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술과 문학에 얽힌 흥미로운 사실과 다양한 일화를 경쾌하게 전하는 책이다. 와인, 맥주, 위스키 등 세상에서 가장 대표적인 여덟 가지 술을 소개하면서 알코올의 역사와 술독에 빠진 대문호들의 에피소드를 재치 있게 풀어낸다. 각각 일러스트레이터, 아트 디렉터인 두 저자가 페이지마다 심어 놓은 정겨운 삽화들은 다채로운 이야기에 멋스러운 상상력을 더한다.
목차
들어가며. 술이 당신을 움직일 때
제1장. 와인
제2장. 맥주
제3장. 위스키
제4장. 진
제5장. 보드카
제6장. 압생트
제7장. 메스칼·테킬라
제8장. 럼
나가며.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다
감사의 말 / 옮긴이의 말
저자
그렉 클라크
출판사리뷰
인류와 동고동락해 온 다양한 술의 역사,
그리고 음주에 얽힌 흥미진진한 문학 이야기
최근 한국에서는 TV를 통해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는 식재료와 조리법, 실력 있는 셰프에 대한 관심은 이제 미식가의 영역을 넘어 대중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러한 미식과 함께 곁들일 수 있는 가장 좋은 상대인 술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맥주-소주-양주’로 단순하게 구분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미식에 관한 지식이 다양해지고 보편화되었다면 술에 관한 지식도 그에 맞게 다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술은 인류의 역사만큼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원료나 제조 방식에 차이를 보이며 다양한 종류로 분화해 지금에 이르렀다. 그렇게 주종이 인간의 취향과 더불어 세분화하는 사이에, 술은 수많은 작가에게 영감을 주기도 하고 그들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했다. 술의 종류에 따른 개개인의 호불호가 숱한 일화를 낳은 것은 물론이다.
이 책은 여덟 가지 술에 얽힌 역사와 문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의 기원과 역사를 훑고 작가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 술에 역사적 가치와 문학적 의미를 더했다. 가벼운 설명에 위트 있는 일러스트를 곁들인 구성은 마치 명주(名酒)에 기막힌 안주를 곁들인 느낌이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술과 문인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술은 우리에게 단순한 음료가 아닌 다채롭고 깊이 있는 문화로 자리하게 된다.
셰익스피어, 헤밍웨이, 랭보, 그리고 레이먼드 카버까지
술과 운명을 함께한 문호와 명작들
이 책은 술의 종류에 따라 총 8장으로 구성된다. 저자들이 미국인으로서 가진 시각과 경험이 바탕을 이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양 술이 주를 이룬다. 와인, 맥주, 위스키, 진, 보드카, 압생트, 메스칼·테킬라, 럼이 각 장의 주제다. 저자들은 주제와 소재에 걸맞은 다양한 삽화를 곁들여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각 장의 이야기는 술의 기원과 역사로 시작한다. 저자들은 각종 문헌을 바탕으로 술이 탄생한 배경을 탐색하고 간략한 역사를 훑는다. 기원전 1200년경 지중해를 가로질러 전해진 와인, 기원전 2700년경 수메르 시에서 이야기된 맥주, 기원전 1000년경 메소아메리카 문화에서 비롯한 메스칼 등 저자의 탐구 범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이어서 저자들은 유명 작가와 술에 얽힌 사실과 에피소드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작품들에 와인을 수시로 등장시킨 셰익스피어, 누구보다 스카치위스키를 사랑했던 마크 트웨인, 술을 많이 마셨지만 금방 취하곤 했던 피츠제럴드 등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이야깃주머니를 풀어 놓는다. 그 과정에서 압생트를 통해 마음을 나눈 랭보와 베를렌, 위스키에 기대어 무너진 그레이스 메탈리어스, 폭음과 절주로 갈등한 레이먼드 카버 등 익숙한 이름들의 기막힌 사연을 몇 페이지에 걸쳐 집중 조명하기도 한다. 특히 술에 관한 이야기에서 상징적인 문인으로 꼽히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경우 거의 모든 장에 모습을 드러내 ‘잡주가’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이 책의 또 다른 흥밋거리는 바로 작품 이야기다. 저자들은 작가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명작을 끄집어내 독자와 공유한다. 소설, 시, 수필 등 여러 작품에서 직접 인용된 문구들이 ‘책 속의 책’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맥베스』(셰익스피어), 『파리는 날마다 축제』(헤밍웨이), 『위대한 개츠비』(피츠제럴드), 『악령』(도스토옙스키), 『호밀빵 햄 샌드위치』(찰스 부코스키) 등 ‘문학 전집’을 방불하는 작품 목록은 이 책만이 갖는 확실한 매력이다.
