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모멸감』 『유머니즘』 『돈의 인문학』을 쓴, 사회학자 김찬호의 신작!
대면의 반대말은 비대면이 아니다,
외면이다
사회학자 김찬호의 시선으로 아우르는, 연결과 공감의 마음사회학
『모멸감』 『유머니즘』 『돈의 인문학』 등을 펴내며, 그동안 꾸준히 한국인과 한국 사회를 빚어내는 일상의 문법을 추적해온 사회학자 김찬호의 신작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대면 비대면 외면―뉴노멀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연결되는가』가 그것.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적 삶은 개인과 개인이 맺는 대면의 상호작용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 명제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2020년 예기치 못하게 찾아와 전 세계를 뒤흔들어놓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세계가 비약적으로 확장되면서 삶의 환경이 빠르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며, 서로를 구하기 위해 혼자가 되어야 했던 시간. 우리는 ‘대면’의 접촉을 ‘비대면’의 접속으로 대신하며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다. 길었던 재난의 터널은 그 끝을 보이지만, 이제 ‘대면’과 ‘비대면’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되고 교차되면서 기존의 위계와 관행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사회질서를 생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흐름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그 현실은 사회적 위치나 삶의 여건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체감되었는가. 기술혁명의 가속화와 더불어 세계의 얼개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이 책 『대면 비대면 외면』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예외적 비상사태가 정상이 된 뉴노멀 시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거나 또 다른 감염병을 대비해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그간의 변화상을 폭넓게 조감하면서, 3년에 걸친 팬데믹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경험이었고 그것이 남긴 여파가 무엇인지를 ‘사회적 관계’의 차원에서 되짚어본다. 인간에게 대면은 삶의 기본 값이지만 비대면 세계의 스펙트럼이 급격하게 확장되고 다채로워짐에 따라 ‘대면’과 ‘비대면’의 개념만으로는 지금의 사회적 관계를 온전히 아우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저자 김찬호는 이 책에서 ‘대면’과 ‘비대면’의 개념에 ‘외면’이라는 키워드를 추가하여 달라진 우리의 일상과 마음의 습속을 들여다보면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가 맺는 사회적 관계의 기틀을 다각도로 점검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가보지 않은 세계’에 들어 새삼 중요해진 면역력이 어떤 사회적 조건에서 증진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면서, 서로의 삶이 연결되는 접점과 계기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사회의 토대를 새롭게 다지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3년에 걸친 비상사태는 일상의 속살을 예리하게 드러냈다. 기존의 상식들을 낯설게 바라보게 해주었다. 거기에서 존재에 대한 자각이 일어났다. 삶은 거대한 그물망으로 존립한다는 것. 생명은 무한한 사슬로 얽혀 있다는 것. 우리는 서로의 일부라는 것.” _「에필로그」에서
목차
〈들어가며〉
〈프롤로그〉 거리두기는 무엇이었는가
물리적 거리와 인간관계 | 사회적 구속으로부터 해방 |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추방
1부 대면―얼굴을 마주하는 오롯함
1. 얼굴, 특별한 신체
정체가 담기는 그릇 | 표정의 생태학 | 대면했기에 차마……
2. 눈을 맞추고, 목소리를 내고
시선, 내면이 표출되는 통로 | 눈 맞춤, 무언의 교감 | 대화는 대면이다
3. 호모 마스쿠스의 출현
입을 가리기 때문에 | 서양에서 마스크를 꺼리는 까닭 | 동아시아의 경우
2부 비대면―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
1. 확장되는 비대면 세계
비대면의 개념과 역사 | 비대면의 세 얼굴―원격, 무인無人, 가상
2. 온라인과 현실감각의 변용
상시 접속의 일상 | 스마트폰과 노모포비아 | 온라인 소통의 그늘 | 맥락을 잃어버린 아이들
3. 화상회의, 반半대면의 공간
시공간의 제약이 없으니 | 공적 공간에 접속된 프라이버시 | 실재감을 높이려면
3부 외면―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피하고
1. 대면의 반대말은 비대면이 아니다
몸은 이곳에 있지만 | 직면의 어려움
2. 외면하는 까닭
사람이 보이지 않는 환경 | 두려움과 혐오 | 안하무인의 오만함 | 정신의 산만함
3. 눈을 맞추지 않는 아이들
