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죽음을 말하는 것은 삶을 말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죽음을 다루는 책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미국 아마존에는 ‘죽음 사회학’이라는 세분화된 카테고리가 있을 정도다. 요즘 나오는 죽음 관련 책들의 경향은 죽음을 무겁지 않게 다뤘다는 것인데, 『어떻게 죽을 것인가』(아툴 가완디),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정현채), 『죽음의 에티켓』(롤란트 슐츠) 등의 인문서부터 『숨결이 바람 될 때』(폴 칼라니티),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샐리 티스데일), 『만약은 없다』(남궁인) 같은 에세이까지 그 관점과 접근 방식도 다양하다. 이 책들을 사랑했던 독자라면 반길 만한, 마음에 와닿으면서도 실용적인 가이드북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헵은 데스오버디너(Death over Dinner)의 창립자로, 테드메드(TEDMED)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만찬에 관한 강연을 한 후, 미국 전역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 책에서 수천 번의 저녁 만찬회를 직접 주최하면서 배운, 삶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대화 주제인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는 방법(‘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꺼내기 좋은 질문’ 스물두 가지)을 소개하면서 저녁 만찬회와 데스오버디너 활동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일화도 함께 들려준다. 죽음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더 이상 피해선 안 된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은 곧 삶과 연결되고, 관계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목차
Ⅰ 우리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Ⅱ 죽음을 이야기하는 만찬 초대장 보내는 법
Ⅲ 대화의 물꼬를 트는 질문들
1. 살날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요? 마지막 날,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2. 사랑하는 고인이 해 준 요리 중 기억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3. 자신의 장례식이나 죽음을 기리는 기념물을 직접 준비한다면 어떻게 기획하고 싶은가요?
4.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의료 개입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나요?
5. 유언장,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 위임장을 준비했나요? 아니라면 그 이유는 뭔가요?
6. 당신이 지켜본 가장 소중한 임종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7. 우리는 왜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요?
8. 아이들에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9. 사후 세계를 믿으세요?
10. 의사 조력 자살, 즉 존엄사를 고려해 본 적이 있나요?
11. 당신의 장례식에서 어떤 노래를 누가 불러 주길 바라나요?
12. 장기를 기증하실 생각인가요?
13. 좋은 죽음은 어떤 모습일까요?
14. 당신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하고 싶은가요?
15. 절대 언급하지 말아야 할 죽음이 있나요?
16. 당신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면 얼마나 늘리고 싶은가요? 20년? 50년? 100년? 영원히?
17. 유산이 어떻게 쓰이길 바라시나요?
18. 얼마나 오래 슬퍼하는 게 좋을까요?
19. 마지막 식사로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가요?
20. 임종할 때 어떤 느낌이길 바라나요?
21. 당신의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당신에 관해 어떤 말을 해 주길 바라나요?
22. 죽음에 관한 대화를 어떻게 마치는 게 좋을까요?
나가는 말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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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저자
마이클 헵 (지은이), 박정은 (옮긴이)
출판사리뷰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더 사랑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미국 어느 의과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공공 의료보험 수혜자의 43퍼센트가 전 재산보다 많은 돈을 생애 말기 돌봄에 사용한다. 주로 병원으로 고스란히 입금되는 ‘생애 말기 돌봄 비용’은 미국인 개인 파산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인의 80퍼센트가 자신이 머물던 집에서 죽기를 원하지만, 그중 20퍼센트만이 그 소망을 실현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일까? 고령자 대부분은 “비싼 돈을 들여서까지 과도한 생명 연장 치료를 받고 싶지 않지만, 가족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지 않고, 물어보는 사람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남은 삶을 누리다 편안하게 잠드는 것,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정리하는 것, 남은 사람들의 짐을 덜어 내는 것은 많은 사람이 바라는 생의 마무리다.
가부장제·가족중심주의의 한국에서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의사와 간호사, 심지어 환자의 손을 멀리 떠난 요소가 매우 많다. 의사에 대한 에인절의 분노가 아빠와 싸웠다는 죄책감 때문에 폭발한 것을 기억하자. 문화적 요소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한국에서는 관습적으로 노인 환자는 아들의 결정에 따르고자 하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따라서 의료 개입을 둘러싼 결정은 복잡한 인간관계와 얽히고설킨다. (111쪽)
위 글은 의료 기관에서 임종을 맞을 때, 당사자?가족과 의료진이 서로 대립하는 이유를 다룬 본문의 일부다. 저자는 과도한 의료 개입이야말로 우아한 죽음을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고령화 사회의 가속화로 인한 의료비 문제, 호스피스나 가족의 노인 돌봄 노동 책임이 가중되는 현실 등 당장 우리 앞에 닥친 문제는 만만치 않다.
