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1세기 사진 비평의 최전선
제프 다이어의 리뷰들을 한 권으로 만나다
예술에 관한 깊은 사유를 멋진 문장 속에 담는 일은 무척 매혹적이다. 그러나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사진 비평으로 분야를 한정한다면, 이런 작업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제프 다이어일 것이다. 존 버거의 심정적 후계자로 꼽히는 제프 다이어는 현대 사진 비평계에서 가장 높은 명성을 지닌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정작 그의 비평을 책으로 만나기는 힘들었다. 『지속의 순간들』 이후로 그의 작업은 칼럼이나 서문 등 특정 지면을 위해 작성된 글로만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바로 그 글들을 한데 모은 『인간과 사진』은 다이어의 새로운 비평을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책이다.
여기서 제프 다이어의 비평은 짧은 길이로 압축되면서 더욱 깊은 통찰력을 선보인다. 특히 각 사진가를 열 페이지 남짓한 분량으로 소개하는 1부에서는 해당 사진가의 정수를 파악하고 그 주제를 향해 직진하는 솜씨를 보여 준다. 다이어는 이 과정에서 예술과 사회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펼쳐 놓지만, 동시에 유머를 선보일 기회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이처럼 비평가의 지성과 에세이스트의 여유가 공존하는 그의 비평은 좀처럼 보기 드문 개성을 갖추고 있다.
어떤 예술 작품과 예술가로부터 무엇을 얻어 낼 수 있는지, 우리가 작품을 감상하면서 무엇을 생각해 낼 수 있는지 궁금한 독자들은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서문
1부 - 만남들
외젠 아제의 파리
앨빈 랭던 코번의 『런던』과 『뉴욕』
아우구스트 잔더의 사람들
일제 빙의 가르보
헬렌 레빗의 거리들
비비언 마이어
일라이 와인버그의 사진 속 소년
로이 디커라바: 존 콜트레인, 벤 웹스터 그리고 엘빈 존스
낡은 전기의자: 앤디 워홀
데니스 호퍼
그들: 윌리엄 이글스턴의 흑백 사진
프레드 헤어조크
리 프리들랜더의 미국의 기념비들
베번 데이비스의 『1976년 로스앤젤레스』
루이지 기리
피터 미첼의 허수아비
니콜라스 닉슨: 브라운 자매
린 새빌과 한밤의 고고학
필립로르카 디코르시아의 마술
알렉스 웹
베이거스의 꿈의 시간: 프레드 시그먼의 모텔들
부정할 수 없는 스트루스
안드레아스 거스키
토마스 루프
프라부다 다스굽타의 『갈망』
포토저널리즘과 역사 회화: 게리 나이트
파벨 마리아 스메이칼의 『운명적 풍경』
크리스 돌리브라운의 『모퉁이들』
다야니타 싱: 이제 볼 수 있다
올리버 커티스: 『급반전』
톰 헌터: 계속되는 애가
페르난도 마키에이라와 밤의 마하
나폴리의 영혼과 육체
조이 스트라우스
매트 스튜어트: 그는 왜 매일 이것을 하는가
집에 머무르는 거리 사진가: 마이클 울프, 존 라프만, 더그 리카드
마이크 브로디: 『번영의 청소년기』
클로이 듀이 매슈스: 『새벽의 총성』
2부 - 노출들
프랑코 파제티: 2013년 2월 19일, 시리아 알레포
토마스 반 하우트리브: 2013년 11월 10일, 미국 필라델피아
제이슨 리드: 2014년 1월 17일, 호주 멜버른
불릿 마르케스: 2014년 1월 27일, 필리핀 마닐라
토마스 피터: 2014년 3월 5일, 우크라이나 페레발로예
마르코 주리카: 2014년 4월 22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니콜라이 도이치노프: 2014년 5월 4일, 불가리아 드라기노보
핀바 오라일리: 2014년 7월 24일, 가자 지구
킴 러드브룩: 2014년 9월 11일, 남아프리카 프리토리아
저스틴 설리번: 2014년 11월 26일, 미국 미주리, 델우드
3부 - 작가들
롤랑 바르트: 『밝은 방』
마이클 프리드: 『예술이 사랑한 사진』
존 버거: 『사진의 이해』
1부에서 언급된 사진가 명단
감사의 말
주
인용 도서 저작권 내역
저자
제프 다이어
출판사리뷰
예술에 관한 깊은 사유를 멋진 문장 속에 담는 일은 무척 매혹적이다. 그러나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사진 비평으로 분야를 한정한다면, 이런 작업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은 제프 다이어일 것이다. 존 버거의 심정적 후계자로 꼽히는 제프 다이어는 현대 사진 비평계에서 가장 높은 명성을 지닌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정작 그의 비평을 책으로 만나기는 힘들었다. 『지속의 순간들』 이후로 그의 작업은 칼럼 등의 짧은 글로만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인간과 사진』은 바로 그 글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1부는 다이어가 여러 매체에 기고한 칼럼 가운데 사진가에 관한 이야기를 모았으며, 2부는 한 장의 사진이 그 시대를 어떤 식으로 담고 있는가를 고찰한다. 그리고 3부는 사진에 관한 책들을 대상으로 한 ‘북 리뷰’다. 외젠 아제와 아우구스트 잔더 같은 옛 거장들부터 구글 어스로 찍힌 장면을 캡쳐한 ‘사진가’ 마이클 울프까지, 다이어는 매번 몇 장의 사진을 펼치고는 그 이미지들이 자신에게 불러일으킨 감흥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오직 소설가만이 쓸 수 있는 비평
