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누벨바그의 조용한 수호자
에릭 로메르의 시작과 끝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는 20세기를 전후한 문화 예술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국내외 거장 아티스트의 평전으로 구성된다. 2018년부터 다시 출간되는 본 시리즈의 열세 번째 주인공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다.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여름 이야기], [녹색 광선] 등 그의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사랑받았다.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로메르의 삶은 대중과 거리를 둔 채 비밀스러울 만큼 감춰져 있었다. 이 책은 소설가, 평론가,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시네아스트, 교육자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통해, 은밀하고도 모호한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았던 에릭 로메르를 입체적으로 그려 낸다.
에릭 로메르의 삶은 실패로 점철되어 있었지만, 그는 ‘아마추어 정신’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했다. 자본과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연출 체계를 마침내 완성한 것이다. 누벨바그를 앞장서 이끌었던 장뤽 고다르와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이 장애물을 만난 순간, 조금 느리게 전진하던 에릭 로메르는 그 격랑에서 빠져나온 진정한 생존자가 됐다. 혁명적인 역사의 동요에 어떤 정치적 결론도 내리지 않았던 관찰자 에릭 로메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오직 작품뿐이었다. 다른 어떤 예술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분명한 행복이 영화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목차
추천의 글 5
서문 ‘위대한 모모’의 신비 29
1. 모리스 셰레의 어린 시절 1920~1945 37
2. 셰레에서 로메르로 1945~1957 81
3. 〈사자자리〉 아래서 1959~1962 205
4. 『카이에』의 자리 아래서 1957~1963 239
5. 실험의 시간 1963~1970 321
6. 네 편의 도덕 이야기 1966~1972 397
7. 독일과 가르침의 취향 1969~1994 477
8. 페르스발의 흔적을 따라 1978~1979 559
9. 여섯 편의 희극과 격언 1980~1986 587
10. 도시 로메르와 시골 로메르 1973~1995 689
11. 계절의 리듬 1989~1998 781
12. 역사 영화 1998~2004 849
13. 겨울 이야기 2006~2007 923
14. 고통 가운데 2001~2010 963
주석 987
필모그래피 1069
옮긴이의 글 1109
찾아보기 1116
저자
앙투안 드 베크, 노엘 에르프 (지은이), 임세은 (옮긴이)
출판사리뷰
시네필의 서재에 없어서는 안 될
에릭 로메르를 다룬 첫 전기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는 20세기를 전후한 문화 예술계에 큰 영향력을 끼친 국내외 거장 아티스트의 평전으로 구성된다. 2018년부터 다시 출간되는 본 시리즈의 열세 번째 주인공은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다.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여름 이야기〉, 〈녹색 광선〉 등의 영화로 국내에서도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로메르의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들이며 사랑을 받았다. 그가 ‘로메르적 여성들’이라 불리는 젊은 여성들과 영화 만들기를 즐겼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그러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시네아스트 에릭 로메르의 삶은 대중과 거리를 둔 채 비밀스러울 만큼 감추어져 있었다.
저자 앙투안 드 베크와 노엘 에르프는 로메르가 생전에 수집한 방대한 자료와 백여 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저술했다. 에릭 로메르라는 가명 아래에 숨겨진 ‘모리스 셰레’라는 개인의 특성을 토대로 청소년기·청년기의 셰레를 빈틈없이 묘사한다. 또한 이 책은 소설가, 평론가, 『카이에 뒤 시네마』 편집장, 시네아스트, 교육자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통해, 은밀하고도 모호한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았던 에릭 로메르를 입체적으로 그려 낸다.
‘누벨바그’라는 격랑의 진정한 생존자
에릭 로메르의 아마추어 정신을 담다
수줍음이 많고 소심한 성격 때문에 로메르는 모든 면에서 더디고 느렸다. 어린 시절부터 그의 노력은 주로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고등사범학교 시험과 교수 자격시험 면접에서도 거듭 낙방했다. 첫 장편 영화 〈모범 소녀들〉은 완성 직전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고, 〈사자자리〉는 완성 후 3년간 개봉하지 못한 채 관객에게 외면당했다. 편집장으로 일했던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는 동료들에게 쫓겨났다. 시네아스트로서 명성을 꾸준히 다져 가던 그였음에도 영화제로부터 수상에 외면받기 일쑤였다.
그러나 로메르는 ‘아마추어 정신’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서 했다. 그리고 누벨바그의 아버지가 되었다. 자본과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적인 연출 체계를 마침내 완성한 것이다. 쓰라린 배신과 궁핍의 경험도 영화를 만드는 그의 강력한 의지를 꺾지 못했고, ‘도덕 이야기’ 연작이 완성된 1970년대 이후 그는 누벨바그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감독처럼 보였다. 누벨바그를 앞장서 이끌었던 장뤽 고다르와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이 장애물을 만난 순간, 조금 느리게 전진하던 에릭 로메르는 그 격랑에서 빠져나온 진정한 생존자가 됐다.
은밀한 개인주의자를 행복에 머물게 한 것
오직 영화
에릭 로메르는 혁명적인 역사의 동요에 어떤 정치적 결론도 내리지 않았던 관찰자였다. 정치적으로 모두가 좌파이던 시절, 그는 당대의 분위기와 거리를 두고 모든 종류의 정치적 참여를 거부했다. 『카이에 뒤 시네마』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로메르는 ‘좌파를 제외한 모든 것’으로, 영화에 대해서조차 진보적인 참여에 거리를 두었다. 보수주의적 태도로 역사가 지나가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에릭 로메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작품뿐이었다.
또한 그는 1970년에 어머니가 숨질 때까지 20년간이나, 어머니에게 자신이 고등학교 고전 문학 선생이라고 믿게 했고, 자신이 가장 존경받는 프랑스 시네아스트라는 사실을 숨겼다. 전직 프랑스어 교사 모리스 셰레는 가족에게 좋은 아들,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로서 정돈된 삶을 살았다. 이토록 모호하며 비밀스러운 로메르의 이중생활은, 그의 삶에 뒤늦게 찾아온 ‘영화’라는 존재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다른 어떤 예술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분명한 행복이 영화 속에 있기 때문이었다.
“대단히 훌륭하고 새로운 전기.” - 『뉴요커』
“끝없이 유쾌하며 본질적인 책이다. 이 전기는 로메르의 생애와 경력의 각 단계에 대한 정확하고 꼼꼼한 설명을 통해, 마치 독자 자신이 작가가 된 듯한 순수한 기쁨을 선사한다. 그 작가는 세밀함, 섬세함, 유머, 철학적 무게에 두루 관심을 쏟기 위해 애쓴다.” - 『필름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