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걸리버의 환상적이고 광기 어린 여행기
신랄한 인간 비판이 돋보이는 성인용 풍자소설의 완역본
출간 당시 부패한 정치사회를 신랄하게 꼬집어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18세기 풍자문학의 대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가 을유세계문학전집 94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약 15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방대한 역작이다. 집필 기간만 5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 그리고 1726년 10월 드디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영국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법적 분쟁과 정치적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삭제하거나 왜곡시켜 재출간하는 등 다소 기구한 운명을 걷게 된다. 본 완역본은 금서라는 이름으로 가려졌던 근대 사회의 부정부패와 어두운 정치 현실을 유머러스한 분노와 비유로 표출하며 진정한 풍자문학의 진면모를 제대로 보여 준다.
“스위프트는 그가 하는 중요한 일이 권력 세계에서의 글쓰기라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으며 또 독자들을 괴롭혀 이 사실을 알게 한다.” _에드워드 사이드
미국대학위원회가 선정한 고교 추천도서 101권
서울대학교 선정 동서양 고전 200선
목차
1부 릴리퍼트로의 항해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2부 브롭딩낵으로의 항해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3부 라퓨타,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그리고 일본으로의 항해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4부 후이늠국으로의 항해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주
해설 길 떠나는 걸리버: 환상 여행과 풍자문학
판본 소개
조너선 스위프트 연보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 (지은이), 이혜수 (옮긴이)
출판사리뷰
환상 속 나라에서의 모험을 통해
인간이란 종(種)에 던지는 근원적인 풍자
『걸리버 여행기』는 한국인 대부분이 비록 원전이나 완역본을 읽어 본 적은 없더라도 잘 아는 듯 친밀감을 느끼는 세계 명작이다. 그동안 이 책은 주로 인기 있는 소인국과 대인국 관련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아동문학’으로 간주되어 왔다. 또 이 작품은 『천로역정』, 『로빈슨 크루소』 등과 더불어 구한말에 한글로 가장 먼저 번역된 서구 문학 중 하나로 한국인의 상상력에서 오랫동안 커다란 자리를 차지해 왔다. 이처럼 『걸리버 여행기』가 국내에서 일정한 대중적 인기를 누려온 데에는 환상 나라로의 모험이라는 작품의 독특한 상상력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걸리버 여행기』는 환상 속 나라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인 동시에 자본주의와 개인주의가 확립되어 가던 근대의 초입에 첨예하게 대두되던 신구(新舊)논쟁, 과학주의, 식민주의, 자아의 문제, 여성 문제 등이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성난 분노로 표출되는 18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풍자문학’이다. 특히 소인국(릴리퍼트)과 대인국(브롭딩낵), 날아다니는 섬(라퓨타)을 거쳐 이르게 되는 말의 나라(후이늠국)는 완벽한 이성과 언어능력을 갖춘 말 ‘후이늠’과 짐승보다 못한 흉측한 인간 ‘야후’의 묘한 관계가 펼쳐지는 환상의 공간으로, 인간이란 종(種)에 대한 근원적인 풍자가 전복적이고 유토피아적인 상상력으로 뿜어져 나오는 풍자문학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어릴 적 읽었던 기억에 더해 『걸리버 여행기』를 편역이 아닌 완역으로 읽는 기쁨 중 하나는 풍자문학으로서의 『걸리버 여행기』의 재발견이 아닐까 한다.
철학과 유머가 공존하는
걸리버의 놀랍고도 방대한 모험의 서사
걸리버가 처음으로 여행하는 환상 나라 릴리퍼트는 인간의 12분의 1 크기인 소인들이 사는 나라다. 이곳에서 걸리버는 ‘인간산’으로 불리며 인형처럼 작은 릴리퍼트인들 사이에서 살게 된다. 이웃 섬나라 블레푸스쿠의 함대를 물리쳐 릴리퍼트 황제로부터 ‘나르다크’라는 최고의 지위를 수여받기도 하고 해군총독과 재무대신의 모함을 받아 중형에 처해지는 등 여러 사건을 겪는다. 1부 릴리퍼트 편에서는 스위프트 당대 영국의 정치적 종교적 상황에 대한 풍자가 두드러진다. 릴리퍼트에서 고위 관직에 오르거나 출세를 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능력은 황제와 다른 궁정 대신들에게 오락을 제공하는 줄타기를 얼마나 잘하는가 하는 것이다. 또 황제는 국무실에서 막대기를 들고는 대신들이 높이 뛰어오르거나 낮게 기어가는 정도에 따라 파랑, 빨강, 초록의 허리띠를 상으로 수여하며, 각각의 색깔은 왕의 총애 정도를 상징한다. 스위프트는 이러한 에피소드를 통해 당대의 관료 임명이 직무에 적합한 능력이나 자리에 걸맞은 도덕성이 아니라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실상을 유머러스하게 보여 준다.
