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영화를 사랑한 나머지 영화가 된 감독
영원한 시네필 프랑수아 트뤼포의 초상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는 20세기를 전후한 문화 예술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국내외 거장 아티스트의 평전으로 구성된다. 2018년부터 다시 출간되는 본 시리즈의 열일곱 번째 주인공은 누벨바그의 기수이자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다. 국내 유일의 트뤼포 평전으로 2006년 출간되어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초판의 개정판이다. 초판에 이어 한상준 번역가가 불명확한 표현과 오역을 꼼꼼히 재검토하고 수정했으며 정성일 평론가가 새롭게 쓴 추천의 글이 담겼다. 트뤼포의 서간집 『서신들Correspondences』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현실에서 트뤼포의 편지와 일기 등으로 엮은 본 도서는 국내 시네필들에게 큰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아울러 2022년 9월 장뤽 고다르의 죽음으로 그를 비롯한 누벨바그 영화가 재조명되는 시기에 출간되었기에 그 의미는 남다르다. 고다르의 죽음이 누벨바그 영화의 상징적 죽음이라면, 트뤼포의 죽음은 한상준 번역가의 말대로 ‘누벨바그 영화의 첫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혼모 어머니 아래에서 태어나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며 자란 트뤼포의 유년 시절부터 52세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영화 같은 삶을 따라간다.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트뤼포는 1959년 자전적 데뷔작 [400번의 구타]로 영화사의 새로운 물결 ‘누벨바그’의 문을 열었다. 트뤼포의 작품은 어떤 정치·상업적 목적 때문에 과장되거나 위선으로 넘쳐난 기교를 부리지 않았으며, 단지 그의 삶이 곧 영화였고 영화가 곧 트뤼포 자신이었다.
목차
서문
1. 비밀 속의 어린 시절, 1932~1946
2. 400번의 구타, 1946~1952
3. 인생, 그것은 스크린이었다, 1952~1958
4. 새로운 물결, 1958~1962
5. 정체기, 1962~1967
6. 숨겨진 생활, 1968~1970
7. 영화 인간, 1971~1979
8. 미완의 초상, 1979~1984
감사의 말
필모그래피
참고 문헌
추천의 글
옮긴이의 글(개정판)
옮긴이의 글(초판)
찾아보기
저자
앙투안 드 베크, 세르주 투비아나 (지은이), 한상준 (옮긴이)
출판사리뷰
“인생, 그것은 스크린이었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생애
시대를 넘어 여전히 사랑받는 [400번의 구타], [쥴 앤 짐] 등의 작품을 만든 트뤼포 감독은 1960년대 프랑스에서 일어난 새로운 영화 운동 누벨바그를 이끈 거장이다. 트뤼포는 기존의 영화 문법에서 탈피해 감독의 독창적인 작가 정신이 담긴 영화를 만들었으며, 영화광으로도 유명해 ‘인간 시네마테크’로 불렸다.
트뤼포는 생전에 여러 차례 자서전을 기획했으나 집필은 끝내 실현하지 못했다. 이 책은 트뤼포가 가까운 친구이자 번역가였던 헬렌 스코트와 주고받은 서신을 비롯해 동료들의 수많은 증언과 트뤼포의 일기, 메모, 개인 문집 등 방대한 사적 자료를 토대로, 지금까지 트뤼포에 대해 알려진 사실 이외의 사실들까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기록했다. 깊은 상처를 남긴 성장 과정, 히치콕, 혹스, 르누아르 같은 거장들에 대한 숭배와 교류, 영화 현장의 생생한 기록과 연출의 비밀들, 시네필들의 우정, 연애와 불륜, 성공과 실패 사이에서 방황하던 한 예술가의 초상 등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트뤼포의 생애와 그를 둘러싼 현대 프랑스 영화사를 이해할 수 있다.