제프 다이어의 비평은 짧은 칼럼의 길이로 압축되면서 더욱 깊은 통찰력을 선보인다. 특히 각 사진가를 열 페이지 이하의 분량으로 소개하는 1부에서는 해당 사진가의 정수를 파악하고 그 주제를 향해 직진하는 솜씨를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인생의 면모로나 그가 찍은 사진으로나 역사상 가장 신비한 사진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외젠 아제에 관한 소론은 아제의 매력을 가장 잘 축약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다이어는 아제의 사진들이 주로 다루는 오브제와 촬영 기법 등을 간단히 설명한 뒤, 그런 외적인 요소들을 융합한 아제의 내면을 상상하고 그 모습을 묘사한다. 이 묘사는 재즈 뮤지션들에 관한 아름다운 책 『그러나 아름다운』을 쓴 다이어의 역량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사진가에 관한 글이 학술적인 분석만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주제 즉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순간, 다이어는 독보적인 세계를 선보인다. 엄밀할 수도, 정확할 수도 없는 인간 내면을 문학적으로 묘사하면서 예술 비평의 담론도 놓치지 않는 그의 글쓰기는 다른 곳에서는 거의 만날 수 없는 성취를 보여 준다.
그러나 사진가를 향한 다이어의 ‘몰입’은 그 사진가의 내면에 관한 일종의 확신이 있을 때만 실행된다. 그는 감상적인 에세이스트처럼 모든 글에 자신의 감성을 투사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비비안 마이어에 관한 글은 아제에 관한 글의 반대편에 있다. 다이어는 그녀의 내면으로 들어가려 시도하기보다는 수수께끼적인 면모를 그대로 남겨 두는 것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럴 때조차 다이어는 냉정하게 수수께끼를 바라보는 쪽이 그 사진가와 그의 작업에 더욱 적합한 표현 방식임을 확신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피사체에 따라 다른 렌즈를 갈아 끼우듯 글의 스타일을 선택하는 솜씨는 문학을 기반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작가만이 보여 줄 수 있는 미덕이다. 이처럼 『인간과 사진』은 사진 그 자체의 존재론적인 의의보다는 사진을 찍고 보고 이해하는 ‘인간’들의 캐릭터를 추적하는 데 주력한다. 그러면서도 피상적인 에세이에 머물지 않고 비평에 필요한 지식과 냉정함을 꾸준히 유지한다. ‘소설가의 비평’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깊이 있는 사유가 개성 있는 스타일에 담기다
이렇게 독특한 개성을 지닌 다이어의 비평은 문장의 스타일에서도 드러난다. 한 권의 단행본으로서 안정적이고 통일감 있는 구성이 필요했던 『지속의 순간들』과 달리, 마음껏 자신의 작가적 개성을 드러낼 수 있었던 칼럼들을 모은 『인간과 사진』에서는 다이어 특유의 과감한 은유와 냉소적인 유머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멋과 즐거움’이 더욱 돋보이도록 역사와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레퍼런스를 끌어오는 그의 지성 또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처럼 『인간과 사진』은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고 싶은 독자는 물론, 예술 비평을 어떻게 개성 있게 선보일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및 작가)에게 많은 선물을 가져다줄 것이다.
바르트가 언제나 자신의 소멸을 상기하고 고통스러워했던 바로 그곳에서, 이 책은 새로운 삶에 대한 섬세한 약속을 발견한다.
- [월 스트리트 저널]
제프 다이어는 이미지와 단어 양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루는 대가다.
- [하퍼스]
저자는 이 매혹적이고 호기심 많은 에세이에서 이미지들과 사진가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거기에 숨겨진 진실과 기이한 감각을 파헤친다.
-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