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중세 철학자이자 미학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생생한 경험담이 녹아 있는 번역 이야기이다. 이 책은 번역 이론서가 아니다. 에코는 오직 그리고 단순히 자신의 경험만을 이야기한다. 『장미의 이름』이 40여 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던 에코는 자신의 저서들인 『푸코의 진자』, 『바우돌리노』, 『전날의 섬』이라는 원본이 40여 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가는 과정을 추적하며 번역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한다.
에코는 바벨탑 이후 「완벽한 번역」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며 경험만 있을 뿐 번역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번역이란 완벽히, 똑같이 말하는 것이 아닌 거의 똑같이 말하기인 것이다. 그 스스로 번역가이기도한 에코는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까지 해독할 정도로 천부적인 언어 능력을 자랑한다. 또한 에코는 번역된 자신의 작품을 곧잘 확인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즉 그는 늘 번역의 최전선에 언제나 있는 셈이다.
이 책에는 윌리엄 위버, 부르크 하르트 크뢰버, 장노엘 스키파노, 엘레나 로사노 등 에코 책의 번역자들이 각각 어떤 문구를 어떤 식으로 번역했는지 수많은 예가 제시되어 있다. 번역에서 무엇을 잃고 또 무엇을 살릴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번역자의 몫이며 여기에서 에코는 번역을 일종의협상과정으로 본다. 번역자의 선택에 따라 번역에서 잃는 것과 얻는 것이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은 끊임없는 도전이라고 에코는 말하고 있다.
목차
서문
1 알타비스타의 동의어들
2 체계에서 텍스트로
3 가역성과 효과
4 의미, 해석, 협상
5 상실과 보상
6 지시와 심층 의미
7 원천, 하구, 델타, 강어귀
8 보도록 만들기
9 상호 텍스트의 참조를 느끼게 만들기
10 해석은 번역이 아니다
11 실질이 바뀔 때
12 근본적 개작
13 질료가 바뀔 때
14 완벽한 언어와 불완전한 색깔들
참고 문헌
찾아보기
옮긴이의 말
움베르토 에코 연보
저자
움베르토 에코 (지은이), 김운찬 (옮긴이)
출판사리뷰
움베르토 에코의 살아 있는 번역 이야기
세계적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의 저자이자 중세 철학자, 미학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생생한 경험담이 녹아 있는 번역 이야기, 『번역한다는 것』(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26)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번역 이론서가 아니다. 번역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혹은 번역이란 무엇인가라는 거대 담론은 이 책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다. 에코는 오직 그리고 단순히 자신의 경험만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렇게 번역했다. 그들은 나를 이렇게 번역했다.」 개인적 경험을 일반화할 수 없다고 성급하게 일반화할 필요는 없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40여 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부가량 판매되었다. 『장미의 이름』을 비롯해 『푸코의 진자』, 『바우돌리노』, 『전날의 섬』이라는 원본이 40여 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가는 과정을 추적하는 일, 다시 말해 순전히 에코와 그들 번역가의 고된 경험이 절절히 묻어 있을 그 과정을 복기한 이 책은 번역이 진정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 준다. 「완벽한 번역」을 꿈꾸는 사람들은 그 몸부림 속에서 공감을 얻을 수도 있고, 다시금 번역에 대한 투지를 불태울 수도 있고, 나름의 이론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벨탑 이후 「완벽한 번역」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번역에 정답은 없다. 경험만 있을 뿐. 에코는 두루뭉술한 정의 한 문장으로 이를 요약한다. 「번역은 《거의》 똑같이 말하기다.」 잔뼈가 굵을 대로 굵었을 노학자가 훈수보다 복기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풍부한 예로 가득 찬 번역의 현장
에코는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작가이지만 그 스스로 번역가이기도 하다.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라틴어, 그리스어, 러시아어까지 해독할 정도로 천부적인 언어 능력을 자랑한다. 편집자로 활약한 적도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번역도 수없이 확인해 보았다. 물론 자신의 작품을 번역할 번역자들과도 긴밀하게 접촉한다. 에코는 번역된 자신의 작품을 곧잘 확인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에는 윌리엄 위버, 부르크 하르트 크뢰버, 장노엘 스키파노, 엘레나 로사노 등 에코 책의 번역자들이 각각 어떤 문구를 어떤 식으로 번역했는지 수많은 예가 제시되어 있다. 에코는 작업 과정에서 번역자들과 사전에 오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때로는 번역자가 자기 나라의 언어로 번역할 때 발생하는 문제들을 에코에게 설명하면, 에코는 그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서로 협력하기도 한다. 이는 에코가 모르는 언어, 예를 들어 헝가리어, 네덜란드어, 일본어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과정이 이 책에 상세히 담겨 있다.
