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명대 말기 풍몽룡이 개작한 『열국지』는 춘추전국시대와 제자백가 사상을 가장 재미있고도 풍부하게 전하는 책이다. 『열국지』는 비록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삼국지』보다 역사적 기록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역사서라고 볼 수 있다. 춘추전국시대에서도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열두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그 시기의 역사와 문화, 사회상 등을 살펴보고 아울러 그들이 추종했던 여러 제자백가의 사상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열국지 사상 열전』은 이러한 난해한 『열국지』를 보다 흥미롭고 효과적으로 해독한 책이다.
흔히 유교에서 강조하는 선비들의 삶은 ‘청빈’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는 유학자들의 ‘부’를 위한 행보, 즉 유상에 대해서 대체로 인정하는 편이었다. 공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 중 한 명이었던 자공이 거만금의 재산을 가진 재벌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공자가 다만 문제로 삼은 것은 ‘불의한 부귀’였다. 즉, 바꾸어 말하면 ‘불의하지 않은 부귀’는 얼마든지 추구할 수 있었던 셈이다. 『열국지 사상 열전』에는 이처럼 기존의 우리 편견을 깨트리는 이야기들도 가득 담겨 있다.
목차
저자 서문
제1장 - 상가의 효시, 관중의 필선부민必先富民
관포지교의 시작 | 속도 경쟁의 승리 | 관중이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 | 4유와 관중의 사상 | 지례지법과 실창족식 | 부국강병의 사이클 | 법철학의 케이프혼 | 경중가의 시대
제2장 - 진문공의 패업, 정패正覇와 휼패譎覇
19년간의 망명 생활 | 대상대란 | 범주지역의 은혜 | 진진지의를 이루다 | 잘린 옷소매의 인연 | 진문공의 패업 | 멸국치현의 시대
제3장 - 현상시대, 안영의 애민愛民 사상
공자와 사마천의 상반된 평가 | 세 번 뛰어오르다 | 안영의 화이부동 | 사마양저와 안영 | 요얼을 물리치도록 권하다 | 안영의 애민 사상
제4장 - 군자의 롤 모델, 자산의 관맹호존寬猛互存
자산이 가진 네 가지 도 | ‘인의’의 발명가, 묵자 | 순학과 소라이학 | 자산의 변법 | 언로를 개방하다 | 치도의 여러 유형
제5장 - 사과사철四科四哲, 자공의 유상儒商 정신
관중을 닮은 자공 | 맹자의 무항산이 낳은 폐단 | 화식열전과 식화지 | 중농주의와 중상주의 | 안연이 자공을 이겼을 때 | 공문사과와 사과십철 | 자공의 유상 정신
제6장 - 춘추전국의 제갈량, 범리의 공성신퇴功成身退
오월시대 최후의 현상 | 문종과 범리가 만나다 | 천도, 인도, 지도 | ‘상분득신’ 계책 | 와신상담과 부국강병책 | 왕도에 가까운 패도의 종말 | 『월절서』의 아홉 가지 술책 | 도주공 범리의 공성신퇴
제7장 - 병가의 대가, 오기의 부자지병父子之兵과 인화 사상
무경칠서와 오자병법 | 기려지신, 오기의 한계 | 『오자병법』의 인화 정신
제8장 - 변법의 설계자, 상앙의 독제獨制 철학
천하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다 | 공숙좌의 뒤늦은 천거 | 상앙의 맞춤형 컨설팅 | 변법의 개시 | 나무를 옮기고 나라를 바꾸다 | 실지 회복과 동진 | 두 번째 변법 | 오기를 닮은 최후 | 『상군서』와 『한비자』의 결단과 치도
제9장 - 소진의 합종책과 종횡가縱橫家의 유세술
존왕양이로 바라본 춘추전국시대의 구분 | 종횡가의 시대 | 상업도시의 탄생 | 제자백가로부터 소외된 종횡가 | 췌마술을 익힌 소진의 유세 | 일곱 단계의 유세술 | 『전국책』과 21세기
제10장 - 제국식 외교, 범수의 원교근공遠交近攻 정책
장의의 비겸술과 저희술 | 범수의 극적인 망명 | 원교근공과 『주역』의 상화하택 | 원교근공의 전개 | 천하의 중추와 장평대전 | 범수의 오점 | 채택이 범수를 구하다
제11장 - 법가의 완성자, 한비자와 공사지변公私之辨
순자의 수제자, 한비자 | 법가 사상의 정화, 공사지변 | 한비자가 바라본 천명론 | 공권과 사권의 차이 | 치술과 국력의 상호 관계 | 과연 누가 한비자를 죽였는가
제12장 - 제국의 철학, 진시황의 만기친재萬機親裁
여불위의 진기한 보물 | 자초의 지혜 | 형가의 척살 미수 | 초나라 정벌 | 천하를 단위로 파악하다
부록 - 춘추전국시대 연표
참고 문헌
저자
신동준
출판사리뷰
모든 사서는 열국지의 개정판이다
새로운 시대 앞에 선 열두 명의 인물과 그들의 사상 열전
