 탐험하는 세 가지 마음가짐
3부 귀환,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는 길
거듭남을 위한 최종 관문
성공적인 귀환을 위한 원칙
나가는 글 _ 인간은 전환기를 거치기에 위대하다
부록
1 다양한 전환의 모델
2 전환자들의 [전환의 창] 모음
3 두 저자의 전환 이야기
주
참고 문헌
저자
홍승완, 박승오 (지은이)
출판사리뷰
전환점이 아닌 전환기!
많은 책에서 [전환점turning point] 또는 [결정적 순간critical moment]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이 도약하는 것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이것은 긴 인생을 압축적으로 줄여서 보았을 때 하나의 [시점]처럼 보이는 것일 뿐 실상은 시점이 아닌 [기간]에 가깝다. 예컨대 간디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마리츠버그 역에서 인종차별로 기차를 타지 못했다. 그날 밤 그는 추운 역사에서 밤을 꼬박 새며 울분을 마음에 새겼다. 그러나 그 사건이 정치로 간디를 이끈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간디는 이후 3년 동안 본인의 종교인 힌두교뿐 아니라 기독교와 이슬람 등의 다양한 종교를 공부하고 사람들과 토론 모임을 갖는데, 이 실험이 그의 삶을 사티아그라하(비폭력 저항 운동)로 이끌게 된다. 한 사람의 운명은 전환점이라는 한 사건 때문이 아니라, 전환기라는 실험과 성찰의 기간을 거치며 바뀌는 것이다.
저자들은 [삶의 급선회]라는 환상에서 깰 것을 주문한다. [매주 푼돈을 들여 로또를 사고 일확천금을 기다리는 것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인생을 바꿔 줄 커다란 사건을 마냥 기다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수동적인 태도로는 인생을 바꾸지 못한다. 어떤 결정적 사건이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삶을 이륙시키는 것은 장기간에 걸친 삶에 대한 능동적 실험이다.
[전환기]란 퇴비를 만드는 시기
그렇다면 전환기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많은 책과 전문가들은 한 분야를 깊이 파서 1만 시간 또는 10년을 채우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아무 데나 판다고 맑은 물이 나오는 건 아니다. 사람에겐 [시추의 기간]이 필요하다. 직업적 수련기가 한 우물을 깊이 파는 것이라면 전환기는 좋은 우물을 찾아 이곳저곳을 시추하는 시기이다. 전환기는 목표나 결과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회사를 관두고 공무원을 목표로 시험 준비를 하는 등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다면 그것은 전환기라 볼 수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전환기는, 하던 것을 멈추고 지금까지의 삶을 재점검하면서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간이다.
예컨대, 스물다섯의 캠벨은 박사학위를 중간에 포기하고 직업을 구하지 못한 고학력 백수였다. 미국 사회가 대공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캠벨은 뉴욕 근처의 우드스탁 숲에 허름한 오두막집을 구했다. 그는 가난했고, 인생에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서랍장 위에 1달러 지폐를 올려놓고, [이 돈을 쓰지 않는 한, 거지는 아니다]라며 자위하며 보고 싶은 책들을 들입다 팠다. 물론 스스로를 성찰하고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캠벨처럼 학교나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본형은 회사를 다니며 새벽 글쓰기로 내적 자산을 계발했으며, 카를 융은 개인 병원을 운영하며 주로 아침과 밤에 [내면 탐험]에 몰두했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세상으로부터 은둔하는 것은 전환의 본질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점은 전환기란 [반대쪽 터널 끝의 풍광은 알지 못한 채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불확실하고 혼란스러운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전환의 크고 작은 체험이 시간과 함께 하나하나 쌓여 삶을 질적으로 도약시키는 퇴비가 된다. 캠벨은 앞서 5년간의 독서공방(讀書空房)을 통해 신화학, 종교학, 현대 예술, 철학, 문학 등과 같은 다양한 학문과 분야를 자신의 방식으로 축적하고 연결할 수 있었다. 캠벨이 인정하듯 오늘날 신화학자로서의 명성을 가져다준 지적 토대는 그 시기에 거의 완성됐다. 구본형 또한 3년간의 새벽 글쓰기를 통해 독자에서 작가로, 직장인에서 1인 기업가로 거듭났으며, 카를 융도 어두운 전환기를 거치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확연히 차별되는 [분석심리학]의 기본 바탕을 마련했다. 전환기는 퇴비를 만드는 시기다. 돈을 주고 사서 쓰는 금비(金肥, 화학 비료)에 비해 효율이 낮고 속도 역시 느리지만,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확실하며 땅을 살린다.
