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대 건축의 3대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삶과 예술
21세기에 재조명되는 라이트의 유기적organic 건축
과거에는 건물을 쌓아 올리기 바빴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비로소 조금씩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건축이라는 예술이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렇듯 삶의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사는 공간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대표적인 예술가로 20세기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있다.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했던 유년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그로부터 파생되는 듯한 설계를 시도했다. 책에 실린 주택들의 사진을 보면 주변의 환경과 어우러지면서도 어쩐지 자연 앞에서 겸손한 듯한 분위기이다. 이는 그 당시 유럽의 전위적인 미니멀리즘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라이트의 건축을 더욱 눈여겨보아야 할 이유가 된다.
아흔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총 400점이 넘는 건축물을 남겼다. 낙수장을 비롯해 구겐하임 미술관, 존슨 왁스 빌딩, 로비 저택 등은 특히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기려진다. 라이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지만 사람들은 유럽의 오랜 전통 건축물과 견주어 미국에는 그러한 것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라이트만큼 미국이라는 넓은 땅을 잘 관찰하고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구상하면서도, 기존의 양식과는 눈에 띄게 차별화되는 건물을 지어 올린 사람은 없었다. 그에게 혁명적 전통주의자라는 수식이 붙는 것은 이 이유이다. 저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전통을 수용하는 동시에 그것을 급진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모든 것을 개혁했다고 평한다.
목차
추천의 글 1 20세기 천재 건축가의 유기적 건축 _ 유현준
추천의 글 2 의지가 만든 거대한 성취 _ 김신
머리말
1 라이트 스스로 재구성한 어린 시절
2 프뢰벨과 러스킨, 그리고 에머슨
3 건축 역사의 화려한 실험장, 시카고
4 제도사에서 건축가로, 위대한 이행
5 1895~1909년, 첫 번째 전성기와 다가오는 침체기
6 잃어버린 세월, 그리고 참혹한 학살극
7 미리엄 노엘의 등장과 제국호텔 건축
8 건축상의 미개척지, 캘리포니아
9 탤리에신 펠로십
10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전성시대
11 구겐하임 미술관의 탄생
12 죽음 이후 또 한 번의 스캔들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저자
에이다 루이즈 헉스터블 (지은이), 이종인 (옮긴이)
출판사리뷰
르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와 함께
현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불리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삶과 예술
21세기에 재조명되는 라이트의 건축 철학
건축만큼 우리와 가까운 예술도 없다. 좁게는 의식주의 ‘주’에 해당하고, 넓게는 우리를 둘러싼 물리적이고 인위적인 환경 모두를 포괄한다. 따라서 건축은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이다. 과거에는 그저 빠르게, 더 높게, 비슷한 모양으로 건물을 쌓아 올리기 바빴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비로소 조금씩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건축이라는 예술이 삶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렇듯 삶의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사는 공간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대표적인 예술가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를 살다 간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였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도 그만의 특별한 건축 철학을 전해 준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 20세기 건축의 연금술사』는 2008년 국내에서 초판 발행된 뒤 절판되었다가 10년 만인 2018년 현재 을유문화사의 새롭게 단장한 ‘현대 예술의 거장’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독자와 만난다. 이 책이 국내에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라이트 관련 저서가 매우 적었는데, 1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라이트가 직접 쓴 『자서전』을 비롯해 많은 저작이 출간되었다. 건축뿐 아니라 이 예술가에 대한 국내의 관심과 조명에 대한 방증이리라. 개정판에는 유현준 건축가와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의 글이 새롭게 실려 건축과 디자인 측면에서 이 책의 내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아울러 퓰리처상 비평 부문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 헉스터블의 글은 세월의 흐름과는 무관한 듯 굳건하다. 누구나 쉽게 라이트의 삶과 예술에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저자는 생전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의 건축 비평가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균형 잡힌 라이트 전기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까지 전해지는 라이트만의 건축 철학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연과의 연결성을 강조한 ‘유기적organic 건축’이다. ‘유기적’, ‘오가닉’이라는 단어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그 필요성이 두드러져 보이기까지 한다. 20세기를 살았던 건축가는 일찍이 자연 속에서 생활했던 유년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을 존중하고, 더 나아가 그로부터 파생되는 듯한 설계를 시도했다. 프레리 주택, 유소니언 주택 등이 그러하며, 이러한 유기적 건축은 그 유명한 ‘낙수장’에서 정점에 이른다. 책에 실린 주택들의 사진을 보면 주변의 환경과 어우러지면서도 어쩐지 자연 앞에서 겸손한 듯한 분위기를 전해 준다. 이는 그 당시 유럽의 전위적인 미니멀리즘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라이트의 건축을 더욱 눈여겨보아야 할 이유이다.
