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는 지난 20세기 중반부터 후반까지 한국 대중음악이 지나온 궤적을 살펴보는 세밀한 탐사다. 본 시리즈는 마치 고고학의 발굴과 같이 깊고 넓게 들어가는 작업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감수성에 뚜렷이 각인된 음악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향유되어 왔는지 그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음악 평론가인 저자들은 장장 20여 년에 걸쳐 음원, 기사, 사진 등을 아카이빙했고, 여기에 치열한 연구를 더해 마침내 한국 문화사의 한 축을 완성해 냈다. 이번 시리즈는 해방 후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가장 꼼꼼하게 다룬 ‘정전’으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이 시리즈의 첫 두 권인 『한국 팝의 고고학 1960: 탄생과 혁명』과 『한국 팝의 고고학 1970: 절정과 분화』는 2005년에 한길아트에서 출간된 초판의 개정?증보판이며, 『한국 팝의 고고학 1980: 욕망의 장소』와 『한국 팝의 고고학 1990: 상상과 우상』은 을유문화사에서 처음으로 펴내는 초판입니다.
목차
서문
제1장 재즈 카페의 코메리칸 블루스
안녕, 안녕
압구정동: 어떤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압구정동에는 음악이 없다
X세대를 위해: 트렌디하게, 더 트렌디하게
발라드 뒤집기 4인방: 윤상, 손무현, 신해철, 정석원
‘쿨’의 잉태: 차가운 도시, 차가운 테크놀로지
‘쿨’의 탄생
[인터뷰] 소년에서 마왕까지 부단한 실험과 분투: 신해철
[인터뷰] 공일오비의 프런트맨 또는 행동 대장: 장호일
제2장 강남 어린이와 강남 비즈니스맨
강남 어린이의 ‘네온’ 속의 ‘블루’
그녀에 관한 짧은 얘기: 내수동, 마천동, 논현동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그대 안의 블루, 그대 밖의 네온
이승환: 그의 무적의 록&발라드
유희열, 장난감 교향곡
장미와 카니발, 1974~1997
조동진과 방탄소년단의 ‘시(詩)’와 ‘세계관(世界觀)’
[인터뷰] 음악인 사이의 접점과 매개: 정원영
[인터뷰] ‘강남 어린이’ 시절부터 ‘수니 로커’까지 그녀에 관한 긴 얘기: 장필순
[인터뷰] 음악과 사람을 연결하다: 유희열
제3장 그대 안의 혁명과 반혁명
그대, 그대, 그대
검은 무지개(Black Rainbow): 이민파와 유학파
흐린 기억 속의 그대: 현진영, 와와, SM
환상 속의 그대: 서태지와 아이들
그대 지금 다시: 듀스
Boys be Ambitious. No to Men
[인터뷰] 뮤직비디오 연출로 예능을 선도하다: 고재형
[인터뷰] SM엔터테인먼트의 주춧돌이 되다: 홍종화
제4장 삼황오제의 연줄(라인): 잘된 만남, 잘못된 이별
팩트와 임팩트
첩혈쌍웅(?血雙雄) 신승훈 대 김건모: 라인음향 사단의 두 라인
라인음향, ‘인하우스’ 시스템의 시원
실내소음(室內騷音: House Noise)과 예무효과(銳舞效果: Rave Effect)의 역할분담(役割分擔): ‘라인’과 ‘팀’의 안과 밖
The international lines were busy too: 국제적 라인들, 언제나 통화 중
디바들과 근육들
제국의 흥망성쇠
[인터뷰] 대중음악계의 새로운 라인을 개척하다: 김창환
[인터뷰] 간명하고 강렬한 댄스와 안무로 한 획을 긋다: 강원래
[인터뷰] 다양한 스타일로 ‘팀’을 추구하다: 최민혁
제5장 땐쓰, 땐스, 댄스: 과속과 통속
룰라 대 DOC, 1994~1996
철이와 미애: 혼성의 시작
룰라, 레게의 가지 혹은 통속의 재림
룰라, ‘월드 뮤직’에서 나온 민간 통속 음악
DJ 없는 MC, 오케이? 오케이!
