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뇌 연구는 곧 우리 자신에 대한 탐색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세계적인 뇌 과학자 디크 스왑의 답은 이렇다. 우리는 우리 뇌다. 뇌는 우리 몸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 책 [우리는 우리 뇌다]에서 스왑은 우리가 자궁 안에서 태아로 있을 때부터 성인기를 거쳐 죽음에 이를 때까지 우리의 뇌가 삶의 매 단계에서 우리의 존재 자체에 미치는 영향, 다시 말해 뇌가 우리의 성격적 특성과 능력과 한계를 어떻게 결정짓는지를 뇌 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과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논쟁적이고 도발적으로 설명한다. 스왑은 이제 뇌 연구가 뇌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왜 현재의 우리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찾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스왑에 따르면, 뇌 연구는 곧 우리 자신에 대한 탐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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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들어가는 말
1장 발달, 출생, 부모의 돌봄
2장 《안전한》 자궁 안에서 위협받는 태아의 뇌
3장 자궁 안에서 일어나는 뇌의 성 분화
4장 사춘기, 열애, 성 행동
5장 시상 하부: 생존, 호르몬, 정서
6장 중독성 물질
7장 뇌와 의식
8장 공격성
9장 자폐증
10장 정신 분열증과 환각의 또 다른 원인들
11장 치료와 전기 자극
12장 뇌와 운동
13장 도덕적 행동
14장 기억
15장 신경 과학: 뇌와 종교
16장 하늘과 땅 사이에 더 이상의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17장 자유 의지
18장 알츠하이머병
19장 죽음
20장 진화
21장 결론
감사의 말
찾아보기
저자
디크 스왑 (지은이), 신순림 (옮긴이)
출판사리뷰
뇌 연구는 곧 우리 자신에 대한 탐색이다
시신을 부검해서 누군가의 뇌를 손에 들 때면 항상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나는 그 순간에 누군가의 일생을 손에 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우리 뇌의 [하드웨어]가 얼마나 [소프트]한지 느낄 수 있다. 그 사람이 생각하고 체험한 모든 것이 그 젤라틴 같은 덩어리 속에서 시냅스의 형태나 분자 구조의 변화로 부호화되어 있는 것이다. -[들어가는 말], 33쪽.
우리는 누구인가? 세계적인 뇌 과학자 디크 스왑의 답은 이렇다. 우리는 우리 뇌다. 뇌는 우리 몸의 일부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라는 것이다. 이 책 [우리는 우리 뇌다]에서 스왑은 우리가 자궁 안에서 태아로 있을 때부터 성인기를 거쳐 죽음에 이를 때까지 우리의 뇌가 삶의 매 단계에서 우리의 존재 자체에 미치는 영향, 다시 말해 뇌가 우리의 성격적 특성과 능력과 한계를 어떻게 결정짓는지를 뇌 과학의 최신 연구 결과들과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논쟁적이고 도발적으로 설명한다. 스왑은 이제 뇌 연구가 뇌 질환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왜 현재의 우리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변을 찾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말한다. 스왑에 따르면, 뇌 연구는 곧 우리 자신에 대한 탐색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대부분 자궁 안에서 결정된다
1.5킬로그램의 젤라틴 덩어리 같은 뇌 속에는 1,000억 개의 신경 세포가 들어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열다섯 배에 이르는 숫자다. 여기에 더해 우리 뇌 속에는 신경 세포의 열 배에 이르는 아교 세포가 들어 있다. 이 뇌를 움직이는 데는 15와트 전구의 에너지면 충분하다. 뇌가 여든 평생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은 1,200유로어치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돈으로 150만원 남짓한 금액이다. 쓸 만한 컴퓨터 한 대를 겨우 살 수 있는 이 돈으로 뇌는 평생 동안 수십억 개의 뉴런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스왑은 이 뇌가 자궁 안에서부터 활동하기 시작해 살아가는 내내, 그리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평생 동안 하는 일을 놀랍고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보여 준다.
