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안데르센 동화를 알면 에리히 프롬이 보인다?
동화, 차가운 세상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어른들에게
살아갈 힘을 불끈 쥐어 주고, 마음을 단단히 조여 주다!
소설가이자 동화 작가인 저자가 17편의 동화를 인문적 시선에서 낯설게 바라보고, 그 동화에 담긴 주제와 관련 있는 인문학 책 17권을 각각의 동화와 연결 지어 쉽게 풀어 낸 책이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다.
동화에는 도대체 무엇이 담겨 있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읽히고, 또 끊임없이 전해 내려오는 것일까? 전래 동화에는 그 안에 대대로 전해질만한 무언가가 있을 것이고, 창작 동화에는 작가의 심오한 의도가 숨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동화 속에 숨어 있는 그 ‘무언가’를 끄집어낸다. 그래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힘과 무기를 전하고, 저자만의 시각에서 동화를 낯설게 바라봄으로써 전혀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한편, 각 동화와 관련 있는 인문학 책을 연결 지어, 어렵다고만 생각한 인문학 책을 쉽고 친절하게 풀어냄으로써 보다 깊이 있게 사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목차
머리말동화, 어른의 성냥갑을 열어 주다
제1부 동화로 나의 숨은 마음을 읽다
1. 우물쭈물해도 괜찮아
: 이솝의 『당나귀와 아버지와 아들』, 한병철의 『피로사회』
2. 내 동심은 어디로 갔을까
: 에리히 케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 알렉산더 닐의 『서머힐』
3. 내 안의 임금님, 자존심
: 전래 동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노자의 『노자』
4.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오는 것들
: 전래 동화 『은혜 갚은 까치』, 신영복의 『더불어 숲』
5.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싶을 때
: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피터 왓슨의 『무신론자의 시대』
6. 내게 사랑을 묻는다면
: 한스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
7. 사랑, 하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둘이 되는
: 엘리너 파전의 『일곱째 공주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8. 나의 빛과 어둠을 찾아서
: 제임스 매튜 배리의 『피터 팬』,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2부 동화로 내가 모르는 세상을 풀다
1. 행복의 풍경은 하나가 아니다
: 프랜시스 버넷의 『소공녀』,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
2. 21세기 마녀의 거울
: 그림 형제의 『백설 공주』,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의 사회』
3. 성장을 멈춘 어른, 악당이 되다
: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
4. 누가 나를 지배하는가
: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5. 꼭 백조여야만 하나요?
: 한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
6. 나의 행운과 불행은 누가 만드는가
: 전래 동화 『하산 이야기』, 존 롤즈의 『정의론』
7. 타인의 시선을 피하는 방법
: 한스 안데르센의 『벌거숭이 임금님』, 니콜라이 고골의 『외투』
8. 젖 먹던 힘은 필요 없어
: 엘리너 파전의 『보리와 임금님』,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9. 소녀야, 이제 춤을 추자
- 한스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인용한 책 이야기
저자
조정현
출판사리뷰
발터 베냐민은 “비상사태에 직면한 사람이 선택하는 무기가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인문학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동화에 다 들어 있다고?
동화, 어른의 삶에서 만나는 고난을 이겨낼 무기를 건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백설 공주』, 『미운 오리 새끼』, 『빨간 구두』, 『피노키오』, 『소공녀』, 『인어 공주』, 『벌거숭이 임금님』……. 이러한 동화책은 비록 읽지 않았더라도 그 내용만큼은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어른이 어린이에게 동화를 들려주었고, 또 동화책을 선물하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도대체 동화에는 ‘무엇이’ 담겨 있기에, 이렇게 대대손손 널리 익히며 사랑받는 것일까?
이 책은 소설가이자 동화 작가인 저자가 동화에 있는 그 ‘무언가’를 끄집어내어, 어른에게 필요한 인문학으로 바꾸어 준다. 여기에서 그 ‘무언가’란 어린이가 자라면서 부딪히게 될 많은 갈등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는 힘,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나만의 렌즈와 같은 것일 게다. 그것은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겪게 될 수많은 역경과 고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정신적 무기가 된다.
따라서 자아가 형성되는 어린 시절에 동화를 읽게 하는 이유, 19세기의 대표적인 동화 작가 한스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나 『미운 오리 새끼』뿐만 아니라 기원전 500년에 살았던 이솝의 『당나귀와 아버지와 아들』이 오늘날에도 읽히는 이유, 국가와 세대와 성별을 떠나 지금까지도 동화가 전해 오는 이유는 바로 그 ‘무언가’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인문학이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이러한 동화를 통해 그동안 어렵다고 멀리한 인문학 책을 보다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왜냐하면 “인문학에서 말하는 얘기들이 이미 어릴 적 읽었던 동화에 다 들어 있기 때문”이며, “동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미 인문학적 소양이 있는 것”으로 저자는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저자는 17편의 동화를 통해 차가운 세상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어른들의 마음을 단단히 조여 주고, 살아갈 힘을 불끈 쥐어 주는 단단한 무기를 인문학 책과 함께 말한다.
