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각 문화와 예술 작품 속의 아름답지 않은 것들, 즉 그로테스크한 것, 괴물 같은 것, 불쾌한 것과 같은 "추"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탐색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악마", "마녀", "죽음", "괴물" 등을 추의 한 현상으로 아우르고 일종의 문화, 역사 비평을 통해 추의 기호학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구의 미술 작품과 다양한 텍스트를 병치하는 체제 및 편집상의 방법을 취하고, 흔히 접할 수 없는 작품들인 만큼 보다 희소성을 갖는 수많은 추의 이미지를 탐색하고 있다. 또한 인간 심리가 끊임없이 추에 매혹되어 온 역사를 문학 작품을 바탕으로 소개하면서 큰 관심 없이 지나쳤을 대목들이 추에 대한 연민의 시선 아래서 빛을 발하고 있기도 하다.
추의 이미지들과 시대별로 특징적인 추의 현상들과 사회적 배경, 추에 대한 문화적 수용의 양상들까지 설명하는 텍스트들이 에코의 글과 탁월한 감식안으로 한 페이지 안에 나란히 실려 있는 이 책을 통해 쉽게 에코의 미학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서문
Chapter I. 고대 세계의 추
1. 미가 지배했던 세계?2. 그리스 세계와 공포
Chapter II. 수난, 죽음, 순교
1. 우주에 대한 <범미주의>적 관점2. 그리스도의 수난
3. 순교자, 은둔자, 회개자4. 죽음의 승리
Chapter III. 묵시록, 지옥, 악마
1. 공포의 우주2. 지옥3. 악마의 변형
Chapter IV. 괴물들과 기이한 것들
1. 불가사의한 것들과 괴물들2. 측정 불가능한 것의 미학
3. 괴물들의 교화4. 신기한 것들, <미라빌리아 5.="" 괴물들의="" 운명="">미라빌리아>
Chapter V. 추한 것, 희극적인 것, 외설스러운 것
1. 프리아포스2. 소작농에 대한 풍자와 사육제 축제3. 르네상스와 농노 해방4. 캐리커처
Chapter VI. 고대부터 바로크 시대까지 여성의 추
1. 반(反)여성 전통2. 마니에리스모와 바로크 시대
Chapter VII. 근대 세계의 악마들
1. 반항적인 사탄부터 가엾은 메피스토펠레스까지2. 적의 악마화
Chapter VIII. 마법, 사탄 숭배, 사디즘
1. 마녀들2. 사탄 숭배, 사디즘, 그리고 잔인성의 취향
Chapter IX. 피시카 쿠리오사
1. 태음 발생과 해부된 주검들2. 관상학
Chapter X. 낭만주의와 추의 구원
1. 추의 철학2. 추한 자와 저주받은 자3. 추한 자와 불행한 자4. 불행한 자와 병든 자
Chapter XI. 두려운 낯설음
Chapter XII. 철탑과 상아탑
1. 공업적 추2. 퇴폐주의와 추한 것들의 방탕
Chapter XIII. 아방가르드와 추의 승리
Chapter XIV. 타자의 추, 키치, 캠프
1. 타자의 추2. 키치3. 캠프
Chapter XV. 오늘날의 추범미주의>
저자
움베르토 에코 (지은이), 오숙은 (옮긴이)
출판사리뷰
『미의 역사』에 이은 『추의 역사』 출간,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 움베르토 에코의 미학 사전 완성!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의 한 명인 움베르토 에코의 『추(醜)의 역사』가 전문 번역가 오숙은의 번역으로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전작 『미의 역사』가 "미"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규명하고자 하였다면, 『추의 역사』는 시각 문화와 예술 작품 속의 아름답지 않은 것들, 즉 그로테스크한 것, 괴물 같은 것, 불쾌한 것과 같은 "추"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탐색한다. 이 책에서 포괄하고 있는 "악마", "마녀", "죽음", "괴물" 등을 다룬 책들은 더러 있었지만, 이러한 것들을 추의 한 현상으로 아우르고 일종의 문화, 역사 비평을 통해 추의 기호학을 구축한 것은 사실상 첫 번째 시도가 아닐까 한다.
『추의 역사』는 전작인 『미의 역사』와 비교했을 때,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구의 미술 작품과 다양한 텍스트를 병치하는 체제 및 편집상의 공통점이 있지만, 책에 실린 수많은 추의 이미지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는 작품들인 만큼 보다 희소성을 갖는다. 또한 인간 심리가 끊임없이 추에 매혹되어 온 역사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전작에 비해 다루는 대상은 더욱 광범위하다. 추 연구의 토대가 거의 전무한 까닭에 텍스트들은 주로 문학 작품 위주로 소개되었는데, 비주류나 통속적이라고 분류되었을 일부 문학 작품들이 한 시대와 문화를 보여 주는 예리한 단면이 되기도 하고, 유명한 작품이라 하더라도 큰 관심 없이 지나쳤을 대목들이 추에 대한 연민의 시선 아래서 빛을 발하기도 한다. 더불어 추의 이미지들과 시대별로 특징적인 추의 현상들과 사회적 배경, 추에 대한 문화적 수용의 양상들까지 설명하는 텍스트들이 에코의 글과 탁월한 감식안으로 한 페이지 안에 나란히 실려 있어 보다 쉽게 에코의 미학에 다가갈 수 있다.
아름답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 돈을 주고 아름다움을 살 수 있는 시대,
애써 피하려 하지만 그럼에도 무의식적으로 가장 끌리는 것, 추(醜)!
이 "예쁘지 않은 것"에서 미학은 완성된다!
