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실 해밋의 장편소설 『유리 열쇠』가 홍성영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65번째 책이다. 『유리 열쇠』는 대실 해밋의 대표작 중 하나로, 특히 해밋이 스스로 자신의 소설 중 최고 걸작으로 손꼽은 작품이다. 합법과 불법의 세계를 오가는 정치인 폴 매드빅과 그를 보좌하는 인물 네드 보몬트를 중심으로 비정한 정치와 폭력의 세계를 그리는 이야기로, 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상원 의원 아들 살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국 평론가 줄리언 시먼스는 이 작품을 [해밋이 성취한 가장 높은 지점]이라고 평하며 [20세기 범죄 문학의 절정]이라고 극찬했다. 북유럽 최고의 탐정 소설에 주어지는 문학상인 [유리 열쇠상]의 유래가 된 작품으로, 코엔 형제의 영화 「밀러스 크로싱」(1990)의 모티브가 된 소설이기도 하다.
목차
제1장 차이나가에서 발견된 시신
제2장 모자 속임수
제3장 사이클론 탄환
제4장 도그 하우스
제5장 병원
제6장 업저버
제7장 충직한 부하
제8장 작별의 키스
제9장 재수 없는 놈들
제10장 산산조각 난 열쇠
역자 해설: 총성처럼 간결하게 안개처럼 서늘하게
대실 해밋 연보
저자
대실 해밋 (지은이), 홍성영 (옮긴이)
출판사리뷰
하드보일드 장르의 창조자 대실 해밋이
자신의 최고 걸작으로 꼽은 작품
인간의 욕망과 비정한 정치의 이면을 드러내는 범죄 소설
대실 해밋의 장편소설 『유리 열쇠』가 홍성영 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열린책들 세계문학 시리즈의 265번째 책이다. 대실 해밋은 하드보일드 장르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작가로, 뛰어난 작품성으로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을 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은 거장으로 손꼽힌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 인물의 심리나 감정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관찰자로서 행동만을 묘사하는 서술 방식, 거칠고 비정한 현실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는 그의 스타일은 이후 추리 소설계의 한 흐름을 형성한 하드보일드 장르의 전범이 되었다.
그가 활발히 활동했던 1920~1930년대는 사회적으로 전쟁과 혼란, 대공황과 범죄, 불안과 냉소가 극에 달해 있던 시대였고, 범죄와 폭력이 일상이 된 사회였다. 미국 최대의 사립 탐정 회사인 핑커턴 탐정 사무소에 취직하여 실제로 탐정으로 일했던 해밋은 그저 머릿속 상상이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맞부딪히는 범죄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 냈다. 때문에 그의 글은 범죄 이야기를 다루는 이전의 소설들과는 확연히 달랐고, 당대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또한 그의 많은 작품들이 영화로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두었다.
『유리 열쇠』는 대실 해밋의 대표작 중 하나로, 특히 해밋이 스스로 자신의 소설 중 최고 걸작으로 손꼽은 작품이다. 합법과 불법의 세계를 오가는 정치인 폴 매드빅과 그를 보좌하는 인물 네드 보몬트를 중심으로 비정한 정치와 폭력의 세계를 그리는 이야기로, 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상원 의원 아들 살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영국 평론가 줄리언 시먼스는 이 작품을 〈해밋이 성취한 가장 높은 지점〉이라고 평하며 〈20세기 범죄 문학의 절정〉이라고 극찬했다. 북유럽 최고의 탐정 소설에 주어지는 문학상인 〈유리 열쇠상〉의 유래가 된 작품으로, 코엔 형제의 영화 「밀러스 크로싱」(1990)의 모티브가 된 소설이기도 하다.
도시의 거물 폴 매드빅은 합법과 불법, 음지와 양지를 오가며 세력을 넓혀 가는 정치인이다. 그를 따르며 보좌하는 네드 보몬트는 늘 도박에 빠져 살지만, 매드빅과 형제처럼 가깝게 지내며 그의 브레인 역할을 한다. 매드빅은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해 그가 평소 연모하던 상원 의원의 딸 재닛 헨리와 결혼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던 중 재닛의 오빠인 테일러 헨리가 거리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네드 보몬트는 미묘한 정치적 긴장이 얽힌 이 사건에 뛰어들어 그 전모를 파헤쳐 간다. 그러나 사건은 충격과 반전을 거듭하며 점점 더 안개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데…….
그리고 그 안개 너머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사랑, 추악한 정치의 이면, 끝을 알 수 없는 불신의 미로가 보일 듯 말 듯 정체를 드러내며 독자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는다. 등장인물의 내적인 감정과 생각을 배제한 채 그들의 행동과 주변의 정황만으로 글을 이끌어 가기 때문에, 독자들이 어느 누구도 온전히 믿지 못하는 불신 속에서 전개가 반전을 거듭하여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사건을 해결해 가는 주인공 네드 보몬트는 도박 중독에 목적을 위해서는 불법과 폭력을 저지르는 것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신념과 독립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또한 두뇌를 통한 추리뿐 아니라 거친 폭력의 현장에 뛰어들어 긴박한 혈전을 벌이기도 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진수를 보여 준다.
해밋이 문학과 영화에 남긴 영향은 거대했다. 탐정이 두뇌만이 아니라 육체와 비정함을 무기로 범죄적인 사회에 홀로 맞서는 이미지는 이후 20세기인의 상상력에 지속적인 흔적을 남겼다. 줄리언 시먼스는 레이먼드 챈들러와 로스 맥도널드를 제치고 해밋을 하드보일드 소설의 가장 위대한 거장으로 꼽았다. 그의 문학성 때문이었다.
해밋의 문학적 후계자로 평가받으며 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 레이먼드 챈들러는 다음과 같은 말로 그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해밋은 최고의 작가였다. 감정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오히려 남자들의 우정에 관한 기록이야말로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글의 스타일은 말을 아끼고, 소박하고, 하드보일드했다. 언제나 최고의 작가였던 그는 늘 다른 사람들이 전혀 써본 적 없는 걸 써냈다.〉 이 책을 옮긴 홍성영 번역가는 간결하고 비정한 느낌을 풍기는 해밋 특유의 하드보일드한 문체를 섬세하게 살려냈다. 번역 원본으로는 영국 Orion Books사의 2002년 판본을 사용했다.
옮긴이의 한마디
비정하면서도 간결한 글의 특징 때문일까? 해밋의 글은 긴 세월을 가로질러 독자들을 비현실적인 세상으로 데려가는 듯하다. 해밋이 만들어 낸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는 거대한 허구의 세상은 온통 안개 속에 휩싸여 있고, 그 풍경은 서늘하고 비정하다. 그리고 마침내 독자들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그 세상은 마치 총성이 울려 퍼지듯, 연기처럼 간결하게,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