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조선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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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32917252
출판사
열린책들
저자
조경달
발행일
2015-08-15
근대 조선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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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조선의 개항부터 대한제국의 멸망까지, 반세기에 걸친 통한의 한국 근대사

갑오농민전쟁 등 조선 민중사 연구로 유명한 재일 사학자 조경달 교수가 그간의 연구 결과를 집약해 서술한 통한의 한국 근대 통사. 19세기 중반 대원군 집권기부터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멸망하던 날까지 반세기에 걸친 역사를 정치 문화를 중심으로 통사적으로 기술하는 한편으로, 비교사적 차원에서 근대 한일 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근대 조선의 역사는 [일국사적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특히 일본과의 관계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을 [근대 조선사]가 아니라 [근대 조선과 일본]이라고 지은 이유다.
근대 조선은 어떤 연유로 일본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는가? 근대 서구와 접촉하면서 비교적 원만하게 국민 국가로 전환한 일본과 달리, 조선에서는 국민 국가로의 전환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왜 그러했는가? 조경달은 한일 양국의 정치 문화의 차이에서 그 답을 찾는다. 조선은 유교적 민본주의를 국가를 지배하는 원리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렸던 반면, 일본은 단지 통치의 수단으로서만 그것을 받아들였다. 유교적 민본주의를 고집한 것은 위정척사파만이 아니었다. 조선의 근대화를 꿈꾼 개화 사상가들조차 이러한 정치 문화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고, 지배 계급만이 아니라 민중 세계도 이러한 정치 문화를 마음속 깊이 내면화하고 있었다. 민란과 농민 전쟁, 의병 지도자들 또한 이러한 일군만민 사상을 봉기의 명분으로 내세우고는 했다.
근대 조선의 역사를 유교적 민본주의라는 정치 문화의 동학으로 풀어냄으로써, 저자 조경달은 근대를 절대화하는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시도한다. 한국 근대사를 변화를 강제하는 외세의 침탈 속에서도 유교적 민본주의라는 고유한 가치를 관철하면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려다 좌절한 통한의 역사로 보는 것이다. 비록 파국에 이르기는 했지만, 그러한 노력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들의 전통 ? 원리 ? 이상을 고집한, 장대하고 위험한 실험이자 도전]이었다. 근대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사건들을 정치 문화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인문 교양 출판사인 이와나미쇼텐에서 일본인 독자를 대상으로 출간한 책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들어가며

제1장 조선 왕조와 일본
1. 조선의 정치와 사회ㅣ2. 개항전야의 조선ㅣ3. 〈정한〉 사상의 형성과 메이지 유신

제2장 조선의 개항
1. 대원군 정권ㅣ2. 대원군의 양이 정책ㅣ3. 조일수호조규의 체결

제3장 개항과 임오군란
1. 개화와 척사ㅣ2. 두 번째 개항ㅣ3. 임오군란과 일본

제4장 갑신정변과 조선의 중립화
1. 민씨 정권과 개화파ㅣ2. 갑신정변과 일본ㅣ3. 여러 열강과 조선 중립화 구상

제5장 갑오농민전쟁과 청일 전쟁
1. 갑오농민전쟁의 발발ㅣ2. 청일 전쟁과 조선ㅣ3. 제2차 농민 전쟁과 일본ㅣ4. 갑오개혁과 일본

제6장 대한제국의 시대
1. 대한제국의 탄생ㅣ2. 독립협회 운동ㅣ3. 대한제국의 정책ㅣ4. 대한제국기의 민중 운동

제7장 러일 전쟁하의 조선
1. 일본의 조선 점령ㅣ2. 군율 체제ㅣ3. 반일 항쟁

제8장 식민지화와 국권 회복 운동
1. 일본의 조선 보호국화ㅣ2. 국권 회복 운동과 제3차 한일협약ㅣ3. 국권 회복 운동의 확대와 그 사상ㅣ4. 국권 회복 운동과 일본

제9장 한국 병합
1. 병합 결정과 안중근 사건ㅣ2. 대한제국의 멸망

후기
연표 ㅣ주요 참고문헌ㅣ도판 출전ㅣ찾아보기ㅣ옮긴이의 말

저자

조경달

출판사리뷰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의 한계를 넘어서

병합은 분명 한국인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치욕이었지만, 일본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일본은 한국 병합을 정당화하기 위해 조선은 자력으로 근대화할 수 없고, 방치해 두면 나라마저 빼앗길지 모르기 때문에 일본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정체적, 타율적 사관을 유포시켰다. 이른바 식민지 사관이다. 이 책은 이러한 식민지 사관의 극복을 의도하는 여러 사관의 검토에서 시작한다. 내재적 발전론, 식민지 근대화론, 식민지 근대성론 등이 그것이다.
조경달은 내재적으로 근대의 방향으로 발전의 길을 걷던 조선이 일본에 의해 방해를 받았다고 보는 내재적 발전론은 지나치게 일국사적인 동시에 근대 일본의 민족주의를 지탄하면서 조선의 민족주의를 고취하는 모순적인 측면이 있으며, 일본 지배 아래에서 조선의 자본주의적 발전을 논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본의 지배를 합리화하는 측면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통해 조선인이 나쁜 근대의 가치를 내면화하게 되었다는 식민지 근대성론은 근대를 긍정하기보다는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기는 하지만, 근대를 개인이 저항할 수 없는 무엇으로 상정함으로써 또다시 근대를 절대화해 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역사란 실로 다양하게 전개되며, 따라서 반드시 근대적 방향으로만 나아가지 않는 역사의 발전을 확인하는 것이 근대를 상대화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조경달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정치 문화다. 저자에 따르면, 근대의 얼굴은 하나가 아니다. 전통적 정치 문화가 규정하는 바에 따라 각 지역, 민족, 국가는 각기 다르게 근대를 받아들였고, 각기 독특한 정치 세계를 창출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조경달은 근대 조선의 역사를 정치 문화사적인 차원에서 고찰함으로써 근대 서구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정체 혹은 퇴행의 관점에서 보는 발전 단계론의 속박으로부터 한국 근대사를 구해 낸다.