취업을 위해 남성들까지 성형 수술을 하는 시대,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상품은 물론, 일상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디자인하는 시대, 다시 말해 아름다움이 그저 "보기 좋은 떡"이 아닌, 다른 것과의 차별화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경쟁력이자 곧 자본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돈을 주고 아름다움을 살 수 있는 시대, 그런 만큼 아름답지 않은 것에 대한 혐오와 가치 절하는 갈수록 심각해져 가지만, 한편에서는 기괴하고 아름답지 않은 것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또 다른 경쟁력이 되고, 새로운 미적 가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도와 방법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이것이 인류가 미적 취향을 발전시켜 온 역사였음을 우리는 에코의 『추의 역사』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과 추함의 기준은 무엇인가? 추함은 곧 악인가? 에코는 전작 『미의 역사』를 통해 시대마다 문화마다 각기 다른 미의 기준이 존재하였음을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다음과 같이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추 또한 미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시각에 따라 다른 것일까? 우리는 왜 죽음, 질병, 불완전성, 묵시록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우리가 섬뜩한 것, 끔찍한 것에 두려움과 역겨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자석처럼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한 것에 대해 느끼는 매력 뒤에 놓인 우리의 관음증적 충동은 무엇일까?
『추의 역사』는 "우리가 ≪추하다≫고 보는 사물이나 사람들에 대한 시각적, 언어적인 묘사들 속에서 그 자체의 기록들"(p. 8)을 찾아내어 방대한 추의 역사를 탐색한다. 시대에 따라 규범으로 정의되었던 획일적 미의 전횡으로부터 추가 인간 이성과 감성을 해방시켜 온 역사, 기피하거나 악으로 규정하고 적으로 여겼던 것들에 대해 부단히 탐구해 가면서 편견과 오해와 두려움을 하나씩 극복해 왔던 역사, 악마와 괴물을 인간화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 안의 악마성, 괴물성을 인정해 왔던 역사가 바로 "추의 역사"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에코는 고대 그리스의 항아리부터 브뢰겔, 보스, 크라나흐, 고야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풍부한 회화 및 조각 작품과 함께, 평생의 연구를 바탕으로 시대별로 가장 유명한 작가와 철학자들의 인용문을 함께 제시하면서, 백과사전적 지식과 매혹적인 이야기 솜씨를 결합시켜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추에 관한 연구서를 완성한다. 밀턴의 사탄부터 괴테의 메피스토펠레스까지, 마법과 중세의 고문부터 순교자, 은둔자, 참회자까지, 저주받은 자와 악마 같은 자에 대한 인식부터 태음 발생과 해부된 주검까지, 다종다양한 신비의 괴물들과 송장을 파먹는 귀신부터 사육제의 놀라운 풍경까지, 퇴폐주의와 키치, 캠프, 그리고 과도함과 악의 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스스로 방어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실은 우리가 잠재의식적으로 가장 끌리는 것임을 보여 준다.
이상적인 추함, 이상적인 아름다움?
인류 문화사의 빛과 그림자, "미"와 "추"
이 책의 서문에서 에코는 미의 역사와 추의 역사가 어느 정도 공통적인 특성을 공유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미와 추의 개념이 여러 역사 시기마다, 또는 다양한 문화마다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에코는 그리스 시대의 크세노파네스, 중세 시대 비트리의 제임스, 근대 시기의 볼테르의 입을 빌려 이러한 점을 강조한다. 특히 볼테르는 추가 미의 단순한 반대 개념이 아닐 뿐만 아니라, 어떤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우리가 가진 미에 대한 개념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미와 추의 관련성에 관한 인터뷰에서도 에코는 아래와 같은 볼테르의 말을 인용하여 답변하고 있다(별첨 자료 참조).
두꺼비에게 미가 무엇인가, 진정한 미, 토 칼론(to kalon)이 무엇인지 물어보라. 두꺼비는 작은 머리에서 튀어나온 왕방울처럼 아름답고 둥근 두 눈, 넓고 납작한 목, 노란 배와 갈색 등을 가진 암컷 두꺼비가 아름답다고 대답할 것이다. 기니의 흑인에게 물어보라. 그에게는 검고 기름진 피부, 깊이 파묻힌 눈, 납작한 코가 아름다움일 것이다. 악마에게 물어보라. 악마는 "미"란 두 개의 뿔, 네 개의 발톱, 그리고 하나의 꼬리라고 대답할 것이다. -- 서문, p. 10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시기에 우리는 추를 미의 반대 개념으로 정의하였고, 실은 이러한 정의가 추라고 하는 중요한 개념을 미에 비해 소홀히 다뤘던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에코는 『추의 역사』에서 추란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한 분류학을 전개하며, "추에 대한 개념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추를 조화나 비례, 완전무결함으로 이해되는 미의 반대라고 말할 수 없다"(p. 16)는 점을 분명히 한다. 또한 추함 자체와 형식상의 추함을 구분함으로써, "악마도 잘만 묘사된다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지나친 아름다움이 추가 되기도 하고, 추가 때론 "이상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결국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추가 미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미"와 "추"는 결코 떨어져서 생각될 수 없는, 늘 함께 공존하는 인류 문화사의 "빛"과 "그림자"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움베르토 에코의 『추의 역사』는 2007년 출간 당시 언론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이탈리아 언론의 관심은 남달랐는데, 그 가운데 일간지 「일 솔레 24 오레」는 "이상적인 추함"이라는 제목으로, 「라 스탐파」는 "추한 것의 아름다움? 추함은 우리를 끌어들이고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라는 제목을 통해,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주제가 얼마나 우리를 매혹시키는 동시에 혼란스럽게 만들었는지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