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독일 문학의 떠오르는 작가 테레지아 모라의 첫 작품집
잉게보르크 바흐만 문학상 수상 작품 수록
독일 문학계의 떠오르는 중견 작가 테레지아 모라의 첫 작품집 『이상한 물질』이 을유세계문학전집 92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이상한 물질』은 모두 열 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으로 그중에는 대표적인 독일어권 문학상인 잉게보르크 바흐만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오필리아의 경우」도 실려 있다. 이번 작품집은 국내 초역으로, 독어권 문학의 대표 작가이지만 그간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테레지아 모라의 작품 세계를 처음 선보인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
목차
이상한 물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호수
틈새
오필리아의 경우
셋째 날에는 머리 고기 차례다
뷔페
모래시계
갈증
성
주
해설 - 느릿느릿 서글픈 변방의 유년 시절
판본 소개
테레지아 모라 연보
저자
테레지아 모라 (지은이), 최윤영 (옮긴이)
출판사리뷰
독일 문학의 떠오르는 작가 테레지아 모라의 첫 작품집
잉게보르크 바흐만 문학상 수상 작품 수록
『이상한 물질』은 테레지아 모라의 첫 작품집으로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 장려상을 받았으며 여기에 실린 단편 「오필리아의 경우」로 1999년에 독일어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잉게보르크 바흐만 문학상을 수상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테레지아 모라는 활발한 창작 활동을 보이며 뷔르트 문학상, 베를린 문학 작업실의 오픈 마이크 문학상, 라이프치히 도서전 시전상, 독일서적상, 브레멘 문학상, 졸로투르너 문학상, 문학의 집 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현대 독일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가 되었다.
『이상한 물질』에는 모두 10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데 변경의 고향에서 보낸 유년 시절에 대한 회상이 주를 이룬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성년으로 입문하기 전 단계로,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섬세하고 차분한 시각으로 세상을 관조하고 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공통적으로 국경 지대의 시골이다. 다만 시골이라 해도 도시의 대척점에서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길을 잃기 쉬운 늪지대가 있거나 아니면 오랫동안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변두리 모습으로, 낙후되고 답답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결손 가족이나 장애인, 알코올 중독자, 월경자, 집시, 이방인 등으로 대부분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작품집의 제목인 ‘이상한 물질’이 은유하듯이 이러한 인물들은 모두 기존의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겉돌아 주류 사회로부터 이상한 물질처럼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작품들에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이른바 문제적 인물이 종종 등장한다. 이 작품집의 표제작인 「이상한 물질」에서는 주정뱅이에 무능력한 아버지 때문에 애어른이 되어 버린 남동생과 배우를 모집하는 오디션에서 화학 원소 주기율표를 외우는 누나가 등장해서 신산한 삶의 풍경을 보여 준다. 「오필리아의 경우」에서는 할머니와 어머니, 여주인공까지 여성 3대가 등장하는데 이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수영 교사가 등장한다. 「틈새」의 경우 처제와 바람이 난 아버지가 등장하고, 「호수」에서 등장하는 아버지는 제빵사지만 가족을 위해 빵을 구워 돈 벌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처럼 안정된 물질과는 반대 극에 서 있는 이상한 물질 같은 소설 속 인물들은 타자성과 변방성, 주변성으로 인해 인간의 존재 의미를 새로이 성찰하게 만드는 군상들이다.
서글픈 변방의 유년 시절과 주인공의 성장을
느릿느릿한 어조로 아름답게 그린 작품
『이상한 물질』의 또 다른 특징은 표현 기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원서의 책 소개에서도 나오듯 테레지아 모라의 소설은 “서늘하고, 파고들어 가며, 감동적”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이상한 물질』에 수록된 작품들은 대체로 1인칭으로 진행되어 독자들이 서술자의 시각을 따라가도록 되어 있다. 소설의 또 다른 특징으로 언어의 단순함과 반복을 들 수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이상한 물질」의 여주인공이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인 “분명하게 발음하자, 단어 하나하나. 감정을 세게 불어넣지 말자. 삼키지도 말자. 뭉개지도 말자”는 작품집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에도 모두 통용되는 글쓰기의 원칙처럼 보인다. 그리고 1인칭 여성 화자 특유의 섬세한 묘사들이 작품 전반에 자주 보인다. 여성 화자의 발언은 ‘예쁜 오빠’나 ‘예쁜 남동생’과 같은 표현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남자 형제들을 지칭할 때 ‘잘생긴’이 아닌 ‘예쁜’이라는 형용사를 붙인다. 또한 『이상한 물질』에서는 여성 화자의 목소리가 다른 남성 화자의 목소리보다 더 주를 이룬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을 억압하는 가부장적 남성이 자주 등장하며 이를 담담히 묘사함으로써 페미니즘 소설처럼 읽히는 면도 있다. 「이상한 물질」에서는 무능력한 아버지 대신,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남동생이 등장해 누나의 행동에 대해 주의를 주거나 충고하는 식으로 억압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뷔페」에서는 오빠와 가족들, 동네 사람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주인공인 누이동생을 바보라고 부른다. 「오필리아의 경우」에서는 성추행을 일삼는 수영 교사가 등장한다. 이처럼 주인공을 둘러싼 남성 인물들이나 주변 환경은 하나같이 주인공에게 호의적이지 않고, 물리적 폭력이나 혹은 보이지 않는 폭력을 행사한다. 그럼에도 주인공들은 어른으로 나아가는 단계에 있으며 의젓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이 시적인 언어로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는 것도 이 작품집만의 특징이다. 몽환적이면서도 동시에 지독히 현실적인 변방의 풍경을 스산하지만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는 이 작품집은 독자들에게 ‘테레지아 모라’라는 낯설지만 독특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오롯이 잘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