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68년, 라틴 아메리카를 뒤덮은 정치적 재앙
이에 맞선 젊은이들의 용기와 노래를 담은 이야기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작품. 1968년 틀라텔롤코에서 시작되어 라틴 아메리카의 청년 세대와 시적 공간을 희생시킨 공포를 다룬 범죄 이야기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의 〈다시 쓰기〉 전략이 사용된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에서 부차적 인물로 등장했던 아욱실리오 라쿠투레의 전기를 다룬 10쪽 분량의 취해 14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로 확장시킨 것이 『부적』이다.
아욱실리오 라쿠투레.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이 우루과이 여인은 지금 한 화장실에 갇혀 있다. 치마를 걷어 올린 채 변기에 걸터앉아 시인 페드로 가르피아스의 시를 읽고 있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마도 광기가 나를 이끌었으리라고. 그는 1968년 9월 멕시코 경찰 기동대와 군대가 국립 자치 대학교를 습격했을 당시 13일간 화장실에 숨어 지냈던 최후의 1인이다. 아욱실리오의 이 몽환적인 회고담은 그 모든 것을 보았고 동시에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여인의 무질서한 기억을 더듬어 간다.
작가는 틀라텔롤코 학살이라는 끔찍한 범죄를 소재로 1960-70년대 라틴 아메리카에 창궐했던 정치적 재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아욱실리오의 꿈과 환각 속에서 사랑의 이상과 죽음의 운명을 안고 공포를 향해 행진하는 한 세대를 재창조되며, 라틴 아메리카 악천후의 지리적 상징인 환영적인 계곡은 고뇌와 죽음의 이미지를 동반한다. 피비린내 나는 라틴 아메리카의 공포와 억업의 장면들이 심연을 향해 행진하는 무수한 젊은이들의 죽음과 노래로 뒤덮여 버린다. 그 젊은이들의 노래가 바로 우리의 부적인 것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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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로베르토 볼라뇨
출판사리뷰
1968년 멕시코시티, 그 잔혹한 기억의 환영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no의 소설 『부적Amuleto』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1968년 9월 멕시코시티의 국립 자치 대학교 유혈 사태 한가운데 13일간 화장실에 숨어 지냈던 우루과이 여인 아욱실리오 라쿠투레의 이 몽환적인 회고담은, 지난 2월 국내에 소개된 『칠레의 밤』과 같이 주인공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형식 가운데 시적이고도 산문적인 볼라뇨 특유의 문체가 빛을 발하는 강렬한 소설이다. 『부적』은 또한 『칠레의 밤』과 더불어 볼라뇨의 두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 사이에 놓인 징검다리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부적』의 이야기는 『야만스러운 탐정들』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었던 아욱실리오 라쿠투레의 전기를 다룬 10쪽 가량의 분량을 14개의 장(章)으로 확장한 것이며, 더불어 그 가운데 볼라뇨의 또 다른 역작 『2666』에 대한 암시를 담은 까닭이다. 이렇듯 작품과 작품 사이의 상호텍스트성을 주요 특징으로 삼는 볼라뇨의 작품 세계에서 『부적』은 두드러지는 방점을 찍는다. 1968년의 끔찍한 기억 위로 수많은 시인, 철학자, 화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겹쳐지며 시간을 여행하는 이 이야기는 말하자면 볼라뇨식 공포물이자 탐정 소설이며, 누아르 소설, 호러 소설이다. 스스로를 〈멕시코 시(詩)의 어머니〉라 칭했던 한 보헤미안의 결코 잊을 수 없는 악몽, 그 무질서한 기억이 휘몰아치듯 종횡무진 이어지는 문장의 호흡 가운데 절묘하게 녹아들어 읽는 이를 매혹한다.
〈나를 당혹스럽게 하지 않은 유일한 소설은 『부적』이다. 아마도 『부적』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 로베르토 볼라뇨
1968년 멕시코시티 - 13일간 화장실에 갇혀 시를 읽은 여인, 그 탄압의 현장
세상에 작가 볼라뇨의 이름을 알린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 그 에피소드 일부를 확장한 이야기인 『부적』의 배경은 멕시코이다. 『칠레의 밤』이 볼라뇨의 조국 칠레를 배경으로 삼았다면 『부적』은 볼라뇨에게 있어 제2의 고향이라 할 멕시코의 정치적 상황에 주목한다.