뇌의 일대기는 자궁 안에서 시작된다. 태아의 뇌가 자궁 안에서 하는 역할은 출생 이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출산 시에 태아의 뇌와 산모의 뇌가 서로 원활하게 상호 작용을 하지 못하면 출산은 난산으로 이어진다. 분만이 지연되는 까닭은 태아의 뇌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뇌증 아이들의 절반이 출산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하는데, 이는 분만을 하는 동안 아이의 뇌가 원활하게 기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태아의 뇌는 성인기의 비만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에 치닫던 1944년과 1945년 사이 겨울에 네덜란드인들은 혹독한 굶주림을 겪었는데, 이 시기에 자궁 안에서 임신 전반기를 보낸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비만증의 경향을 보였다.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태아의 시상 하부는 영양분 부족을 인지하고 섭취된 모든 칼로리를 저장하도록 신체를 조절한다. 그런데 그들이 나중에 먹을 것이 넘치는 환경에서 살게 되면 비만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는 유전적인 성향과 자궁 안에서 발달하는 동안 이루어진 프로그래밍의 조합을 통해 형성된 유일무이한 뇌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 우리의 성격적 특성, 재능, 한계 등은 대부분 이때 결정된다. 여기에는 지능 지수와 신경증적이거나 정신병적이거나 공격적이거나 반사회적이거나 비타협적인 태도, 그리고 정신 분열증, 자폐증, 우울증, 중독과 같은 뇌 질환에 걸릴 위험성 등이 포함된다. 성인이 되면 우리의 뇌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제한되며 우리의 특성은 있는 그대로 굳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형성된 우리 뇌의 구조가 그 기능을 결정한다. 우리 특성의 대부분은 선천적이다. 사회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뇌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작용이 더 결정적이다.
물론 출생 시에 뇌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애정이 넘치고 안전하고 자극이 주어지는 환경 속에서 아기의 뇌는 발달한다. 중요한 것은 뇌나 환경이 아니라 둘 사이의 강력한 상호작용이다. 특히 환경의 영향을 더 일찍 받을수록 더 강력하고 더 지속적으로 힘이 발휘된다. 아이의 발달이 많이 진행될수록 성격상의 특징에 영향을 미치기는 더 어렵다. 초기 발달 과정 이후에도 사회는 우리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성격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동성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스왑이 1990년 남성 동성애자와 남성 이성애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뇌의 차이에 대해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스왑은 협박과 비난에 시달렸다. 성적 취향을 생물학적 토대에 놓는 것이 나치의 만행과 성적 취향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입장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스왑은 사람들의 이러한 반응에 의아해했다. 스왑이 이러한 연구 결과에서 이해한 것은 동성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따라서 사회가 그러한 성적 취향을 바꾸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스왑이 보기에 이 연구 결과는 사회적으로 핍박받는 동성애자들에게 희소식이었다.
성 정체성은 임신 후반기에 자궁 안에서 확정된다. 여아들과는 달리 남아들은 그 시기에 높은 농도의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며, 이 단계에서 남자 또는 여자라는 감정, 즉 우리의 성 정체성이 뇌 구조 속에 고착되어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 사람들은 아이가 백지상태로 태어나 이후 사회적 영향과 학습 과정을 통해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방향으로 유도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종종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존-조앤-조 사례는 그 한 예이다. 남자아이 존은 생후 8개월 때 요도 협착 때문에 음경 포피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 도중 끔찍한 의료 실수로 인해 음경을 잃고 말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존을 조앤, 즉 여자아이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여자아이가 되는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생후 17개월이 되기 전에 고환을 제거했고, 여자아이 옷을 입혔으며, 사춘기에는 에스트로겐을 주입했다. 그러나 조앤은 성인이 된 후 다시 남자로 전환해서 결혼했고 몇 명의 아이를 입양했다. 그리고 2004년, 그는 자살로 비극적인 삶을 마감했다.
스왑에 따르면,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뇌 사이에는 많은 기능적이고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출생 후의 환경은 여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의 성적 취향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동성애는 잘못된 선택이라는 생각은 동성애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야기한다. 1992년에 동성애가 ICD-10, 즉 국제 질병 분류에서 삭제될 때까지 의학계에서조차 동성애를 질병으로 간주했다. 그 때문에 동성애를 치료하려는 헛된 노력이 계속되었다. 사회 환경이 성적 취향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역시 동성애자들을 대대적으로 박해하는 사태를 낳았다. 히틀러는 동성애가 페스트처럼 전염된다고 생각했고, 이는 끔찍한 재앙을 불러왔다. 나치는 처음에는 동성애자들이 자발적으로 거세하게 했고, 나중에는 강제로 거세했으며, 결국에는 강제수용소에서 학살했다. 동성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스왑의 이해는 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요청한다.
