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담론을 펼쳐 나가는 이 책은 일견 딱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적절하고 구체적인 상황 예시와 소설이나 시 등의 문학 작품은 물론이고 대중가요의 가사 등을 인용해 자칫 지루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인문학적 내용들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 아울러 함께 실려 있는 여러 이미지들과 캡션들은 본문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요약, 정리하게 해준다. 또한 이 책에는 쇼펜하우어와 니체 같은 서양 철학사에서 한 획을 그은 사상가들의 주장을 포함해서 슬라보예 지젝이나 가타리와 같은 현대 철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최근의 학자들에 이르기까지의 사상적 흐름을 보여 준다는 의미에서 또 하나의 ‘공부하는 책’으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목차
생각의 국경에서
사유의 여행을 떠나며
세계 안에 있으면 세계에 대해 말할 수 없다
편안해서 위험한 일상
인문학은 희망이다
첫 번째 충격 - 최후의 인간, ‘노예’
행복을 찾으려는 최후의 인간
관리되는 내 감정
사치가 되어 버린 분노
문화 산업이 만들어 낸 일차원 인간
우리 모두는 ‘된장인’이다
텔레비전에 중독되다
스펙터클한 향락 산업
인간농장의 가축들
두 번째 충격 - 부드럽고도 오싹한 ‘권력’
형님 리더십
우리에 들어가기
착한 여자, 귀여운 여자
생명권력
피로는 간 때문이 아니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
권력은 인간에게서 나온다
대중이 아닌 다중으로
세 번째 충격 - 내가 먹이고 키우는 괴물, ‘욕망’
내 안의 어찌할 수 없는 ‘괴물’
금기를 어기고 싶다
타인지향의 속물
욕망의 삼각형
나의 실패를 징벌하려는 욕망
불금을 즐겨라
나는 하고자 한다
니체의 자식들
네 번째 충격 - 욕망과 중독의 끝, ‘한계’
욕망이라는 용암의 분출로 만들어진 현무암
좋은 사람이라는 환상
충동을 이겨 낼 만큼 강하지 않은 나
중독이 알려 주는 불편한 진실
인간이라는 동물
좀 더 ‘인간’에 대해 잘 알기
변화를 꺼려하는 나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극복하라
다섯 번째 충격 - 당신이라는 이름의 맹목, ‘사랑’
나는 너를 왜 좋아하는가
부자유하고 부조리한 사랑
연애 CEO의 어장 관리
결혼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불행한 세상에서 가능한 사랑은 없다
사랑을 재발명하라
몰락을 사랑하다
여섯 번째 충격 - 지루함의 끝에서 다시 찾아오는 것, ‘고통’
흔들어 주세요
나는 불행하다, 이런 것이 아니었다
고통과 지루함 사이에
죽음을 은폐하며 회피하는 태도
왜 나는 자살하지 않는가
목욕하지 마라, 곧 더러워질 것이다
물레방아처럼 울어라
깊은 절망 속 희망의 무지개
일곱 번째 충격 - 언제나 알 수 없는, ‘타자’
사람들이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어
너에게 내 욕망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사랑이란 거울에 비친 신기루
남자의 욕망의 대상일 때 ‘여자’가 된다
타자에게 상처 입기 쉬운 나
고립이 아닌 관계
몸과 몸을 비벼야만 건강할 수 있다
타자를 사유하기
이방인을 만나 이방인이 되어라
여덟 번째 충격 -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처방, ‘계몽’
변호사 놀이에 빠진 나
생각하지 말고 보라
선입견에 대한 선입견
강자의 이익이 세상의 진리다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거시기
내면의 목소리를 파괴하는 잔혹한 사유
위와 같은 정신
내 정신의 척추를 곧추 세워 주는 글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져라
또 다른 여행을 기약하며
나의 정신을 내어 주고 있었다
주어진 하나의 답은 해결책이 아니다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참고문헌
저자
이인
출판사리뷰
모든 불편한 생각들은 위대하다
더 이상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괴물을 찾아 나서는 인문학 여정
우리는 왜 금요일 밤이면 항상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외칠까. 서민층일수록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항상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질 않고 SNS에 접속하는 우리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흔히 겪고, 보게 되는 일상생활에서의 ‘평범하고도 특별할 것 없는’ 모습의 이면에 숨은 진실을 인문학과 철학적인 사유들을 통해 예리하게 분석한다. 저자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들을 예시로 제시하며 우리가 사실은 전혀 자율적이지 못하며, 우리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보다는 알게 모르게 학습되어 있는 데로 수동적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냉정하게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좀 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방송 등을 통해 주입된 것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생각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자신이 삶의 주인공으로서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생각하고 행동해 왔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저자는 여러 가지 실례와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같은 믿음이 허상이었음을, 우리가 잘못 알고 여태껏 생활해 왔음을 까발린다. 아울러 우리의 생각이란 것 역시 올바르게 서 있기보다는 편견과 선입견으로 인해 어느 한쪽으로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음을 보여 준다.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담론을 펼쳐 나가는 이 책은 일견 딱딱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적절하고 구체적인 상황 예시와 소설이나 시 등의 문학 작품은 물론이고 대중가요의 가사 등을 인용해 자칫 지루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인문학적 내용들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 아울러 함께 실려 있는 여러 이미지들과 캡션들은 본문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요약, 정리하게 해준다. 