『부적』을 지배하는 〈목소리〉, 여성 화자 아욱실리오 라쿠투레는 1960년대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우루과이 여성이다. 자칭 〈멕시코 시(詩)의 어머니〉인 아욱실리오는 어느 날 불현듯 멕시코에 도착한다. 불법 체류자로 추정되는 그녀는 스페인 출신의 시인으로 멕시코에 머물고 있던 레온 펠리페와 페드로 가르피아스의 집을 찾아가 허드렛일을 돕는 한편,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 인문대학 주변을 맴돌며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며 대학가에 떠도는 소문을 주워듣곤 하는 일상을 보낸다. 그리고 1968년 멕시코 군대의 국립 자치 대학교 점령 사건을, 이어 틀라텔롤코 대학살을 목도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1968년에 이르렀다. 아니 1968년이 내게로 왔다. 이제 나는 그것을 예견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나는 맹렬한 예감이 있었지만 그 예감이 나를 엄습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나는 1월 벽두부터 그것을 예견하고 직관했으며, 그것을 짐작하고 감지했다. (중략) 나는 군대가 자치권을 짓밟고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체포하거나 살상하기 위해 캠퍼스에 난입한 9월 18일에 인문대학에 있었다. 아니다. 대학에는 사망자가 많지 않았다. 틀라텔롤코였다. 영원히 우리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는 그 이름! 그러나 군대와 경찰 기동대가 난입해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구타할 때 나는 인문대학에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인문대학의 어느 층 화장실이었다.〉 - 본문 중에서
1968년 9월 18일, 아욱실리오 라쿠투레는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 인문대학 여자 화장실에 숨은 채 13일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1968년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는 『틀라텔롤코의 밤』을 쓴 멕시코 작가 엘레나 포니아토프스카에 따르면 아욱실리오의 모델은 멕시코 대학가에 전설처럼 떠도는 실존 인물이었던 우루과이 여성 알시라Alcira이다. 1968년은 멕시코 구스타보 디아스 오르다스 정부의 학생 운동 탄압이 극에 달했던 해로, 이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 점령 사건은 틀라텔롤코 대학살이 일어나기 며칠 전 경찰 기동대가 대학에 난입해 자치권을 유린하고 학생들을 닥치는 대로 체포해 몸을 수색하고 구타한 일이다.
〈스커트를 걷어 올린 채 변기에 걸터앉아 페드로 가르피아스의 시를 읽고 있던〉 주인공 아욱실리오는 사건 당시 캠퍼스에 남아 있던 유일한 사람이다. 그녀는 멕시코 군대가 학생 운동을 진압한 이 사건에 이어 일어난 유명한 대학살을 더불어 회상한다. 제19회 올림픽 개최를 열흘 앞두고 있던 1968년 10월 2일 멕시코시티에서 일어난 유혈 사태, 〈틀라텔롤코 대학살〉은 멕시코시티 틀라텔롤코 광장 한복판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의 현장이었다. 당시 멕시코 대통령 구스타보 디아몽 오르다스는 광장에 모인 대규모 저항세력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도록 경찰에게 명령했다. 이후 멕시코 정부는 이 사태로 1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희생자의 가족들과 인권 단체들은 수백 명이 숨졌다고 주장해 왔고, 40주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이 대학살의 진상을 밝히고자 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볼라뇨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 가운데 놓인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의 분위기, 그리고 이를 온몸으로 부딪쳐 겪어 내는 주인공 아욱실리오의 복잡한 심적 상태를 놀랍도록 생생하고도 드라마틱하게 재현해 낸다.
이렇듯 볼라뇨는 자신이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보낸 멕시코시티를 배경 삼아 문학과 정치를 노련한 솜씨로 버무려 낸다. 특히 그가 멕시코시티에 도착했던 해가 바로 1968년으로, 볼라뇨는 도착한 지 1년 만에 시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이어 20세였던 1973년 피노체트 쿠데타 당시 조국 칠레에 돌아갔다가 붙잡혀 8일간 투옥 생활을 겪은 후 다시 멕시코시티로 돌아와 아방가르드 문학 운동 〈인프라레알리스모〉를 주창한 바 있는 볼라뇨에게 멕시코시티는 과연 남다른 도시다. 『부적』을 포함한 볼라뇨의 여러 작품에 멕시코시티의 환영이 드리워져 있는 까닭 또한 여기에 있다. 칠레에서 태어나 멕시코를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스페인에서 여생을 보낸 볼라뇨. 그는 분명 라틴 아메리카 그 어느 지역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다.
