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동양 고전 번역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 주었던 을유문화사 『고문진보』가 새로운 디자인과 편집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문진보』는 전국 시대부터 당송 시대까지의 시와 산문 가운데서 명편만을 모은 고전 중의 고전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옛 문인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으며, 사서삼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문장의 보고로 전해진다. 중어중문학 전문가들의 철저한 고증과 친절한 주석, 한글세대를 고려한 섬세한 번역을 바탕으로 한 을유문화사판 『고문진보』를 통해 독자들은 보물 같은 문장들의 정취를 충분히 음미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목차
3판을 내면서
개정판을 내면서
해제: 참된 보물이 담긴 책, 『고문진보』
권 1
1. 슬픔을 만나(離騷)ㆍ굴원
2. 어부와의 대화(漁父辭)ㆍ굴원
3. 진나라 임금이 다른 나라의 유세객을 쫓아냄을 반대하는 편지(諫秦王逐客書)ㆍ이사
4. 가을바람(秋風辭)ㆍ한무제
5. 진나라의 과오를 논함(過秦論)ㆍ가의
6. 굴원 선생의 비운을 슬퍼하노라(弔屈原賦)ㆍ가의
7. 어진 임금께서 현명한 신하를 얻으신 것을 칭송함(聖主得賢臣頌)ㆍ왕포
8. 뜻대로 삶을 즐김(樂志論)ㆍ중장통
9. 군사를 이끌고 나아가기에 앞서 올린 상소문(前出師表)ㆍ제갈량
10. 뒤에 군사를 이끌고 나갈 때 올린 상소문(後出師表)ㆍ제갈량
11. 술의 덕을 칭송함(酒德頌)ㆍ유령
12. 난정에서 지은 글의 서문(蘭亭記)ㆍ왕희지
13. 관직을 사양하고 올린 상소문(陳情表)ㆍ이밀
14. 돌아가리(歸去來辭)ㆍ도잠
권 2
15. 오류선생 자전(五柳先生傳)ㆍ도잠
16. 북산의 산신이 해염 현령에게 보내는 경고의 글(北山移文)ㆍ공치규
17. 등왕각 연회에서 지은 시의 서문(?王閣序)ㆍ왕발
18. 봄날 밤 도리원 연회에서 지은 시문의 서(春夜宴桃李園序)ㆍ이백
19. 형주 한자사께 올리는 글(與韓荊州書)ㆍ이백
20. 황제가 지켜야 할 좌우명(大寶箴)ㆍ장온고
21. 당나라를 중흥시킨 공적을 찬양함(大唐中興頌)ㆍ원결
22. 인간의 근본을 논함(原人)ㆍ한유
23. 도의 근본을 논함(原道)ㆍ한유
24. 장적에게 보내는 두 번째 답장(重答張籍書)ㆍ한유
25. 장복야께 올리는 글(上張僕射書)ㆍ한유
26. 사람을 위하여 추천을 구하는 편지(爲人求薦書)ㆍ한유
27. 진상에게 답하는 글(答陳商書)ㆍ한유
28. 맹간 상서께 드리는 글(與孟簡尙書書)ㆍ한유
29. 문창 스님을 보내며 지은 서(送浮屠文暢師序)ㆍ한유
권 3
30. 회서 평정 기념비 비문(平淮西碑)ㆍ한유
31. 남쪽 바다의 신을 기리는 사당의 비문(南海神廟碑)ㆍ한유
32. 뜻을 굽히지 않고 간언하는 신하에 관해 논함(爭臣論)ㆍ한유
33. 곤궁하게 하는 귀신을 보내며(送窮文)ㆍ한유
34. 학문으로 나아가는 태도를 비난함에 대한 해명(進學解)ㆍ한유
35. 악어를 내쫓는 글(鰐魚文)ㆍ한유
36. 유주 나지에 있는 유씨 원님 사당의 비문(柳州羅池廟碑)ㆍ한유
37. 맹동야를 보내며 지은 서(送孟東野序)ㆍ한유
38. 양거원 소윤을 보내며 지은 서(送楊巨源少尹序)ㆍ한유
39. 석홍 처사를 전송하며 지은 서(送石洪處士序)ㆍ한유
40. 온조 처사를 전송하며 지은 서(送溫造處士序)ㆍ한유
권 4
41. 이원을 반곡으로 돌려보내며 지은 서(送李愿歸盤谷序)ㆍ한유
42. 섭주자사로 부임하는 육참을 전송하는 시의 서문(送陸?州?詩序)ㆍ한유
43. 스승을 쫓아 도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논함(師說)ㆍ한유
44. 이런저런 이야기(雜說)ㆍ한유
45. 기린을 잡은 일을 해명한 글(獲麟解)ㆍ한유
46. 기피할 글자에 대하여(諱辯)ㆍ한유
47. 남전현 현승의 사무실 벽에 기록한 글(藍田縣丞廳壁記)ㆍ한유
48. 재상에게 올리는 세 번째 글(上宰相第三書)ㆍ한유
49. 전중소감 마군의 묘지(殿中少監馬君墓誌)ㆍ한유