이 다리는 내 몸의 일부가 아니다
누군가 자기 몸의 일부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잘라내 버리고 싶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당장 그 사람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스왑은 누군가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미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초기 발달 단계에 우리의 뇌에는 성 정체성과 성적 취향뿐 아니라 신체 도식, 즉 우리 신체의 각 부위에 대한 내적 지각도 새겨진다. 신체 통합 정체성 장애는 이러한 신체 도식과 관련한 기묘한 발달 장애이다. 이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 몸의 일부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고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어이 그것을 없애 버리려고 한다. 그들은 자기 몸의 일부가 완전히 정상적으로 기능하는데도 그것을 자기 몸의 구성 성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잘라내 버리고 싶다는 염원을 가진다. 그들은 다리나 팔이 절단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완벽하다]고 느낀다.
신체 통합 정체성 장애 환자들은 안벽하게 건강하고 지극히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신체 부위를 절단해 줄 용의가 있는 외과의를 찾아 헤맨다. 물론 대부분 그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들의 뜻을 들어줄 의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원하지 않는 신체 부위를 심하게 손상시켜 어쩔 수 없이 절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무릎 연골을 총으로 쏘거나 한쪽 다리를 꽁꽁 얼리거나 다리에 톱질을 하는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절단 수술 후 더없이 행복해하며 그 부위를 진작 잘라내지 않은 것을 애석해한다.
성전환자들에게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 성전환자들은 원래 자신의 성별이 아닌 다른 성별의 몸으로 태어났다고 확신하며, 필사적으로 성전환을 하려고 한다. 연구 결과들은 성 문제가 이미 자궁 안에서 시작됨을 암시한다. 뇌 발달에 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경로에 관련된 유전자들에 생긴 아주 작은 변이가 성전환증의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뇌 과학자 라마찬드란은 2007년 성전환증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가설을 발표했다. 남성으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는 사람들의 뇌에 존재하는 신체상(身體像)에는 음경이 존재하지 않고,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을 하는 사람들의 발달 과정에서는 신체상에 유방 부위가 자리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성전환자들은 그 기관들을 [자신의 것]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떨쳐 버리려 한다는 것이다. 신체 통합 정체성 장애와 성전환자들의 신체상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시사점을 던진다.
뇌의 유전적 요소와 사회적 환경, 그리고 사회적 약자
뇌 과학에 대한 지식를 바탕으로 스왑은 이 책에서 도발적이고 논쟁적인 주장들을 스스럼없이 펼쳐 나간다. 그것은 종종 우리의 상식에 반한다. 운동은 건강에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몸을 지나치게 쓰면, 즉 신체의 신진대사의 양이 많아지면 수명은 더 짧아진다. 반면 뇌는 쓰면 쓸수록 수명이 길어진다. 따라서 고도의 기량을 요하는 운동을 직접 하는 것보다는 관람하는 편이 건강에 훨씬 더 이롭다. 우리는 종교가 없다면 더 행복할까? 그렇게 생각한다. 진짜 그리스도와 망아 상태의 정신병자를 구분할 수 있을까? 정신과 의사들은 이러한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
스왑의 뇌 과학은 기계론적인 세계관을 드러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사정은 정반대다. 스왑의 과학은 인간이 지닌 능력과 내적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는 뇌의 차이, 즉 차이를 드러내는 사람들의 다양성을 자연으로 받아들인다. 그에게 모든 뇌는 경이로운 자연이다. 스왑은 손에 든 누군가의 뇌에서 한 사람의 일생이 그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을 느끼며 경외감을 느낀다. 동성애자가 [선택]해서 고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던 스왑은 모든 것은 다 인간의 의지로 바뀔 수 있다는 사회 공학적 믿음과 신념이 언제든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음을 경계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왑은 능력의 한계를 타고난 사람들에게 경쟁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것을 요구하는 사회, 선천적으로 충분한 능력을 부여받지 못했거나 정신 건강에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 스스로가 실패의 원인인 것처럼 비난하는 사회, 고용 시장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선택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라고 말하는 사회에 깊은 불신을 드러낸다. 또한 스왑은 학습 장애를 가진 젊은이들이 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적 상황에,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의 삶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 스왑에게 유전적인 요소와 환경의 영향을 고려하는 뇌 과학은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차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들을 수용하고 그들의 결핍에 대해 고민하고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스왑의 뇌 과학은 삶에 대한 경외감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 자신에 대한 지배적인 가정과 상식에 도전하고 있는 이 책은 뇌의 기능에 대한 단순한 이해를 넘어 우리의 존재와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