백설 공주는 세상에서 제일 예뻐서 행복했을까?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갑을 왜 일찍 열지 못했을까?
“동화로 어른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사유(思惟)를 깨우다!”
이 책은 익히 알려진 동화 속 교훈을 이야기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동화 속에 숨겨진 이면(裏面)을 현대 사회에 맞게, 저자만의 색다른 시각으로 들려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성냥팔이 소녀는 죽기 직전에야 성냥갑을 열어 불을 피운다. 그리고 성냥불 속에서 맛있는 칠면조와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돌아가신 할머니를 본다. 여기에서 저자는 말한다. 소녀가 자신을 따뜻하게 덥혀 줄 성냥이 바로 자신에게 있음을 너무 늦게 알아챘다고.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산업혁명이 발달하고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그 시기에, 소녀는 성냥을 팔아야만 먹고살 수 있었다. 그러니 어린 소녀가 감히 성냥을 꺼내 쓸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여기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부탁한다. “우리도 죽을 것처럼 외롭고 가난한 삶을 살지라도 성냥팔이 소녀보다는 빨리 우리 안의 성냥(인문학)을 알아채자”고 말이다.
한편, 이 책은 동화와 인문학을 연결 지어 한 꼭지에 담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그 방식을 살펴보자. 그림 형제의 『백설 공주』와 프랑스 철학자인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의 사회』를 연결한 「2-2. 21세기 마녀의 거울 」을 예로 들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백설 공주는 그 미모 때문에 위험에 처한다. 그녀를 괴롭히는 마녀는 어떠한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예쁘다는 데도 성에 차지 않아서 백설 공주를 없애려고 안달이다. 왜냐하면 동화 속에서 여성은 미모 순위에 의해 행복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마녀의 거울이 미모 순위를 정해준 순간부터 쫓고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백설 공주는 왕자의 키스로 위험에서 구출되고, 그 왕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며 동화는 끝을 맺는다. 여기서 저자는 그들의 결혼 생활이 행복했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백설 공주가 난관에 부딪힌 것도, 훗날 난관을 이겨낸 것도 오로지 ‘거울’이 정한 ‘미모’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백설 공주는 결혼한 후에도 ‘미모’에 집착할 수밖에 없으리라. 왜냐하면 그녀 또한 세월이 흐르면 또 다른 젊은 여인에게 그 미모를 넘겨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자에게 미모만이 지상 최고의 진리인 듯 말하는 사회에서 백설 공주가 과연 아름다움을 잃고도 행복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저자는 백설 공주와 마녀를 불행하게 만든 ‘거울’의 역할을 현대 사회에서 ‘텔레비전’이 대신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텔레비전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정해 주고, 시청자는 그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며, 기 드보르의 『스펙타클의 사회』를 꺼내든다. 이 책은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와 소비 사회를 비판하는데, 독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저자는 스펙터클을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현란한 구경거리라고 쉽게 정의를 내려주어, 독자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마녀가 거울에 지배되어 불행했듯이, 스펙터클에 지배된 삶은 상대적 박탈감과 초조함 등으로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 책은 그동안 인문학 관련 도서를 읽어 보려고 했으나 이해할 수 없는 말들 앞에서 되레 좌절감과 위축감을 느낀 독자들에게, 맥 빠진 오후에 나른한 목소리로 강의하는 어느 노(老) 교수처럼 어떤 질문도 허락하지 않는 인문학 책에 지친 독자들에게 유익할 것이다.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
그 속에서 미운 오리 새끼였지만 행복한 어른을 만난다!
어릴 적에 읽은 동화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에 불과하였다. 교훈이라고 해봤자,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의 맛은 다르다. 어릴 적에 모르고 지나쳤던 이야기들이 어른이 되어 다시 읽으면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만큼 수많은 경험을 겪어 왔기 때문이리라.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 그리고 동화 속에서 찾은 인문학, 인문학에서 깨닫는 삶에 대한 새롭고 지혜로운 시선. 이 책은 이러한 독서 과정을 통해 우리가 비록 백조가 될 수 없는 미운 오리 새끼였어도 행복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내 안에 이미 들어 있는 인문학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