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우리 주변에 숨어 있고 스쳐 지나치기 쉬운 뭇 생명들이 펼치는 흥미롭고, 기이하고, 또 때로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낳은 알들에게 산소가 풍부한 물을 흘려보내며 살뜰히 보살피는 문어, 온몸으로 양분을 흡수하며 우리 몸속에서 7미터나 자랄 수 있는 촌충, 실제로는 곰팡이를 먹을 뿐이지만 책을 망치게 한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책벌레, 숙주로서 우리만큼이나 말라리아의 원충에 걸려 기이한 행동을 벌이며 고생하는 불쌍한 학질모기, 너구리 똥도 져 나를 만큼 평화롭고 사회적인 동물인 오소리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여러 생명들의 한살이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목차
들어가는 글
chapter 1 - 작고 별나지만 지혜로운 미물들
길바닥에 도토리를 떨구는 독특한 산란 습관, 도토리거위벌레
책을 망친다는 억울한 누명을 쓴 학자, 책벌레
사람만큼 피곤하게 이용당하는 불쌍한 해충, 학질모기
곤충 세계의 할리우드액션, 의태(擬態)의 모든 것
코끼리 코와 같은 주둥이를 가진 벌레, 쌀바구미
풀숲에 숨어 기회를 엿보는 성가신 흡혈귀, 작은소참진드기
수레를 멈춰 세운 용맹한 벌레, 사마귀
펄 벅이 『 대지』에서 소름 돋게 묘사한 곤충, 메뚜기
사람의 피부 속에다 알을 낳는 발칙한 것들, 옴진드기
잠자리와 이부자리는 그들만의 천국, 집먼지진드기
개미를 닮은 바퀴벌레 사촌, 흰개미
chapter 2 - 바다를 벗 삼은 생존의 달인들
배가 고프면 꼬리를 무는 칼을 닮은 생선, 갈치
다리도 제멋대로, 머리도 제멋대로, 문어(文魚)
횟감의 대명사로 바다 속에 사는 비목어, 넙치
불교와 기독교의 공통된 상징, 물고기
아린 상처를 영롱한 보석으로 승화시키는, 진주조개
한평생 돌 속에서 살아가는 조개, 돌속살이조개
바퀴벌레를 닮은 해안의 청소부, 갯강구
주사위 혹은 화폐로 쓰인 범의 새끼, 개오지
해변의 불청객이자 방랑하는 육식 동물, 해파리
가난한 선비들을 살찌우던 비유어(肥儒魚), 청어
독을 품고 이를 갈지만 살이 푸짐한 생선, 복어
까나리와 비슷하나 전혀 딴판인 구이의 대명사, 양미리
chapter 3 - 걸어 다니는 또 하나의 우주와 생명들
너구리 똥도 져 나르는 넉살 좋은 놈, 오소리
부부처럼 긴긴 세월 함께한 인간의 동반자, 돼지
물에 살며 새끼를 낳는 뱀, 무자치
문인필객들이 사랑한 두견이의 본모습, 소쩍새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는 금실 좋은 새, 괭이갈매기
얼굴은 대장의 거울? 내장 세균
소장에 자리 잡으면 7미터까지 자라는 발칙한 놈, 촌충
화성인과 금성인만큼이나 서로 다른 존재, 남자와 여자
애꿎은 사마귀만 고생시키던 바이러스, 사마귀바이러스
카우치 포테이토에서 사람으로 변신하기, 대사증후군
생명을 유지시키는 소중한 밥줄의 놀라움, 식도
생물이었다가 무생물이었다가 요리조리 변신의 귀재, 감기 바이러스
우주 속의 작은 세균 생태계, 장내 세균
치아와 잇몸 건강의 파수꾼, 침과 침샘
chapter 4 - 말없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괴짜들
‘새삼스러운’ 기생식물의 한살이, 새삼
탄생과 죽음을 함께하는 내나무, 오동나무
나무의 잎줄기와 뿌리 그물의 거울 보기, 식물의 생체량
기다림을 배우는 과학과 철학의 시간, 발아
노아의 홍수 때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린 꽃, 민들레
사촌도 안 준다는 강장 채소의 대명사, 부추
훠이훠이, 악귀도 물리치는 양기의 상징, 대추나무
동물이 떨어트린 배설물을 이용하는 식충식물, 네펜테스
벌의 영원한 친구인 가짜 아카시아, 아까시나무
사람을 닮은 영험한 식물, 인삼
바위에서 자라는 귀 모양의 개척자, 석이(石耳)
수류탄이라는 글자에도 포함된 다산의 상징, 석류나무
연지 곤지 치레하는 연지의 정체, 잇꽃
피를 흘리는 염통을 닮은 꽃, 금낭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식물, 당근
물 건너와 백성의 허기를 달랜 기특한 식물, 고구마
고랭지 감자가 아이 머리통만 한 이유, 동화작용
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유정수(有情樹), 자귀나무
저자
권오길
출판사리뷰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 “오소리감투가 둘이다”
다종다양한 우리 생물들을 다채로운 우리말로
전하는 전래동화 같고, 속담 풀이 같은 이야기 생물책
이 책은 우리 주변에 숨어 있고 스쳐 지나치기 쉬운 뭇 생명들이 펼치는 흥미롭고, 기이하고, 또 때로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낳은 알들에게 산소가 풍부한 물을 흘려보내며 살뜰히 보살피는 문어, 온몸으로 양분을 흡수하며 우리 몸속에서 7미터나 자랄 수 있는 촌충, 실제로는 곰팡이를 먹을 뿐이지만 책을 망치게 한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책벌레, 숙주로서 우리만큼이나 말라리아의 원충에 걸려 기이한 행동을 벌이며 고생하는 불쌍한 학질모기, 너구리 똥도 져 나를 만큼 평화롭고 사회적인 동물인 오소리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여러 생명들의 한살이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특히 과학적인 내용을 풍부한 우리말 어휘를 구사해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유명한 저자의 글쓰기 스타일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용천지랄(꼴사납게 마구 법석을 떨거나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나 ‘야마리(얌통머리와 같은 뜻으로 마음이 깨끗하고 부끄러움을 안다는 뜻의 ‘얌치’를 속되게 표현한 말)’와 같은 우리말의 재미난 표현이나 ‘굴밤(도토리)’, ‘구덕(구덩이)’ 등의 방언, ‘엉세판(매우 가난하고 궁한 것을 이르는 말)’이나 ‘저지레(일이나 물건에 문제가 생기도록 해서 일을 그르치게 하는 것)’와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표현들에 이르기까지 적절하고 다양한 어휘들을 사용해 생물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우리말이 지닌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책에서는 최대한 글맛을 살리기 위해 이러한 단어들을 거의 대부분 살리는 한편 별도의 각주를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우리말에 대한 저자의 이러한 지식은 각각의 생물들과 연관된 풍부한 속담과 관용어구를 설명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저자는 먹이가 부족해질 경우 같은 종끼리도 서로 잡아 먹는 갈치의 속성을 설명하면서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는 속담도 같이 이야기한다. 이 속담은 친구들 끼리나 혹은 친척 간에 서로 싸움질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비슷한 뜻으로 “망둥이 제 동무 잡아먹는다”라는 속담도 함께 소개한다.
