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구 위를 걸어 다닌 최초의 로봇은 탈로스라는 이름의 청동 거인이었다. 이 놀라운 기계는 MIT 로봇 공학 연구소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 속 발명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로봇을 혼자서 쓰러뜨린 마녀 메데이아는 사상 최초의 해커에 해당한다. 영토를 더욱 완벽하게 방어해야 한다는, 즉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더 잘 수행해야 한다는 탈로스의 ‘욕망’ 또는 알고리즘의 맹점을 파고든 메데이아는 그 거인을 공격하지 않고 설득한다. “네가 불멸하는 존재가 된다면 이 영토를 영원히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너에게 영생을 줄 수 있다.” 의외의 제안에 흔들린 탈로스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해킹이 막 성공한 것이다. 탈로스는 그때부터 메데이아의 말에 따라 스스로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신과 로봇』의 저자 에이드리엔 메이어는 탈로스에 관한 신화에서 인공 지능에 관한 딜레마를 발견한다. 탈로스는 왜 영생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는가? 만약 이 로봇이 죽음 혹은 소멸을 두려워했다면, 그를 ‘인간적인’ 존재로 보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그렇다면 ‘인간적인 존재’와 ‘인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신과 로봇』은 탈로스 신화를 비롯한 여러 옛날이야기 속에 숨겨진 과학적 상상력을 살펴보면서 자유 의지, 노예제, 악의 기원, 인간의 한계 등 기술과 윤리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재미있는 신화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접하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로봇과 마녀: 탈로스와 메데이아
2장 메데이아의 회춘 가마솥
3장 영생불사와 영원한 젊음의 탐색
4장 자연을 넘어: 신들과 동물에게서 빌려 온 강화된 힘들
5장 다이달로스와 살아 있는 조각상들
6장 피그말리온의 살아난 인형과 프로메테우스의 최초의 인간
7장 헤파이스토스 신의 장치들과 오토마타
8장 판도라 아름다운, 인공의, 사악한
9장 신화와 역사 사이: 고대 세계의 진짜 오토마타와 실물 같은 인공품
에필로그 / 경외감, 두려움, 희망: 딥 러닝(Deep Learning)과 고대의 이야기들
용어 해설
주석
참고 문헌
저자
에이드리엔 메이어
출판사리뷰
지구 최초의 거대 로봇,
그리고 그 로봇을 쓰러뜨린 지구 최초의 해커
지구 위를 걸어 다닌 최초의 로봇은 탈로스라는 이름의 청동 거인이었다. 이 놀라운 기계는 MIT 로봇 공학 연구소가 아니라 그리스 신화 속 발명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로봇을 혼자서 쓰러뜨린 마녀 메데이아는 사상 최초의 해커에 해당한다.
자신에게 프로그래밍된 ‘영토 방어’의 임무를 수행하는 탈로스는 단 하나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 자신이 죽음 또는 소멸함으로써 더 이상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오직 하나의 목표만이 프로그래밍된 탈로스에게는 그 목표가 세상의 모든 것이다. 메데이아는 이러한 탈로스의 ‘욕망’ 또는 알고리즘의 맹점을 파고든다. 메데이아는 탈로스의 곁으로 가서 이렇게 속삭였을 것이다. “네가 불멸하는 존재가 된다면 이 영토를 영원히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너의 목적을 영원히 수행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내가 너에게 영생을 줄 수 있다.” 의외의 제안에 흔들린 탈로스는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해킹이 막 성공한 것이다. 탈로스는 그때부터 메데이아의 말에 따라 스스로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신과 로봇』은 탈로스에 관한 신화에서 인공 지능에 관한 딜레마를 발견한다. 탈로스는 왜 영생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졌는가? 만약 이 로봇이 죽음 혹은 소멸을 두려워했다면, 그를 ‘인간적인’ 존재로 보지 못할 이유가 있는가? 그렇다면 ‘인간적인 존재’와 ‘인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저자 에이드리엔 메이어는 현대 과학철학의 관점으로 기원전에 생겨난 여러 이야기를 탐구하며, 이 새롭고 기발한 시도는 놀라울 정도로 잘 작동한다.
고대 신화가 미리 내다 본 미래 과학의 빛과 그림자
어떻게 인공 지능이라는 기술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고대 사람들은 그 기술이 가져다 줄 딜레마를 떠올릴 수 있었을까? 저자는 탈로스처럼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인공 창조물들을 탐색하면서 그 창조물들이 실제 역사 속에서 하나둘 실현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또한 고대 사람들이 인공 창조물에 대한 이야기 속에 담은 윤리적인 딜레마들 역시 현실이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도 함께 알려 준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의 도자기 그림 화가들은 ‘인조인간’ 판도라를 묘사하면서 ‘인간을 닮았지만 인간은 아닌’ 존재의 불길한 특성을 묘사하기 위해 애썼다. 고대 그리스의 도자기 그림은 사람이나 신을 묘사할 때는 옆모습을 그렸지만, 판도라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기묘한 웃음을 지으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 불길한 분위기는 현대에 와서 ‘불쾌한 골짜기’ 현상으로 불리는 것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런 놀라운 상상력은 고대 그리스의 전유물이 아니다. 『신과 로봇』은 여러 아시아 신화에도 놀라운 과학적 우화들이 포함돼 있음을 알려 주며, 현대 SF 영화와 소설 들을 소개하면서 과거로부터 이어진 과학적 주제 의식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저자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갈라테아 신화와 연결하고, 영원한 삶이 왜 저주가 되는지 알려 주는 티토노스의 이야기는 소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비교한다. 그 외에도 이 책은 [마징가 Z], [천공의 성 라퓨타] 등 신화 속의 발상에 기초해 만들어진 다양한 현대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한층 유연하고 풍부한 지식을 전달한다.
옛날이야기의 보물 상자 속에서 인간에 대해 묻다
『신과 로봇』은 이처럼 신화와 역사와 과학을 혼합해서 지금껏 누구도 들려주지 못했던 새로운 신화 읽기를 제안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의외의 수확이 함께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1~2천 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 봐도 재미있다는 것이다. 특히 ‘판도라의 상자’로 알려진 이야기는 그 전모를 알면 훨씬 재미있다. 제우스는 인류를 파멸시키기 위해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들어 지구로 파견했는데, 그 로봇이 바로 ‘악덕으로 가득한 항아리’를 시한폭탄처럼 가지고 온 판도라였던 것이다. 심지어 판도라 이야기는 인간에게 문명을 선사했던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와 이어지면서 ‘인간 창조’에 관한 환상적인 연대기를 형성한다. 그런가 하면 고대 인도의 아소카왕에 대한 신화는 판타지 서사시를 방불케 한다. 붓다의 유해를 안치한 비밀 무덤을 지키는 경비 로봇들이 어째서 헤라클레스의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이 신화 이야기는 환상적인 전개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신과 로봇』은 흥미로운 옛날이야기 속에 숨겨진 과학적 상상력을 살펴보면서 자유 의지, 노예제, 악의 기원, 인간의 한계 등 기술과 윤리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재미있는 신화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접하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