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공부를 못하는’ 성격? 그 ‘금도’가 아닐 텐데?
베테랑 신문 기자가 우스개로 엮은 유쾌한 세태 풍자
40년 기자 생활로 다져진 내공, 한국일보 논설고문 임철순이 진지함 대신 우스갯소리를 몰고 독자들 앞으로 나섰다. 이 책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평범한 일상에서 ‘위트 있는 단상들’을 골라 엮은 유머 에세이집이다. 심심풀이처럼 가볍게 던진 100편의 유머 에세이 속에 1년여의 일상과 가볍지 않은 세태 풍자가 담겼다.
목차
머리말
1부또 한 살 먹었다
2부남자는 앉아서, 여자는 서서
3부환장적이고 가축적이고
4부《기자 정신》의 반대말
5부섞어라, 마셔라
저자
임철순
출판사리뷰
‘공부를 못하는’ 성격? 그 ‘금도’가 아닐 텐데?
베테랑 신문 기자가 우스개로 엮은 유쾌한 세태 풍자
40년 기자 생활로 다져진 내공, 한국일보 논설고문 임철순이 진지함 대신 우스갯소리를 몰고 독자들 앞으로 나섰다. 이 책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평범한 일상에서 ‘위트 있는 단상들’을 골라 엮은 유머 에세이집이다. 심심풀이처럼 가볍게 던진 100편의 유머 에세이 속에 1년여의 일상과 가볍지 않은 세태 풍자가 담겼다. 소소한 일상이 모두 이야깃거리지만 글과 말, 그리고 술과 더불어 지낸 기자의 일상을 반영하듯 ‘언어문화’와 ‘음주 생활’이 단골 소재.
입만 열면 “금도를 지켜라” 운운하지만 실상 ‘금도(襟度)’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사용하는 정치인들, 인간이 아니라 새들의 모임을 연상시키는 이름 ‘대한 조류 협회’ 등은 잘못된 언어 습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저자에게 좋은 글감이 되고, “저는 공부를 못하는 성격이에요”와 같은 유행어에서는 이혼과 자살마저 성격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역설적 세상이 읽힌다. ‘낮 대신 밤에 이불을 털어 고급 아파트의 품격을 지키자’는 아파트 안내문의 왜곡된 정서는 또 어떤가? 얼핏 말장난처럼 보이는 언어유희에 퇴직 세대의 애환을 담고, 엄친아를 따라잡을 수 없는 30대 젊은 영어 강사의 독설에서 청년 세대의 고단함을 읽어내는 대목들은 특히 저자의 예리한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 혀가 내둘러지는 갖가지 음주 풍습과 실전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발한 건배사도 줄줄이 소개된다.
멋쩍은 실수담에서부터 상식 발굴, 세대 간 소통의 문제까지
마냥 웃기 힘든 씁쓸한 세상 읽기
그 외에도 주체 못할 호기심으로 건져 올린 이야기들은 꽤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기발한 황당함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지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변해가는 인간사와 동떨어진 것이 없다. ‘서서 소변보기에 반대하는 엄마들’이 조직한 단체 MAPSU 이야기는 하루 2,300방울의 남자 소변이 변기 밖으로 튄다는 과학적(?) 근거와 함께 배우자를 배려하는 신(新)문화를 알리고, “왜 사람을 파리채로 때리냐”는 자식의 울음 섞인 질문에 “효자손으로 때리면 효자 되냐”는 엄마의 웃지 못할 응답은 점점 더 자식 키우기가 어려워지는 세상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단순하고 무료해 보이는 일상이 ‘주목할 만한 이야깃거리’로 탈바꿈하는 과정 또한 인상 깊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한 장 건네받고 적어도 아직은 ‘종 친 인생’이 아님을 발견하는 중년의 애처로움은 모두가 마주할 현실이며, 정년퇴직 후 한 해 300개 이상의 산을 타다가 몸이 망가진 은퇴자의 사연 또한 마냥 웃고 넘기기 어렵다. ‘신발 사이즈’ 대신 ‘시발 사이즈’로 문자 메시지를 잘못 찍어 보내는 등 네티즌을 웃게 만든 실수담의 주체가 아빠보다 엄마 쪽에 더 많다는 통계는 또 어떤가? 아빠들이 엄마들에 비해 자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외의 분석 결과는 뜨끔하기까지 하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자는 뜻으로 소개된 ‘개찰의 법칙’은 이 책을 읽는 내내 기억해둘 만한 지침이 된다.
‘맨정신’을 경계하며 사는 삶
인간성을 잃지 않은 ‘기자 정신’의 다짐
신문사 기획취재부장, 문화부장, 사회부장, 편집국장, 주필 등을 거쳐 40년째 기자 생활이면 좀 무뎌질 만도 한데, 본능처럼 몸에 밴 기자 정신은 사소한 일상에서도 늘 날이 서 있다. 〈기자 정신의 반대말은 맨정신〉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한번 보자. 기교는 넘치나 이성과 도덕성을 겸비하지 못해 손가락질 받는 이들이 비단 기자들뿐일까. 교사 정신, 검찰 정신, 의사 정신, 상인 정신……. 이 모든 정신의 반대말이 ‘맨정신’일 수 있다는 저자의 목소리는 흘려듣기 어렵고, ‘늘 깨어 있는 정신’은 그래서 이야기 전반에 흐르는 일관된 삶의 태도가 된다. 수영장에서의 실례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시민의식, 우리말의 잘못된 이용 사례, 인사장에 담긴 허위의식을 지적하는 힘도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면서도 ‘애정 어린 투정’ 이상으로 언성을 높이지 않는 것은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자기 성찰 때문이다. 보편적인 도덕성과 인간성을 잃지 않는 기자 정신. 자신의 뒷모습은 물론이요, 다른 이의 뒷모습까지 챙겨 보자는 대목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민마저 엿보인다. ‘임철순’을 ‘암철순’으로 잘못 적어 놓고 슬며시 얼굴 붉히는 모습, 만취한 나머지 경비원 손에 이끌려 겨우 집을 찾는 모습에서는 엷은 미소가 흐른다. 어딘가 빈틈이 느껴지는 실수담과 헛헛한 술자리의 추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함께 걷다 보니 생각보다 더 유쾌하고, 조금은 더 만만하게 보이는 세상. 넘어져서 더 ‘인간다운’ 우리 모두의 이야기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