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역사는 일등과 승자만을 기억해 왔다. 실패 중에서도 성공한 사람만의 실패만을 교훈으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패배자는 영원히 잊혀져야만 하는 것일까? 『승리자』라는 책에서 백과사전에 이름이 실린 승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거칠고 비정하고 역겨운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실패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10가지로 패배의 유형을 나누어 과거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25명이 넘는 위대한 패배자를 소개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불린 체 게바라, 괴테에게 악의적인 비방을 받아야 했던 렌츠, 살아서는 인정받지 못했던 고흐와 같은 인물에 주목하면서 그들의 참모습과 살아온 배경을 소개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실패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과정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목차
옮긴이의 말
들어가는 말
1. 몇 사람을 제외하고 우리는 모두 패배자다
2. 대신 작가들이 그런 우리를 사랑한다
비참한 패배자들
3. 골리앗, 베르블링거, 스미스 선장_ 호언장담형의 세 사람
4. 멕시코의 막시밀리안 황제_ 황제가 되기에는 너무나도 변변찮은 사람
영광스러운 패배자들
5. 롬멜_ 경탄과 환호, 그러나 결국엔 죽음
6. 체 게바라_ 열대우림의 피투성이 구세주
7. 고르바초프_ 다른 민족은 해방시켰지만 정작 자신의 제국은 잃어버린 남자
승리를 사기당한 패배자들
8. 라이너 바르첼_ 코앞에서 수상 자리를 놓친 사람
9. 앨 고어_ 선거에 이기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한 사람
왕좌에서 쫓겨난 패배자들
10. 메리 스튜어드_ 참수당한 음모의 여왕
11. 루이 16세_ 어떻게 그리 사랑스러운 인간이 단두대의 재물이 되었을까?
12. 빌헬름 2세_ 어떤 패배자도 그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몰린 패배자들
13. 요한 슈트라우스_ 아들에 가려진 아버지
-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 바이올린을 켰지만 결국 아버지가 패배했다.
14. 하인리히 만_ 동생에게 짓밟힌 형 - 토마스 만의 그늘에 가려 살아야 했던 고통
15. 렌츠_ 괴테에게 발길질당한 천재 작가 - 미워하기에는 너무 재능이 뛰어난 사람
16. 라살_ 마르크스에게 눌린 패배자 - 노동운동의 메시아
17. 트로츠키_ 스탈린에게 쫓겨난 패배자 - 10월 혁명의 열혈한
끝없이 추락한 패배자들
18. 오스카 와일드_ 감옥으로 간 사교계의 스타
19. 크누트 함순_ 경솔한 말로 세계적인 명성에 먹칠을 한 작가
세계적인 명성을 도둑질당한 패배자들
20. 리제 마이트너_ 노벨상을 빼앗긴 물리학자
21. 앨런 튜닝_ 영국의 승리를 도운 무명인
더 큰 영광의 시간을 박탈당한 패배자들
22. 게오르크 뷔히너_ 스물셋에 괴텔를 능가하는 성취를 이룬 작가
23. 이사크 바벨_ 마흔 다섯에 악명 높은 루비안카 감옥으로 끌려간 작가
살아서는 인정을 받지 못한 패배자
24. 빈센트 반 고흐_ 사후에 세계를 평정한 탕아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인생들
25. 윈스턴 처칠과 덩샤오핑_ 누구도 이길 수 없었던 두 사람
26. 리처드 닉슨_ 토끼사냥 하듯 내몰린 대통령
나가는 말
27. 안티히어로를 위한 예찬
찾아보기
저자
볼프 슈나이더
출판사리뷰
세계는 1등만을 기억한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누군가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성공위주, 성장위주의 이데올로기에 길들여져 왔다. 그리고 지난 수세기 동안 축적된 실패냐 성공이냐, 인간의 이분법적 사고에 의한 편견은 인류 역사를 승자들의 전유물로 만들어놓았다.
만약 인간의 역사가 ‘패배자들’의 역사였다면? 현대사의 대표적 승자인 부시의 경우를 살펴보자. 플로리다 주 선거 조작에 대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앨 고어를 누르고 미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부시가 집권한 지 9개월 후 9ㆍ11테러가 발생하였고, 이후 전 세계는 살육과 테러의 공포에 휩싸이게 되었다. 만일 패배자 앨 고어가 재선을 통해 부시의 자리를 대신했더라면 피로 얼룩진 지금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이 책의 저자 볼프 슈나이더는 승자들의 전유물로 간주되었던 기존의 역사관에 반기를 들고, 승자들의 그늘에 가려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패배자들의 삶의 진실한 모습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제2의 승리자인 ‘위대한 패배자’
역사의 무대 뒤에는 승리자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재능과 노력하는 자세를 갖춘 인물들이 있었다. 고르바초프나 체 게바라처럼 영광의 패배자들이 있는가 하면, 메리 스튜어트나 루이 16세처럼 왕좌에서 쫓겨난 비운의 패배자들도 있다. 또한 렌츠처럼 괴테보다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도 괴테에게 미움을 사서 끝내 빛을 발하지 못한 인물들도 있고, 고흐처럼 생전에 주목받지 못한 이들도 있다.
하나 이상의 삶을 살아야 했기에 한 번 이상의 죽음을 맞이했던 이들,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좌절과 고통을 경험했기 때문에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이들 패배자들은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영웅들보다 훨씬 더 깊고 광범위하게 세계사에 영향을 미쳤다. 볼프 슈나이더는 이들을 ‘위대한 패배자’로 명명하며 그들의 삶을 통해 바로 우리 자신이 ‘위대한 패배자’와 다름없음을 발견하길 기대한다.
2. 이 책의 특징
1) 한 권으로 읽는 인간 패배의 역사
이 책은 세계문학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비극적 주인공들을 비롯해서 25명이 넘는 좌초된 영웅들의 삶을 10가지 패배의 유형으로 분류하여 소개하고 있다. 방대한 분야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깊이 있고 새로운 해석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과거의 인물뿐만 아니라 현대의 시사적 인물까지 쉽고 간결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문화, 정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인간 패배의 역사’를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조망할 수 있다.
2) 실패에 대한 새로운 가치인식
성공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며 위화감을 조성했던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간 이들에게 시선을 집중시켜 실패의 참모습과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고 흥미로운 작업이 될 수 있다.
실패는 당신이 열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다시 출발해야 할 이유를 의미한다. 이 책은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현대인들에게 성공의 원초적 근원으로서 실패에 대한 새로운 가치인식을 심어준다.
3) 역사적 위인들의 실체 엿보기
우리는 승리자들에게 경탄을 보내면서도 그들을 미워한다. 그것은 단순한 열등감 때문이 아니라 음흉하고 비열한 승리자들의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옐친, 괴테, 부시, 토마스 만 등 패배자들과 경쟁했던 승자들의 감추어진 모순과 위선을 발견하는 것 또한 이 책의 흥미로운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