다소 가벼운 느낌의 릴리퍼트 여행기와 달리 대인국 브롭딩낵으로의 여행은 걸리버를 중심에 놓고 봤을 때 온통 생존을 위한 투쟁 이야기이다. 릴리퍼트에서는 관대하고 여유로운 걸리버가 속 좁고 사악한 릴리퍼트인들의 암투와 야심을 내려다보며 풍자했지만, 브롭딩낵에서 걸리버는 쥐나 파리 등과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작은 동물 내지 곤충 같은 존재일 뿐이다. 또 브롭딩낵의 선한 왕을 비롯한 거인의 시각에서 걸리버의 오만함과 잔인함이 주요한 풍자의 대상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또한 2부에서는 4부를 예기하는 듯 인간 자체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나타난다. 브롭딩낵 왕에게 총과 대포 만드는 기술을 알려 주겠다는 걸리버의 제안에 왕이 “너희 인간은 땅 위를 기어 다니는 징그러운 해충 중 가장 끔찍한 족속이구나”라며 거절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걸리버 여행기』 3부에는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 외에도 섬 아래 식민지 영토인 발니바비, 마법사의 나라 글럽덥드립, 불사자(不死者) 스트럴드브럭의 나라 럭낵 등 다양한 나라들이 등장하며, 이곳에서 걸리버는 모험의 주체라기보다 주로 관찰자 내지 기록자의 역할에 머문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환상의 나라들은 일본 같은 실제 나라 옆에 위치한 것으로 나오며, 동해가 ‘한국해(Sea of Corea)’라는 지명으로 삽화에 기록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걸리버가 마지막으로 도착한 후이늠국은 완전한 이성을 지니고, 말을 할 줄 알며,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말’들의 나라다. 이곳은 높은 덕과 교양, 거짓이 없고 사적인 이익이나 전쟁 같은 “악”한 개념을 지니지 않은 후이늠이 지배한다. 이러한 후이늠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야후다. 흉측하고 탐욕스러우며 사악하지만 “완벽한 인간의 몸”을 지닌 야후는 통상적으로 인간에 대한 가장 혐오스럽고 경멸적인 묘사 중 하나다. 야후를 인간으로 보고 후이늠국을 인간과 말의 관계가 전도된 세계로 이해한다면 『걸리버 여행기』 4부가 짐승보다 못한 인간에 대한 전면적이고 통렬한 풍자라는 데 동의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결말 부분에서 우리가 만나는 걸리버는 네 번의 환상 나라들로의 여행 끝에 결국 인간 혐오자이자 반미치광이가 되어 고향에 은둔하게 된 비극적이자 희극적인 인물이다. 주인공 걸리버와 작가 스위프트를 동일시할 수 없으며, 인간을 야후로 보는 걸리버의 냉소와 혐오가 곧바로 스위프트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후이늠국에서 돌아와 야후(인간세계)에 ‘고립된’ 걸리버의 모습은 고향이자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아일랜드와 선망의 대상이자 정체성의 또 다른 근거지인 영국 사이에서 찢긴 스위프트의 분열된 자아를 강하게 암시한다. 걸리버의 광기는 또 『로빈슨 크루소』처럼 근대의 개인주의와 제국주의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몸짓에 대해 짐짓 찡그리고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작가의 투영으로 읽히기도 한다.
“스위프트는 그가 하는 중요한 일이 권력 세계에서의 글쓰기라는 것을 언제나 알고 있으며 또 독자들을 괴롭혀 이 사실을 알게 한다.” _에드워드 사이드
“스위프트는 평범한 지혜가 아니라 숨겨진 하나의 진실을 캐내 그것을 확대하고 비틀 수 있는, 섬뜩하고 강렬한 비전을 지닌 작가이다” _조지 오웰
“스위프트는 세계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하고, 가장 완전한 재미의 원천이다.”
_조지 세인츠베리
“환상과 불합리로 가득 찬 작품 속 사회는 왜곡, 위선, 아이러니가 횡행하는 오늘날의 세계와 너무나 흡사하다.”
_로버트 디마리아 Jr.
미국대학위원회가 선정한 고교 추천도서 101권
서울대학교 선정 동서양 고전 200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