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생명은 고되고 짧은데
욕망은 무한히 길다
하지만 하지만”
세계가 주목한 “가장 폭발력 있는 중국 작가”처연하면서도 성숙한 옌롄커 문학의 전환
2022년 제6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 현재 중국에서 노벨문학상에 가장 가까운 작가 옌롄커 문학의 새로운 전환을 보여주는 장편소설『캄캄한 낮, 환한 밤』이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178번으로 출간되었다. 50세 생일 전날 밤 신의 선물과도 같이 한 작가의 머릿속에 번뜩인 생각! ‘이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어서 글쓰기의 적막과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세계 영화예술의 거장이 돼보자!’
『캄캄한 낮, 환한 밤』은 이 작품의 실제 작가이자 주인공인 유명 소설가 옌롄커가 고향 사람 리좡의 삶과 신기한 사랑 이야기로 영화화를 시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감독과 시나리오, 주연을 도맡아 명예와 부를 모두 얻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주인공의 욕망 그리고 이에 관련된 사람들과의 심리적 갈등 ? 좌절을 사실과 허구의 장력, 상호작용을 이용해 그려냈다.
우리 삶의 본질적인 요소인 고통과 절망을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표현해내는 옌롄커는 작가인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작가로서의 숙명을 실험적인 기법으로 이 작품에 담았다. 이 소설은 실제로 영화 「속구공면速求共眠」(2018)으로 제작되었다.
목차
1장 번뜩이는 생각
2장 캄캄한 낮, 환한 밤 (1)
3장 レストラン에서
4장 인터뷰
5장 서류 기록철
6장 캄캄한 낮, 환한 밤 (2)
7장 영화 속 긴 암전 같은 공백
후기 · 옌롄커: 커튼콜을 향해 가는 글쓰기
옮긴이 해설 · 홀로 선 작가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저자
옌롄커 (지은이), 김태성 (옮긴이)
출판사리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
가장 폭발력 있는 문제적 작가 옌롄커
더이상 출판이 안 되더라도 문학을 위한 글쓰기를 할 것입니다. _옌롄커
옌롄커는 루쉰문학상, 라오서문학상, 프란츠카프카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고,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프랑스 페미나상 최종후보에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작가이다. 또한 중국 역사에 담겨 있는 우매함과 고통, 상처 등 작가로서는 반드시 관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하지만 정치 권력이 애써 감추려는 것들을 가장 예술적인 방식으로 드러내 아무런 제도권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제재와 견제의 대상이 되는, 가장 순수하고 원형에 가까운 작가이다.
이미 어엿한 세계적 작가로 우뚝 섰음에도 옌롄커는 신실한 자세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초기에는 사실주의적인 글쓰기를 했으나, 이내 부조리와 모던, 포스트모던, 마술적 리얼리즘, 유머, 꿈 등 다양한 요소와 기법을 구사했으며, 이제는 모든 주의와 형식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스스로 말한다. 현실 생활에 나타나는 표면적 논리 관계를 포기하고 ‘존재하지 않는’ 진실,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 진실에 가려진 진실을 찾는 ‘신실주의’의 방향과 실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옌롄커가 새로운 형식으로 작가로서의 고뇌가 담긴 작품을 내놓았다.
허구? 비허구?
새로운 형식, 변함없는 메시지
이 책은 단지 우리가 곧 크랭크인하게 될 영화를 위한 불만족스럽지만 방대한 복선일 뿐입니다. _본문에서
이 책은 중국의 유명 작가 옌롄커(소설 속 주인공)가 자신의 고향에 있던 한 인물 리좡과 그의 신기한 사랑 이야기로 영화화를 시도하는 과정이다. 이 책에 실린 시나리오 「캄캄한 낮, 환한 밤」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50대 노동자 리좡과 대학원을 갓 졸업한 명문대 출신 20대 리징의 이야기다. 인생의 궤적이 겹치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 이 둘은 각자 우울과 혼란의 시기에 만나 처음에는 험악한 상황에 놓였으나 차츰 서로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인간 본성의 따뜻함을 바탕으로 상대방이 삶의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게 서로 돕는다. 둘은 각자 삶과 원한의 매듭을 풀고 영혼의 위안과 격려에 도달한다.