50. 붓끝 이야기(毛穎傳)ㆍ한유
51. 백이를 찬양하는 글(伯夷頌)ㆍ한유
권 5
52. 창려문집서(昌黎文集序)ㆍ이한
53. 재인전(梓人傳)ㆍ유종원
54. 한유와 더불어 사관에 대해 논한 편지(與韓愈論史書)ㆍ유종원
55. 위중립에 회답하는 편지(答韋中立書)ㆍ유종원
56. 뱀 잡는 사람 이야기(捕蛇者說)ㆍ유종원
57. 정원사 곽탁타 이야기(種樹郭?駝傳)ㆍ유종원
58. 우계시의 서(愚溪詩序)ㆍ유종원
59. 오동잎으로 아우를 제후에 봉하였다는 것을 따짐(桐葉封弟辯)ㆍ유종원
60. 진문공이 원 지방의 태수를 환관에게 물었다는 사실에 대한 나의 견해(晉文公問守原議)ㆍ유종원
61. 연주군에 석종유가 다시 나옴을 적다(連州郡復乳穴記)ㆍ유종원
62. 설존의를 송별하며 지은 서(送薛存義序)ㆍ유종원
63. 대나무를 기르는 이야기(養竹記)ㆍ백거이
64. 아방궁을 읊음(阿房宮賦)ㆍ두목
65. 옛날 전쟁터에서 죽은 원혼을 애도하는 글(弔古戰場文)ㆍ이화
권 6
66. 대루원에 대한 기문(待漏院記)ㆍ왕우칭
67. 황주의 죽루에 관한 기문(黃州竹樓記)ㆍ왕우칭
68. 엄선생 사당에 대한 기문(嚴先生祠堂記)ㆍ범중엄
69. 악양루에 대한 기문(岳陽樓記)ㆍ범중엄
70. 뱀을 쳐 죽인 홀의 덕을 기리는 명문(擊蛇笏銘)ㆍ석개
71. 간원의 제명에 관한 기문(諫院題名記)ㆍ사마광
72. 독락원에 대한 기문(獨樂園記)ㆍ사마광
73. 맹상군전을 읽고(讀孟嘗君傳)ㆍ왕안석
74. 범사간께 올리는 편지(上范司諫書)ㆍ구양수
75. 상주의 주금당에 대한 기문(相州晝錦堂記)ㆍ구양수
76. 취옹정에 대한 기문(醉翁亭記)ㆍ구양수
77. 가을 소리에 대하여(秋聲賦)ㆍ구양수
78. 쉬파리를 미워함(憎蒼蠅賦)ㆍ구양수
79. 매미의 울음소리를 듣고(鳴蟬賦)ㆍ구양수
권 7
80. 고향으로 돌아가는 서무당에게 주는 글(送徐無黨南歸序)ㆍ구양수
81. 사형수의 가석방에 대해 논함(縱囚論)ㆍ구양수
82. 붕당에 대해 논함(朋黨論)ㆍ구양수
83. 족보의 서문(族譜引)ㆍ소순
84. 익주자사 장방평공 화상에 대한 기문(張益州?像記)ㆍ소순
85. 관중론(管仲論)ㆍ소순
86. 산처럼 생긴 나무둥치를 보고서(木假山記)ㆍ소순
87. 한 고조를 논함(高祖論)ㆍ소순
88. 구양내한께 올리는 편지(上歐陽內翰書)ㆍ소순
89. 전추밀께 올리는 편지(上田樞密書)ㆍ소순
90. 두 아들의 이름을 설명하다(名二子說)ㆍ소순
권 8
91. 조주의 한문공의 사당에 세운 비문(潮州韓文公廟碑)ㆍ소식
92. 적벽대전 유적지에서, 처음 지음(前赤壁賦)ㆍ소식
93. 적벽대전 유적지에서, 두 번째 지음(後赤壁賦)ㆍ소식
94. 구양 문충공께 올리는 제문(祭歐陽文忠公文)ㆍ소식
95. 육일거사 문집 서문(六一居士集序)ㆍ소식
96. 삼괴당 명문(三槐堂銘)ㆍ소식
97. 표충관 비문(表忠觀碑)ㆍ소식
98. 능허대 기문(凌虛臺記)ㆍ소식
권 9
99. 이군산방 기문(李君山房記)ㆍ소식
100. 희우정 기문(喜雨亭記)ㆍ소식
101. 사보살각 기문(四菩薩閣記)ㆍ소식
102. 전표성의 주의 서문(田表聖奏議序)ㆍ소식
103. 전당의 혜근스님의 시집 서문(錢塘勤上人詩集序)ㆍ소식
104. 농사 이야기, 동기생 장호를 떠나보내며(稼說送同年張琥)ㆍ소식
105. 임금은 이적을 다스리지 않음을 논함(王者不治夷狄論)ㆍ소식
106. 범증을 논함(范增論)ㆍ소식
107. 추밀원의 한태위께(上樞密韓太尉書)ㆍ소철
108. 원주학교기(袁州學記)ㆍ이구
109. 약에서 얻은 교훈(藥戒)ㆍ장뢰
권 10
110. 진소장을 이별하면서(送秦少章序)ㆍ장뢰
111. 오대의 곽숭도 열전의 뒤에 적음(書五代郭崇韜傳後)ㆍ장뢰
112. 이추관에게 답하는 글(答李推官書)ㆍ장뢰
113. 진소유에게 보내는 글(與秦少游書)ㆍ진사도
114. 임수주에게 보내는 편지(上林秀州書)ㆍ진사도
115. 왕평보 문집의 발문(王平甫文集後序)ㆍ진사도
116. 부모를 생각하는 정자(思亭記)ㆍ진사도
117. 진소유의 자에 대하여(秦少游字?)ㆍ진사도
118. 「사마천의 놀이」라는 글을 갑방식에게 주노라(子長遊贈蓋邦式)ㆍ마존
119. 집안에 전해 오는 옛날 벼루에 새긴 글(家藏古硯銘)ㆍ당경
120. 석시랑께 올린 편지(上席侍郞書)ㆍ당경
121. 『낙양명원기』의 뒤에 적음(書洛陽名園記後)ㆍ이격비
122. 연꽃을 사랑함에 대하여(愛蓮說)ㆍ주돈이
123. 태극도에 관한 해설(太極圖說)ㆍ주돈이