헉스터블은 이 전기에서 라이트가 직접 쓴 『자서전』 내용을 곳곳에 언급하며 소위 ‘라이트 신화’를 ‘창조’하고자 했던 건축가의 행보에 브레이크를 건다. 그 이유는 범인凡人들과는 차별화되는 이 예술가만의 독특한 성격 때문이었다. 그는 흔히 하는 얘기로 뻔뻔한 사람의 대명사격이나 다름없었다. 자기 자신을 세계 최고의 건축가, 천재라 일컫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주변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며 그들을 잇따라 실망시킬 때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믿었으며,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는 데에도 달인이었다. 저자는 최종 판단은 유보한 채 라이트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록을 남겼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책을 읽어 나가며 예술가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상반되는 인격적인 면모에 혼란스러움을 느낄 독자들을 예상이라도 한 듯 저자는 다음과 같은 언급으로 일종의 당부를 갈음한다. “예술가의 성취는 대체로 의지의 작용이다. 성격의 작용일 경우는 매우 드물다. 예술가의 행위와 판단에 대한 과실을 폭로하고 비난하려는 의도를 가진 비평가와 작가 들은 실제로는 예술 작품으로부터 예술가의 개인적 도덕성을 분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처럼 헉스터블은 이 전기에서 라이트라는 인물을 다룸에 있어 예술적 성취와 개인적인 삶을 혼동하지 않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기서 나아가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탤리에신 학살극이나 그의 낭비벽, 사치벽 혹은 여성 편력과 같은 자극적인 이야기가 아닌 건축계의 돈키호테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임을 강조한다.
미국 건축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아흔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평생 총 400점이 넘는 건축물을 남겼다. 낙수장을 비롯해 구겐하임 미술관, 존슨 왁스 빌딩, 로비 저택 등은 특히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기려진다. 라이트는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지만 사람들은 유럽의 오랜 전통 건축물과 견주어 미국에는 그러한 것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라이트만큼 미국이라는 넓은 땅을 잘 관찰하고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구상하면서도, 기존의 양식과는 눈에 띄게 차별화되는 건물을 지어 올린 사람은 없었다. 그에게 혁명적 전통주의자라는 수식이 붙는 것은 그래서이다. 미국이 뒤늦게 이건축가의 진가를 인정한 것도―미국건축가협회는 라이트 사후 그를 “전 시대에 걸쳐 가장 뛰어난 미국의 건축가(the greatest American architect of all time)”로 인정한다―미국 건축의 전통의 선봉에 그가 서 있기 때문이다. 미국 건축의 진정한 랜드마크는 뉴욕이나 시카고로 대표되는 마천루가 아닌, 바로 그 넓은 대지에서 이어지는 듯한 라이트의 낮고 아늑한 주택들이다.
전통은 결코 낡은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평가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전통을 수용하는 동시에 그것을 급진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모든 것을 개혁했다고 평한다. 라이트를 연구하는 학자 닐 레빈은 라이트의 건축을 가리켜 “어떤 문화의 고유성 혹은 어떤 장소의 정신을 표현하고자 노력하는 건축”이라고 말했다. 서두에 이야기했던 주거 문화에 대한 우리의 고민과 다시금 연결되는 대목이다.
평생에 걸쳐 ‘남과 다름’이라는 감각을 고수한 이 예술가는 바로 그런 이유로 수많은 적을 만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역사에 남을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