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들은 어떻게 지구의 2인자가 됐을까?
중간숙주에서 종숙주로, 땅에서 몸속으로! 신출귀몰 기생충 생활사
유쾌한 글쟁이 서민 교수가 들려주는 기생충들의 신기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다. 이 책에 소개된 기생충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놀라움의 연속이다.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흥미진진한 기생충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새 기생충의 세계에 풍덩 빠져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 속 기생충보다 더 강력한 놈들이 왔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은 ‘열전’이라는 말처럼 여러 기생충들이 나와서 각각의 소개를 하는 정도였는데,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에는 다 나름의 스토리를 갖춘 아주 짱짱한 기생충들이 나옵니다. 이것들이 나와서 한바탕, 가수들이 공연하는 것처럼 자기 장기를 뽐내고 들어가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콘서트’라는 말처럼 이 책을 잘 소개하는 말이 없는 것 같아서 이 제목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 서민 교수, 인터뷰 중에서
목차
여는 글
I.착한 기생충
1. 원포자충 | 미국을 놀라게 한 기생충
2. 시모토아 엑시구아 | 책임감의 상징
3. 요코가와흡충 | 요코가와 부자의 기생충 사랑
4. 구충 | 기생충계의 드라큘라
5. 분선충 | 기회주의의 표상
6. 람블편모충 |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지알디아
7. 왜소조충 | 약자만 노리는 기생충
기생충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 ① | 기생충 연구와 노벨상
II.독특한 기생충
1. 싱가무스 | 남녀 간의 영원한 사랑
2. 고래회충 | 고래회충의 진실
3. 이전고환극구흡충 | 고환이 움직이는 기생충
4. 동양안충 | 눈에 사는 기생충
5. 머릿니 | 아직도 유행하는 기생충
6. 유극악구충 | 피부를 기어 다니는 기생충에 대한 공포
7. 질편모충 | 성적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기생충
8. 포충 | 세상에서 가장 느린 기생충
기생충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 ② | 동물 기생충 연구의 활성화 필요
III.나쁜 기생충
1. 파울러자유아메바 | 뇌를 먹는 아메바의 정체
2. 간모세선충 | 연쇄 살인범 간모세선충에게도 희망은 있다?
3. 크루스파동편모충 | 샤가스씨병의 원인
4. 광동주혈선충 | 치명적인 달팽이의 유혹
5. 이질아메바 | 이질을 일으키는 아메바
6. 도노반리슈만편모충 | 흑열병, 모래파리의 비극
기생충을 두려워하지 않는 삶 ③ | 기생충 망상증
특별 부록 | 내 몸 안에도 기생충이 있을까? : 자가 검사법
맺음말
참고문헌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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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민
출판사리뷰
『서민의 기생충 열전』 속 기생충보다 더 강력한 놈들이 왔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은 ‘열전’이라는 말처럼 여러 기생충들이 나와서 각각의 소개를 하는 정도였는데,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에는 다 나름의 스토리를 갖춘 아주 짱짱한 기생충들이 나옵니다. 이것들이 나와서 한바탕, 가수들이 공연하는 것처럼 자기 장기를 뽐내고 들어가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콘서트’라는 말처럼 이 책을 잘 소개하는 말이 없는 것 같아서 이 제목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 서민 교수, 인터뷰 중에서
이 책의 처음 시작은 소박했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또 다른 기생충들을 마저 소개하는, 2편 정도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원고 속 기생충들은 그야 말로 “더 강력한 놈들이 나타났다!”, “진짜가 나타났다!” 같은 말들이 떠오르게 하는 아주 막강한 것들이었다. 기존 책보다 훨씬 흥미롭고 재밌었기에 속편으로 갈 수 없었다. 아깝다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기생충 콘서트’라는 제목에 맞춰 이야기하자면, 박진영이 좋아하는 공기 반, 소리 반으로 노래하는 기생충, 백 번을 부르면 백 번 다 다르게 부르는 기생충들이 등장해 계속해서 깜짝 놀라게 한다. 한 기생충이 부른 노래에 감동받은 상태에서 또 다른 기생충이 색다른 음색으로 또 다시 감격과 마음의 울림을 주는 느낌이랄까.
과연 얼마나 놀라운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는지 몇몇 기생충을 소개해 보겠다.
머릿니: 맞다.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그 ‘이’다. 그런데 그 머릿니가 아직도 유행하고 있다면 믿겨지는가? 놀랍게도 요즘도 많은 아이들의 머리에 머릿니가 들러붙어 있다고 한다. 퇴치가 쉽지 않은 이 골치 아픈 기생충의 유충(님프)은 다행히 40퍼센트 정도가 어른이 되지 못하고 죽는다. 그런데 그 죽음의 이유에 어이없는 반전이 숨어 있다. 대부분의 기생충은 소식을 추구한다. 날씬한 몸매가 기생충의 특징 중 하나일 정도다. 그런데 머릿니 님프는 피를 너무 많이 먹다가 장이 터져서 죽는다. 우리 아이들의 머리 위에 기생하는 것도 화가 나는데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다니, 정말 얄미운 녀석이다.
