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더욱 즐거운 독서를 위하여!
책을 쓰고, 만들고, 팔아 온 출판계는 구텐베르크 활자 이래로 대중들에게 문화를 전파하는 기수의 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이 세계는 극도로 폐쇄적이며 속내를 비추지 않는 신비의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의 세계가 움직이는 방식은 사람의 세계가 움직이는 방식과 정확하게 닮아 있다. 책이 사람의 삶을 담고 있는 만큼, 책이 움직이는 방식도 사람의 의지와 욕망을 그대로 투영한다. 즉, 책에 대한 연구는 곧 인간에 대한 연구이며, 책의 사회사는 곧 인간의 사회사인 것이다.
이 책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의 저자이며 루이지애나 주립 대학 미디어 대학 교수인 존 맥스웰 해밀턴은 해박한 지식과 톡톡 튀는 문체를 바탕으로 책 세계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들 , 즉 책의 경제학사, 저술, 판매, 독서, 서평, 베스트셀러, 마케팅, 책 도둑, 대필 작가, 도서관, 자비 출판, 편집 오류, 정치가들의 글쓰기, 책 출간 기념 파티에서의 매너에 이르기까지 출판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화들을 익살스럽게 늘어놓으며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이 비밀에 쌓인 세계의 진실을 거침없이 들추어낸다.
목차
감사의 글
저자의 경고문
프롤로그 인류가 마땅히 연구할 만한 것
1. 작가, 로저 클레이풀의 어물전
2. 책을 파는 기술
3. 볼꼴 사나운 감사의 글
4. 책에 대한 예의
5. 평론, 그 면목 없는 노릇
6. 문학과 운
7. 가장 잘 도둑맞는 책
8. 책 내지 마세요, 정치가 선생
9. 세계적인 도서관
부록 1 도서 판촉: 자연의 저자가 일으킨 사업
부록 2 자가 출판: 대박의 꿈
부록 3 편집 실수에 대한 네 가지 오해
출전 주석 / 찾아보기 / 이 책에 언급되는 사람들 / 옮긴이의 말
저자
존 맥스웰 해밀턴 (지은이), 승영조 (옮긴이)
출판사리뷰
책이야말로 인류가 마땅히 연구할 만한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
책은 오묘한 상품이다. 상품이 유용한 가치를 지녀야만 하는 것이라면 특히 오묘하다. 읽는 것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넘어서서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만큼의 만족감을 주는 상품이 또 있을까? 자신의 책장을 바라보며 자문해 보자. 저 장에 꽂혀 있는 책 가운데 과연 실제로 읽은 책은 얼마나 될까? 새해의 다짐만큼이나 설득력 넘치는 완독을 향한 다짐을 새로이 하며 우리는 오늘도 책을 산다.
책을 쓰고, 만들고, 팔아 온 출판계는 구텐베르크 활자 이래로 대중들에게 문화를 전파하는 기수의 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이 세계는 극도로 폐쇄적이며 속내를 비추지 않는 신비의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의 세계가 움직이는 방식은 사람의 세계가 움직이는 방식과 정확하게 닮아 있다. 책이 사람의 삶을 담고 있는 만큼, 책이 움직이는 방식도 사람의 의지와 욕망을 그대로 투영한다. 즉, 책에 대한 연구는 곧 인간에 대한 연구이며, 책의 사회사는 곧 인간의 사회사인 것이다. 이 책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의 저자이며 루이지애나 주립 대학 미디어 대학 교수인 존 맥스웰 해밀턴은 해박한 지식과 톡톡 튀는 문체를 바탕으로 책 세계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들 , 즉 책의 경제학사, 저술, 판매, 독서, 서평, 베스트셀러, 마케팅, 책 도둑, 대필 작가, 도서관, 자비 출판, 편집 오류, 정치가들의 글쓰기, 책 출간 기념 파티에서의 매너에 이르기까지 출판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화들을 익살스럽게 늘어놓으며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이 비밀에 쌓인 세계의 진실을 거침없이 들추어낸다.