명대 말기 풍몽룡이 개작한 『열국지』는 춘추전국시대와 제자백가 사상을 가장 재미있고도 풍부하게 전하는 책이다. 『열국지』는 비록 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삼국지』보다 역사적 기록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역사서라고 볼 수 있다. 『열국지』에 담겨 있는 내용의 90퍼센트 이상이 모두 『춘추좌전』, 『전국책』, 『사기』, 『자치통감』 등에 나오는 일화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전체의 30퍼센트 정도를 허구로 창작한 『삼국지』보다 더욱 정통 역사서에 가깝다. 또한 『열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유가, 법가, 묵가, 상가, 종횡가, 병가 등의 제자백가 사상을 몸소 실천한 혁명가 혹은 개혁가들이었다는 점에서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다 보니 『열국지』를 읽지 않고는 동양 사상과 역사를 논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열국지』는 등장인물이 턱없이 많은 데다가 전개되는 사건 또한 매우 복잡하게 뒤엉켜 있어 하나로 꿰기가 쉽지 않다. 춘추전국시대에서도 역사의 흐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 열두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그 시기의 역사와 문화, 사회상 등을 살펴보고 아울러 그들이 추종했던 여러 제자백가의 사상까지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이러한 난해한 『열국지』를 보다 흥미롭고 효과적으로 해독한 책이다.
이 책에는 기존의 우리 편견을 깨트리는 이야기들도 가득 담겨 있다. 흔히 유교에서 강조하는 선비들의 삶은 ‘청빈’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는 유학자들의 ‘부’를 위한 행보, 즉 유상에 대해서 대체로 인정하는 편이었다. 공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 중 한 명이었던 자공이 거만금의 재산을 가진 재벌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공자가 다만 문제로 삼은 것은 ‘불의한 부귀’였다. 즉, 바꾸어 말하면 ‘불의하지 않은 부귀’는 얼마든지 추구할 수 있었던 셈이다.
흔히 장자를 노장의 사상적 후계자로 간주하는 것도 잘못이다. 장자는 입세간入世間의 노자 사상과 달리 불가처럼 출세간出世間으로 나아간 점에서 노자와 엄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이 노자 사상을 제대로 풀이한 책으로 『장자』가 아닌 『한비자』를 든다. 즉, 노자의 제자는 장자가 아니라 한비자라 할 수 있다. 사마천이 『사기』를 저술하면서 노자와 한비자를 하나로 묶어 「노자한비열전」으로 편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비자를 장자와 쌍벽을 이루는 노자 사상의 한 지류로 파악한 결과다. 또한 『한비자』에서 노자의 도치道治를 법가의 가장 이상적인 통치로 삼은 것도 같은 이유다.
유가를 대표하는 맹자와 법가를 대표하는 한비자가 실제로는 같은 중농주의 노선을 취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다만 맹자가 중농주의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한 것은 덕치국가인데 반해 한비자가 이루고자 한 것은 부국강병을 통한 법치국가라는 점이 다르다. 같은 중농주의 노선인데도 그 내용만큼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하는 사상들 중에는 서구의 사상과 유사한 것들도 많다. 다만 이들 사상은 서구의 사상보다 훨씬 오래전에 등장했다. 예를 들어 공자가 생각한 국가 공동체의 기본 질서에 해당하는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 자자子子(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에 훗날 순자는 사사士士, 농농農農, 공공工工, 상상商商 등의 이른바 4민론四民論을 덧붙였다. 이 4민론은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역설한 분업론과 취지를 같이한다. 왕도를 철저히 부인하면서 정치 세계에는 오직 패도만이 존재한다고 역설한 한비자는 『군주론』을 쓴 저자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연상시킨다. 서양에서 이러한 사상이 나오기 훨씬 오래전에 이미 동양에서는 다양한 사상적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