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프리카 그곳에서의 추억에 바치는 한 여인의 뜨거운 연서
영화「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 국내 최초 번역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인 카렌 블릭센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민승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저자가 17년간 아프리카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하면서 경험한 모험과 우정, 깨달음을 서정적 필치로 그려 낸 이 작품은 1937년 아이작 디네센이라는 필명으로 미국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저자는 영어판을 먼저 발표한 후 모국어인 덴마크어판을 같은 해 이어서 출간했다. 이번 번역본의 번역 대본이 된 것은 먼저 발표된 영어판이다.)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와는 달리 원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진짜 주인공은 아프리카 대륙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가 유럽인에게는 착취와 교화의 대상이던 시절에 저자 카렌 블릭센은 원주민들과 우정을 나누고 그들을 이해하려 애쓰며, 주장하기보다는 반성하려, 가르치기보다는 배우려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단순한 이국적 추억담을 넘어 우정과 깨달음의 책이 되며, 독자는 라는 라틴어 경구에서 따온 책 제목이 암시하듯 신선한 아프리카의 생명력을 저자와 함께 생생히 호흡하게 된다.
목차
1. 카만테와 룰루
2. 농장에서 일어난 오발 사고
3. 농장을 찾은 손님들
4. 어느 이민자의 노트에서
5. 농장과의 작별
아프리카로부터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
카렌 블릭센 연보
저자
카렌 블릭센 (지은이), 민승남 (옮긴이)
출판사리뷰
〈B〉아프리카에 바치는 여성 작가 카렌 블릭센의 우정과 깨달음의 기록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 국내 최초 번역〈/B〉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인 카렌 블릭센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민승남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되었다. 저자가 17년간 아프리카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운영하면서 경험한 모험과 우정, 깨달음을 서정적 필치로 그려 낸 이 작품은 1937년 아이작 디네센이라는 필명으로 미국에서 처음 발표되었다. (저자는 영어판을 먼저 발표한 후 모국어인 덴마크어판을 같은 해 이어서 출간했다. 이번 번역본의 번역 대본이 된 것은 먼저 발표된 영어판이다.)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와는 달리 원작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진짜 주인공은 아프리카 대륙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가 유럽인에게는 착취와 교화의 대상이던 시절에 저자 카렌 블릭센은 원주민들과 우정을 나누고 그들을 이해하려 애쓰며, 주장하기보다는 반성하려, 가르치기보다는 배우려 한다. 그리하여 이 책은 단순한 이국적 추억담을 넘어 우정과 깨달음의 책이 되며, 독자는 〈Ex Africa semper aliquid novi (아프리카로부터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라는 라틴어 경구에서 따온 책 제목이 암시하듯 신선한 아프리카의 생명력을 저자와 함께 생생히 호흡하게 된다.
〈B〉유럽의 여성 작가, 아프리카와 사랑에 빠지다〈/B〉
만일 내가 아프리카의 노래를, 기린과, 등을 대고 누운 듯한 아프리카의 초승달과, 들판의 쟁기와, 커피 열매 따는 일꾼들의 땀에 젖은 얼굴에 대한 노래를 안다면 아프리카도 나의 노래를 알까? - 본문 78면
저자 카렌 블릭센은 1913년 스웨덴인 친척인 브로르 본 블릭센피네케 남작과 약혼한 뒤 케냐(영국령 동아프리카)로 함께 이주한다. 이듬해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나이로비 근처 은공 언덕 기슭에 커피 농장을 차려 운영하고, 이후 두 사람이 4년간의 별거를 거쳐 1925년 이혼에 이른 후에는 카렌 블릭센이 남동생의 도움을 받아 농장 운영을 맡는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농장을 차린 해부터 농장 파산과 연인 데니스 핀치해턴의 사망 등을 계기로 농장을 처분하고 덴마크로 돌아가기까지 저자가 17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에서 길어 올린 추억과 단상들을 독자들에게 펼쳐 보인다.
