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예술의 비옥한 영토에서 다양성의 꽃을 피워 내기 위하여
사회 참여 예술에 뛰어들려는 혁신적인 예술가들을 위한 실전 가이드북이다. 사회 참여 예술은 예술가가 관객과 소통하고 서로의 벽을 허무는 것으로, 1950년대 말 캐프로가 〈해프닝〉을 창시한 이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런 프로젝트들을 연구하고 보급하려는 노력은 아직 만족할 만한 단계에 와 있지 않다. 미술계의 학자들이 이런 예술 활동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지 이제 갓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아직 이 장르에 대한 많은 사항들이 정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이에 저자는 이것을 사회 참여 예술이라고 명명하고, 교육학적 방법론부터 구체적이고 다양한 실사례 등을 통해서 사회 참여 예술을 소개한다.
목차
서문
1장 정의
2장 커뮤니티
3장 상황
4장 대화
5장 협력 작업
6장 부정성
7장 퍼포먼스
8장 기록
9장 교차 교육학
10장 탈숙련화
감사의 글
주
저자
파블로 엘게라
출판사리뷰
사회 참여 예술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가방에는 반드시 이 책이 들어 있을 것이다.
― 톰 핀켈펄, 뉴욕 퀸즈 미술관 책임자
저희 〈우리의 상품Our Goods〉은 여러분들이
재능과 공간, 목표를 서로 나눌 수 있도록 도와 드립니다.
〈우리의 상품〉은 미국의 예술가 캐럴라인 울라드와 리치 와츠, 젠 에이브럼스 등이 공동으로 시작한 교환 중개 프로젝트다. 〈우리의 상품〉의 참가자들은 프로젝트의 소개 문구가 밝히고 있듯이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공간, 목표 등을 자유롭게 교환한다. 예를 들어 작업 공간은 가지고 있으나 작업을 위한 동반자가 필요한 참가자와 특정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작업 공간이 없는 참가자를 이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근래 주목을 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의 일종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의 창립자들은 자신들이 사회적 기업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스스로를 목표를 가지고 교환이라는 행위를 중개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이런 활동이 예술로 인정받게 된 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이런 활동의 시작으로는 1950년대 말 앨런 캐프로가 창시한 〈해프닝〉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해프닝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어떤 장소에서든 행해질 수 있었으며, 다양한 예술 분야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관객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이 새로운 형태의 예술은 작품과 관객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며, 관객이 작품과 상호 작용을 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관객 스스로가 작품의 주인이 되도록 했다. 또한 예술 작품은 특정한 물질적 형태로 보존된다는 고정 관념을 깨뜨리고 과정으로서의 미술을 제시하였다. 해프닝은 그 자체로서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으나 해프닝이 지닌 개념과 특성은 이후 행위 예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우리의 상품〉처럼 해프닝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예술 프로젝트들이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반해 이런 프로젝트들을 연구하고 보급하려는 노력은 아직 만족할 만한 단계에 와 있지 않다. 미술계의 학자들이 이런 예술 활동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지 이제 갓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아직 이 장르에 대한 많은 사항들이 정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 예술 활동을 지칭하는 용어조차 확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저자 파블로 엘게라는 예술가가 관객과 소통하고 서로의 벽을 허무는 이 예술 활동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회 참여 예술〉을 제시한다. 이 책 『사회 참여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이 장르에 뛰어들려는 혁신적인 예술가들을 위해 제공하는 실전적인 가이드북으로, 교육학적 방법론부터 구체적이고 다양한 실사례 등을 통해서 사회 참여 예술을 소개한다.