인생을 바꾸는 9가지 도구
저자들은 많은 전환자들을 연구하면서 적어도 아홉 가지 도구들이 있음을 확인했다. 특징적인 점은, 전환자들은 이 도구를 일상에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환기에 사용했다는 사실이다(본서 51면 [표 2] 참조). 예컨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블로그, SNS, 보고서 등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 위한 일상기의 글쓰기라면, 구본형, 빅터 프랭클, 헨리 소로 등의 전환자들은 철저히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글을 썼다. 그들은 아무도 열어 보지 않는 일기와 개인사, 습작 노트 등을 통해 스스로를 탐구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일상의 독서가 주로 자신이 필요로 하는 답을 얻기 위함이라면 전환기의 독서는 답이 아닌 근본적인 질문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전환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확장하고 보강하는 [창고]가 아니라 자기 내면에 고착화된 인식의 틀, 곧 그 창고를 깨는 [도끼]로써 책을 읽었다.
이 책은 독서, 글쓰기, 여행 등 익숙한 도구부터 상징, 공간, 종교 등 다소 생경한 도구까지 인생을 바꾸는 다양한 통로들을 제시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전환자들의 이야기 중 일부를 소개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공간]을 통해 인생을 바꾸었다. 스물여덟의 소로는 도끼 하나만 들고 월든 호숫가 숲속으로 들어갔다. 오두막을 짓고 채마밭을 일구며 의식주를 자기 방식대로 해결했으며, 호수에 몸을 담그는 것부터 시작해 하루를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설계했다. 그는 자연과 자신의 오두막을 성찰의 장이자 실험실로 삼았다. 이렇게 보낸 26개월간의 월든 생활을 통해 소로는 삶의 방향성과 인생철학을 확고하게 정립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전환기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성소(聖召)를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성소는 사회적 가면을 벗고 자신과 대면하는 공간이다. [나란 존재가 무엇인지, 내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그 안에서 경험할 수 있다.
헤르만 헤세의 경우는 [취미]로 인생의 위기를 극복했다. 조국 독일의 전쟁에 비판적인 글을 써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헤세는, 연이어 아버지의 죽음, 아내와 아들의 발병으로 정신적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카를 융 등이 권유한 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헤세는 그림을 그리며 소설가로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화가로서의 체험은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등과 같은 그의 후반부 작품에 스며들어 또 다른 색채를 부여했다. 1925년에 쓴 편지에서 그는 [그림을 그리려는 시도가 나에게 위안을 주고 구원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오래전에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 책은 삶의 위기를 맞은 사람들에게 마니아mania와 같은 자세로 취미에 몰두하는 것을 추천한다. 높은 수준의 취미 활동은 내면의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조선시대 시인 황상(黃裳)은 [스승]을 통해 삶의 새 지평을 열었다. 아전의 아들이었던 그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 중에 개설한 서당에서 열다섯 살에 공부를 시작했다. 황상은 스스로를 둔하고 답답하다고 여겼지만 다산은 그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마음을 다잡아 부지런히 노력하라는 의미에서 「삼근계(三勤戒)」를 적어 주었다. 다산은 황상을 시의 세계로 이끌고 제자의 시를 손수 점검해 주고, 초서(抄書) 등의 공부법을 일러 주었다. 황상은 스승을 통해 시인과 유인(幽人,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자신의 철학과 개성대로 사는 사람)이라는 인생의 방향성을 확립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스승] 역시 전환기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승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할 뿐 아니라, 제자의 잠재력을 끌어낸다. 이 책은 훌륭한 실력과 인품을 겸비한 스승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좋은 스승은 존재 자체, 즉 [함께 있는 것만으로] 제자를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나는 무르익고 싶은 갈망이 있다.
죽을 준비도, 다시 태어날 준비도 되어 있다.
- 헤르만 헤세
이윤기가 스스로에게 자주 던진 질문이 있다. [하고 있는 일, 살고 있는 삶에는 지금 내 피가 통하고 있는가? 나는 삶에서 무엇을 취하고 있는가? 가죽인가, 뼈인가, 문제는 골수이겠는데, 과연 골수인가?] 이윤기의 말처럼 인생의 골수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삶에 대한 질문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넓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이런 물음들은 언젠가 반드시 우리를 찾아올 인생의 위기, [삶의 겨울]에 어떠한 해답도 주지 못한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이야기하기보다 근원적인 질문, 즉 [나]를 향해 질문의 방향을 돌려야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전환자들이 인생의 도약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질문 자체를 바꿨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한다. 이제 한 번도 꺼내 놓지 않았던 물음을 자신에게 던질 때라고. 삶의 전반기 동안 이루어야 하는 것들에 시간을 바치느라, 묻지 않았던 질문을 꺼내 놓을 때가 되었다고. 나는 누구인지, 진정 나다운 삶이란 무엇인지, 무엇으로 나의 길을 갈 것인지, 이제 그대 스스로 답할 때라고. 그리고 그 변화를 위해 [죽을 준비도, 다시 태어날 준비도 되어 있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