책의 첫머리에서 저자는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에 대한 강렬한 사랑을 고백한다. 〈여성과 여성스러움을 사랑하는 것이 남성적 특성이고 남성과 남자다움을 사랑하는 것은 여성적 특성〉이듯 북유럽인인 그녀에게 〈남쪽〉 대륙에 대한 사랑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 사랑은 아프리카의 자연과 동물들에 대한 찬탄 어린 감정과 아프리카 부족들과 여러 개인들에 대한 애정 어린 눈길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대상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카렌 블릭센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우리는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이해의 깊이를 얼마간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키쿠유족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그런 일에 익숙하다. 백인들 대다수가 미지의 것이나 운명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 그들에겐 진정한 용기가, 위험에 대한 순수한 애호가 있었으며 그것은 운명의 공표에 대한 창조물의 진정한 응답이요 하늘이 말할 때 땅이 보내는 메아리였다. 나는 그들이 우리를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가 규칙을 맹종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들은 규칙의 지배 속에 갇히면 슬픔으로 죽고 만다.
- 본문 30면
이러한 노력 속에서 저자는 아프리카 대륙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유장한 〈리듬〉을 온몸으로 체득하며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개의치 않고 여러 아프리카인들과 우정을 맺어 나간다. 물론 많은 순간 아프리카인의 의식 세계와 생활 방식에 위화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혹시 우리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자문하며 다른 유럽인들의 몰이해와 폭력적인 대응을 비판한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유럽인들은 객일 뿐이고 그 땅의 진정한 주인은 아프리카인임을 항상 잊지 않는다. 예를 들어 원주민 하컀이 자신의 지시를 어기고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이유로 백인 이주민이 하인을 폭행하고 헛간에 묶어 두었다가 그 하인이 갑자기 숨지는 바람에 벌어진 재판 사건을 언급하면서 저자는 백인 주인의 야만성을 비난하고 스스로 죽음을 택한 원주민 하인의 주인다운 자부심을 칭송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프리카는 원주민의 땅이며 백인이 그들에게 무슨 짓을 하건 그들은 떠날 때 자신의 자유 의지로 떠난다. 더 이상 그곳에 머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할까? 그 집을 물려받아 살고 있는 그 집의 주인이다. - 본문 262면
그녀가 보기에는 타인의 긍지를 증오하거나 부정하는 사람이야말로 야만인이다. 이따금씩 저자 자신에게서도 유럽 중심주의가 얼핏얼핏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제국주의 열강들 간에 치열한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지고 그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정당화가 만연하던 당시 상황에서 이러한 인식은 사뭇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아프리카를 향한 그녀의 사랑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그녀가 보여 준 사랑과 우정에 화답하여 아프리카인들은 그녀가 농장 생활을 접고 아프리카를 떠날 때 성대한 은고마(춤판)를 벌여 그녀를 배웅한다. 하지만 이 은고마는 영국 식민 당국의 은고마 금지 조치 때문에 도중에 중단되고 만다.(「작별」, 본문 353~355면)
영화와는 달리 남편과의 관계나 연인 데니스 핀치해턴과의 로맨스가 작품의 초점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이런 의미에서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여전히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사랑의 대상은 아프리카인들과 아프리카 대륙 자체이다. 나이로비 근처 그녀의 농장 저택은 현재 덴마크 정부의 기부로 〈카렌 블릭센 박물관〉이 되어 있다.