이 책에는 존엄사(의사 조력 자살)를 다룬 부분도 있다. 2018년 2월 ‘존엄사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현재까지, 죽음의 문턱에서 연명 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한국인이 3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 통계는 이제 우리도 죽는 방법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는 반증이다. 한국은 이제 곧 초고령화 사회가 된다. 앞으로는 태어남보다 죽음을 마주할 날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 할까? 어쩌면 시작부터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기꺼이 죽음을 마주해야 한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병과 자신의 감정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 혹은 우리에게 내면의 고통을 스스로 살필 기회를 어떻게 주어야 할지 몰랐다. 우리는 아버지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대화를 많이 하지 않게 됐다. 나는 친구들과 슬픔이나 상실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우울하고, 혼란스러웠으며, 지독하게 외로웠다. (23쪽)
저자는 십 대 초반 자신의 아버지를 잃었다. 오랫동안 병상에 있던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된 열세 살 되던 해의 핼러윈에,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사탕을 얻으러 다녔다. 그는 그 경험이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을 갉아먹었으며, 어머니와의 관계마저 소원하게 만들었는지 실토한다. 어머니뿐 아니라 형도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기에 가족 모두 서로 언급을 꺼렸다. 그러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어머니와 죽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말할 기회를 얻었고, 마침내 아버지의 죽음 이후로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 왔던 ‘죽음’에 대해 새롭게 받아들이게 된 그는 저녁 식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죽을 수 있고, 보내는 사람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추억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나에게 그 만찬은 처음으로 가족에 대한 소속감이 들게 한 엄청난 순간이었다. (…) 그리고 그날 어머니와 형도 나와 똑같은 경험을 했고, 우리 셋은 서로를 새롭게 목격한 것 같았다. 이는 모두 내가 식탁에서 물었던 네 개의 ‘간단한 질문’이라는 비법을 통해서였다. (…) 우리는 고인에게 감사하며 시작했고, 돌아가면서 감탄하며 마쳤다. (‘나가는 말’ 중에서)
이 책은 저자가 죽음에 대해 터놓고 말하는 모임을 이끌며 얻은 유용한 질문들 중심으로 짜여 있다. 이 다소 기이해 보이는 만찬 모임은 미국뿐 아니라 호주, 인도, 브라질 등 죽음에 진지하고도 실질적으로 접근해 보려는 많은 사람 사이에서 횃불처럼 번져 나갔다. 죽음을 현명하게 준비하려는 그들의 생생한 사례 역시 이 책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평범한 직장인부터 베스트셀러 저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공감 가는 경험담과 눈물을 자아내는 일화 등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게 해 주는 스물두 가지 질문
저자는 왜 저녁 식사를 하며 죽음을 이야기하자고 했을까? 자신이 요리사라는 점도 있겠지만 맛있는 것을 먹으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 나누면서 관심을 받고 이해받는다고 느꼈던 경험과 정성 들여 준비한 식사가 주는 안정감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음식을 차리는 일부터 분담시키며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든다. 그리고 함께 식사하면서 이 책에 소개한 스물두 가지 질문 중 분위기에 맞는 질문을 꺼낸다.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때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아프게 보낸 상처가 드러나기도 하고, 고인의 뜻대로 맞이한 아름다운 마지막 모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죽음을 이야기 나눌 수 있게 해 준다. 당신 혹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차분하고도 우아하게 준비하고 싶은가? 이 책에 담긴 스물두 가지 질문을 저녁 식탁에서 나눠 보라. 아마도 당신은 그날의 저녁 식사를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이다.
- 마지막 날,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 자신의 장례식이나 죽음을 기리는 기념물을 직접 준비한다면 어떻게 기획하고 싶은가요?
- 당신이 지켜본 가장 소중한 임종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 책은 전체를 읽지 않아도 괜찮다. 중간 중간 필요한 질문만 찾아 읽어도 되고, 자투리 시간에 한 질문씩 읽어도 된다. 가벼운 문체지만, 몇몇 장에서는 존엄사?호스피스?장기 기증 등 무거운 쟁점을 다루기도 하다. 또한 아이라 바이오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등 미국의 저명한 죽음학 저자를 비롯해 베스트셀러 저자인 아툴 가완디, 폴 칼라니티 부부의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어서 죽음에 대해 가볍게 접근하기 좋은 입문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소중한 가족과 친구에게 건네고 함께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