트뤼포가 영화를 사랑하는 세 가지 방법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단계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며, 두 번째 단계는 영화평을 쓰는 것이며, 세 번째 단계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라는 트뤼포의 테제는 정성일 평론가를 통해 소개되어 ‘시네필의 3단계’라 불리며 국내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오랜 시간 회자돼 왔다. 그러나 이번 개정판에서 정성일 평론가는 새롭게 쓴 추천의 글을 통해 이를 정정하며 원래 트뤼포의 문장을 그대로 소개한다. 원문에 따르면 트뤼포는 위 문장 그대로 말한 적은 없지만, 그의 생애를 따라가 보면 그가 영화를 사랑하는 3단계를 거쳐 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32년 파리에서 출생한 트뤼포는 아들을 늘 외면했던 미혼모 어머니와 양아버지 사이에서 성장했다. 부모로부터의 소외는 그를 가정과 학교 밖으로 내몰았고 이로 인해 비행 청소년으로 낙인찍혀 감화원까지 가게 된다. 이러한 불운한 청소년 시절에 그는 살아갈 의미가 될 영화를 발견했다. 트뤼포가 여덟 살 때 보았던 아벨 강스의 [실낙원]은 영화에 관한 최초의 ‘위대한 기억’이 되었으며, 부모 몰래 학교를 빼먹고 영화관으로 달려가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봄으로써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을 보여 주었다.
끊임없는 독서와 동네 영화관의 어둠은 그가 비밀스러운 상처를 묻어 두는 도피처이자 삶 그 자체가 되어 갔다. 수백 편의 영화를 반복해서 보고, 시네 클럽을 결성했으며, 자신의 영적 아버지인 앙드레 바쟁을 만나 스물한 살 때부터 『카이에 뒤 시네마』에 영화 비평을 쓰기 시작했다.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1954)을 비롯한 특유의 냉소적이고 고집스러우며 공격적인 열정이 담긴 비평을 발표하면서, 영화에 관한 글을 쓰는 일이 그것을 사랑하는 두 번째 방법임을 보여 주었다. 비평가에서 영화감독으로 도전한 트뤼포는 1959년에 발표한 첫 영화 [400번의 구타]를 시작으로 [쥴 앤 짐], [아메리카의 밤] 등 25편의 작품을 만들며 영화를 사랑하는 세 번째 방법을 완성했다. 1984년 10월 21일 뇌종양으로 52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으나 현재까지도 영원한 시네필로 남아 영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을 일깨워 준다.
“내일의 영화는 모험가들이 만들 것이다”
‘나’ 자신에서 ‘삶’으로 나아간 트뤼포 영화에 관한 르포
1957년 영화 비평가였던 트뤼포는 『아르』지에 실은 기사에서 미래의 영화는 “매우 사적인 것, 마치 고백록이나 일기와도 같은 것”이 되리라고 예언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1959년 그는 자전적 영화인 [400번의 구타]로 감독으로 데뷔하며 누벨바그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1960년대에 걸쳐 전통적인 영화 문법을 탈피한 새롭고 도전적인 ‘작가주의’ 영화를 강력히 주장하면서 누벨바그의 중심인물이 되었다. 그가 남긴 25편의 작품은 영화에 대한 사랑의 결정체이자, 영화를 위해 바쳐진 영화들이기도 하다. 숨겨진 일기장을 펼쳐 보이듯 그의 영화는 곧 트뤼포 내면의 순수한 기록이었다. 그는 장 피에르 레오가 연기했던 [400번의 구타]의 비행 소년이자 [훔친 키스]의 청년이었다. 그리고 [부부의 거처]의 새신랑이었던 앙투안 두아넬, [아메리카의 밤]의 감독인 페랑, [여자들을 사랑한 남자]의 바람둥이 베르트랑 모란, 그리고 [녹색의 방]에서 죽은 자들에 대한 숭배에 생을 바치는 남자 쥘리앵 다벤 역시 트뤼포 자신이었다.
불행한 성장 과정과 불안 그리고 번민 속에서 새로운 창조 정신을 키워 가며, ‘나’ 자신에 대한 영화에서 ‘삶’에 대한 영화로 나아간 트뤼포. 영화에 인생을 바친 감독이 명작들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한 이 책을 통해 거장의 고뇌와 열정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