참고로 본문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알코올 제조법은 이 책의 감초 역할을 한다. 저자들은 위스키 사워, 진 마티니, 스크루드라이버, 마르가리타 등 보편적인 제조법은 물론 제인 오스틴의 전나무 맥주, 윌리엄 포크너의 민트 줄렙, 헤밍웨이의 블러디 메리 등 작가만의 노하우가 담긴 제조법까지 두루 소개한다. 술을 만들기 위한 재료와 제조법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만큼 저자들은 내용에 세밀함을 더해 술과 문인을 향한 독자들의 관심을 확실히 끌어올린다.
실력파 아트 디렉터와 [뉴요커]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정하고 만든 ‘사람 냄새 나는’ 책
이처럼 책이 역사와 문학을 파고들면서도 무거운 느낌을 주지 않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삽화에 있다. 이 책을 만든 두 저자는 미국에서 ‘그림’으로 이름을 날린 베테랑들이다. 그렉 클라크는 [뉴요커], [롤링 스톤], [타임] 등 유수의 매체와 호흡한 일러스트레이터고, 몬티 보챔프는 그래픽·일러스트레이션·만화 연감으로 유명한 [블라브!]와 [블라브 월드]의 창간인이자 편집자다. 이들은 술에 관한 정보를 직접 조사하고 정리해 서술했을 뿐 아니라 작가들의 얼굴, 책 표지, 술 라벨 등 관련 요소를 전부 일러스트로 표현해 실었다. 실물 도판을 그대로 써도 무방할 것도 일부러 공을 들여 일러스트로 만든 그들의 집요함은 책에 등장하는 문호들의 문학적 성취욕 못지않다.
또한 저자들은 개(강아지)를 바탕으로 만든 ‘부즈하운드’라는 메인 캐릭터를 본문 곳곳에 배치해 책에 통일성과 안정감을 부여했다. 무엇보다 감각적이면서도 정겨운 그림체는 술이라는 어른스러운 주제를 친근한 느낌으로 치환한다. 결국 이 책은 읽는 재미에 보는 즐거움까지 더한 결과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문인들에게선 사람 냄새가 무척 짙게 난다. 문단의 평가만으로는 초월적인 이상향처럼 보이던 문호들이 어느 순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처럼, 어쩌면 그보다도 못한 사람처럼 다가온다. 술을 통해 바라고자 했던 정서적 지향점을 달랐을지 모르지만, 험난한 삶을 헤쳐 나갈 지지대로 술을 택한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거울상처럼 느껴진다. 결국 우리 모두는 현실과 더불어 술의 세상을 함께 유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작가들의 말말말 *
“계속 술을 마시는 작가는 오래 버티지 못하죠. 하지만 세심하게 술을 마시는 작가는 더 나은 작가일 겁니다.” - 스티븐 킹
“문간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압생트를 홀짝이고 있으면 날마다 즐거워.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어.” - 폴 고갱
“술은 다시 한 번 진실, 천진난만함, 원초적인 감정을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저는 미국 작가입니다. 미국 술인 버번을 마셔요. 그게 바로 위대한 작가와 절대 위대한 작가가 되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위대한 작가는 스카치와 버번을 구별할 줄 알죠.” - 노먼 메일러
“술을 마시면 감정이 무르익는다. 나는 술을 마시고 고조된 감정을 이야기에 넣는다. 맨 정신일 때 내가 쓴 이야기는 멍청하기 짝이 없다.” - F. 스콧 피츠제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