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계급×여성×자본을 교차시켜 사유하는
페미니스트 노동 연구자 이소진 학술 에세이
저임금과 시간 빈곤의 이중 부담을 지게 되는 중년여성의 노동 현실을 연구한 책 『시간을 빼앗긴 여자들』로 주목받은 바 있는 저자 이소진의 신작 에세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현재의 자신을 구성한 여러 경험들과 감정들, 개인적 일화를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성찰함으로써 일상의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저자는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페미니즘과 마르크시즘이라는 두 가지 주요 가치를 토대로 나로부터 세상으로 시선을 확장해가며 계급, 여성, 자본, 시간, 소비 등의 주제를 교차시켜 집중력 있게 사유해나간다.
목차
들어가며
파트 1
1장 보편×특수
2장 지식×권력
3장 나×너
파트 2
4장 계급×여성
5장 자본×시간
6장 생산×소비
나가며
주
저자
이소진 (지은이)
출판사리뷰
계급×여성×자본을 교차시켜 사유하는
페미니스트 노동 연구자 이소진 신작 에세이
“줄곧 나는 페미니즘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나는 내가 여성으로 태어났고, 여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특별히 페미니즘을 많이 공부하지 않아도 페미니즘을 체화하고 있다고 과신했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통해 내가 깨달은 것은, 내가 나의 경험도 해석할 수 없을 정도로 페미니즘을 잘 모른다는 사실뿐이었다. 나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페미니스트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했다.”
이 책은 저임금과 시간 빈곤의 이중 부담을 지고 있는 중년여성의 노동 현실을 조명한 전작 『시간을 빼앗긴 여자들』로 주목받은 바 있는 노동 연구자 이소진의 신작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 『경험이 언어가 될 때』에서 확고한 신념의 운동가 혹은 전문적인 연구자로서의 모습을 내세우는 대신, 과거 미성숙했던 자신의 모습부터 숨김없이 드러내며 성찰의 발판으로 삼는 고백적 글쓰기를 택한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 저자는 자존심만 높고 타자에 대해 무지했는데, 이후 보고 듣고 깨닫는 경험들을 통해 점점 타자를 이해하고 성장하게 된다. 저자는 명민하게 자신의 경험을 회상하고 주변 세계를 관찰하면서 여러 쟁점들을 짚어나간다.
특히 이 책은 계급, 여성, 자본, 시간, 소비, 생산 등의 주제를 교차시키며 사유해나간다. 남성중심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들은 서로 분리되어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규정지으며 연결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저자는 한 남자 후배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타자화란 오직 성별에 따라 일방향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대학 시절 부모의 삶과 노동의 문제를 반추하면서는 계급의 문제를, 특히 여성의 삶을 가로지르는 계급의 문제를 좀더 깊이 사유해본다. 금융자본주의 시대는 우리에게 소비하라는 명령을 넘어 투자하라는 명령으로 나아갔는데, 비트코인과 부동산의 투자 경향에서 볼 수 있듯 여기서도 계급에 따른 차이를 목격할 수 있다.
또한 장애인 이동권과 육아휴직 같은 이슈를 통해서는 특수를 인정하고 배려하라는 인정투쟁보다는 애초에 배제되었던 존재들까지 포함되도록 보편의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꾀한다. “나는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보편이라 생각한다. […] 사회적 약자를 보편으로 설정하면 우리는 모두가 편한 세상에 살 수 있다. 누군가의 불편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이 아닌,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계는 가능할까?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기 위하여
이 책은 크게 두 줄기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파트 1에서는 페미니스트로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본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차별을 시정하려는 데서 나아가, 우리가 기대고 있는 인식체계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그러한 인식체계에 익숙해져 있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파트 2에서는 그러한 관점에서 저자가 세상을 바라본 결과다. 페미니스트로서 노동을 연구하면서, 또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마주한 여러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시대에 돌봄의 가치나 시간의 문제에 대한 사유가 주목할 만하다. 페미니즘은 실천적 학문이기에 우리의 삶과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저자는 더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적으로 살아가도록 설득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사고에 균열을 내야 한다는 것. 이 책의 취지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다른 생명이 짊어진 고통에 응답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불편을, 고통을 직시해야 한다. 내가 느끼는 불편함의 원인을 묻고, 그 답을 찾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삶에 적용해야 사회는 달라질 수 있다. 타인에게 특정한 삶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느끼는 고통에 내가 일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나의 삶을 먼저 변화시켜야 한다. 나는 이 글을 통해서 옳고 그름이 모든 상황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따라서, 그리고 누구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변화하는 개념임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리고 […] 우리 모두가 덜 아픈 방식으로 변화를 상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었다.” 이 책이 저자의 바람대로 새로운 대화를, 질문과 논쟁을 촉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