또한 이 책에는 쇼펜하우어와 니체 같은 서양 철학사에서 한 획을 그은 사상가들의 주장을 포함해서 슬라보예 지젝이나 가타리와 같은 현대 철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최근의 학자들에 이르기까지의 사상적 흐름을 보여 준다는 의미에서 또 하나의 ‘공부하는 책’으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시각과 생각을 꼬집는 이 책의 내용은 조금은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진리이자, 당연한 것이라고 믿어 왔던 것들을 의심하고 비로소 ‘생각’하며 행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이러한 충격은 우리가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종의 성장통이라 할 수 있다. 책에서도 인용하고 있는 카프카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카프카는 한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만일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깨우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단 말인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은 카프카가 말한 것처럼 독자의 두개골을 흔들고 깨운다. 잠깐 멀미가 날 수도 있지만, 우리 앞에 놓인 길을 다시금 똑바로 쳐다보기 위해서는 감당해야 할 현기증이다. 이 책은 이러한 현기증 같고, 망치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텔레비전을 배신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장
‘당신의 정신을 지키십시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은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괴물이 되지 않기’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괴물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입장을 배려하지 못하고 특정 의견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며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끌려갈 때 생겨난다. 이를 통찰한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한나 아렌트다. 그녀는 2차 세계대전 때 많은 유태인들을 가스실로 보냈던 아이히만을 보고서 그가 흔히 말하는 악당이라기보다 보통 사람과 비슷해 보인다는 데에서 놀랐다. 그녀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아이히만을 파멸시킨 원인이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의 결여라는 것을 밝혔다. 여기에 더 나아가 자신만의 주체적인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나치의 주장을 따름으로써 아이히만은 끔찍한 전쟁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이다.
우리가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원인 중의 하나는 대중매체의 발달에 있다.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보여 준 것들만 믿고, 텔레비전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곧 우리의 상식으로 자리 잡는다.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펠릭스 가타리는 과거의 부모나 유모가 아이를 키웠던 시대와 달리 이제는 텔레비전이 아이들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욕망을 불어넣으면서 상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텔레비전이라는 유모 밑에서 성장해 온 탓에 평생을 지지했던 정당을 차마 찍어 주지 않을 수 없는 노인처럼 텔레비전을 배신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주체적인 사고를 갖지 못하게 된 것에는 주입식 교육도 한몫을 한다. 일찍이 슬로터다이크는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사용한 바 있는 ‘인간농장’이라는 표현을 빌려 문명이란 인간이라는 야수를 길들이려는 ‘농장’ 같은 것이라고 비판한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고 책 읽기 등을 강요받는 이유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야수성을 억제하면서 문명과 체제에 순종하는 ‘말 잘 듣는 사람’을 길러 내기 위해서이다. 그 결과 우리는 불만을 품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순종적인 사람이 되어 버렸다. 일본의 사상가 모리오카 마사히로는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사상을 이어 받아 ‘무통문명’이라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확장시켰다. 세상과 부딪히는 야생성을 잃어버린 우리는 생존 본능과 쾌락만을 좆으며 보수화되어 고통을 피해 살아가는 일에만 전념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그 결과 우리가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나아가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기보다는 이미 학습되고 기존에 익숙하게 프로그래밍 된 채로 살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이렇게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새겨진 수많은 편견을 깨부수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롭고 생생하게 삶을 바라볼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인용한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다음 말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정신을 내어주지 마십시오. 만일 누가 당신 몸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내어주면, 당신은 당연히 화를 내겠지요. 그런데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사람에게 귀중한 정신을 내어주었을 때는 왜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합니까? 당신을 욕하는 사람에게 정신을 내어주기 전에 미리 잘 생각하십시오. 이미 주어버리고 난 뒤에는 혼란스럽고 속만 상할 뿐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