볼라뇨의 인물들 - 가난하고 시에 목마른 자들의 환영
『부적』의 주인공, 우루과이 여인 아욱실리오 라쿠투레가 자신을 규정하는 중요한 수식어 중 하나는 바로 〈멕시코 시(詩)의 어머니〉이다. 볼라뇨의 『부적』은 일차적으로는 1968년 멕시코시티의 암울한 정치적 상황을 그려내되, 그 가운데 주인공의 회상(내지는 망상)을 통해 그녀가 그 무렵 어울렸던 멕시코의 시인들과 작가들, 화가들, 은둔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욱실리오는 두서없는 독백을 통해 볼라뇨의 얼터 에고이자 볼라뇨의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시인 아르투로 벨라노를 비롯한 여러 실존 작가들과의 에피소드들을 늘어놓으며 읽는 이를 자신의 시적 망상에 사로잡히도록 유도한다. 반쯤은 미친 듯 보이는 그녀의 횡설수설 가운데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은 다음의 한 가지이다. 아욱실리오는, 시를 사랑한다.
〈그녀는 흔한 《사랑스러운》 또는 《도도한》 여자 주인공은 아니다. 심지어 매력적이지도 않다. 아욱실리오는 앞니가 없으며, 자기 몸을 돌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그녀가 감정적으로 슬프다거나 울적한 것도 아니다. 그녀는 무엇보다 시를 사랑하며 시 주변에서 궁핍한 삶을 살고 있다. 모든 사람의 친구 같으면서도 동시에 친구가 없는 아욱실리오는 그녀의 결점에도, 또 결점 때문에 실제적이고 아름답다.〉 - 스콧 브라이언 윌슨(문학 비평가)
그리고, 볼라뇨 또한 시를 사랑했다. 열다섯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으며 평생을 시인으로 여겼던 볼라뇨는 소설가이기 이전에 시인이었다. 볼라뇨의 작품 대부분에서 시인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까닭을 볼라뇨의 이러한 문학적 정체성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적』이나 『칠레의 밤』의 경우 여러 평자들에 의해 작품 자체가 〈서술시〉로 규정되기도 했다. 볼라뇨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쓴 시를 모아 펴낸 『낭만적인 개들』 서문에서 스페인 시인 페레 힘페레르는 볼라뇨의 소설을 서술시라고 지적하며, 볼라뇨의 산문은 〈살짝 가면을 쓴 시〉와 〈반(反)시〉의 형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즉 볼라뇨의 글이 시적인 동시에 산문적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시적인 톤으로 시인들의 이야기를 쓴 볼라뇨는 주인공 아욱실리오를 통해 실제 이 땅에 머물렀던 멕시코 시인들의 삶, 그 편린들을 하나씩 풀어 놓는다. 언뜻 우왕좌왕하는 듯 보이는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은 아욱실리오의 뒤섞인 기억 속에서 볼라뇨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직조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은 다시 〈화장실〉로 되돌아온다. 우습고 슬프고 끔찍하고 쇠락해 가는 라틴 아메리카의 서사시, 그 실패와 파멸을 흘려보낼 궁극의 장소.
13일간 종횡무진 했던 아욱실리오의 방황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언론 서평
보르헤스도 쓰고자 했을 법한 종류의 소설……. 매우 아름답고, 흥미진진하며, 감동적이고, 중요한, 독창적인 책. - 엘 파이스
로베르토 볼라뇨의 『부적』은 〈역작〉이다. 볼라뇨의 소설은 문학과 정치를 구분 짓는 경계에 서 있다. 『부적』에서 볼라뇨는 자신의 문학적인 힘을 단 하나의 이야기, 단 하나의 목소리에 집중한다. 볼라뇨의 두 가지 중요한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 사이에 자리한 아욱실리오의 이야기는 1960년대와 1970년대 라틴 아메리카를 전염시켰던 정치적인 재난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더불어 문학과 삶 양쪽에 훀어서 열정적인 확신과 관대함이 여전히 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시대의 상징으로 읽혀져 더욱 사무친다. - 보스턴 리뷰
이것은 얇은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이는 어마어마한 성취이며, 볼라뇨의 훌륭한 캐릭터들 중 한 명의 이야기이다. 『부적』은 중요한 소설이다.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예술 작품이다. 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볼라뇨의 나머지 작품들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한다. - 쿼털리 컨버세이션
「텔레그래프」 선정 〈2009년 최고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