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닮는다
도시는 단순히 건축물이나 공간들을 모아 놓은 곳이 아니다. 도시는 인간의 삶이 반영되기 때문에 인간이 추구하는 것과 욕망이 드러난다. 이 책은 자신들이 만든 도시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과연 더 행복해지는지 아니면 피폐해지고 있는지 도시의 답변을 들려준다. 도시는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목차
추천사
머리말
제1장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
강남 거리는 왜 걷기 싫을까? / 명동엔 왜 걷는 사람이 많을까? / 공간의 속도 / 카페 앞 데크는 왜 거리를 좋게 만드는가?
제2장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휴먼 스케일, 카오스적인 도시, 간판 / 옛 도시 : 통일된 재료와 지형에 맞추어진 다양한 형태 / 골목은 없고, 복도만 있다 / 머리 위 하늘을 빼앗긴 도시 / 빨래가 사라진 도시 / 스카이라인 / 감정 시장
제3장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감시받는 사회 / 공간과 권력 / 펜트하우스가 비싼 이유 / 클럽에 왜 문지기가 있을까? /
감시는 나쁘기만 한가? : 광장과 운동장 / 호텔과 모텔 사이 / 면적 vs 체적
제4장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뉴욕 이야기
로프트, 예술가, 부동산 / 깨진 유리창의 법칙 / 냉장고와 건축 / 도시 개발업자의 비밀 무기 / 도시 재생, 생명의 사이클 / 죽은 시설의 부활 : 하이라인 공원 / 지루한 격자형 도시 뉴욕은 어떻게 성공했는가? / 남대문은 고려청자와 무엇이 다른가?
제5장 강남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 사람이 만든 도시, 도시가 만든 사람
도시는 유기체 / 아메바부터 척추동물까지 / 진화하는 도시 : 로마, 파리, 뉴욕 / 화폐 속 건축가 / 강남과 북한
제6장 강북의 도로는 왜 구불구불한가 : 포도주 같은 건축
층층이 퇴적된 삶의 역사 / 소주·포도주의 건축학 / 복합적 삶, 유일한 땅, 지혜로운 해결책 / 베트남 기념관 : 역사와 땅과 사람을 이용한 디자인의 백미
제7장 교회는 왜 들어가기 어려운가
불편한 교회, 편안한 절 / 공간 구조와 종교 활동의 상호관계 : 유대교에서 기독교로 / 불교 사찰, 이슬람교 사원
제8장 우리는 왜 공원이 부족하다고 말할까
공원의 역사 / 거실과 골목길 / 우리가 TV를 많이 보는 이유 / 남산과 센트럴 파크 / 한강과 고수부지
제9장 열린 공간과 그 적들 : 사무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근로 공간의 탄생과 비밀 / 소돔과 고모라 / 시계탑 / 자리 배치의 비밀, 부장님의 자리 /
공공의 적, 형광등 / 집보다 자동차를 먼저 사는 이유
제10장 죽은 아파트의 사회
카페와 모텔이 많은 이유 / 한강의 만리장성 / 아파트와 돼지 / 아파트와 재개발 / 집 크기 / 가족애를 위한 아파트 평면 만들기 / 줄기 세포 주택
제11장 왜 사람들은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을 좋아하는가
기호 해독 / 정보로서의 건축 / 왜 인터넷 ‘공간’이라고 부르는가? / 동물로서의 인간, 동물 이상의 인간 / 클럽과 페이스북 / 몸, 심리, 건축
제12장 뜨는 거리의 법칙
코엑스 광장엔 사람이 없다 / 지하 쇼핑몰의 한계 / 죽은 광장 살리기 / 신사동 가로수길 /
세운상가와 샹젤리제 : 건축가들이 흔히 하는 두 가지 실수 / 시간은 공간 / 덕수궁 돌담길
제13장 제품 디자인 vs 건축 디자인
제품과 건축 / 자동차와 건축 / 「명량」과 건축 / 유재석 같은 건축 / 위상기하학과 동대문 DDP / 그래비티
제14장 동과 서 : 서로 다른 생각의 기원
바둑과 체스의 공간 미학 / 알파벳과 한자 / 동양의 상대적 가치 / 서양의 절대적 가치 /
개미집과 벌집 / 空間과 SPACE / 한식 밥상과 코스 요리 / 테이블과 마루 / 장마와 건축
제15장 건축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
성 베네딕트 채플 : 자연과 대화하는 건물 / 두 주택 / 아사히야마 동물원 / 자연에 양보하는 잠수교 / 시간의 이름 / 옹벽의 역사 / 옹벽과 동 / 보이지 않는 벽 / 울타리 /
한국의 정자 : 자연과 대화하는 건축 / 한국적이란?
맺음말
미주
도판 출처
저자
유현준
출판사리뷰
1 걷고 싶은 거리, 뜨는 거리의 법칙
왜 고층 건물들만 들어서 있는 테헤란로는 산책하는 사람이나 데이트하는 연인이 드문데, 가로수길, 명동 거리, 홍대 앞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구불구불한 강북의 골목길은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일단 테헤란로를 보자. 사무실이 빼곡히 들어찬 고층 건물들만 보인다. 그곳이 직장이거나 특별한 볼일이 있지 않는 한 갈 일이 없다. 구경할 것도 살 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명동이나 홍대 거리를 보자. 일단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해 구경거리가 많다. 다니다가 배가 고프면 간단하게 먹을 만한 곳들도 많고 극장이나 공연장도 있다. 이벤트 요소가 다양한 것이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가 볼 것도 많고 도보 위주의 짧은 단위로 구성되어 있어 걷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자동차 위주로 만들어진 뉴욕 같은 도시들은 격자형으로 지루하게 형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블록도 크게 구획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이벤트 요소가 적다. 걸어 다니며 관광하기에는 유럽의 오래된 도시가 훨씬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오래된 도시들은 아름다운데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을까?