번역은 「거의 똑같이 말하기」이다
번역 작업은 그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고 여러 논란거리를 제공해 왔다. 번역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은 그런 사실을 입증한다. 하지만 완벽한 번역은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언어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고, 따라서 다른 언어로 옮긴다는 것은 넘어설 수 없는 본질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호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표현의 실질〉이 바뀜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런데도 번역이 고유의 당위성을 갖는 것은 원전과 번역본이 완벽하게 동일하지는 않지만, 무엇인가 똑같은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에코는 번역을〈거의 똑같은 것을 말하기〉라고 규정한다. 즉 원전의 언어를 다른 언어로 완벽하게 옮기기 어렵다면, 불가피하게 일부를 상실하고 나머지만 전달할 수밖에 없다. 번역에서 무엇을 잃고 또 무엇을 살릴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번역자의 몫이다. 여기에서 에코는 번역을 일종의〈협상〉과정으로 본다. 번역자의 선택에 따라 번역에서 잃는 것과 얻는 것이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은 끊임없는 도전이라고 에코는 말한다.
번역당하는 자의 끊임없는 고민
「다른 한편으로 작가로서 내 작품이 번역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나는 번역본이 내가 쓴 것에 충실해야 할 필요성과, 내 텍스트는 다른 언어로 말하는 순간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가(아니 때로는 변화되어야 하는가) 하는 흥미로운 발견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했다.」 (본문 20쪽)
에코의 이 고백은 「번역한다는 것」의 상충적인 두 의미를 아주 극명하게 보여 준다. 번역의 오랜 역사를 살펴보면 이 문제가 늘 이슈가 되어 왔다. 있는 그대로의 번역이 옳은 것인가, 어느 정도 재해석은 불가피한 것인가.
에코는 이 문제 또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접근해 간다. 실제로 에코는 자신의 책이 번역되는 과정에서 역자에 따라 자신의 텍스트가 상이하게 번역되는 것을 발견한다. 예? 들어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살바토레라는 인물을 세 명의 역자가 각 언어와 문화에 맞게 번역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번역 결과물을 나열한다. (본문 183쪽)
각 역자는 원본에 충실하기도 하지만 나름의 개작을 통해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에코는 각 번역자들이 비록 정도는 다르지만 이탈리아어 텍스트가 창출하려고 했던 것과 똑같은 효과를 창출했다고 보았으며, 번역의 정확성 여부는 Xn과 Xn-1 차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번역자의 취향이며, 여기에는 별다른 구별 규칙이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텍스트가 번역되는 과정에서 원전의 의미가 새롭게 해석되어 결론적으로 텍스트가 향상되는 결과를 얻기도 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다른 언어와 접촉하면서 텍스트는 어떻게 나 자신도 미처 모르고 있던 해석적 가능성들을 드러내는가, 때로는 어떻게 번역이 텍스트를 향상시킬 수 있는가를 느끼기도 하였다.」 (본문 20쪽)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이란 | 에코 마니아를 위한 전 세계 최초의 기획 저작집
열린책들에서 출간하는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은 에코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전 세계 최초의 출판 기획물이다. 이 저작집에는『장미의 이름』, 『푸코의 진자』 등 에코의 소설과 동화책을 제외한 철학, 기호학, 문학 이론, 문화 비평, 칼럼 등 다방면에 걸쳐 에코가 50여 년 동안 출간한 대부분의 저서가 담겨 있다. 열린책들은 이 저작집을 위해 이탈리아와 미국 곳곳에 흩어진 에코의 저서를 끈질기게 추적해 번역 출판 계약을 맺었고, 이탈리아 현지 출판사에서도 절판되어 세계 어느 서점에서도 구할 수 없는 저서를 되살려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 저자로 국내에 잘 알려진 움베르토 에코는 사실 소설가 이전에 기호학자이자 철학자, 문화 비평가로,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학자로 정평이 나 있다. 24세 때부터 시작한 그의 저술 작업은 문학 이론, 미학, 철학, 기호학, 비평 에세이, 정치 비판 등 그야말로 전 방위적으로 펼쳐졌고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저술한 탓에 그의 책 한 권을 제대로 이해하고 번역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특유의 백과사전적 지식을 동원해 지식의 파편을 자신의 저서 곳곳에 마치 거미줄처럼 연결해 놓아서 그의 저서 한 권을 제대로 읽었다고 해도 에코라는 바다의 깊이와 너비를 가늠하기에는 절대적으로 역부족이다. 열린책들에서 수년간의 공을 들여 에코의 저서를 컬렉션 형태로 담아낸 이유가 거기에 있다. 때론 일상생활마저 기호학으로 분석하는 예리함을 보이기도 하고, 또 때론 포르노 영화와 일반 영화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등의 엉뚱한 발상을 표출하는가 하면, 소설 속 주인공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걸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철저히 계산해 대화 분량을 결정하는 치밀함을 보이는 변화무쌍한 움베르토 에코의 지적 세계를 이 저작집을 통해 흥미롭게 탐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