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가 사는 공간은 그 안에 사는 인간의 변화에 맞춰 함께 변화해 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바뀌면서 공간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고, 나아가던 방향도 조금 틀어졌다. 이 책은 집, 회사, 학교, 상업 시설, 공원, 지방 도시, 물류 터널 등 우리가 생활하고 있거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간의 가까운 미래를 살펴본다.
인간은 늘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하려 한다. 지금처럼 큰 변화를 맞이했을 때에는 그런 요구가 더 클 수밖에 없고, 그에 발맞춰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건축가로서 앞으로의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려 시도했고, 이 책은 그 추측의 산물이다. 당연히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이 책의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더 올바른 예측을 하고,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목차
여는 글: 전염병은 공간을 바꾸고, 공간은 사회를 바꾼다
거짓 선지자들의 시대 / 마스크가 만드는 관계와 공간 / 전염병, 인류, 도시 / 공간의 해체와 재구성, 권력의 해체와 재구성
1장.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중산층 집이 ‘방 세 개 아파트’인 이유 / 155퍼센트 늘어난 집의 의무 / 4도3촌과 가구의 재구성 / 부엌의 새로운 위치 / 사적인 외부 공간의 필요 / 나무를 심는 발코니 / 벽식 구조에서 기둥식 구조로 / 목구조 고층 건물의 시대 / 최고의 친환경 건축 / 포스트코로나 아파트의 5원칙
2장. 종교의 위기와 기회
종교와 공간 / 벽과 계단의 발명 / 제사장과 아이돌 / 신전과 고깃집 / 예배당의 의자가 가로로 긴 이유 / 스님 vs 목사님 / 시공간 공유가 만드는 공동체 의식 / 이슬람교가 기도를 하루에 다섯 번 드리게 하는 이유 / 전염병이 만드는 종교 권력의 해체와 재구성
3장. 천 명의 학생 천 개의 교육 과정
교실 수업과 온라인 수업의 차이 / 화가와 선생님 / 페이스북과 온라인 수업 / 교우 관계의 부재 / 종이 책, 오디오북, 동영상 수업 / 전교 일등이 없는 학교 / 미래 학교 시나리오 / 교육 큐레이터 선생님 / 교육이란 무엇인가
4장. 출근은 계속할 것인가
일자리의 55퍼센트 / 우리나라 직장에 회식이 많은 이유 / 재택근무와 일자리의 미래 / 거점 위성 오피스 / 내 자리는 필요하다 / 마스크가 바꾸는 인간관계 / 평등한 화상회의 / 슈렉 vs 라이온 킹 / 대형 조직의 관리와 기업 철학
5장. 전염병은 도시를 해체시킬까
전염병과 도시의 역사 / 얀 겔의 실험 / 인구 2배, 경쟁력 2.15배 / 시냅스 총량 증가의 법칙 /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인간
6장. 지상에 공원을 만들어 줄 자율 주행 지하 물류 터널
공통의 추억 / 소셜 믹스와 재건축 / 소셜 믹스의 첫 단추, 발코니 / 정사각형 공원보다 선형의 공원 / 자율 주행 전용 지하 물류 터널 / 가까운 미래의 상상
7장. 그린벨트 보존과 남북통일을 위한 엣지시티
그린벨트의 역사 / LA vs 뉴욕 / 반도체 회로 같은 도시 패턴 / LH의 새로운 임무 / 엣지시티: 도시와 접한 그린벨트의 경계만 개발하라 / 남북한 융합을 위한 DMZ 평화 엣지시티 / 농사꾼의 도시와 장사꾼의 도시 / 소규모 재개발의 장점
8장. 상업 시설의 위기와 진화
디즈니의 위기 / 상업의 진화는 공간의 진화 /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는 공간 /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 오프라인 상업 공간의 진화와 축소 / 새로운 빌딩 양식의 발명 / 두 가지 갈림길 / 전염병이 만드는 공간 양극화 / 공간 소비 vs 물건 소비 / 맛집 앞에 줄을 서는 이유 / 줄어드는 오피스 공간 / 폭이 넓은 상업, 폭이 좁은 주거
9장. 청년의 집은 어디에 있는가
홍길동 vs 세종대왕 / 21세기 소작농: 월세 / 플랫폼 비즈니스 같은 부동산 / 정부와 대자본가만 지주가 되는 세상 / 악당과 위선자의 시대 / 경계부를 점차 내려야 한다 / 인구수보다는 세대수 / 프루이트 아이고 vs 강남 / 칠레의 저소득층 주택 정책
10장. 국토 균형 발전을 만드는 방법
화폐가 된 아파트 / 서울 한강 전망 vs 뉴욕 허드슨강 전망 / 짝퉁 도시의 양산 / 다양성을 죽이는 심의와 사라져야 할 자문 / 21세기형 스마트 타운 / 소제동 하드웨어 + 대덕연구단지 소프트웨어 / 대전 속 피렌체 / 여주가 사는 길 / 여주에서의 3일 / 라이프 스타일 만들기
11장. 공간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하기
나를 안아 주는 교회 / 건물 안의 사람이 도시 풍경이 되는 건물 / 뒷골목의 사람도 바다를 볼 수 있게
닫는 글: 기후 변화와 전염병- 새로운 시대를 만들 기회
기준이 바뀌는 세상 / 코로나 블루와 공간 / 고래가 코끼리보다 큰 이유 / 기술 발달과 저출산의 시대 / 새로운 뼈대가 필요한 시대 / 조선의 르네상스를 만든 영조의 청계천 준설 작업 /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될 새로운 공간 /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
주
도판 출처
저자
유현준
출판사리뷰
도시는 과연 해체될까?