질편모충: 성병으로 분류되는 기생충이며, 오직 사람만을 숙주로 삼는 기생충이다. 질편모충이라니, 이름도 참 성병스럽다. 성병으로 분류되는 것도 느낌이 안 좋은데, 이 기생충은 남녀 차별까지 한다. 남성의 몸에서는 환경이 별로 좋지 않아서 열흘도 못 견디지만, 여성의 몸에서는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살면서 고통을 준다. 게다가 에이즈 감염률까지 높인다니 흉악한 녀석이다. 감염의 주원인은 남성인데 자신들이 고통받으니 여성의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도 하겠다.
시모토아 엑시구아: 이 기생충은 물고기 혀의 피를 빨아 먹어 혀가 떨어져 나가게 해 놓곤 자신이 혀 노릇을 대신한다. 그것도 잠깐이 아니라 그 물고기가 죽을 때까지. 놀랍지 않은가? 그래서 저자는 시모토아 엑시구아를 ‘책임감의 상징’이라 칭하며 가장 착한 기생충으로 꼽는다.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자신이 기생하던 물고기가 죽으면 물고기 입을 빠져나와 죽은 물고기의 머리나 몸에 매달린다. 이 모습은 흡사 사람이 죽었을 때 옆에 매달려 “아이고, 아이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게다가 기생하던 물고기가 죽었다고 다른 물고기의 몸에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하니 ‘의리의 아이콘’이 돼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구충: 구충은 인간의 피를 빨아 먹는 기생충계의 드라큘라다. 구충은 드라큘라 기생충답게 호랑이에 필적할 만한 멋진 이빨을 가지고 있다. (건치 기생충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농담이다.) 그런데 왜 저자는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기생충을 착한 기생충으로 선정했을까? 구충의 하루 혈액 섭취량은 0.15밀리리터도 안 되는 극소량으로, 피 한 방울도 안 된다. 잃는 것은 미미한 반면 구충의 쓰임새는 꽤나 유용하다. 현재 알레르기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쓰이고 있는데다 항응고제로도 특허를 내고 개발 중에 있다. 이런저런 부작용이 있는 기존의 합성 항응고제에 비해 친환경적이라 연구·개발이 잘 된다면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인간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니 구충은 착한 기생충이 맞다.
왜소조충: 기회감염성 병원체라는 게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얼씬도 못하지만, 몸이 좀 약해지면 우르르 들어와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뜻한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다니, 비겁하다고 욕하고 싶겠지만, 대부분의 병원체는 그런 속성이 있다. 사람 몸에 들어가긴 해야 하는데, 들어가려면 각종 방어막을 뚫어야 하는 게 부담스럽다. 그런데 그런 방어막이 해제된 사람이 있다면 웬 떡이냐 하고 들어가지 않겠는가? 왜소조충도 이런 류의 기생충이다. 평소엔 온순하다가 숙주의 몸에 면역이 억제되면 유충들이 몸의 각 부분을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할 뿐 아니라, 갑자기 암세포로 돌변해 사람을 위협하기도 한다. 기생충이 암으로 변하다니, 변신도 적당한 수준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야말로 ‘안면 돌변 기생충’이라 하겠다.
이 외에 인체 내에서 자가감염을 하며 수십 년을 생존하는 ‘분선충’, 잠복해 있는 동안 심장을 망가뜨려 20여 년 후 갑자기 사람을 죽게 만드는 ‘크루스파동편모충’, 고환을 이동시키는 ‘이전고환극구흡충’,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인간을 죽이는 무서운 킬러 ‘파울러자유아메바’ 등 흥미진진하고 독특하고 무서운 기생충들을 만날 수 있다.
혹시 네이버 연재 글이 다수 포함 돼 있던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 떠올리며 인터넷으로 볼 생각을 하신다면 죄송하지만 그곳에서는 이 기생충들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에는 네이버에 실린 글이 단 두 편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꽤나 흥미로운 부록들이 수록돼 있다. 특히 ‘기생충 자가 검사법’은 독자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것으로, 특별 부록이다.
때로는 은둔하고, 때로는 지배하는 ‘종횡무진 기생충 생존기’
아마 인간은 멸종하더라도 기생충은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한때 대다수 사람들의 몸속에 기생하며 맹위를 떨치던 기생충은 지금도 인간에 이어 지구의 2인자로, 거의 대부분의 생물 안에 기생하며 번성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다른 생물에 기생하며 살아왔을까? 숙주가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사는 ‘더불어 살자 기생충’부터 알이나 유충을 종숙주에게 보내기 위해 중간숙주를 죽이는 ‘나 혼자 살자 기생충’까지 그들의 생존 방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자손 번식’이다. 그들은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살아왔다. 숙주를 돕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