아울러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이 대거 소개되어 있는 것도 이 책만의 특징이다. 까나리액젓으로 유명한 까나리와 구이로 만들어서 서민들의 술안주로 즐겨먹는 양미리는 언뜻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생물 분류 과정에서 목(order) 단계부터 서로 다른 종이다. 까나리와 양미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지느러미인데, 까나리는 등지느러미가 매우 길어 등 전체를 덮고 있는 반면에 양미리는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뒤쪽에 아주 치우쳐 서로 대칭으로 달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물에 사는 뱀인 무자치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무자치는 파충류임에도 불구하고 물에서 사는데다가 심지어 알을 뱃속에서 품어 새끼를 낳는 난태생이다. 무독성에 순한 편이어서 공격적이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겨울이 혹독한 우리나라 날씨에 적응한 몇 안 되는 뱀 중 하나가 바로 무자치이다.
도토리거위벌레, 쌀바구미, 옴진드기, 촌충, 무자치, 금낭화, 잇꽃, 새삼 등 흔히 보기 힘들거나 독자들이 그 모습을 알기 어려운 생물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세밀화들이 함께 실려 있는 것도 이 책만의 장점이다.
“그의 저서는 과학이라면 일단 손사래부터 치고 보는 일반인들에게 과학이 수식으로 된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네 인생과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흥미롭게 알려준다.”
-「교수신문」
나쁜 생물은 없다, 다만 별난 생물이 있을 뿐
삶의 지혜를 일깨우는 여러 특별한 생명들 이야기
책에는 여러 다양하고 흥미로운 생물들이 소개되는 한편, 우리의 기존 상식을 뒤집거나, 잘못된 상식을 깨트리거나, 혹은 좀 더 깊이 있는 성찰을 요구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식충식물이라 하면 우리는 식물이 벌레를 잡아서 영양분을 삼는다고 막연히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식충식물은 엄밀히 따지면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식충식물도 광합성을 하지만 부족한 영양분의 일부를 곤충을 통해 보충할 따름이다. 식충식물이라고 벌레를 잡는 것만도 아니다. 예를 들어 네펜테스의 한 종류는 작은 포유동물인 산지나무두더지나 쥐와 공생하기도 한다. 이들이 네펜테스 뚜껑에 생성되는 단물을 핥아 먹는 사이 그 아래 주전자 모양을 닮은 포충엽에 배설물을 떨어뜨리면 이것을 양분으로 삼는 것이다.
또한 위궤양을 일으키는 성가신 병원균으로만 알려져 있던 헬리코박터균도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세균이다. 헬리코박터균이 위산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배고픔을 알리는 공복 호르몬인 그렐린과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식욕 억제 단백질인 렙틴의 양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이 세균들이 아예 없으면 호르몬 조절을 하지 못해 과체중이 될 수도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자연이란 오묘해서 “쓸데없는 것은 애초에 만들지 않는다.”
불교와 기독교에 공통적인 상징물로 쓰이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불교에서 흔히 쓰는 불구(佛具)인 풍경, 목어, 목탁은 모두 물고기를 상징한 것이다. 큰 나무를 잉어 모양으로 만든 다음 그 속을 파내어 만든 목어나 풍경 끝에 달려 있는 물고기 등은 언뜻 봐도 물고기를 연상시킬 수 있다. 목탁 역시 물고기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데 목탁에 나 있는 뚱그런 구멍 둘이 물고기의 눈이고, 손잡이가 바로 꼬리지느러미에 해당한다. 기독교에서 물고기는 기독교 신자임을 나타내 주는 표시이다. 초기 기독교 시대 기독교 신자들이 모여들던 카타콤 같은 곳에서도 암호처럼 물고기 문양이 그려져 있는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에는 각각의 생물들에 대한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상식을 풍부하게 해주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저자의 이러한 해박하고 재미난 글들을 읽다 보면 과학과 문학을 비롯한 거의 모든 학문이 결국 하나로 모인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여러 갈래로 다양하게 뻗어나간 생물들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단 하나의 세포나 아미노산의 출현에 이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