스크린 중독과 사회성의 쇠퇴 | 몇 가지 가이드라인 | 아이를 외면하는 부모들
4부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1. 주의력을 조절하자
주의집중의 두 종류 | 관심 다이어트 | 무언가를 함께 바라볼 때
2. 응시의 미덕
따스한 관찰의 힘 | 의과대 학생들이 미술관에 간 까닭 | 고등학생들의 수학 성적도 향상
3. 보이는 것을 넘어서
외면의 이면 | 보이지 않기에 충만해지는 것
5부 회복의 시공간을 찾아서
1. 고립된 이들의 가슴 열기
외로움, 전체주의를 잉태하는 감정 | 젊은이들의 곤경 | 이야기가 경청될 때
2.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면역력이다 | 돌봄의 커뮤니티 가꾸기 | 곁에 있기, 거리를 두면서
3. 만남과 창조의 공적 행복감
소셜 믹스를 위하여 | 낯선 사람들이 어울리면 | 애매함을 견디는 마음 | 온라인에서 꽃피우는 연결지능
4. 우주를 대면하는 경이로움
문득 하늘을 마주할 때 | 시야가 널리 펼쳐지면
〈에필로그〉 보이는 것의 안과 밖
저자
김찬호 (지은이)
출판사리뷰
각자도생의 시대,
무너진 삶을 수습하고 사회를 복원하는 길은 어디인가
생생한 현장 연구와 학자로서의 전문적인 식견, 친근하고도 유려한 글쓰기로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로 자리매김해온 저자 김찬호는, 이 책 『대면 비대면 외면』에서 비대면 시대를 맞아 새삼스러워진 대면의 본질과 미덕을 되묻는다. 인간에게 대면은 삶의 기본 값이다. 표정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눈빛으로 마음을 드러내면서 상대방과 교감한다. 말 이외에도 몸짓언어 등 여러 가지 신호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맥락을 빚어가고 삶의 지평을 넓혀간다. 우리는 대면을 통해 존재의 엄연함을 마주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다양한 방식의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우리의 생활 세계와 삶의 얼개는 크게 바뀌었다. 많은 회사에서 원격 근무가 정착되고, 출근과 재택 또는 제3의 거점 근무지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혹은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업무와 휴가를 병행하는 ‘워케이션’ 등 ‘포스트 재택근무’의 형태가 다변화됐다. 일부 기업에서는 직원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하여 아바타가 대신 출근하는 ‘메타버스 재택근무’를 도입했는가 하면, ‘줌’으로 대표되는 화상회의 시스템이 사회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급변하는 환경에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가 맺는 사회적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이 책의 저자 김찬호는 나날이 확장되고 다채로워지는 비대면 세계를 맞아 사람들 사이의 교류는 어떻게 변용되고 연결은 또 어떻게 재구조화되는지를 다각적으로 살펴본다. 꽤 오랫동안 비대면은 대면의 반대말처럼 여겨져왔다. 비대면은 비가시화를 의미하고, 많은 경우 비인간화를 수반했다.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무의미하고 하찮은 존재로 주변화되는 것이며, 투명인간으로 취급되면서 사회의 성원권이 박탈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타인이 자신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사물로 대상화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중대한 도전인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테크놀로지의 혁신 속에서 대면하지 않고도 상호작용하거나 사회 활동을 하는 경험들이 점점 다채로워지며 삶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바꾸어가고 있는 지금, 저자 김찬호는 대면과 비대면이라는 이분법으로 모든 상황을 정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몸은 함께 있어도 서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외로울 수밖에 없다. 반면, 넓어진 온라인 공간에서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방식으로 삶의 재미와 의미를 더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같은 공간에 머물러 있어도 각자 다른 세계에 빠져 있다면 사실상 대면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화상 시스템을 통해 서로를 오롯이 응시하며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면 충만한 대면이 경험되기도 한다. 핵심은 인간적 유대를 복원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무슨 정체성을 공유하는가, 어떤 삶과 사회를 소망하는가에 따라 관계의 성격이 좌우된다. 몸으로 함께 있든 따로 있든, 시선을 돌려 ‘외면’하지 않고 서로를 온전히 맞아들이는 환대의 시공간을 빚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로그인과 로그아웃이 유연하게 교차하고, 대면과 비대면은 순환해야 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관심의 주권을 회복할 수 있다. 마스크 너머로 주고받던 따스한 눈빛으로 악수를 나누면서, 경청과 환대의 공간을 빚어낼 수 있다. 팬데믹 시대를 건너가는 사회적 면역력은 거기에서 배양된다.” _「에필로그」에서