124. 네 가지 지켜야 할 일(四勿箴)ㆍ정이
125. 서쪽 창에 붙인 좌우명(西銘)ㆍ장재
126. 동쪽 창에 붙인 좌우명(東銘)ㆍ장재
127. 자신을 극복하자(克己銘)ㆍ여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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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견 (엮은이), 이장우, 우재호, 박세욱 (옮긴이)
출판사리뷰
사람들은 시를 공부하기 위하여 『고문진보』를 보통 6백 번씩 읽으면서 암송하는데, 나도 몇백 번을 읽고 암송하게 되었고, 그 뒤로는 한결 시를 쉽게 지을 수 있었다. ─ 퇴계 이황
도연명, 이백, 두보, 백거이, 소식 등 대가들의 명문장이 한자리에
‘옛글 가운데서 참된 보물’만을 모은 고전 중의 고전
우리나라에서 사서삼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문장의 보고
『고문진보』는 중국 전국 시대에서 당송 시대까지 시와 문장으로 유명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책으로, 전집에는 시가류가, 후집에는 산문류가 수록되어 있다. 동양의 보편적 문학 세계와 정서를 충실히 드러내고 있어 15세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사서삼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읽힌 한문 문장 교과서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을유사상고전’ 시리즈의 일환으로 발간되는 『고문진보』는 2001년(전집)과 2003년(후집)에 발간되어 동양 고전 번역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 준 『고문진보』 역주의 3판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전집과 후집의 체제 불일치를 한 차례 더 수정, 보완하였으며, 오자와 오기 등을 바로잡고 디자인과 편집 면에서 한층 더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 준다. 이번 『고문진보』 3판의 발간은 값진 고전을 지속적으로 완성도 있게 소개하겠다는 을유문화사의 견고한 의지를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글세대를 위한 이 번역서는 모든 한자에 음을 달고 풀이는 알기 쉽게 해 한문에 낯선 독자들도 문장의 정취를 충분히 음미하며 읽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독자들이 각 문장에 담긴 의미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전고나 예문 등을 담은 상세한 주석을 달아 놓았다. 이백의 「아미산의 달 노래(아미산월가)」, 「촉으로 가는 길 험난하구나(촉도난)」, 두보의 「전차의 노래(병거행)」, 「석호촌의 관리(석호리)」, 백거이의 「비파의 노래(비파행)」, 구양수의 「여산고」, 노동의 「차를 노래함(다가)」 등 그야말로 인구에 회자되는 명문들이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학문에 대한 열정, 나라와 세태에 대한 근심, 출세를 위한 지략, 인생의 의미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고전의 가치와 보물 같은 삶의 지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좋은 문장의 가치