문학의 난장판에 샹그릴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저자 해밀턴은 시종일관 유머의 코드를 잃지 않으면서도 출판계가 가진 모순과 부조리함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 시작은 우선 작가들의 진짜 생활상이 예로부터 지금까지 어떠했는지를 발가벗기는 일이다. 해밀턴은 대중들이 생각하기에 작가라는 직업은 충분한 자유 시간을 즐기면서 치열하게 사색하는 낭만적인 직업이라는 환상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하며 이는 완전히 신화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작가는 극도로 한정되어 있으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다른 부업을 갖거나 온종일 글만 쓰면서 양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밀턴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 글을 쓰기 위해 작가들이 기울여야 했던 아주 다채로우며 눈물겨운, 혹은 정신 나간 노력들을 소개한다. 변호사인 존 그리샴, 내과 의사 아서 코넌 도일, 부두 노동자로 일했던 잭 런던, 접시닦이와 사환, 운전기사로 일 했던 크리스토퍼 말로같이 일상적인 부업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도 있다. 그러나 직업을 가지면 그만큼 글쓰기에 전념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조금 더 안정적인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 안정적인 방법이 바로 성직에 종사하며 책 내기, 혹은 감옥에 들어가서 책 내기 같은 방법이다. 맬컴 엑스나 엘드리지 클리버 같은 사회운동가들이 교도소를 훌륭한 자기 계발의 장으로 활용했던 사례를 언급하기도 하며 오스카 와일드의 『옥중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도 옥중문학의 대표작으로 소개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방법은 공직을 맡는 것이며 우체국처럼 소위 말하는 ‘땡보직’을 잡는 것이 작가로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글쓰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다 한들 작가들의 시련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작가들의 조건과 실력을 넘어서는 운이라는 요소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운이 좋아서 앨버트 후라니처럼 다년간 『아랍인의 역사』를 집필해 오다가 출간에 맞춰 걸프전이 일어나 화제의 책이 되는 경우도 있는 반면, 『바보들의 결탁』의 작가 존 케네디 툴같이 원고가 완성돼도 출간해 줄 출판사를 찾지 못해 비관하다 자살했더니 사후 출간되어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불행한 사례도 있음을 밝힌다. 이 고군분투가 일어나는 난장판에는 문인들이 꿈꾸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낙원 샹그릴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의 마음
해밀턴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도저히 일어나지 말아야 할 우스꽝스러운 일도 이 난장판에서는 곧잘 일어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해밀턴이 주목하는 것은 작가들이 책머리에 다는 헌사이다. 헌사는 크게 실속이 있지도 않고, 어느 작가의 것을 보더라도 특별한 경우가 거의 없는 식상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다만 과거에는 헌사를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일도 있었는데, 지동설이 세간의 논란이 되자 서둘러 교황에게 논문을 헌정했던 코페르니쿠스나, 미국 독립 전쟁 시절 영국에서 반역자로 낙인찍혀 『인간의 권리』를 조지 워싱턴에게 헌정한 토머스 페인 같은 인물들에게 헌사는 그야말로 목숨을 구하는 수단이었다는 역사적 사건도 언급한다. 그러나 더 이상 책을 출간하는 행동이 목숨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드문 현대에 들어와서 헌사는 이제 그저 사탕발림일 뿐이다.
출판계에서 일어나는 또 하나의 부조리는 책 도난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는 점이다. 해밀턴은 사람들이 너나없이 책을 훔치고, 합법적으로 또는 불법으로 책을 훔치고, 고의로 또는 무심결에 책을 훔친 도둑질의 역사를 추적한다. 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책 도둑질에는 여타 다른 도둑질과는 다른 어떠한 비범함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경찰도 책을 훔치고, 교수도 책을 훔치며 심지어 교황도 책을 훔친다는 점에서 신분의 고하가 없으며, 호텔에 묵는 고객들이 잠시 ‘빌려’ 가기 좋은 곳에 책을 배치해서 도둑질을 장려하는 경우도 있다. 1992년 선셋 대로에서 약탈이 일어났을 때 전자 제품 상점과 자동차 부품 상점은 쑥밭이 되었지만 서점은 멀쩡했던 사례를 들기도 한다. 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의 행동을 정리 내리기 위해 해밀턴은 스티븐 C. 블럼버그에 대한 판례를 이야기한다. 그는 전설적인 책 도둑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2만 권 이상의 희귀본을 훔친 인물인데, 고등학교 시절 정신 분열증 진단을 받고 정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의 변호사는 블럼버그를 정신 이상으로 변론하려고 했으나 배심원단이 인정하지 않아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여기서 해밀턴이 내리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책을 훔치는 충동을 가진 사람은 제정신임에 틀림없다."
더욱 즐거운 독서를 위하여
독서는 즐거워야 한다. 지금 당장 손에 들고 있는 책을 읽는 데에서 전혀 기쁨을 느낄 수가 없다면 독서를 장려하는 그 어떤 미사여구도 헛될 뿐이다. 이런 이유에서 해밀턴은 모든 형태의 독서를 지지한다. 연예 로맨스 소설을 읽든, 서부 소설을 읽든 "텔레비전 앞에 누워 있는 게 아니라 무슨 책이든 읽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장한일"이라고 거리낌 없이 주장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독서 습관은 결과적으로는 사람들을 더 넓은 독서의 길로 안내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에서 해밀턴은 수많은 위인들을 거침없이 희화화하며 때로는 인신모독에 가깝게 조롱하기도 하고 출판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부조리들에 억지 같은 결론을 내리기도 하면서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언급되는 방대한 양의 정보에 독자들은 자신의 문학적 소양이 도전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이내 미뤄뒀던 책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은 기분에 빠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더 넓은 독서를 향한 관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쉽고 즐거운 독서, 그리고 더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독서를 응원하는 저자의 바람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