사회 참여 예술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커뮤니티와의 소통에 달려 있다
〈사회 참여 예술〉이란 용어가 의미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모든 예술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특정한 경험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이미 사회적이다. 여기서 사회 참여 예술이 〈사회〉라는 단어를 특별히 사용하는 이유는 그만큼 사회 참여 예술이 사회적 교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사회 참여 예술가들은 대중에게 의미 깊은 방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에 그 목표를 두고 활동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과 비예술의 중간 영역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해당 활동을 한시적으로 예술의 영역, 즉 모호함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사회 참여 예술〉은 사회학과 정치학, 교육학 등의 관련 학문과 교류해야 하면서도 여전히 예술의 정체성을 놓을 수 없는 이 예술 장르의 위치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소통이 가장 핵심적인 요건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소통이 없으면 성공적인 교류가 이루어질 수 없고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화〉라는 행위 자체도 훌륭한 사회 참여 예술이 될 수 있다. 대화는 사회성과 공동의 관심사, 체계성을 이끌어 내는 핵심이다. 체계적인 대화는 사람들 간의 교류를 도우며, 유대감을 강화하고, 어떤 추가적인 행위 없이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사례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이 〈철학 카페〉이다. 이 모임은 1992년에 철학자 마르크 소테가 이끈 것으로,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 있는 카페 데 파르에서 시작되었다. 이 활동에서는 〈삶은 과연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와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을 부활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철학자들뿐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참석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미리 정해진 답을 향해 나아가는 도구였던 소크라테스 본인의 대화법과는 달리, 철학 카페의 대화는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과정이었다. 소테의 프로젝트가 사회 참여 예술로서 계획된 건 아니었지만 저자는 이 프로젝트가 사회 참여 예술의 아주 모범적인 사례였다고 이야기한다. 즉, 예술가는 사회 참여 예술의 프로젝트에서 교류하는 상대에게 진지한 관심과 존중을 보여야 하며, 교류 과정에서 참여를 요구하는 한편, 교류가 양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제공해서 새로운 통찰력에 기여하는 그런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술의 비옥한 영토에서
다양성의 꽃을 피워 내기 위하여
저자는 사회 참여 교육의 가치는 제한되지 않은 다양한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무수한 환경에 뛰어든다는 점에 있다고 확신한다. 사회 참여 예술은 지식의 진공 상태 속에서 생겨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커뮤니티와 함께 작업을 하려는 예술가들은 작업의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사회학, 교육학, 언어학, 민족학 같은 다양한 학문에서 축적된 지식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러한 학문에서 이루어 낸 연구 성과와 사례는 의미 있는 교류와 경험을 어떻게 이끌어 내고 구축할지에 대해 고민할 때 귀중한 참고가 된다.
특히 저자는 뉴욕 현대 미술관 교육 부서의 담당자인 자신의 지식적 배경을 바탕으로 교육학 분야에서 사회 참여 예술에 도움이 될 여러 틀을 소개한다. 이탈리아의 교육학자 로리스 말라구치가 제창한 교육법인 레조 에밀리아 접근법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탈리아의 마을 레조 에밀리아에서 시작된 이 어린이들을 위한 교수법은 아동을 갖가지 지식으로 채워야 할 속이 텅 빈 그릇이 아니라 다양한 권리와 무궁무진한 잠재력, 다양성을 가진 〈사람〉이란 개념으로 재정립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았다. 사회 참여 예술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아동에 해당하는 부분을 예술 프로젝트 참가자에, 교육자를 예술가에 대입하는 식의 방법을 통해 사회 참여 예술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의미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예술 행위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도 비판적인 토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 『사회 참여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저자 파블로 엘게라는 아직 문헌적으로 그 실체가 모호하고 빈약한 〈사회 참여 예술〉을 정의하고 개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고 시도했다. 저자는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시행된 사회 참여 예술 작품들의 예를 통해서, 사회 참여 예술과 유사한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그리고 다른 학문들의 학술적 연구 성과들을 통해서 사회 참여 예술을 위한 비판적인 토대를 제시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이 비판적인 토대가 가져야 할 지위에 한계를 설정한다. 예술에 대한 비판적인 토대는 강제력을 지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예술 행위에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요구를 부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윤리적인 예술 행위도 사회의 고정 관념에 이의를 제기하는 예술의 역할 중 일부이며, 바로 그런 이유에서 표현의 자유가 항상 보장되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예술 행위에 일종의 방법론이나 사회적 관념을 적용하는 것은 예술 행위를 둘러싼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며, 다만 예술가의 목적은 아마추어 민족학자나 사회학자, 교육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들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또 그 분야들에서 쓰이는 도구를 배워 예술의 비옥한 영토에서 활용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