형식 또한 독특한데, 대부분의 소설이 허구인데 반해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삶의 한 단락을 허구와 비허구를 섞어 서술하며,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작가는 사실의 기록과 허구 사이의 상호작용과 장력을 이용해 자신의 메시지를 그려냈다.
장편소설인 『캄캄한 낮, 환한 밤』 속에는 이 작품의 발단이 된 단편소설 「캄캄한 낮, 환한 밤」이 등장하고, 이와 관련된 여러 인물의 인터뷰와 자료 조사가 이어진다. 이 부분은 일본 영화 「라쇼몽」과 같이 각자의 시선에서 진실의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옌롄커는 한 소설로 “장편소설+단편소설+인터뷰+시나리오”라는 네 개의 장르를 보여주는데, 단편소설 한 편이 인터뷰와 각종 심문 조서, 시나리오로 재구성되면서 이야기의 디테일이 조금씩 달라진다. 소설 한 편에 동일한 현실에 근거한 네 가지 허구가 공존하면서 독자들은 시작은 같으나 결말이 다른 네 편의 작품을 읽는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이를 통해 옌롄커가 보여주려는 것은 무엇인가? 각기 다른 목소리의 교차와 중첩은 진실에 대한 겸손한 숭배이기도 하며, 인간의 욕망을 비추는 시대의 거울이기도 하다.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요소인 고통과 절망을 아무런 두려움 없이 적극적으로 표현해온 옌롄커는 자신이 작가로서 한계에 도달했을 때의 절망과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작가로서의 숙명을 이 작품에 쏟아냈다. 한 작가의 몸부림이 형식과 내용으로 고스란히 담긴 이 소설은, 낯선 새로운 형식과 더불어 인간의 고통과 절망, 본성에 대해 성찰하는 옌롄커의 변함없는 메시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커튼콜을 준비하는 거장의 뼈아픈 고백과 성찰
“오늘처럼 글쓰기가 무의미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_작가 후기 「커튼콜을 향해 가는 글쓰기」
『캄캄한 낮, 환한 밤』은 옌롄커 문학의 새로운 전환을 상징한다. “생활이 문학의 유일한 기초이자 토양”이라는 작가의 말대로 이 전환은 그의 상황, 고뇌에 기인한 처연하고 서늘한 전환이다. 부제에서부터 밝히듯, 이 작품은 작가의 삶의 단편이 포함되어 있다. 옌롄커는 한 시대에는 그 시대의 문학과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학은 시대의 예열 속에서 먼저 뜨거워져야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고전으로 남을 수 있고, 따라서 훌륭한 작품은 시대의 미래를 위한 무사巫師나 점술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소설가로서 일가를 이룬 옌롄커는 일생에 걸친 고단한 글쓰기에서 모종의 한계를 실감한 것 같다. “오늘날처럼 문학의 무력감과 무미를 느낀 적이 없었다”라고 말하는 그의 심경은 어떤 것일까? 그는 작가 후기에서 당대 중국문학의 한계에 일침을 가하고, 현재 문단 선배 세대로서의 자세를 성찰한다. 이제 원숙한 옌롄커는 퇴장을, 커튼콜을 향해 가는 작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작가로서의 마지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무 의미도 없는데 글을 쓰는 것은 사람이 살아 있는 한 어쩔 수 없이 밥을 먹어야 하는 것과 같”으며, “글을 쓰지 않으면 정말로 죽을지도 모”르기에 그는 살아 있는 한 계속 글을 쓸 것이다. 다만 정상에 오른 이 시점에 늘 깨어 있는 작가로서 고뇌하며 언젠가는 커튼콜이 다가올 것임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 책은 작가 인생의 마지막 단계를 밟아가는 한 거장의 진지하고 뼈아픈 고백과 성찰이다. 그는 커튼콜을 향해 간다고 하지만, 작가 인생 40여 년이 넘은 시점에도 실험적인 시도를 하며 문학의 본령을 고민하는 작가 옌롄커의 이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