『고문진보』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의 제목에 담긴 ‘고문(古文)’이라는 말은 ‘옛날 글’이라는 뜻이며, ‘진보(眞寶)’라는 말은 ‘참된 보배’라는 뜻이다. 따라서 ‘고문진보’라고 하면 ‘옛날 글 가운데서 참된 보물만 모아 둔 책’이라고 우선 풀이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글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별된 것일까? 이 책의 ‘고문’이라는 말에는 본래 옛날 글이라는 뜻도 있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요즈음 글’이라는 의미의 ‘금문(今文)’에 대한 반대의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 대개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기 이전에 지어졌던 사서삼경이나 제자백가의 글들 또는 그보다 조금 뒤인 전한(서한) 때 사마천이 지은 『사기』 같은 책에 적힌 글을 고문이라고 하고, 후한(동한) 이후부터 위진 남북조를 거쳐 당나라 초기까지 문단에서 크게 유행했던 변려문을 금문이라고 하였다. 당나라 중기 이후부터 한유, 유종원 같은 이른바 당송 팔대가들이 나타나서, 대구를 많이 사용하고 전고가 많으며 문장에 담는 내용보다는 문장 형식의 꾸밈새에만 치중하는 변려문(금문)을 반대하고, 다시 ‘고문’을 모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에 이들이 쓴 글을 다시 고문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말하자면 이 책에 담긴 ‘고문’은 문장 형식의 아름다움에만 치우치지 않았던 글로서, 문장 안에 인생을 꾸리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알맹이 있는 내용, 즉 ‘옛사람들이 생각하던 올바른 도(道)를 담은 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옛 문인들의 필독서였던 글의 모범
『고문진보』의 역사적 의의
『고문진보』는 중국에서 원나라 초기에 처음 편집된 이후,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많이 읽혀 왔다. 그러나 이 책이 정확히 언제쯤 중국에서 처음 편집되고 간행되었으며, 후세에 누가 계속하여 이 책을 증보하고 주석을 달았는지, 또 누가 계속하여 그것을 간행하였는지 체계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흔히 황견(黃堅: 미상)을 이 책의 편자로 보는 견해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후기 또는 조선 초기에 이미 몇 가지 판본이 수입된 이후 널리 보급되었고, 일본에도 한국에서 널리 전파된 것과 똑같은 판본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내용이 조금 다른 판본이 흘러들어 가서 크게 보급되었다고 한다. 조선 초기에는 『고문진보』 목판본과 활자본이 나왔고, 점필재 김종직이 쓴 『고문진보』의 서문이나 퇴계 이황이 쓴 비평 등이 전한다. 퇴계 이황은 “사람들은 시를 공부하기 위하여 『고문진보』를 보통 6백 번씩 읽으면서 암송하는데, 나도 몇 백 번을 읽고 암송하게 되었고, 그 뒤로는 한결 시를 쉽게 지을 수 있었다”고 말하며 이 책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에 들어와서 일본판 『고문진보』를 바탕으로 번역하고, 심지어 한국에서는 보급되지도 않았던 일본 판본에 대한 해설까지 그대로 옮겨 놓는 현상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1980~1990년대에 여러 학자가 한국의 전통적인 『고문진보』 판본에 의거한 번역을 다시 내어 크게 보급시키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수많은 글 중에서 엄선된 시와 산문
『고문진보』의 구성과 내용
이 책은 크게 시를 모은 부분과 산문을 모은 부분으로 양분되는데, 앞의 시 선집을 전집, 뒤의 산문 선집을 후집이라고 부른다. 전집에는 권학문을 비롯하여 오언고풍 단편·오언고풍 장편·칠언고풍 단편·칠언고풍 장편 등의 10여 체 240여 편의 시가, 후집에는 사(辭)·부(賦)·설(說)·해(解)·서(序)·기(記)·잠(箴)·명(銘)·문(文)·송(頌) 등 20여 체 130여 편의 문장이 수록되어 있다.