〈B〉두고 온 사람들, 떠나보낸 사람들〈/B〉
백인이라면 편지에 예쁜 말을 써서 보내고 싶으면 이렇게 쓸 것이다. 〈나는 당신을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인은 이렇게 쓴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를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본문 80면
1931년 덴마크로 귀국한 뒤 카렌 블릭센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몰두하여 1937년 이 책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발표한다. 6년이 지났지만 저자는 그곳에서 만난 아프리카와 유럽인 친구들을 바로 옆에 있는 듯 생생히 그려 내며 그들을 그려 내는 그녀의 펜 끝은 정감으로 가득하다. 손님으로 아프리카에 머물렀던 그녀는 거꾸로 많은 손님을 자신의 농장에 맞아들였고, 거기에는 비단 사람만이 아니라 상처 입은 황새나 〈룰루〉라는 이름의 어린 가젤영양 같은 동물들까지 있었다. 열린 마음을 지닌 그녀는 프랑스의 가톨릭 신부들, 이슬람교도와 성직자들, 자신의 농장에서 일하는 일꾼과 하인들, 원주민 족장 등 종교와 인종, 신분을 가리지 않고 흉허물 없이 마음을 나누었고 그들의 장점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다리에 난 상처를 치료받은 것으로 그녀와 인연을 맺은 후 요리사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한 원주민 소년 카만테, 늘 그녀 곁에서 그녀를 보조하며 도움과 조언을 주었던 무슬림 원주민 하인 파라, 그녀와 같은 덴마크인으로 인생에서 낙오한 초라한 모습으로 농장을 찾아와 몸을 의탁했다가 결국 그곳에서 세상을 떠난 〈크누센 영감〉, 원주민들에게는 엄청난 존경의 대상이지만 그녀와는 친구처럼 지냈던 키쿠유족 족장 키난주이, 그리고 그녀의 연인 데니스 핀치해턴……. 이들 모두는 그녀의 펜에서 생명을 얻어 완전한 한 명의 인간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들에 대한 자신의 인상과 함께 이들에 얽힌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을 소개하여 그들 각자의 개성을 생동감 있게 그려 낸다. 예를 들어 한 인도인 상인의 창고에 반기(半旗)가 걸린 것을 보고 상인이 죽었냐고 묻는 그녀의 질문에 반쯤 죽었다고 파라가 대답하는 장면(본문 22면)이나, 「베니스의 상인」 이야기를 듣고 불에 달군 칼을 쓰면 피도 안 났을 테고 조금씩 살점을 떼어 내면서 무게를 맞추면 정확히 1파운드를 잘라 낼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샤일록이 그렇게 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하는 장면(「파라와 〈베니스의 상인〉」, 본문 235~236면)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파라의 개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데니스 핀치해턴. 그와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그려져 있지는 않다고 해도 데니스 핀치해턴을 언급하는 부분들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사로운 감정과 애틋함이 느껴진다. 영화와 같은 내용을 기대했다가 조금은 실망한 독자라면 책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사자 사냥 장면, 아프리카 창공에서의 비행, 그녀가 자신이 지은 이야기를 핀치해턴에게 들려주는 장면 등을 읽으며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를 향한 그녀의 마음이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무래도 비행기 사고로 인한 그의 죽음을 다루고 있는 5장의 「언덕 ?대의 무덤」 부분이다.
하지만 점심 식사가 끝나자 맥밀런 부인이 나를 작은 응접실로 따로 부르더니 보이에서 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데니스의 비행기가 거꾸로 추락하여 그가 죽었다는 것이었다. - 본문 328면
은공 언덕의 야생 동물 보호 구역 내에 있는 첫 번째 산등성이에 내가 아프리카에서 살다가 죽으리라고 생각했던 시절에 데니스에게 내가 묻힐 곳이라고 말했던 장소가 있었다. 어느 날 저녁에 우리 집에 앉아 언덕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는데 데니스는 그럼 자기도 거기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그 후 가끔 언덕 지대로 차를 몰고 나가면 데니스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우리 무덤 있는 데까지만 갑시다.〉 - 본문 330면
데니스 핀치해턴을 그가 원하던 곳에 묻은 카렌 블릭센은 농장을 정리하고 아프리카를 떠난다. 떠나면서도 그녀는 농장 사람들이 그들의 바람대로 함께 모여 살 수 있도록 사방팔방으로 애쓰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6년 후 이 책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그들 모두를 되살려 낸다. 귀국 후 카만테가 편지에 써 보낸 말대로 그녀는 그들을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벗이었고, 연인이었고, 그녀에게 깨달음을 주는 스승이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바로 그 우정과 사랑과 깨달음에 바치는 작가 카렌 블릭센의 연서(戀書)라 할 수 있으며, 이 연서는 아프리카 대륙의 생명력과 그곳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의 숨결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