뽕 댄스 혹은 반뽕: 일상이 만든 일상의 노래들
댄스, 땐스, 땐스
[인터뷰] 가수에서 프로듀서로, 그리고 예능의 신으로 종횡무진하다: 이상민
[인터뷰] 한국적 댄스 음악의 교본: 윤일상
[인터뷰] 스타 DJ가 꿈꾼 다른 미래: 오성권
제6장 한국 록의 네 가지 갈래
하나의 뿌리, 네 갈래
포크 록에서 한국 록으로
허세 혹은 정통
정통 혹은 대안
더 많은 대안들
한국 록, (동)아시아 속으로
[인터뷰] 자유로운 삐딱이: 강산에
[인터뷰] 역전을 꿈꾸며 달리는 전사들: 2세대 헤비메탈의 배후 김재선과 블랙신드롬의 기타리스트 김재만
[인터뷰] 간결한 세련미를 담은 기타 사운드: 이상순
제7장 흐느적거리게, 끈적거리지 않게: 코리안 알앤비 발라드
연체동물처럼
B & K: 발라드와 코리안
R & B & K: 리듬 & 발라드 & 코리안
B B K: 블루스, 발라드 & 코리안 Pt. 1
B B K: 블루스, 발라드 & 코리안 Pt. 2
R & B Ballad: 리듬, 블루스 & 발라드
R&B + I(R&B + 아이돌)?
[인터뷰] 1990년대 팝 발라드의 한 챕터: 신재홍
[인터뷰] 블랙 뮤직과 샘플러를 사랑한 작곡가: 홍성규
[인터뷰] 따뜻한 정조의 가사로 어루만지다: 윤사라
제8장 소년 전사, 걸 파워, 국힙 패밀리
우상(idol)과 깡패(gangsta)
롯데월드에서 춤추던 10대 아이들
에쵸티 대 젝키: 라이벌의 의미
‘박진영’에서 ‘JYP’로, 그리고 god: 아이돌과 ‘헝그리 정신’
걸 파워와 걸그룹 사이: 여성성의 표현과 판매 사이
한국 + 아이돌 + 힙합 = Mission Impossible
한국 힙합의 불타는 연대기: 서장
아이돌과 힙합, 그리고 산업 혁명
[인터뷰] 문나이트 DJ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엔지니어로: 허정회
[인터뷰] 한국 힙합의 뿌리 깊은 나무: 엠씨 메타(MC META)
제9장 모던의 유혹, 독립의 먼 길
소란부터 쌈지사운드까지
삐삐밴드의 ‘펑크 록’과 주주클럽의 ‘모던 록’
난장, 폴리미디어, T엔터테인먼트
발전소 대 드럭
모던 록 대 ‘INDIE’
더 많은 창작자, 더 많은 클럽, 더 많은 레이블
움직일 듯, 움직이지 않는 장소
[인터뷰] ‘밑’의 도발, ‘하늘을 달리다’의 도전, ‘다행이다’의 고백: 이적
[인터뷰] 한국형 모던 록의 길을 개척하다: 자우림
[인터뷰] 조선 펑크의 산맥: 크라잉 넛의 한경록
후기
참고 문헌
참고 음반
저자
신현준
출판사리뷰
17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개정·증보판
네 권짜리로 업그레이드된 한국 대중음악 통사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세밀히 살핀 저작으로, 2005년 ‘1960’, ‘1970’편 출간 당시 그 시대를 파고든 내실 있는 역작으로 평단과 대중에게 모두 인정받은 바 있다. 마치 고고학의 ‘발굴’ 작업과도 같은 치열한 자료 수집과 대중음악 관계자들과의 대면 인터뷰,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맥락에 따른 심도 있는 해석은 확실히 기존에 나온 책들과 차별화되는 요소였다. 이 책의 절판을 아쉬워하던 독자들의 요구에 힘입어 개정판 출간이 기획되었고, 저자들은 여기에 더해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관찰하고 정리해 나갔다. 기존에 냈던 두 권을 수정, 보완했고 ‘1980’편과 ‘1990’편을 새로 만들어 시리즈를 네 권짜리로 업그레이드했다.
이 책은 사실과 무관하게 신화를 덧입히기보다 사실 속으로 깊고 넓게 들어가는 작업을 통해 흐릿했던 우리 대중음악의 풍경에 뚜렷한 윤곽과 촘촘한 세부를 그려 넣는다. 우리의 지난날을 돌아보고 살펴보는 일은 단순히 추억을 회상하는 것을 넘어 오늘날 우리의 정체성과 위상을 확립하는 일과 다름없다. 오늘이 있기까지 그때 그 시절, 그들이 있었다.