전집은 시문 선집이기도 하지만 교훈서를 겸하고 있기도 하다. 학문을 권장하는 권학문이나 소식이나 백거이 등의 현실을 풍자한 사회시 등은 시라는 것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자연을 읊는 것이 아닌, 현실 속에서 파생된 사회적 산물임을 보여 준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문장 모음집이 아니라 민중과 사회의 제 현상에 대한 중국 옛 성현들의 사유의 편린을 함께 헤아려 볼 수 있는 책이다. 또 전집의 특징적인 부분은 앞서 말했듯이 고체시는 수록하면서 근체시는 배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체시는 당나라에 들어와서 변려문의 영향을 받아 대구와 전고를 많이 사용하며 음률적인 요소까지도 엄격하게 규정한 율시(여덟 구로 되어 있는 한시) 같은 시이다. 그 이전에 지어지던 형식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은 시를 고체시 또는 고시라고 하며, 고풍이라고도 부른다. 근체시, 고체시 할 것 없이 오언시와 칠언시가 있지만, 이 책에서는 고체시에 속한 오언시와 칠언시만 수록하고 있다. 그다음에 나오는 장단구, 악부시도 물론 다 고체시다.
후집에는 주로 당송 시대의 고문이 수록되어 있지만, 그 이전에 나온 산문과 운문이 결합된 사부(辭賦)체나, 대표적인 변려문 몇 편도 수록하고 있다. 원래 한자 용어로 ‘산문(散文)’은 직역을 하면 ‘흩어진 글’이 되는데, 이 말은 시구와 같이 문장의 길이(글자 수)가 일정하게 배열되어 있지 않은 글이라는 뜻이다. 즉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이 자유롭게 혼합되어 있는 글을 말한다. 요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산문과는 다른 의미다. 요즘 산문의 개념은 시가와 같이 줄을 자주 바꾸는 형식에 대비되는 것으로서, 문장이 줄줄이 이어지는 ‘줄글’을 말한다. 현대 한국의 문학 용어로는 ‘산문’에 대가 되는 개념이 ‘운문(시가)’이지만, 중국의 전통 문학 용어로서의 ‘산문’에 대가 되는 용어로는 ‘운문’보다는 오히려 변려문을 줄인 ‘변문’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중국에서 원래 산문이라는 말은 문장의 길이가 일정하지도 않고, 대구도 사용하지 않는 글이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중국의 옛날 산문은 요즘 우리가 말하는 순수한 산문이 아니라, 매우 시적인 요소가 많이 담긴 산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중국 전통 산문의 한 특징이며 이 책에도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명실상부한 『고문진보』 번역의 결정판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의 번역, 해설을 충실히 담은 주석
이 책은 모든 문장에 한글 발음을 달고, 현토를 첨부하였으며, 같은 페이지 안에서 원문과 번역, 주석을 모두 서로 대조하여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책의 체제는 서양에서 한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내는 동양 고전 번역 주석서들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며, 한문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이 책을 충분히 음미하며 읽을 수 있도록 고심한 결과이다. 이 책은 이렇듯 전문가들의 철저한 노력으로 완성되었으며,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고문진보』에 담긴 글의 정취는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고문진보』는 글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왜 글이 필요한지, 또 글은 어떻게 읽어야 하고,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글을 읽고 짓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지 등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좋은 글들을 수록하고 있다. 비록 시대가 변하고 문장을 표현하는 도구도 많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근본적인 고민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을유문화사판 『고문진보』가 그 고민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는 데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