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씨네21』 창간 멤버이자 『필름2.0』 편집위원을 지내며 활발하게 영화평론가로 활동해 온 김영진 평론가가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영화계에 불어온 미학적 활기에 관해 기록한 평론집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저자는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시기를 이끌었던 영화감독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김지운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그들이 이루어 낸 눈부신 성취를 이야기하며, 독창적이고 위배적인 그들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집중적으로 풀어냈다. 나아가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 예술적, 산업적으로 비약적인 변화를 추구했던 현대 한국 영화의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블록버스터, 역사, 멜로 등의 장르를 통해 한눈에 바라보고, 앞으로 우리 영화가 걸어갈 좌표와 지도를 그려 본다.
목차
글을 시작하며
1장 ― 아비 없는 자식들의 여정: 장르와 작가, 한국식 변용 모델을 찾아서
홀로 선 자식들의 과제/장르와 작가/한국의 현대 상업적 작가들
김영진의 클로즈업
한국 영화사의 빛바랜 천재적 재능들
2장 ― 전통의 단절과 부활: 세대교체를 위한 본능적 허물벗기
통속물로서의 장르/리얼리즘의 실체/장르관습의 재생/제3의 길
김영진의 클로즈업
코리안 뉴웨이브와 박광수
3장 ― 장르의 인과율을 무시하는 상상력: 탈피와 타협,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둔 감독들
서사의 틀을 벗은 새로운 표현의 세계/전도된 현실과 판타지의 파라독스/내러티브 진공과 이미지의 틈/인과론 부정과 리얼리티의 자의성/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나라/목적을 해체한 그들의 야심
김영진의 클로즈업
21세기 한국 영화의 페르소나 송강호
4장 ― 장르관습에 대한 순응과 저항: 관습적인 것을 다루는 그들만의 방식
한국 멜로드라마의 뿌리와 걸어온 길/새로운 멜로 공식과 환유적 공간/고전적 장르 규범의 매너리즘과 혁신
김영진의 클로즈업
흥행사와 작가의 갈림길에 있었던 강우석
5장 ― 의식이 장르가 될 때: 블록버스터, 역사, 로컬리티를 중심으로
스펙터클한 쾌감의 정체/영화적 시선으로 담은 장르로서의 역사/스크린으로 전달된 공감과 감동의 파도/영화적 해석과 실제 역사의 충돌 사례들
김영진의 클로즈업
블록버스터 국수주의의 명과 암
6장 ― 장르 해체의 모험: 스스로 장르적 규칙을 파괴한 거장들
장르 판타지의 전경화를 꾀하다/장선우의 해체적 전망/서사의 교란과 확장/해체의 담대한 몸짓
김영진의 클로즈업
이창동이라는 예술가의 사연
7장 ― 현대 한국 영화의 형식적 얼룩들: 주류가 품었던 변화의 바람
불균질 텍스트/방향등이 점멸된 관습의 충돌/과잉 에너지, 파멸의 스펙터클/영화적 잉여의 형성과 흔적/잉여의 에너지로 세상을 흔들다/감정의 파동을 일으키는 클로즈업의 향연/부정성의 아이러니
김영진의 클로즈업
시네필Cinephile 감독들이 어른이 될 때
8장 ― 결론을 대신하여: 체제 너머의 상상이 가능한 곳
한국 영화에 투영된 영웅적 아버지의 허상/다양한 변주를 거친 한국 영화의 미래
글을 마치며
참고문헌
저자
김영진 (지은이)
출판사리뷰
미학적으로 비약적 성장을 이룬 한국 영화의 비평적 연대기
지난 20여 년은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미학적 활기가 넘치는 시기였다. 이때 등장했던 영화들은 금기를 깨는 플롯과 시각을 장악하는 강렬한 장면들로 무방비 상태였던 관객의 심리를 자극했다. 당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대를 견인한 감독들 중심에 몇몇 감독의 존재감은 상당히 두드러졌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시작으로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복수 시리즈에서 지금까지 금기시되어 온 소재들의 한계를 무너뜨렸고,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과 「마더」에서 좀처럼 꺼내기 힘든 사회의 어두운 진실을 보여 주었으며, 이창동 감독은 「오아시스」, 「박하사탕」 등을 통해 우리 삶에 대한 통찰을 묵직하게 담았다. 이들은 기존 영화의 장르적인 관습에 표면적으로 순응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그 안에 자신만의 작가적 개성을 표출하여 전통적인 장르를 전복시키고 시장의 승리자로 올라섰다. 한국 영화는 수많은 관객의 인생 영화가 되었고,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감독 등은 장르의 순응과 전복의 파도 속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영화를 만들어 내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지위를 획득했다.