“시선이 머무는 곳이 곧 삶이 깃드는 장소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팬데믹 기간에 실시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를 살펴본다. 대면이 막히고 비대면의 소통이 늘어나면서 우리의 마음과 일상에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것은 사회의 양면성을 반영하는데, 사회적 구속으로부터 해방되어 홀가분해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사회의 안전망으로부터 추방되어 돌봄의 사각지대로 밀려난 사람들도 있다. 그러한 양극화가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생겨나는지 짚어본다.
1부 「대면―얼굴을 마주하는 오롯함」에서는 ‘대면’의 본질을 되묻는다. 얼굴은 단순히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타인과 소통하는 회로이자 인격과 정체성이 담기는 그릇이다. 누군가와 대면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마주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상호작용의 얼개를 규명하는 한편, 팬데믹 기간에 의무가 된 마스크 착용이 대면의 경험을 어떻게 바꾸어놓았고, 마스크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동양과 서양에서 왜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본다.
2부 「비대면―나는 접속한다, 고로 존재한다」에서는 날로 확장되고 다채로워지는 비대면 세계를 조감한다. ‘비대면’이란 개념은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개념으로 여러 의미가 담겨 있는데, 크게 원격, 무인無人, 가상의 세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공간이 비약적으로 확장되는 일상을 돌아보면서, 디지털 미디어가 현실에 대한 감각을 어떻게 변용시키고 소통에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3부 「외면―고개를 돌리고 시선을 피하고」에서는 대면의 반대 개념이 비대면이 아니라 ‘외면’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사람이나 현실을 직면하지 않으려는 현상을 다룬다. 사회가 거대해지고 분절화될수록 특정 집단의 존재가 감춰지는 경우가 많고, 두려움이나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져 시야에서 추방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어릴 때부터 스크린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세대가 타인과 눈을 맞추는 경험이 점점 줄어들면서 사회성 또한 쇠퇴하는 상황을 짚어본다.
4부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서는 어떤 대상을 온전히 주시할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살펴본다. 그리고 창의성의 핵심 요건이 되는 관찰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확인한다. 응시의 힘이 올곧게 발휘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심을 제어함으로써 내면세계의 주인이 되는 마음의 기술이 필요하다. 거기에는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을 통찰하는 지성이 요구되는데, 그 점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이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5부 「회복의 시공간을 찾아서」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회복되는 길을 모색한다. 우선 외로움이 심화되는 배경에는 어떤 사회구조와 심리적 기제가 깔려 있는지를 분석하고, 극도의 고립감이 폭력으로 비화되는 경로를 규명한다. 아울러 팬데믹을 거쳐 오며 새삼 중요해진 면역력이 어떤 사회적 조건에서 증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다른 한편, 자연과 우주를 응시하면서 솟아나는 심신의 기운이 우리의 삶과 인간관계를 풍요롭게 하는 경험을 성찰한다.
이 책 『대면 비대면 외면』의 저자 김찬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가보지 않은 세계’는 불안으로 체감되지만, 우리 안에 깃든 의외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기존의 상식을 점검하면서 일상을 새롭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이 연결되는 사회적 공간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무너진 삶을 수습하고 사회를 복원하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길게 지나온 재난의 터널을 돌아보면서 그 여정에서 일어난 배움을 되새겨보기를 권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더 잘 살아가기 위한 고민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