미래를 바꾸는 변수는 기술 발달, 기후 변화, 전염병 등 여러 요소가 있다. 시대에 따라 그 변수가 바뀌기도 하고 각 요소가 미치는 영향력의 크고 작음도 달라진다. 전염병의 영향은 과거에는 컸지만,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는 그리 크지 않다고 여겨졌다. 적어도 1년여 전에는 대다수의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감염을 피해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야 하는 지금의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모여야 살 수 있던 인간 사회를 모이면 위험한 사회로 만들었다. 저자가 코로나 확산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코로나로 인해서 도시가 해체될 것인가?’였다. 그만큼 코로나는 우리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계속 모여 살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했다(도시 해체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자면 저자의 대답은 ‘해체되지 않는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류 역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근거를 대며 그 이유를 설명한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예수가 태어난 해를 기점으로 해서 예수 탄생 이전을 뜻하는 BC(Before Christ)와 예수 탄생 이후를 뜻하는 기원후 AD(Anno Domini)를 이제는 코로나 이전을 뜻하는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After Corona)를 뜻하는 AC로 써야 할지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코로나는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고, 기간이나 감염자, 사망자 수 모두 예상을 훨씬 뛰어 넘으며 우리 생활을 바꿔 놓았다. 그리고 지난 1년간의 변화는 2021년에도 이어지고 그 이후의 생활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인간은 늘 변화하는 세상을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하려 한다. 지금처럼 큰 변화가 있을 때에는 그런 요구가 더 클 수밖에 없고, 그에 발맞춰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건축가로서 앞으로의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려 시도했고, 이 책은 그 추측의 산물이다.
"시대가 급변하고 위기의 시간이 오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온갖 선지자들이 등장한다. 그중 상당수는 후대에 거짓 선지자로 판명될 것이다. 워낙에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 역시 거짓 선지자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 책을 내놓는 것은 더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다각도에서 예측할수록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 ‘여는 글’ 중에서
오늘과 내일의 도시
우리가 누리던 일상의 공간들과 단절되는 경험은 현 시대에선 처음 겪는 일로, 특히 일하고 먹고 노는 것을 외부 공간에서 많이 하던 1~2인 가구의 젊은 세대가 큰 변화를 겪었다. 잠자는 기능이 가장 컸던 집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 되면서 집을 비롯한 생활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공간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달라졌다. 거실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확장하면서 없애던 발코니가 중요한 공간으로 부각됐고, 공간의 효율성에도 관심이 커졌다. 학교나 직장, 식당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 머물러야 하는 공간은 거리두기나 비대면 배치가 중요해졌고, 내부지만 외부 공간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도 도입되고 있다.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 거점 오피스의 도입으로 지방 도시로의 이주 또는 부분 거주 가능성도 커졌다. 이는 지방 도시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타 도시로 이주나 부분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직장인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런 요인에 기대기보다는 지방 도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저자는 각 지방의 색을 찾아 다른 지역과 차별화시킬 때 사람들의 발길을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과 다른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을 모방해서 만든 도시는 결국 원조로 가고 싶은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 도시만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색깔을 만들어 낼 때 그곳에 머물고 싶은 이유나 터전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각 지역마다 건축 법규나 규제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타 지역과 다른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그런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일 가능성도 커진다.
아파트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면 결국 지역이나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값어치가 책정될 수밖에 없다. 편리한 교통 등 여러 환경적인 요소도 주거 선택에 영향을 주겠지만 입면 디자인과 재료를 달리 해 어디는 복층이 있고, 어디는 발코니가 좋고, 어디는 예쁜 벽돌로 마감했다는 등의 장점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만든다면 공간이 그 안에 사는 사람의 개성을 드러내게 되어 더 이상 화폐 같은 기능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파트 디자인이 다양해져야 하고, 그런 다양성을 위한 제도 개선 또한 필요하다. 아파트 내 정원을 시민에게 개방하면 그 아파트의 발코니는 규제 제한을 풀어 좀 더 넓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다양화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렇게 각 지역에 따라 그만의 색을 낼 수 있게 하고, 아파트나 빌라 같은 주거 디자인을 다양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면 다양한 도시, 다양한 주거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미래는 꿈꾸는 자들이 만든다
이 책은 코로나로 달라진 상황에서 우리의 공간이 어떻게 바뀌었고, 바뀌어 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단순한 공간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계층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학교 건물을 이야기할 때는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주거를 이야기할 때는 더 많은 사람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고민한다. 그리고 생활 공간에 대한 얘기에 그치지 않고 그린벨트, 물류 전용 터널, 국토 균형 발전까지 광범위한 공간에 대한 건축가로서의 진단, 비판, 바람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제시한 가까운 미래의 공간은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 각 아이들을 위한 맞춤 교육 과정이 있는 학교, 지역과 지역을 이어 주는 선형 공원, 분산된 거점 오피스로 나눠진 회사, 내 집 가까이에 있는 작은 공원과 도서관,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 DMZ 평화 도시 등 실생활 공간부터 간접적 공간까지 다양하다. 그중엔 고개가 끄덕여지며 바로 적용될 것만 같은 이야기도 많지만, ‘DMZ 평화 도시’처럼 이게 될까 싶은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 끝에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미래는 꿈꾸는 자들이 만든다고.
소수를 위한 디스토피아가 아닌, 함께 행복한 유토피아는 멀리 있지 않다. 이 책은 그 작은 걸음들의 시작을 위한 고민의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