팝 혁명부터 세기말의 격정까지
한국 대중음악계의 흥미진진한 시나리오
‘한국 팝’이라는 용어의 기원을 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저자들은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언론에서 한 ‘팝 칼럼니스트’가 당시 한국 대중음악의 상황을 ‘팝 혁명’이라고 지칭한 것에 주목한다. 이때 팝이라는 단어가 수입된 서양(미국)의 팝인지, 변형되고 가공된 ‘번안된 팝’인지, 아니면 충분히 토착화된 팝인지는 불분명하다. 아마도 이 모두를 포괄했을 것이라고 저자들은 추측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1960년대를 거치면서 일어난 문화적 분출이 한국의 대중문화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1960년대에 문화적으로 씨를 뿌리거나 싹을 틔우고 있었던 음악적 실천들은 1970년대에 미학적으로 만개한다. 이처럼 『한국 팝의 고고학 1960』에서는 한국의 ‘팝 혁명’이라 지칭될 만한 흥미로운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이 편은 미8군 무대에서 양악을 노래하던 음악인들의 모습으로 시작해 신중현으로 대표되는 소울가요를 지나 포크 이야기로 막을 내린다.
이어지는 ‘1970’편은 자작?자연의 자의식과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담은 포크로부터 시작해 대마초 파동으로 굴곡진 가요계의 풍경을 지나 대학가요제와 산울림을 조명하고, 김민기와 조동진 등의 언더그라운드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기성과 청년 등이 날카롭게 대립하던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다면적 모습이 앞의 두 권을 통해 조명된다. 이후 저자들은 ‘장르’와 ‘장소’, ‘인물’을 연결 지어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의 면면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여의도와 조용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1980’편은 김현식, 유재하, 어떤날 등을 망라하며 대중음악 장르와 트렌드의 발생과 소멸을 도시 공간과 장소의 변화와 엮어내는 흥미로운 시도를 보여 주는데, 영동, 정동, 광화문, 신촌, 대학로, ‘강북’, ‘강남’, 방배동을 거쳐 이태원의 화려한 밤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1990’편은 압구정동과 신해철의 음악 이야기로 시작해 댄스, 록, 발라드, 아이돌, 힙합 등의 키워드를 거쳐 홍대 앞 등에서 활약한 일군의 인디 음악가들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온갖 장르가 장소를 가로질러 흘러 다니고 뒤섞였던 세기말, 그 시대의 격정과 우울과 희망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대중음악의 역사는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 가수를 중심으로
서술되는 것을 넘어서야 정의롭다”
『한국 팝의 고고학 1990』의 공동 저자로 참여한 김학선은 후기에서 이 책의 집필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털어놓는다. “나는 지금까지 줄곧 주장하는 형식의 글을 주로 써 왔다. 이 음반은 이래서 좋고, 이 음악은 이래서 아쉽다는 얘기를 주로 반복해 왔지만, 『한국 팝의 고고학』은 전혀 다른 방식의 글쓰기가 필요했다. 글이란 걸, 책이란 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 다시 배운 시간이었다. 얼마나 치열하게 연구하고 자료를 찾아 그걸 연결하는지를 배웠다.” 이 시리즈는 그렇게 발굴해 낸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물처럼 얽혀 있는 사실들의 타래를 풀어내어 예리한 시각과 함께 버무린 결과물이다. 음반 사진과 음반 상세 정보, 언론 기사, 관련 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글과 함께 배치했고, 각 장 말미에는 본문에서 언급된 음악인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손석우, 김대환, 신중현, 서병후, 이장희(이상 ‘1960’편), 조용필, 안건마, 강근식, 김창완, 배철수, 조동진(이상 ‘1970’편), 나미, 들국화, 한영애, 엄인호, 신대철(이상 ‘1980’편), 신해철, 장필순, 김재선과 김재만, 한경록(이상 ‘1990’편) 등 다양한 음악인들의 심층 인터뷰에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대한민국 대중음악 씬의 뒷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한국 팝의 고고학』은 스타 중심의 서술을 넘어서서 그동안 대중음악계에서 많은 활약을 했지만 크게 조명받지 못했던 창작자, 연주인, 언론인 등 다방면의 사람들을 고르게 조명한다. 우리 대중음악의 윤곽이 그동안 흐릿했던 이유는 이들의 노력을 충분히 조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 책이 비로소 깨닫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