조금 전에 언급한 유럽의 오래된 도시와 현대의 뉴욕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오래된 도시들은 휴먼 스케일에 맞춰져 있다. 재료도 그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것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저절로 특색이 생긴다. 여기에 그곳의 문화가 더해져 각 지역의 색깔이 만들어진다. 이런 도시는 스카이라인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특색을 갖고 있다. 고층 건물이 마구 솟아 있는 비슷비슷한 현대 도시의 스카이라인과는 확연히 다르다. 오래된 도시와 현대 도시는 건축물을 짓는 자세도 차이를 보인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순응하는 자세로 지은 옛 건축물과 달리 현대의 건축물은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지은 것들이다. 경사진 곳에 축대를 쌓아 땅을 평평하게 한 뒤 그 위에 획일화된 아파트를 지으며 옹벽을 만드는 식이다. 몇몇 건축물은 자연에 순응해서 지어지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몇몇에 불과하다. 우리의 옛 건축물들이 자연과 교류하는 방식으로 지어진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심지어 정자는 자연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물론 무조건 옛 건축 양식이 좋고 맞다는 것은 아니다. 그 시대의 수요와 한계가 지금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 현대 건축은 아쉬운 점이 많다. 환경이 다른데 획일화된 양식을 도입하는 것은 그 지역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거나 단점을 덮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딜 가나 비슷비슷한 모습의 풍경이 지루하게 펼쳐지게 된다.
3. 권력이 드러나는 도시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과 욕망이 드러난다. 그렇기에 도시에는 권력이라는 놈이 내민 얼굴도 보인다. 중앙에서 죄수를 감시하는 팬옵티콘과 비슷한 모양인 파리의 방사형 도로망,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타인을 내려다보는 펜트하우스, 부장은 부하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직원들이 부장을 보려면 일부러 고개를 돌려서 봐야만 볼 수 있는 곳(게다가 창가를 등져서 후광도 생긴다)에 위치시킨 자리 배치 등. 한편 호텔처럼 비싼 돈 내고 이용하는 곳은 일부러 사용자가 잘 보이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같은 지역의 아파트라도 평수나 임대인지 아닌지로 선을 긋거나 호화 주택으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 살며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호화 주택을 고깝게만 볼 수는 없다. 조선 시대 때 민중이 살던 초가집이 계승할 전통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사대부의 한옥이 전통이 되었듯이 훗날 럭셔리한 회장님 집이 후대의 전통으로 인정될지도 모를 일이니.
4. 현대 도시의 모습
건축 양식도 철학도 달랐기에 차이를 보였던 동서양의 옛 도시의 모습과 달리 현대의 도시는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 그렇지만 나름의 노력들도 있다. 앞서 언급된 뉴욕의 경우 격자형의 단조로움을 깨기 위해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가는 브로드웨이를 만들어 격자형과 대각선이 만나는 지점에 생기는 삼각형 같은 독특한 공간 구조인 타임스퀘어를 만들어 냈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같은 랜드마크나 센트럴 파크 같은 쉴 공간을 만들어 지루함을 덜어 냈다. 도시는 끊임없이 변한다. 예술가들이 모여 독특한 홍대 문화를 만들었지만 땅값이 오른 지금은 예술가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일들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도시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변화해 왔다. 그런데 현대 도시는 서로 다른 문화가 섞이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잃어 가고 있으며 어설픈 철학과 인문학의 도입으로 건축의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되는 부작용이 만들어 지기도 했다.
5. 도시는 유기체다
대도시의 복잡한 인공 생태계나 여러 변화와 혼돈으로 가득한 현대의 건축은 읽어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더 좋은 새로운 것이 태동할 과도기적 현상일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는 도시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도시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도시는 유기체라고 말한다. 도시 계획을 한 디자이너의 손을 떠나면 이내 진화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도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따라 변한다. 마치 종자는 물론이고 토양이나 기후, 담그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포도주 같다.
6. 현대 도시가 잃어 가는 것들
서울을 보자. 예전의 모습과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나름의 정원을 가꾸며 사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던 앞마당과 이웃 간에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이들끼리 뛰어놀던 골목길이 사라졌다는 것일 거다. 이것은 자연과 인간의 소통 그리고 사람 간의 소통의 단절을 의미한다. 앞마당에서의 흙장난이나 이웃과의 수다 대신 TV 앞에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거나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것이 현대인의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갈수록 삭막해진다’는 말이 나오는 건지도 모른다. 각 집의 특색이 되었던 빨래도 사라졌다. 그렇게 사람 냄새 풍기는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심지어는 아파트 경비원 대신 무인 경비 시스템이 그 자리를 차지하며 사람 자체가 사라지기도 한다). 도시가 잃어 가는 것은 어쩌면 사람의 온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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