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몽상가들! 우리는 고통과 죽음을 위해 건배했다!
콜롬비아 작가 호세 에우스타시오 리베라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이자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자연주의 소설
20세기 걸작 자연주의 소설로 손꼽히는 호세 에우스타시오 리베라의 장편소설 『소용돌이』가 [대산세계문학총서] 175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젊은 시인 아르투로 코바가 겪은 사랑과 폭력이 뒤엉킨 모험을 그린 『소용돌이』는 리베라가 남긴 단 한 편의 소설이다. 『소용돌이』는 작가의 사망 이후 여러 차례 영상화되고 세계 각국에서 번역되는 등 콜롬비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왔다. 『소용돌이』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 대표작가 로물로 가예고스, 조르지 지 리마 등 후대 작가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환상문학의 거장 오라시오 키로가로부터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출간된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 평가받는 등 스페인어권 작가들의 찬사를 받아왔으나 한국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르투로가 연인 알리시아와의 사랑의 도피를 이유로 도시를 떠나며 시작되는 『소용돌이』는 밀림을 떠돌며 만나게 되는 연인과 동료들, 사기꾼, 협잡꾼들의 사랑과 질투, 폭력이 뒤엉킨 이야기를 강렬한 자연의 모습과 함께 탁월하게 형상화하였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이 만나고 얽히는 사건과 함께 밀림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자연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그와 동시에 자연 속에서 고무를 채취하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겪는 착취와 비참한 현실을 소설을 통해 뜨겁게 고발하고 있다. 이처럼 『소용돌이』는 마치 제목처럼 여러 강렬한 힘이 뒤엉키는 소용돌이 같은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목차
1부 7
2부 162
3부 294
에필로그 435
옮긴이 해설·라틴아메리카 3대 자연주의 소설 『소용돌이』 436
작가 연보 451
기획의 말 454
저자
호세 에우스타시오 리베라 (지은이), 조구호 (옮긴이)
출판사리뷰
거대한 자연, 그리고 인간
『소용돌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소설의 배경이라 할 자연이 단지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나아가 주인공처럼 전면적으로 드러나 있다는 점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소설은 1부는 대평원이, 2부와 3부는 아마존 밀림이 주 무대로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이 서로 만나고 얽혀 들어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모두 이러한 자연과 큰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들은 자연의 영향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주인공인 아르투로 코바는 우울하고 광기 어린 젊은 시인으로 도시적 엘리트에 가까운 인물이다. 연인 알리시아의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자 그는 알리시아와 함께 도시를 떠나 대평원으로 향하고, 여러 사건으로 그들의 여정은 밀림으로 이어진다. 소설 속 밀림은 거대하고 강력한 공간으로, 인간들은 그곳에서 쉽게 길을 잃고 이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리베라가 그리는 자연은 무자비한 힘을 가진 강력한 공간이자 아름다움으로 인간을 홀리는 매혹적인 공간이며, 인간은 그에 도전하고자 무기를 들고 밀림으로 향하지만 속절없이 그에 굴복하게 된다. 그러나 작가가 그리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일방적인 것만은 아니다. 인간은 자연에 대적할 수 없는 듯하지만 그 순간에도 인간은 고무 채취로 자연을 해치고 끊임없이 자원을 착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 곳곳에서 피어나는 고무를 채취하는 연기는 늘 밀림과 함께하고 있으며, 그 연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다.
리베라는 밀림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자연의 모습도, 그에 도전하고자 하나 굴복하는 인간의 모습도, 계속되는 인간의 자원 착취도 모두 한 편의 소설 안에서 거침없이 그려내고 있다. 리베라가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자연-인간과의 관계는 입체적이며, 이러한 개성이 『소용돌이』를 열대 자연에 대한 서사시라는 평과 함께 20세기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작으로 꼽게 만든다. 나아가,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현대의 독자들에게 리베라의 소설은 인간의 자연 착취를 각성하게 하며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한번 사고하게 한다.
밀림 속 착취,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 고발
밀림에서 아르투로가 만난 클레멘테 실바는 나이 든 고무채취 노동자이자 길잡이이며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아르투로는 실바를 존경하는 동시에 그의 경험과 지혜를 견제하기도 한다. 실바는 몇 년째 밀림을 헤매며 잃어버린 아들을 찾고 있는데 그의 아들은 고무 채취 일을 하였다 전해졌고 그 때문에 그는 채취업자들을 쫓고 있었다. 아르투로는 실바와 함께 밀림을 떠돌며 고무 채취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알게 되고 실바의 입을 통해 고무채취업자들이 얼마나 무자비하게 노동자들을 부려왔는지, 이에 관한 폭로를 정부 관리는 어떻게 막아왔는지가 드러난다. 즉 이들의 이야기 자체가 콜롬비아-베네수엘라-브라질 국경지역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던 착취의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소용돌이』가 그려낸 노동 착취는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된 것으로, 작가인 리베라는 공무원으로서 해당 지역에서 머물며 실태 조사를 해나갔고 실제로 1923년 관련 보고서를 외교부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또한 소설에서 등장하는 사업가와 호족 등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쓰인 것으로, 이러한 점들이 이 소설이 현실과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소용돌이』는 고무 채취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동 착취를 생생히 그려내며 이를 방기하고 조장한 사업가와 관리들을 고발하고 있으며, 이런 지점에서 소설은 당대 라틴아메리카의 현실을 정확히 드러내고 있다.
『소용돌이』는 이처럼 노동 착취를 고발하는 소설인 동시에 환상적인 묘사로 자연이 가진 불가해한 면모를 문장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현실과 환상 두 개의 대비되는 세계를 한 편의 소설 안에서 강력하게 구현하고 있는 『소용돌이』는 하나의 경향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여러 면모를 가진 작품이다. 『소용돌이』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들이 등장하기 전까지 콜롬비아에서 가장 중요한 소설의 지위에 있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이 작품이 가진 힘은 현재의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강력하게 발휘될 것이다.