조선과 일본의 정치 문화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인가 ― 도(道)와 국체(國體)

조선 왕조는 건국 이념을 주자학에 두었고, 그 정치 이념은 유교적 민본주의였다. 주로 ??맹자??의 사상에서 규범을 찾은 유교적 민본주의는 권력주의적 패도를 배척하고 덕치주의적 왕도를 지향하여 백성을 위한 정치를 주장하였다. 민본인 이상 백성이 나라보다 더 중요했고, 양반은 유교적 민본주의를 내면화한 존재로 간주되었다. 민중 구제는 양반의 당연한 책무였다. 토지의 매매와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었고, 촌은 개방적이었다. [효제충순(孝悌忠順)]의 덕을 소유하고 있으면 사(士)라고 해야 한다는 개화파의 시조 박규수의 말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보편적 [도(道)]에 대한 강조는 조선의 신분제를 내재적으로 해체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른다. 조선에서 주자학에 기초한 인정(仁政) 이데올로기는 통치 원리 그 자체였다. 이상과 현실은 달랐지만, 현실의 왜곡 또한 유교적 민본주의라는 통치 원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근세 일본에도 분명 유교적 정치 문화는 존재했다. 무사는 유교적 교양을 쌓을 것을 요구받았고, 유교 교육을 근간으로 하는 번교(藩校)가 18세기 말부터 전국적으로 보급되었다. 그러나 [무위(武威)]가 막번 체제 최대의 기반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유학자의 사회적 지위는 낮았고, 농민은 엄격한 신분제 아래 토지에 묶여 있었으며, 직업 선택이나 여행의 자유에도 심한 제약이 있었다. 일본의 통치 구조에서 주자학은 한낱 통치 수단의 하나일 뿐이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지켜야 할 [도]란 존재하지 않았다. [서구의 충격]에 저항하기 위해 일본인들은 [도] 아니라 [국체(國體)]를 내세웠다. [도] 위에 [나라]를 위치시키는 요시다 쇼인의 [국체] 사상은 제자들에게 퍼져 나갔고, 결국 메이지 헌법에서 근대 일본의 국가 원리로서 확립되었다. 다시 말해 유교는 국체를 보호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였고, 결코 통치 원리가 될 수 없었다.
그런데 숭문(崇文)의 나라임을 자부한 자부하는 조선이 근대와 조우하여 무위의 나라임을 자부하는 일본 이상으로 서구에 항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조경달은 그 이유를 양국의 문명 의식의 차이에서 찾는다. 어찌 보면 조선이 개항을 요구하는 서구 세력에 항전한 것은 당연했다. 유교 문명을 절대적으로 수호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의 왕조가 존귀한 것은 [도]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실천을 포기한다면 그러한 왕조는 존재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었다. 일본은 판이한 양상을 보였다. 일본에서는 [국체] 사상이 대두하여 [국가]가 절대화되었다. 일본인들은 서구에 대한 철저한 항전이 [국가]를 멸망으로 이끌 뿐이라고 생각했고, 국가의 존립과 힘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쉽게 서구화로 전환할 수 있었지만, [국가]가 멸망하더라도 [도]에 따라 죽는 것이야말로 인륜의 올바른 행위라고 여기는 정치 문화를 가진 조선의 입장에서 개항을 요구하는 프랑스와 미국에 대한 항전은 유교 질서의 보존을 위한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1907년 12월 각지의 의병에게 격문을 보내 통합적인 항쟁의 필요성을 호소해 의병 총대장이 된 이인영이 1908년 1월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총대장의 자리를 버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이는 유교적 민본주의 국가 조선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장례가 끝난 후 진으로 돌아올 것을 요청하는 부하들에게 이인영은 이렇게 말했다. [나라에 충성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3년상을 치른 후에 다시 의병을 일으키고, 일본을 소탕하여 대한을 회복한다면 곧 그것이 효순(孝順)으로서 충을 온전하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이인영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대의 정치 문화를 고려했을 때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전혀 아니었다. 본래 유교에서는 효와의 유사성에서 충을 파악하여 효를 우선시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도]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조선 왕조, 대한제국이 소중한 이유는 그것이 [도]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주체이기 때문이었다. 즉 [도]는 여전히 [국가]보다 상위의 개념이었다.

상품필수 정보

도서명 근대 조선과 일본
저자/출판사 조경달,열린책들
크기/전자책용량 153*215*18
쪽수 320
제품 구성 상품상세참조
출간일 201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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