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00년경을 전후로 빈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유대인 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작품집. 슈니츨러는 특히 남녀 간 성적 충동의 세계를 즐겨 다루었다. 라이겐, 아나톨, 구스틀 소위 3편이 수록되었다. 라이겐(1897)은 당대의 엄격한 성 도덕에서 벗어나는 관계를 그려 독일어 문학권에서 스캔들을 일으킨 희곡 작품이다.
창녀와 군인, 군인과 하녀, 하녀와 젊은 주인 등 모두 열 커플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라이겐이란 원래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춤의 형태로, 작가 슈니츨러는 라이겐에서 이 춤의 형식을 빌려 왔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한 인물이 마지막 에피소드에 다시 등장함으로써 춤으로서의 라이겐과 동일한 원형 구조를 보여 준다.
아나톨(1893)은 7편의 단막극으로 구성되었다. 주인공 아나톨은 매번 다른 연인과 등장하는데, 각각의 단막극은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구스틀 소위(1900)는 경솔하고 허영심에 빠진 한 신출내기 소위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내적 독백만으로 서술된 최초의 독일 작품이다.
목차
라이겐
창녀와 군인
군인과 하녀
하녀와 젊은 주인
젊은 주인과 젊은 부인
젊은 부인과 남편
남편과 귀여운 아가씨
귀여운 아가씨와 시인
시인과 여배우
여배우와 백작
백작과 창녀
아나톨
서문
운명에게 하는 질문
크리스마스 선물 사기
에피소드
저자
아르투어 슈니츨러
출판사리뷰
가장 커다란 스캔들을 불러일으킨 작가
‘문학에서의 프로이트’ 슈니츨러의 문제작
국내 초역인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대표작
― 세기말 오스트리아 빈 청춘들의 데카당스적 초상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갈 무렵 오스트리아 빈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 아래 기성 질서와 결별하고 새로운 인간관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창조 정신으로 들끓었다. 한 문화사학자는 새로운 예술과 지성이 태동하던 세기 전환기의 빈을 14세기 말 르네상스를 꽃피운 피렌체에 비견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걸출한 예술가와 사상가도 많이 나왔는데, 사상에서 프로이트, 비트겐슈타인 등이 있었다면, 문학에서는 호프만스탈, 무질, 브로흐가, 음악에서는 쇤베르크, 말러가, 회화에서는 실레, 클림트 등이 있었다. 지식과 문화에 대한 욕구가 유달랐던 이들은 당시 빈의 카페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지적 교류를 나누며 이른바 ‘빈 모더니즘(Wiener Modernism)’을 주도했다. 일반적으로 이들은 개별 존재의 불안, 욕망, 고독, 정념, 아버지 세대에 대한 거부, 세계에 대한 비관적 의식 등을 공유했는데, 이러한 감수성은 이후 현대 예술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아르투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 1862∼1931) 역시 1900년경을 전후로 문학에서 빈 모더니즘을 대표하던 유대인 작가다. 그는 작품에서 특히 남녀 간 성적 충동의 세계를 즐겨 다루었는데, 이 때문에 퇴폐적 작가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는 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 욕망과 행동 양식을 분석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따라서 영웅적 인간보다는 전형적인 인간을 주로 주인공으로 삼았고, 인간의 보편적 심리가 잘 드러나는 특수한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그런 슈니츨러와 정신적 동지임을 자처한 프로이트는 그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그 어느 누구보다도 탁월한 심리 연구자입니다.”
그간 국내에는 슈니츨러의 작품이 몇 가지 소개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라이겐>, <아나톨>, <구스틀 소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대표적 희곡 작품인 <라이겐(Reigen)>(1897)은 당대의 엄격한 성 도덕에서 벗어나는 관계를 그려 독일어 문학권에서 가장 커다란 스캔들을 일으킨 작품이다. ‘라이겐’이란 원래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춤의 형태로, 원형으로 둘러선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추는 춤을 말한다. 슈니츨러는 <라이겐>에서 이 춤의 형식을 빌려 왔다. 창녀와 군인, 군인과 하녀, 하녀와 젊은 주인, 젊은 주인과 젊은 부인, 젊은 부인과 남편, 백작과 창녀 등 모두 열 커플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작품은 첫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한 인물이 마지막 에피소드에 다시 등장함으로써 춤으로서의 라이겐과 동일한 원형 구조를 보여 준다.
각각의 에피소드 역시 동일한 구조로 전개된다. 우선 두 연인 간의 대화가 이어지고, 이어 두 사람의 성 행위가 “......”로 암시되며, 다시 두 연인의 대화로 마무리된다. 부부 간의 성 관계를 묘사한 다섯 번째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륜 관계를 그렸다는 점, 성을 도덕으로 간단하게 단죄할 수 없는 자연적 본능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매우 컸다. <라이겐>은 1903년 빈 출판사를 통해 일반에게 처음으로 공개되었고, 8개월 만에 약 1만 4천 부나 팔릴 정도로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검열 당국은 이 책을 금서 목록에 올렸다. <라이겐>은 공연 과정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작품은 192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초연이 되었는데, 보수적 시민 계급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그들은 이 작품을 ‘창녀촌 연극’이라 부르는가 하면, 반 라이겐 집회까지 벌였다. 1926년에는 상영 중인 극장 안으로 악취 폭탄이 투척되었고, 심지어 난투극까지 벌어져 공연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결국 슈니츨러는 <라이겐> 공연을 스스로 영구히 금지시켰다. 이 작품은 저작권이 소멸된 1982년에 가서야 비로소 공연이 가능해졌다.
<라이겐>의 성 묘사는 근본적으로 19세기 중반 이후 뿌리내리기 시작한 새로운 인간관의 영향과 관계가 싶다. 즉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성적 욕망은 인간의 자연적 본성을 대표하는 근원적인 것이므로 엄격한 윤리적 잣대로 함부로 재단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작품의 배면에 깔려 있다. 이러한 성 의식은 당대의 사람들에게 적극적인 지지와 극단적인 반발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함께 실은 <아나톨(Anatol)>(1893)은 슈니츨러의 출세작으로, 일곱 편의 단막극으로 구성되었다. 주인공 아나톨은 매번 다른 연인과 등장하는데, 각각의 단막극은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단막극 간의 연속성은 아나톨의 친구인 막스에 의해서만 생겨난다. 이와 같은 짧은 호흡, 길게 지속되지 못하는 사랑의 흐름은 당대 젊은이들의 데카당스적 경향을 전형적으로 보여 준다. 한편 <구스틀 소위(Leutnant Gustl)>(1900)는 경솔하고 허영심에 빠진 한 신출내기 소위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내적 독백만으로 서술된 최초의 독일 작품이다. 이러한 서술 기법은 심리 묘사에 탁월하여 현대 문학에서 자주 사용되었는데, 대표적인 예로 제임스의 조이스의 <율리시스(Ulysses)>(1918)를 들 수 있다. <구스틀 소위>는 바로 그 선구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당대의 젊은 장교들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담고 있어 또 한번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슈니츨러는 군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장교 직위를 박탈당하고 말았다.
슈니츨러는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