“투자자들은 질색하겠지만 나는 이들 감독이 추구했던 그 위반의 정서와 날렵한 재능을 존경했다. 그러나 한국의 영화산업이 점점 촘촘한 관리 체계를 갖추면서 창작자들의 위반 시도는 점점 드물어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시초부터 불과 20여 년도 지나지 않은 과거의 찬란한 성취와 현재의 드문 성취를 회고조로 돌아보는 것은 아니다. 신新전통은 이제 시작되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믿는다.” -‘글을 시작하며’ 중에서
이 책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시기를 중심으로 한국 영화의 빛과 그림자를 미학적 분석을 통해 드러내는 본격 영화 비평이자, 한국 영화가 가장 부흥했던 시기에 평론가로서 활동한 김영진이 남긴 혼신의 기록이다. 1980~1990년대 한국 영화사가 언급되기는 하나 맥락을 다루기 위해 끌어들인 것일 뿐, 대개는 현대 한국 영화의 반역적 작품들이 다수를 이룬다. 현대 한국 영화사 전체를 훑는 것도 아니며 감독론을 모은 것도 아닌 이것은 철저하게 감독과 장르의 상관관계에 주목해 영화 작업의 주 매개자이자 창조의 큐레이터인 감독들이 어떻게 장르의 규칙을 변용했는지를 살피고자 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전통적인 장르의 규칙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비틀어서 의미 있는 성취를 거둔 현대 한국 영화의 미학적 정체성을 규명하고, 앞으로 그 새로운 전통을 이어 갈 한국 영화의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한다.
날카로우면서도 진정성 있는 평론
침체기 한국 영화계에 던지는 애정과 믿음
『순응과 전복』은 대기업 자본이 극장에 투입되어 숟가락 하나까지 견제하는 영화계 풍토 속에 갈수록 한국 영화의 미학적 활기가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기획되었다. 이 책은 김영진 평론가가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씨네21』, 『필름2.0』과 같은 주요 매체에 기고한 글과 책 출간을 위해 새롭게 집필한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영화계를 일신해야 한다는 대단한 목표의식을 세운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 시스템이나 할리우드식 장르 관습이 만연해지면서 영화감독의 예술적 위치가 위태로워져 가고 그들만의 작가적 개성을 드러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 어떤 이념이나 스타일의 족보에 속하지 않는 과감한 감독의 야심을 추구했던, 당시 한국 영화의 동력인 미학적 도전과 모험 의식을 조금이나마 일깨우고자 하는 데 있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글은 감정이 최대한 배제되어 있고, 빛나는 언어의 조탁으로 정확한 메시지를 담는다. 독자가 밑줄을 그으며 읽고 싶게끔 하는 글이다. 당시 현학적인 표현으로 지식을 과시하거나, 개인의 개성을 해학적으로 드러내며 공감을 끌었던 평론가들 사이에서 조용한 카리스마를 품은 수수하지만 탄력적인 표현으로 충성도 높은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그다. 현직 영화감독들도 그의 진정성과 설득력 있는 글을 통해 힘을 얻거나 자극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창동 감독이 처음으로 추천사를 쓴 것만 봐도 영화계에서 김영진 평론가의 존재가 얼마나 특별한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