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니체는 로렌스 스턴(Laurence Sterne, 1713~1768)을 가리켜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자유로운 작가”라고 했다. 로렌스 스턴의 대표작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The Life and Opinions of Tristram Shandy, Gentleman)』(1759)는 18세기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매우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이다.
이 작품은 명목상으로는 주인공 트리스트럼 섄디의 자서전적 이야기로, 멀리 그가 잉태되던 순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시작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트리스트럼의 생애에 대해 독자들이 알 수 있는 것은 겨우 다섯 살 때까지의 이야기일 뿐이고, 나머지는 트리스트럼의 주변 인물들인 아버지 월터 섄디, 어머니 엘리자베스, 삼촌 토비, 트림 상병, 외과 의사 슬롭, 요릭 목사 등과 관련한 갖가지 일화와 인생에 대한 트리스트럼의 생각으로 채워져 있다.
목차
제1권
제2권
제3권
제4권
제5권
제6권
제7권
제8권
제9권
주
해설 : 불완전한 인간, 그 신비와 불확정성의 유희 속에서 웃는다
판본 소개
로렌스 스턴 연보
저자
로렌스 스턴 (지은이), 김정희 (옮긴이)
출판사리뷰
세계 문학 사상 가장 진기하고 자유로운 작품
노벨연구소 선정 ‘100대 세계 문학’
이 작품은 명목상으로는 주인공 트리스트럼 섄디의 자서전적 이야기로, 멀리 그가 잉태되던 순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시작한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트리스트럼의 생애에 대해 독자들이 알 수 있는 것은 겨우 다섯 살 때까지의 이야기일 뿐이고, 나머지는 트리스트럼의 주변 인물들인 아버지 월터 섄디, 어머니 엘리자베스, 삼촌 토비, 트림 상병, 외과 의사 슬롭, 요릭 목사 등과 관련한 갖가지 일화와 인생에 대한 트리스트럼의 생각으로 채워져 있다.
니체는 로렌스 스턴(Laurence Sterne, 1713~1768)을 가리켜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자유로운 작가”라고 했다. 로렌스 스턴의 대표작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The Life and Opinions of Tristram Shandy, Gentleman)』(1759)는 18세기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매우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이다.
이를테면 줄거리는 종잡을 수 없이 사방으로 펼쳐지고, 작가는 수시로 등장해서 독자들에게 말을 걸며, 인물들은 우발적 사건들에 의해 운명이 좌지우지된다. 작가가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를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면서도 ‘일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심지어 통상 작품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서문이 이야기 중간에 튀어나오기도 하며, 어느 대목에서는 페이지 번호가 훌쩍 건너뛰기도 한다. 또 요릭 목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부분에서는 앞뒤로 완전히 까맣게 칠한 페이지가 등장하는가 하면, 어떤 페이지에서는 “내 작품의 알록달록한 상징”이라며 대리석 문양 그림을 등장시키고는 독자들에게 그것의 상징적 의미를 추정해 보라고도 하고, 서사의 여정을 직선과 곡선의 조합으로 보여 주기도 한다. 그뿐인가. 매력적인 워드먼 부인을 묘사하는 대신 각자 취향대로 그려 보라고 제공하는 빈 페이지, 그리고 트림 상병이 독신 생활의 자유를 지팡이를 너풀너풀 휘둘러서 묘사한 긴 나선형 그림 등도 독특하다.
가히 ‘코믹 서사 기법의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소설이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전통적 소설 형식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파격성이 괴팍함이나 난해함의 표현으로 비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전통적 도식에서 벗어나 독자들과 가슴으로 소통하고 싶어 하는 스턴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은 단순히 기법 면에서의 독창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 작품의 바탕에 깔려 있는 스턴의 정신은 기법의 독특함만큼이나 18세기 당대의 시대정신을 훌쩍 뛰어넘어서 있다. 유럽의 18세기를 표현하는 가장 보편적인 말은 ‘이성의 시대’ 혹은 ‘계몽의 시대’라는 말이다. 이 말에는 빛과 어둠의 이항 대립이 전제되어 있다. 즉 ‘빛’을 이성, 지식, 논리, 체계 등 인간에게 유용한 것의 상징으로, ‘어둠’을 본능, 무지, 비논리, 악, 죽음 등 인간이 지양해야 할 것의 상징으로 보는 문명 지향적 시각을 담고 있다. 이런 틀은 빛과 어둠 중 어느 한 가지를 선택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광대 같은 작가 스턴은 특유의 따뜻한 웃음 정신과 익살기로 이런 이항 대립의 심각한 틀을 넘어서려고 했다. 그는 ‘어둠이 없는 빛’ 혹은 ‘빛이 없는 어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치를 상기시키려고 했다. 인간 삶의 비논리적 변덕이나 불완전함, 충동, 우연성, 일탈, 변칙성 등도 삶 바깥으로 밀어내야 할 무엇이 아니라, 그 또한 자연의 순리를 이루는 요소들로 존중한다. 이는 더 큰 맥락에서 볼 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낭비 없이 ‘직선’적으로 달려가는 근대의 문명 중심주의에 대해 ‘곡선’의 성찰적 공간을 제시하는 것과도 닿아 있다. 그런 맥락에서 스턴을 ‘200년 앞서 나온 탈근대 작가’라고도 부를 만하다.
파격적인 실험성과 유희 정신, 기존의 가치 체계에 대한 해체, 그리고 200년도 훨씬 전에 나왔음에도 이성 중심주의로 대변되는 근대적 시대정신에 대한 비판적 성찰 등으로 이 작품은 영문학사뿐만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진기한 작품으로 꼽힌다. 여기에 인간의 본성과 삶에 대한 심오한 통찰, 스턴 특유의 유머, 친밀한 수다, 인간에 대한 사랑, 페이소스, 라블레와 세르반테스적인 희극성까지 더해지면서 현대의 독자들도 깊이 매료시킨다.
영문학 전공자라 할지라도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이 작품의 번역은 로렌스 스턴을 비롯해 18세기 소설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해 온 김정희 선생이 맡았다. 원전에 충실하고 정확한 번역, 성실한 역주, 스턴 전문가다운 깊이 있는 작품 해설 등이 단연 독보적이다. 한편 본 번역의 대본은 현재 이 작품의 결정판으로 인정받고 있는 판본인, 멜빈 뉴와 조앤 뉴 부부가 편집한 플로리다판과 펭귄판을 토대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